교통경찰의 밤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하빌리스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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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이 작품 전에 읽었던 작품 독후감에서 제가 수입차와 관련된 이야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 거리를 운전하고 다니다보면 많은 수입차가 예전에 비해 상당히 많이 보인다는 것이었죠, 그리고 저의 입장에서 수입차를 타시는 분들의 경제적 여유와 빈부의 차와 관련된 이야기를 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수입차라고 다 비싸고 좋은 것만은 아니죠, 국내 자동차에 비해서 저렴한 차들도 많은 것으로 압니다.. 그렇다고 모든 수입차를 싸잡아서 이런 외국 자동차를 타시는 분들은 다들 좀 사시고 금전적으로도 서민들보다 나은 삶을 사시는 분이라고 선을 그을 필요는 없습니다.. 저 역시 그렇습니다.. 말씀 드린 바 있지만 그중에서는 이런저런 이유로 수입차를 타시면서 국산차의 가격 대비 저렴한 성능과 거부감을 해소하기 위함일 수도 있을테고 경제활동을 위함일 수도 있을겝니다.. 뭐 이유가 있겠죠, 물론 많은 분들은 일반 대중보다 조금 나은 경제적 능력으로 성능이나 안전성이 우수한 수입차를 선호하기도 하실테구요, 저도 여유가 있고 금전적으로 조금만 받쳐주면 비슷한 금액의 국산차보다는 조금 유지비가 더 들더라도 수입차의 성능을 우선시 하길 원합니다.. 사는게 다 그런거 아닙니까, 저 역시도 그런데 굳이 쪽지까지 날리셔서 수입차 타는 사람들 싸잡아서 나쁜 사람 만들지 말라고 하시지는 마시고, 여하튼 지금 이 세상은 자동차의 지옥같은 곳처럼 느껴집니다.. 엄청나죠, 일가족 일차가 지난 지가 한참 된 듯 합니다.. 평군 일가족 이차는 되는 듯 싶더이다.. 뭐 개중엔 월세 살더라도 차는 뽀다구 나는 모냥새를 갖춘 분들도 제법 있을테구요, 맞벌이는 어쩔 수 없이 차로 패턴을 이어가시는 분들도 많을겝니다.. 그렇게 우리 인생에서 차를 빼면 뭔가 허전해집니다..


    2. 그렇다보니 저의 입장에서는 하루에서 가장 분노가 많이 치밀때가 운전중일때가 아닐까 싶습니다.. 운전을 업으로 삼는 사람도 아님에도 아이의 등교길이나 출퇴근길에 마주하는 교통과 차들의 이기적 행태의 지옥에서 욕은 수시로 목까지 치밀어 오릅니다.. 물론 저 역시 그들과 다르지않을겝니다.. 제가 우선적으로 지옥에서 벗어나려고 하면 타인들에게는 제가 느끼는 분노가 치밀테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본적인 배려는 하고 사려고 노력하죠, 조금 양보하고 조금 이해하고 조금 더뎌가면 서로에게 고마움을 느끼지 않을까 생각하는데 그럴수록 운전이라는 도로속의 지옥에서는 바보가 되어가는 듯해서 더 분노가 치밀죠, 이리저리 운전은 정신건강에 해롭다는 생각을 자주하곤 합니다.. 그렇다보니 원하지 않는 사고가 나기도 합니다.. 아무리 제가 잘못한게 아니어도 항상 교통사고는 일방이라는 개념으로 판단하질 않더군요, 좁은 소방도로에 아무렇게나 주차된 차를 비켜가다가 약간 스크래치가 나더라도 제 잘못입니다.. 양방향으로 주차위반한 차를 이리저리 헤쳐가며 앞에 오는 차와 힘들게 비켜가다 조금 긁혀도 먼저 움직인 차가 잘못입니다.. 아파트의 좁은 통로상에 편하다는 이유로 아무렇게나 주차해둔 차를 나도 모르게 스크래치내고 가버렸다가 블박으로 신고가 들어가면 여지없이 뺑소니가 되어버립니다.. 화나고 미치고 팔짝뛰고 돌아버릴 일은 항상 차로 인해 발생합니다.. 그리고 이런 문제는 자동차가 존재하는 곳 어디에서나 생깁니다.. 히가시노 게이고 슨생 역시 지금으로부터 약30년전에 이런 단편을 만드셨네요, 그네들이나 우리나 다를 바없는 참 짜증나는 교통지옥의 시간들입니다.. 게이고 슨생의 단편집 "교통경찰의 밤"입니다..


    3. 총 여섯편의 단편으로 그려진 교통사고의 현장속에서 수없이 발생하는 사건사고의 내면을 바라보는 경찰들의 이야기입니다.. 보통은 이 소설속의 이야기는 교통사고가 발생하는 원인에 대한 사회적 문제와 양심 그리고 가해자와 피해자라는 쌍방에 대한 객관적 잣대를 이용한 인간의 이중성을 다루고 있죠, 인간은 그렇습니다.. 자신이 사고를 내든 사고를 당하든 스스로의 잘못에 대한 거부감을 가지기 마련입니다.. 특히 차라는 매개가 있다면 더욱 심하죠, 하지만 그 이전에 우린 인간이기에 어떠한 상황에서 피해가 발생했다면 우선적으로 그들을 돌보는게 원칙이기도 합니다.. 이 작품속에서는 그런 양심을 가지지 못한 가해자의 모습들이 잘 그려지고 있습니다.. 자신의 입장에서 드러나지 않는 진실이라는 일반적인 교통사고의 현장속의 스토리를 꾸며내기에 적합하기 때문이죠, 순식간에 벌어지는 그 현장의 상황에서 누군가 객관적인 목격이 없다면 진실은 언제나 쌍방으로 향하죠, 보지 못한 이가 결정을 내릴 수는 없는 것이니까요, 그리고 본 자들의 의견은 항상 자기를 향하고 있기 때문에 경찰들은 누구의 말이 진실이라고 단정짓지 않습니다.. 물론 이 소설이 집필되던 시점에는 블랙박스가 없었습니다.. 91년은 휴대폰마저 없던 시절입니다..


    4.  '천사의 귀'라는 단편은 시각장애를 가진 한 여학생의 오빠가 교차로의 사고로 사망한 후 벌어지는 일을 다루고 있습니다.. 역시 교차로의 사고 당시 정확한 상황을 목격한 이가 없는 경우 가해자의 잘잘못을 판단하기 어려울 때 당시에 발생했던 청각적 증거와 주변의 상황들로 진실을 밝혀내는 이야기죠, 추리적 기법과 상황이 주는 매력이 가득한 작품입니다.. '중앙 분리대'는 택배를 하는 성실하게 살아가는 한 운전자의 안타까운 죽음을 다룬 작품입니다.. 이 역시 타인을 배려하지 않은 인간에 대한 이야기죠,  '위험한 초보운전'은 저 역시도 그런 적이 없는 지 고민을 해본 단편입니다.. 우린 뒷창에 스티커로 초보라는 이야기를 하는 차들을 봅니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안전하게 주행을 하면 답답해하고 쉽게 생각해버립니다.. 조금 더 경험을 가졌다는 이유죠, 하지만 이런 아무렇지도 않게 행동하는 것 자체만으로 상대에게는 죽음보다 더한 공포가 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반성해야죠, '건너가세요'라는 단편은 말그대로 우리가 아무렇게나 좁은 동네의 소방도로에 주차를 하곤 하는 행태를 다루고 있습니다.. 조금이라도 집과 가까운 곳에 두기 위해 소방도로에 소방차조차 진입하지 못하게 주차를 할 수 밖에 없는 도로의 현실이 그대로 드러나죠, 이 경우에는 급한 상황에서 차를 빼지 못해 발생한 안타까운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가해자와 피해자의 연결로 이어지는 상황을 그리고 있습니다.. 당해보지 않으면 모르는 것이니까요, 다음은 '버리지 말아 줘'라는 작품입니다.. 운전중 아무렇지도 않게 창밖으로 물건을 버리는 우리의 모습 그 자체죠, 뒷차에서 어떤 위험을 느낄 지도 모르는 체 쓰레기나 물건을 밖으로 내던지는(보통은 담배꽁초등) 행위는 지극히 위험한 일입니다.. 예전 제가 담배를 태우던 시절에도 앞에서 던진 담배꽁초가 뒷좌석에 들어가 시트가 타는 경우도 있었습니다..이 단편은 전체 단편들중 가장 미스터리하면서도 매력적인 스릴러의 맛을 볼 수 있는 재미진 작품입니다.. 마지막 작품은 '거울 속에서'입니다.. 가장 흔한 교통사고중 하나인 자동차와 오토바이의 접촉사고죠, 특히나 외부로 노출된 오토바이 운전자의 경우 심각한 피해를 입을 수 있습니다.. 이 작품에서는 사고 즉시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고 조사에 임한 가해자의 숨겨진 진실을 다루고 있습니다.. 누구에게나 벌어질 수있는 교통사고의 이면의 진실을 다룬 좋은 단편집입니다..


    5. 이 작품은 미스터리적인 측면이 부각된 작품이긴 하지만 무엇보다 우리의 삶과 현실속의 이야기라고 보시면 될 듯 싶습니다.. 누구나가 한번쯤은 겪어본 이야기들입죠, 가해자든 피해자든 상관없이 교통의 세상속에서 살아가는 우리의 주변에서 늘 벌어지는 일들입니다.. 가슴아픈 이야기일 수도, 답답한 거짓의 분노일 수도 있는 이야기를 게이고 슨생은 아주 자연스럽게 편안하게 풀어냅니다.. 각각의 작품들이 주는 감흥은 그렇게 다르지 않습니다.. 인간이라면 그리고 삶속에서의 부대낌속에서 어쩔 수 없이 마주하는 아픔을 다루고 있죠, 가해자로서는 거짓을, 피해자로서는 진실을 밝혀내기 위해 미스터리를 푸는 방식으로 작품은 이어지지만 결국 그 진실의 답이 상황을 깔끔하게 마무리지어주지는 않습니다.. 그게 우리의 삶이고 인생이니까요, 벌어지지 않아야될 일들이 벌어져버린 상황에서 진실이 밝혀진 들 피해자의 아픔에 어떤 편안함이 주어지겠습니까, 돌이킬 수 없는 사고의 이전으로 돌아가지 못한다면 조금이라도 사고라 발생하고 벌어지지 않도록 경각심과 위험에 대한 조심을 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니까요, 작가는 그런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인간이 가진 이중성과 가면을 인간의 관계속에서 스스로 벗겨내지 못하면 누군가는 그 가면의 줄을 끊어버려야한다는 것도 알려줍니다.. 지금 나에게 닥친 불행으로 아픔을 당하는 것에 대한 바라보는 이의 가면속에 이것이 언젠가는 너의 불행일 수도 있다는 진실의 가위를 들이대야하니까요, 특히나 자동차속에 숨어버린 인간의 양심이 나만 아니면 돼라는 가면속에 갇혀버리지 않게 우리가 인간임을 보여주는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잘 읽혀요, 우리의 이야기고 우리의 삶속에서 늘 있고 있어오고 있을 일들이니까요,


    6.  재미진 작품입니다.. 쉽게 읽고 그 의미를 자연스럽게 받아들릴 수 있는 좋은 작품입죠, 인간적이고 매력적인 교통예방소설로 봐도 무방합니다.. 청소년들에게도 충분히 즐겁게 추천할 수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저의 아이들에게 추천할 생각입니다.. 아직까지는 장편으로 긴 호흡의 작품보다는 단편이 주는 깔끔함을 선호하는 아이에게 좋은 선택일 가능성도 높구요, 우린 누구나 가해자가 될 수도 피해자가 될 수도 있습니다.. 운전을 하고 운전하는 이와 함께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누구나 벌어질 일이죠, 아이의 등굣길에 앞서가는 오토바이를 타신 어르신이 휘청휘청거리는것을 보다가 위험해보여 옆차선으로 이동했습니다.. 그러자 어르신은 갑자기 제 방향으로 오토바이를 틀고 차에 부딪혀 쓰러지셨습니다.. 마침 차에는 블랙박스도 고장난 상태였죠, 급하게 119를 불렀고 아이는 걸어서 학교를 보냈습니다.. 물론 이런저런 상황을 아이가 본 후였지만 크게 다친 곳이 없는 것에 안도하며 아이는 학교를 갔습니다.. 하지만 어른은 병원에서 말을 바꾸셨습니다.. 제가 끼어들었다구요, 자신이 차선을 변경하는데 뒤에서 와서 받았다는거죠, 심지어 헬멧조차 쓰시지도 않았고 이른 아침임에도 음주를 하신 것이 확실한데도 심각하게 화를 내시며 자신을 죽이려고 들었다는 말씀까지,,, 어떻게 되었을까요, 상황이 주는 객관성은 언제나 쌍방입니다.. 저의 잘못이 크다는 것이죠, 앞서 위에 말씀드린 이야기와 이 경험과 이 작품의 의도는 다르지 않습니다.. 늘 그렇습니다.. 아이는 이해를 못합니다.. 전혀 이해를 못했습니다.. 바라보는 진실이 보여주는 결과물에 대한 거부감이 들 수 밖에요, 하지만 현실이죠, 그렇게 아이는 어려서부터 교통지옥의 현실을 경험합니다.. 그런 아이에게 이 작품은 좋은 선택이 아닐까 싶습니다.. 역시 제가 히가시노 게이고를 왜 슨생이라고 부르는 지 다시한번 느낍니다.. 게이고 센세이, 좋아, 땡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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