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형에 이르는 병
구시키 리우 지음, 현정수 옮김 / 에이치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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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얼마전에 아이의 자존감에 대한 이야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 이번에는 저의 어린시절을 되돌아보고 싶네요, 일종의 열등의식과 자기 패배감과 주변의 시선이 주는 부담감과 함께 항상 느껴지는 자존감의 결여, 난 왜 항상 이 모양일까,라는 생각 말이죠.. 제가 살아온 중딩과 고딩시절은 참 눈부시면서도 안타까운 학창시절이었습니다.. 특히 중딩 3년은 제대로 머리속으로 어떻게 보냈는가를 떠올리기조차 어려울 정도로 담긴 추억이 없습니다.. 단지 공부를 했다는 것만 빼구요, 요즘 아이들에게는 전혀 실감나지 않겠지만, 그리고 제가 살았던 지역을 제외한 대도시의 제 또래의 학생들조차도 실감나지 않겠지만 제가 고등 입시를 보기 위해 얼마나 많은 공부를 했는가를 생각하면 참 어처구니가 없습니다.. 숫자로 정리를 하면 제가 다니던 중딩시절 지역의 인문계 고등학교를 들어가기 위해서는 200점 만점(체력장 20점 포함)에 180점 정도가 되어야 가능했습니다.. 요즘의 자사고나 특목고, 외고에 들어가는 수준인게죠, 전국 최고의 수준이었습니다.. 그당시 서울지역의 커트라인이 130점 정도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러니 중딩에 오르자마자 공부,공부,공부를 시킵디다.. 심지어 어중간한 등수의 아이들에게는 입시 전 한달이 넘게 학교에서 합숙까지 시켜가며 공부를 시키곤 했습니다.. 그런 시절이었습니다.. 그렇게 입학한 고등학교이니 나름의 자부심과 자존심이 생길 수 밖에요, 어른들조차 고개를 끄덕거리며 자랑하는게 당연한 것이었죠, 우리 아들(딸) 이 학교 다녀라는 말이 부끄럽지 않은 그런 뿌듯함 같은게 있었던 시절이었습니다.. 그런 시절이었습니다..


    2. 물론 중학교 입시도 있었던 시절이 있었죠, 하지만 저의 세대는 고등학교까지가 의무교육인 나름의 최신세대였음에도 그렇게 좁은 입시의 세계를 중딩부터 알았던거죠, 자, 그렇게 중딩부터 나름 공부에 재능을 보이던 아이들이 모두 모인 고딩에서 이 아이들이 받는 성적이나 경쟁은 어땠을까요, 중딩에서 반에서 10등안에 들던 아이들이 고딩에서는 30등으로 떨어지는거죠, 이를 경우 자신과 상황과 현실에 대한 갭이 생기기 마련입니다.. 주변에서 보는 시선과 상황이 주는 결과물이 반대로 나타나죠, 심지어 노력을 해도 그 수준에서 쉽게 벗어나질 못하고 반등으로 돌아서질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실상 자신의 수준을 묶어버리는 경우가 허다하게 발생합니다.. 그리고 자괴감과 열등의식과 패배감에 사로잡혀 힘들어하죠, 하지만 이 개인적 자존감의 상실과 패배감에도 불구하고 우린 끝까지 외부적인 시선에 대한 기대를 허물지 못합니다.. 고딩에서 반에서 30등하는 놈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SKY를 지원하는 것 같은거 말이죠, 그렇다보니 재수, 삼수가 아주 많았습니다.. 아마 전국적으로도 엄청났겠지만 저희 지역은 유독 심했죠, 그리곤 지방대학을 어렵게 입학하게되지만 결국 이런 저런 삶을 살아가곤 합니다.. 하지만 저를 비롯한 많은 또래의 친구들은 그런 패배감과 주변의 시선과 노력에 대한 자괴감을 경험한 바가 있습니다.. 이런 경험들로 인한 자존감이 낮아지게 되면 주변의 이야기에 쉽게 휘둘립니다.. 더욱 소심해지고 자신에 대한 자신이 줄어들죠, 부모와 가족들이 요구하는 부담 역시 끊임없이 머리속에 남아 있습니다.. 여즉 저나 친구들의 부모님들은 그렇게 공부를 잘하던 놈이 그렇게 한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질 줄 전혀 몰랐다고는 하죠, 지금도 그런 이야기를 심심찮게 하십니다.. 이 작품을 읽다보니 그런 개인적인 과거의 경험과 패배감이 기억속으로 쑤욱 헤집고 들어오는군요, 이 작품은 대단히 장르적 취향에 기댄 느낌이 강한 연쇄살인에 대한 대단히 위험한 발상이 담긴 작품입니다.. 그리고 사이코패스의 이야기입죠, 구시키 리우의 "사형에 이르는 병"입니다..


    3. 이 작품을 읽다보면 누구든 화성 살인사건을 떠올리지 않을까 싶습니다.. 내용이나 방법들이 많이 닮았습니다.. 많은 독후감에서도 이춘재라는 사이코패스의 엽기적 살인을 다루기도 할겝니다.. 이 작품의 연쇄살인마 하이무라 야마토 역시 그런 악한 존재입니다.. 겉보기에는 전혀 사이코패스의 살인자와 다른 모습을 지닌 빵집 주인이었고 그의 살인행각이 밝혀졌음에도 주변의 시선은 도저히 믿을 수없다는 듯, 그를 옹호하는 사람들까지 있었습니다.. 그런 그가 자신의 연쇄살인으로 인한 사형선고를 받고 지금 복역중이죠, 그런 그가 평범한 대학생으로서 자신의 삶에 대한 의욕조차 가지지 못한 마사야에게 편지를 보냅니다.. 어린시절 마사야는 하이무라가 있던 빵집 근처에서 살았던 아이였죠, 그의 빵집에서 그를 만났던 시절 그가 아는 하이무라는 대단히 친근하고 편안하고 사람들에게 배려하는 존재였지만 그가 연쇄살인을 저지른 이유에 대해서 궁금했던 것입니다.. 자신에게 왜 편지를 보냈는 지, 그리고 그가 무슨 이야기를 할 것인 지, 궁금했던 마사야는 그를 찾아 교도소로 향합니다.. 그리고 하이무라가 요구한 것은 자신의 연쇄살인중에서도 자신이 저지르지 않은 하나의 사건에 대한 진실을 밝혀달라는 것입니다. 자신은 사형을 언도받고 항소를 진행하지만 연쇄살인으로 인해 사형을 당하기는 마찬가지라고 하지만 자신이 저지르지 않은 하나의 사건에 대해서는 그 진실을 밝혀내어 누명을 벗고 싶다고 말이죠, 마사야는 고민끝에 하이무라가 저지르지 않았다고 주장한 성인 여성의 살인사건에 대한 진실을 조사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조금씩 하이무라의 내면과 개인적 모습속으로 끌여 들어가게 되죠, 어린시절의 하이무라부터 현재까지의 하이무라의 모든 것을 알아나가면서 마사야는 그동안 자신을 감싸고 있었던 자괴감과 패배감에서 조금씩 벗어나기 시작하지만,,,,,,


    4. 이 소설은 연쇄살인을 저지르는 사이코패스의 이야기입니다.. 색다른 설정으로 이야기를 진행하고는 있지만 전반적으로 이루어지는 이야기는 연쇄살인을 아무렇지도 않게 저지르는 한 반사회적 인격자의 근원을 끄집어내어 사이코패스가 되는 것에 대한 사회적 영향에 대한 방향​을 잡고 있죠, 사이코패스와 살인을 아무렇지도 않게 저지르는 인간들에게 있어서 선천적 인격 형성의 부재인가, 아님 가정과 환경에서 비롯된 후천적 반사회적 인격 장애로 인한 문제점인가하는 것에 대해 집착하고 있습니다.. 시선이나 시점은 주인공인 마사야에 의해 진행되지만 모든 이야기의 중심은 사이코패스이자 연쇄살인마인 하이무라 야마토라는 인물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그의 어린시절과 살인사건이 이루어지고 그가 연쇄살인을 저지르게 된 경위를 쫓아가는 것이죠, 그리고 그로 인해 조금씩 미스터리한 자신의 신분적 내면까지 들여다보면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 사이코패스의 감정에 동조되어가는 스토리로 이어집니다.. 일본에서 요즘 일종의 장르로 취급되는 이야미스의 께름칙한 비인간적 감정 동조의 방식까지 등장하죠, 그런 의미에서 이 작품의 방식은 상당히 독특합니다.. 설정부터가 그렇죠, 연쇄살인마가 자신이 저지른 수많은 살인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저지르지 않은 하나의 사건의 진실을 어린시절 자신이 알던 한 청년에게 의뢰하고 이어지는 방식은 무척 매력적입니다.. 그리고 사건의 진실을 찾아나가면 겪게되는 인물의 심리적 변화도 무척이나 흥미롭습니다.. 이야미스 장르다보니 독자에 따라서는 거부적 감성도 이어질 수 있으리라 여겨지지만 후반부에서 이루어지는 반전의 확장성이 상당히 크고 뛰어나기 때문에 결론에 이르러서는 아주 만족스러운 매력을 가지시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5.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의 사건의 진실을 이끌어내기 위해 만들어나가는 이야기의 구조는 상당히 단순하면서도 전형적인 면이 있습니다.. 흔한 사이코패스의 과거의 발자취를 알아나가는 방식과 실질적인 살인사건의 진실을 알아나가는 구성에 있어 일반적인 재미를 제외하고 독자들의 눈을 끊임없이 잡아가는 상황적 집중감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알지 못했던 타인의 감춰진 진실을 알아가나는 즐거움에 대한 관심은 있지만 흔한 과거나 어느정도 듣거나 보면 충분히 가늠 가능한 인생의 모습이라면 어느순간 흥미가 떨어지기 마련입죠, 이 작품속에서도 하이무라라는 인물의 이야기 자체는 초반의 흥미를 넘어서는 꾸준함은 없습니다.. 그리고 소설의 중심인 연쇄살인과 다른 하나의 사건의 진실을 밝혀나가는 마사야의 진행 방식도 겉만 번드르합니다.. 물론 후반부의 반전에서 비롯된 사건의 진실과 내용에 있어서의 매력은 충분하겠지만 중반 전체를 아우르는 사건의 진행은 그닥 흥미롭지는 않습니다.. 사건보다는 하이무라의 이야기에 집중해버렸으니까요, 그렇게 해야지만 또다른 인물의 감응과 사이코패스의 사회적 영향과 이로 인해 발생한 또다른 인간적 영향력에 대한 작가의 의도가 제대로 들어날 수 있었을테니 어느정도 이해는 합니다만 결국 재미는 있고 흥미와 매력은 충분하지만 동양적 감흥의 찌릿함까지는 가져오지 못하는 아쉬움이 남는 것이죠, 쉽게 말해 그들만의 세상속에서 벌어지는 일반적이지 않은 흥미 위주의 사이코패스의 스릴러적 심리드라마라고 보는 것이 가장 좋을 듯 합니다..


    6. 소설속에서는 끊임없이 전세계에서 벌어지는 연쇄살인과 그 사이코패스의 이야기가 등장합니다.. 시대와 시간을 초월하여 끊임없이 이러한인간들은 밖으로 드러나고 사람들을 해치곤 하죠, 주기적이고 역사적으로 이러한 인물들의 사실들이 세상을 뒤흔들고 있습니다.. 우리라고 예외는 아니죠, 그 대상이 우리가 되지 않았을뿐이지, 이들은 감춰진 곳에서 사회적 관심이 없는 일반인들의 삶을 헤집고 들어와 그들을 해칩니다.. 누구도 관심을 가지지 않는 우리와 다르지않은 대중들이고 주변인들이죠, 작가는 그런 세상의 위험함과 이들의 사악함이 주는 영향을 드러내고 싶은 의도였던 것 같습니다.. 악한 존재는 악함외에는 없지만 누군가에게는 악함에 대한 또다른 공감을 가지는 것 역시 인간이라는 존재라는 것이죠, 가슴속 깊이 숨겨진 파괴적 본능의 인간의 사악함이 어떻게 발현되어지는가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한 작품입니다.. 그리고 또한 인간이기에 그런 사악함이 또 어떻게 다스려지고 어떻게 변화되어지는가도 보여주죠, 장르소설로서 주는 매력은 아주 좋습니다.. 내용이나 스토리의 측면에서도 충분한 즐거움이 있습니다.. 솔직히 서양작품이 주는 조금은 별개적 느낌의 영화적 동조가 아닌 동양의 나와 다르지 않은 감성을 가진 일본의 연쇄살인과 사이코패스의 농밀한 심리와 그 내면을 담은 이야미스 작품은 조금 꺼려지는 감성적 공감이라서 거부감이 들 수 있습니다만 작품 자체의 장르적 재미가 나쁘지 않으니 이러한 류의 장르를 좋아하시는 분들에게는 나름 즐거운 선택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적다보니 사실 결론 부분의 반전은 제법 마음에 들었던 것 같다는 생각이 지배적으로 들긴해, 땡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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