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없는 사람들
박영 지음 / 은행나무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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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언제부턴가 도로에서 돌아다니는 차들의 반 이상이 수입차로 보입디다.. 저런 차들 몰려면 최소한의 돈이 있어야될텐데, 난 죽으라고 내 시간도 없이 일해서 먹고 살기도 바쁜데, 저런 사람들은 어떻게 저렇게 좋은 차들을 타고 다니지라는 의문을 가지는 분들, 저를 비롯해서 참 많으시지 않을까 싶습니다.. 지방에도 그러할진데 서울이나 수도권에서는 오죽하겠습니까, 우리랑, 아니 나랑 다른 삶을 살아가시는 분들이시니 그런 금전적 여유가 있으시겠죠, 물론 겉모습과는 다르게 어쩔 수 없이 이런저런 이유로 비싼 수입차를 타시는 분들도 계시리라 여겨지지만 그런 속이야 저로서는 알 수 없으니 겉으로 보여지는 이미지만으로는 그런 수입차를 타시는 분들은 나름 경제적으로나 금전적으로 상당한 여유를 가지신 분으로 생각할 수 밖에 없습니다.. 너무 많아요, 세상이 살기가 많이 나아졌나라는 생각도 해봤는데, 저의 개인적인 삶으로 보면 젊은 시절보다 지금의 삶이 더 퍽퍽하고 가난하고 여유가 줄어들었는데, 그리고 심심찮게 미디어에서 보여주는 사회면의 뉴스에는 하루에도 많은 비관 자살의 안타까움을 경험하곤 하는데, 제가 보고 듣고 경험하는 주변의 삶과는 다른 분들의 세상이 우리와 함께 있는 것 같아서 개인적으로는 조금은 이질적인 감을 느끼기도 합니다.. 어려운 말로 빈부의 격차가 심화된 것인가요, 사회는 여전히 있는 자, 가진 자, 무엇보다 상속받은 자, 받을 자들이 이끌어나가고 그들의 삶에서 100마넌짜리 패딩 한벌은 아무렇지도 않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강남의 한 가게에서 후드 티 한장에 88만원을 하는 걸 보면서 제가 느끼는 감정과 그 후드티를 만지작거리며 색상이 마음에 안든다며 발렌시아가를 40만원 더 주고 사는 사람들의 감정은 완전 다른 세상의 이야기겠죠, 하지만 버젓이 우린 그들과 숨쉬고 이야기하고 만나고 살아갑니다.. 그것도 아주 가까운 곳에서 말이죠,


    2. 이런걸 흔히 문학적 비유로 빛과 그림자, 뭐 이런걸로 표현하곤 하죠, 빛이 있으면 어둠이 있기 마련이다.. 뭐 그런겁니다.. 세상은 그렇게 돌아갑니다.. 나라 경제의 많은 부분이 지하 경제의 사채나 현금 유동성이 큰 부분을 차지한다는 걸 모르질 않죠, 화려함속에 가려진 어둠의 그림자속 세상은 숨죽임과 속삭임속에서 하나 둘 그림자속에서 묻혀가기 마련입니다.. 대다수의 대중은 그런 그림자속과 빛의 경계선에서 한발씩 걸치고 살아가는 것이죠, 누군가에게는 절대 다가오지않을 그림자의 선을 우리 대부분의 서민이 막아서고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반대로 그림자속의 세상에 갇힌 이들 역시 쉽게 빛의 공간으로 넘어오질 못하죠, 그나마 우린 이름이나마 존재하죠, 우리가 모르는 어둠의 그림자속 세상속에서는 이름마저 분실되고 기억하지 못한 체 버려진 존재들이 수두룩하다는 사실을 우린 경계선에서 빛만 바라보기 때문에 잘 알지 못할 뿐입니다.. 이 작품은 그런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듯 합니다.. 박영 작가의 "이름없는 사람들"입니다.. 삶의 나락에서 멈춰버린 인간들의 존재성을 알려주는 것이죠, 이름을 잃어버린 이들은 단순히 자신의 존재만으로 그 가치를 인정받고 누군가에게 전달될 뿐입니다.. 자, 소설속으로 들어가봅시다..


    3. 나의 이름조차 기억나지 않고 이름을 잃어버린 나는 심부름꾼입니다.. '재'라는 인물의 사채업을 돕는 직원이죠, 나는 '재'에게 사채를 빌려쓰고 갚지 못한 체 세상에서 외면당한 사람들을 찾아가 그들이 사라지게 하는 사람입니다.. 그들은 사채를 빌리며 자신의 생명보험증을 맡기죠, '재'는 그런 그들이 빚을 갚지 못하면 세상에서 사라지게 합니다.. 그리곤 그들이 실종된 후 3년이 지나면 생명보험금을 수령하게 되죠, 결국 빚을 진 이들은 자신이 사라짐으로 인해 빚을 탕감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런 일을 하는 나조차도 '재'에게 빚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맡은 일을 마무리하면 더이상 '재'에게 갚을 빚은 없는 것이죠, 그동안 아버지로 인해 벌어진 빚을 탕감하기 위해 '재'의 수족이 되었지만 이제 난 자유로워질 수 있는 기회가 다가왔습니다.. 그리고 세상에서 사라질 마지막 사람을 만나러갑니다.. 하지만 일은 예상한대로 흘러가질 않습니다.. 그를 찾아 문을 두드리고 들어간 순간 그는 이미 스스로 생을 마감한 것이죠, 오히려 자신이 할 일이 줄어들어 다행으로 여긴 나는 죽어버린 그를 캐리어에 담습니다.. 그리곤 집을 나서려는 순간 급하게 문을 두드리는 소리, 자살하기 직전 자신의 죽음을 신고한 모냥입니다.. 어쩔 수 없이 표적 처리가 불가능해진 나는 캐리어들 둔 체 집을 벗어납니다.. 그리고 마지막 빚정리가 어려워지죠, '재'는 그런 나에게 현재 사용중인 이름을 버리고 새로운 이름을 부여할때까지 기다리라고 합니다.. 나 역시 이름이 없는 존재였으니까요, 그렇게 숨어지내던 어느날 다시금 '재'에게서 연락이 옵니다.. 더이상 실패를 인정하지않을 듯, 재는 나에게 역시나 사라져야될 존재들을 세상에서 버려진 식인귀가 살아가는 B시에 버리고 오길 원합니다.. 누구나 그곳으로 향하길 두려워하는 B시는 나에게 또다른 죽음을 안겨줄 것만 같은 곳입니다.. 하지만 자유로워지기 위해선 꼭 해야만할 일이죠, 나는 '재'에게서 벗어날 수 있을까요,,,,


    4. 사회의 어두운 세상의 삭막한 삶의 모습을 담아낸 느와르소설같습니다.. 느와르라함은 어둡다는 말이죠, 이 작품은 시작부터 마지막까지 어둡습니다.. 인간의 악하고 메마르고 비정한 삶의 내면을 담고 있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 작품은 인간이 어쩔 수 없이 가지는 탐욕적 욕망과 그 본질적 파괴의 감성도 함께 가지고 있습니다.. 각각의 인물들의 내면과 빚을 진 세상의 존재들의 탐욕과 그들로 인해 살아가는 또다른 욕망덩어리의 인간들의 생존의 본능과 이로 인해 세상은 화려하고 거대한 외면속에서 병들어가는 내면의 아픔을 간직하게 된다는 이야기를 보여줍니다.. 공간적인 묘사에 있어서 하나시라는 거대한 메트로폴리탄의 세상은 빈민과 판자촌의 세상을 파뒤집고 그 생존력을 땅으로 묻어 새로운 빛을 가져다줍니다.. 그 속에 갇혀서 끝내 벗어나지 못한 존재들은 그림자속에 갇혀 사라져버린 것이죠, 하나시의 빛의 중심인 T타워라는 곳에서 바라본 세상의 빛은 화려하기만 하죠, 하지만 주인공들이 숨쉬는 달동네와 판자촌같은 곳은 어둠속에서 철저히 가려져 있습니다.. 또한 세상에서 격리된 B시의 이야기속에서도 다르지 않습니다..  경제가 무너지고 노동자들은 생존을 위해 싸우고 그런 시위가 사회를 위협한다는 생각을 가진 기득권자들과 빛의 세상속의 존재들은 경계선속의 인물들의 선을 무너뜨려버립니다.. 그리고 그들을 어둠속을 가둬버리죠, 그렇게 사라져버린 존재들의 도시가 되어버린 B시는 식인귀의 세상속으로 아무도 찾지않고 버려진 곳으로 만들어집니다.. 누구도 가까이 다가가지 않는 고립된 곳에서 죽음을 만나는 모습괴 상황들이 주는 암울한 세상의 내면은 또다른 세상의 공존을 방식을 이해하게 만듭니다..


    5. 하지만 이 작품은 이러한 문학적 감성과 상황적 매력인 넘치지만 이야기 자체의 공감은 딱히 많진 않습니다.. 이름이 없는 존재인 나의 이야기가 주는 감흥은 역동적이고 드라마틱하지만 전형적인 부분을 벗어나질 못하죠, 그리고 이야기는 '나'라는 존재의 모습에서 크게 벗어나질 못하고 한계에 부닥칩니다.. 개인적으로 '재'라는 인물이 주는 카리스마와 그 내면적 감성이 무척이나 와닿았지만 소설은 나에게서 느껴지는 재의 모습외에 '재'라는 인물 자체가 주는 스토리는 전혀 느껴지지 않아 아쉬움이 남습니다.. 또한 서유리라는 색다른 인물의 출현과 더불어 발생하는 반전의 상황들도 그렇게 독창적이다거나 상황적 매력을 안겨주진 않더라구요, 흔한 스토리의 극적 재미에 국한된 느낌이 들었습니다.. 아무래도 작품의 드라마틱한 스토리의 전개에 필요한 부분이긴 했지만 무엇보다 이 작품의 인간의 내면을 표현한 감성과 사회적 갈등과 현실들이 드러내는 감각적 표현들이 아주 뛰어나기 때문에 서사가 일부분 묻혀버리는 것 같다는 생각을 헀습니다.. 또한 소설은 처음부터 가진 감성적 기조를 끝까지 유지하고 이어지죠, 허나 후반부의 반전에서 발생하는 모든 상황들은 대체적으로 예상가능한 부분임을 우린 읽다보면 눈치채기 마련입니다. 아무리 감각이 무디더라도 그정도 센스는 이 작품을 읽는 독자들이라면 충분히 파악하시리라 믿습니다.. 그렇다고 그 반전이 어색하다는 것은 아니구요, 충분히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스토리의 반전인지라 그러려니한 것이고 전반적인 작품의 감성에 있어서 개인적으로는 보다 암울하고 비극적인 스토리의 국면을 맞이하였더라면 이 작품의 느와르는 읽은 후에도 끊임없이 머리속에서 되내여졌을 것 같은데.. 좀 안타까웠습니다.. 저는 그렇게 읽었습니다..


    6. 그렇게 길지 않은 작품이지만 작품이 주는 무게감은 상당합니다.. 그렇다고 이야기가 지리하거나 재미없지도 않습니다.. 일반적이고 드라마틱한 인간의 삶의 어두움을 농밀하게 잘 드러낸 수작이라고 생각합니다.. 진득한 인간의 이야기를 아주 장르틱하게 잘 그려내진 작가님, 칭찬해.. 그렇다보니 조금 더 원하는 부분이 생길 수 밖에요, 서유리와의 관계와 그 스토리나 B시와 관련된 확장력이나 무엇보다 '재'라는 인물이 주는 조금은 과격한 감성적 느와르와 같은 부분이 '나'라는 인물의 관조적 시선속에서 비정하게 드러났으면하는 그런 아쉬움들 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설은 충분히 매력적이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충분히 장르적이고 대중적 감응과 동조를 일으킬 수 있는 문장적 매력이 넘칩니다.. 작가는 대중적이되 자신의 의도를 놓치지 않으려고 헀습니다.. 인간의 삶속에서 가려진 내면과 그 어두움을 깊게 들여다보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동일하게 사회의 어두움 역시 말이죠, 많은 이야기를 드러내진 않았지만 소설이 주는 감성과 그 진지함은 독자에게 아주 매력적으로 다가오기에 부족함이 없다는 생각을 하면서 가능하면 후속작도 이 스토리의 연결선에서 나와주면 어떨까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제목은 '이름 찾는 사람들' 아님 말구요, 이런 생각을 한다는 것 자체가 이 작품에 대한 애정이 있다는 것이라는, 아시죠, 모름 말구, 땡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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