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래곤 티스
마이클 크라이튼 지음, 이원경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19년 7월
평점 :
절판


 

 

    1. 어린시절 영화라하면 웨스턴무비로 통하던 시절이었습니다.. 존 웨인의 허세스러운 걸음걸이와 셰인의 마지막 말을 타고 유유히 떠나는 모습을 바라보던 아이의 이미지와 하이눈의 게리 쿠퍼의 매력적인 중년의 남성스러움이나 무엇보다 정의로운 백인이 야만스럽고 잔인한 인디언과 맞붙어 그들은 몰아내는 멋진 서부영화에서의 매력은 머리속에서 지워지지 않았죠, 와이어트 어프가 OK목장에서 나쁜놈들을 물리치던 이야기도 새삼스럽게 떠오릅니다.. 이후 마카로니 웨스턴이라 불리우는 장고와 황야의 무법자시리즈들도 기억나구요, 여하튼 전형적인 서부영화속의 광활하고 메마른 황야를 카우보이가 먼지를 일으키며 말로 달려나가던 장면은 또래의 모든 아이들에게 선망의 대상이었죠, 그때 그시절에 6연발의 권총 한자루면 모든 것이 완벽한 시절이였습니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영화속의 무수한 장면들이 내보인 세뇌는 정말 과한 헐리우드식의 백인우월주의가 팽배했던 미국이라는 나라의 모습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모든 정의로운 보안관과 악을 처벌하는 이들은 백인이고 그것도 아주 잘난 모습의 차별화된 영웅이 등장하죠, 뭐 영화니 그럴 수 있습니다(근데 이게 함정이라능).. 그리고 이들에게 적으로 다가오는 범죄자들은 언제나 백인의 삶을 침범하는 우범자들입니다.. 초창기의 서부영화에서는 항상 인디언이 그러했죠, 어린시절 저에게 인디언은 미국사람이 사는 곳에 인디언이 해꼬지하는 모습으로밖에 보이지 않았습니다.. 잔인하고 야만스러운 모습들이었죠, 그들에게서는 일반적인 삶의 모습을 떠올리지 못했습니다.. 알아듣지도 못하는 말과 자기들만의 비명과 고함을 질러대며 아무렇지도 않게 말을 타고 활을 쏘고 칼로 머리가죽을 벗겨내던 그 극악스러운 잔인함은 아무렇지도 않게 죽어 마땅한 이들로 보였습니다..


    2. 신대륙을 발견하고 아메리카에 유럽의 사람들이 발을 들이기전 이 대륙에서는 약 150만명에 이르는 원주민이 살았다고 합니다.. 흔히 말하는 인디언들이죠, 그들의 영토에 영국의 프리머스에서 시작된 청교도 이민자들을 태운 메이플라워호가 미국에 도착한 후 인디언들은 자신들의 자리를 잃어가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20세기 초에는 30만명 정도의 종족만 유지하게 되죠, 미국의 동부에서 시작된 개척의 시대는 조금씩 그 자리를 넓혀 서부로 향합니다.. 미지의 땅인 서부까지 가는 길은 험하고 힘들었지만 그곳에는 수백년이 넘게 자리를 지키고 살아가는 원주민들이 있었죠, 그들은 자신들만의 방법으로 삶을 이어가지만 문명이라는 이유로 야만으로 몰고 잔인한 동물적 근성을 가진 위험한 이들로 치부된 인디언은 수없는 차별적 죽음을 당합니다.. 하지만 그런 과거를 미국이라는 나라는 자신들만의 방법을 이용해 합리화시키고 당연시하게 됩니다.. 그 중심에 섰던 것이 영화적 발상이고 이 발상은 제 개인적 생각으로는 2차대전의 독일의 파울 괴벨스의 대중선동정치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선동적 세뇌의 방법은 여전히 잘 적용되는 가장 기본적인 이유중 하나입니다.. 대중이 감응하는 모든 매체를 통한 우월적 의식의 공동화는 중요한 목적중 하나죠, 이러한 점은 미국이라는 나라속의 사람들에게도 자연스럽게 스며듭니다.. 과거를 이해하고 수긍하고 그들 내부의 교육을 받은 이들은 여전히 자신들의 서부개척시대에 대한 로망을 가지고 살아왔고 또 살아갈 것입니다.. 그리고 과거 힘겹게 동부에서 서부로 나아간 개척의 시대를 자화자찬하곤 하죠, 그리고 미국이라는 나라에 커다란 애정을 가지는 것이 눈에 보입니다.. 근데 사실 거대한 땅덩어리인 미국이라는 나라의 땅은 정말 대단하긴 하죠, 지구의 역사가 시작된 이래 그 어느 나라보다 자신의 땅을 잘 지키던 미국이 훼손된 것은 그렇게 오래되지 않았으니까요, 그만큼 땅속에 존재하는 수많은 과거의 흔적들은 여전히 매력적인 과학적 접근이 가능할겝니다.. 이제는 타계하신 마이클 크라이튼도 그러한 미국에서 발견된 공룡화석에 대한 이야기를 돌아가신 후에도 보여주시네요, 맞습니다.. 우리가 아는 그 '쥬라기공원'의 원작자 고 크라이튼 슨생, 이번에는 크라이튼이 타계한 후 그의 부인이 발견한 유작입니다.. 그의 초기작이라고 봐도 무방하겠습니다.. "드래곤 티스"입니다..


    3. 1870년대의 미국의 동부는 어느정도 유럽풍의 문명의 삶이 지배하는 곳이고 그의 미국의 대다수의 사람들이 생활하는 곳이었죠, 미국에 첫발을 디딘 시점에서 100년이 지난 1770년대 독립을 한 후 100여년간 동부는 비약적 발전을 하고 조금씩 서부로 향하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광활한 영토의 끝은 미지의 세계인만큼 일확천금을 꿈꾸고 철도가 이어지지 않은 곳을 아무렇지도 않게 가기란 힘들죠, 이 소설의 주인공인 월리엄 존슨은 필라델피아의 부유한 집안의 아들로 남부럽지 않은 금수저의 삶을 살아가는 말썽많은 10대후반입니다.. 그리고 예일대 학생이죠, 그런 그에게 허세스러운 내기를 건 친구때문에 유럽으로 여행을 떠나려고 한 계획을 서부로 바꿉니다.. 쉽게 떠나기에 두려움이 앞서는 서부를 가보지 못한 것을 깐족거리는 밉쌍 친구에게 선언을 해버린거죠, 인디언과 전쟁을 치루고 아무렇지도 않게 죽음이 벌어지는 곳으로 갈것이라 약속을 해버린 월리엄 존슨은 어떤 방법으로 서부로 향할까 고민중이던 중 고생물학을 담당하던 마시 교수가 과거 공룡의 화석을 발굴하기 위해 콜로라도로 향한다는 소식을 듣고 그를 찾아가 요청을 합니다.. 그리고 사진기술을 배워오라는 그의 요구에 따라 사진을 배워 마시교수의 일원으로 공룡화석 발굴을 위해 기차에 오르죠, 하지만 마시 교수에겐 그의 운명의 라이벌이 있었으니 그는 필라델피아 대학에서 고생물학을 연구하고 가르치는 코프 교수였습니다.. 코프 교수 역시 마시와 마찬가지로 공룡화석을 발굴하기 위해 떠나는 시점이었고 이들은 서로 경쟁하며 서로를 의심하고 배척하는 사이였습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 월리엄이 스파이로 의심을 받고 서부로 향하던 중 홀로 남겨지게 되는데,,,,


    4. 푸석푸석한 흙먼지 냄새가 책을 통해서 코로 전해지는 작품입니다.. 과거 토요일마다 보여지던 웨스턴 무비속의 광활한 미국의 메마른 중부와 서부의 영토속에서 갈증나리만큼 건조한 이미지가 작품속에서도 끊임없이 드러나죠, 게다가 그 푸석한 흙을 파내고 털어내어 그 속에 잠들어있는 고대의 거대한 지구를 지배하던 파충류의 종을 세상밖으로 숨쉬게 한다는 이야기는 무척이나 매력적입니다.. 게다가 1870년 중반의 미국의 중서부는 인디언과 금을 찾아 떠도는 무적자들의 골드러시의 시대였죠, 온갖 혼란과 욕망이 가득한 시대적 상황이 주는 긴장감이 이 작품의 의도와 적절하게 맞아 떨어집니다.. 그 시대의 미국의 중서부는 대단히 험악하고 야만스러운 곳이었죠, 아무렇지도 않게 서로를 째려보고 마음에 안들면 나와, 하고 나서서 스무발 걷다가 빵야,하고 죽거나 죽이거나 하던 참으로 미개한 시대였으니까요, 이 작품속에서도 그런 이야기는 아무렇지도 않게 등장합니다.. 야만스러운 인디언을 피해 달아나고 죽음을 당하고 범죄자들과 자신들을 속이는 인간들의 혼란속에서 끝까지 자신을 지켜내고 그가 선택한 삶의 의지를 보여주려는 모습은 흔한 웨스턴 무비의 영웅처럼 느껴지기까지 합니다.. 그리고 이 작품속에서는 서부의 이야기속에 그때만해도 흔하지 않은 공룡의 세상을 살며시 드러내죠, 아직 이름조차 지어지지 못하고 땅속에 잠들어있던 과거의 뼈들이 흙먼지를 털어내고 역사의 중심으로 숨을 내뱉는 이야기는 실존 인물인 마시와 코프라는 고생물학 교수의 이야기속에서 대단히 흥미진진하게 펼쳐집니다.. 이들의 경쟁적 스토리는 역사속에서도 치열하게 다투었다고 합니다.. 허구와 역사가 뒤섞인 이야기의 진행은 시대적 인물들의 출연들로 독자들로서는 흥미로울 수 밖에 없습니다.. 서부영화의 홍수속에서 살아온 저로서는 와이어트 어프나 와일드 빌 히콕과 잔인한 인디언 수족과 기병대가 전투를 벌였던 리틀 빅혼 전투를 어린시절 끝없이 눈으로 봐왔기에 그 이야기가 옳든 그르든 이 작품 역시 과거의 즐거움이 되살아나게 되더군요,


    5. 이 작품 '드래곤 티스'는 제목의 의도와는 다르게 서부영화의 컵셉을 따라갑니다.. 그 설정속에서 중심이 되는 스토리라인이 공룡화석을 발굴하는 이야기인셈이죠, 초창기의 습작처럼 공룡의 과학적 지식이 쥬리기공원처럼 집요하게 독자들에게 스며들지 않고 단순한 설정적 소재로 적용된 것으로 보아 이로 인해 마이클 크라이튼은 끊임없이 공룡이라는 지구의 한시대대를 정복했던 파충류의 이야기에 조금씩 접근해나가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래서 이 작품은 흔한, 우리가 익히 경험한 마이클 크라이튼의 소설적 스타일과는 조금 다른 느낌입니다.. 저만 그런지는 모르지만 재미는 있으되 아마추어적 느낌이 지배적이라는 것이죠, 이야기는 충분히 매력적이고 재미지지만 그가 설정한 주제로 보이는 '드래곤 티스'에 대한 이야기는 아니라는 것, 아마도 작가의 사후에 발견된 유작인만큼 초창기의 습작의 모양새로 서부적 스토리속에 하나의 모티프로 등장시킨 공룡 화석을 발견해나가는 인물적 구도이다보니 그의 대표작인 '쥬라기 공원'을 끌어들인게 아닌가 싶습니다.. 고로 조금은 그런 의도로 인해 작품을 대하게 되면 실망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작품은 제가 말씀드린 어린시절 제가 보고 자랐던 서부영화적 이미지와 상상과 그렇게 다르지 않습니다. 일종의 백인 특유의 우월주의적 시선과 편협한 관점은 조금은 세계적 작가로 떠오르기전의 흔한 대중작가처럼 보이더군요, 그래서 스토리는 즐겁지만 내용은 깊게 고민하고 볼 것이 없습니다.. 특히나 이 작품의 실존 인물로서 설정의 중심이 되는 마시와 코프라는 고생물학의 대가이자 공룡학의 대표학자인 이들의 이야기는 초반의 이야기와 달리 중반을 넘어서면서 힘이 딸리고 흐지부지 사라져버리죠, 후반부는 오롯이 월리엄이라는 주인공의 이야기와 그가 생존하고 끝까지 지켜내는 새롭게 발견된 공룡 이빨을 중심으로한 메마른 서부의 버려진 도시에서의 생존극을 다루니만큼 큰 의미부여가 없어보입디다..


    6. 이 작품은 긴장감도 넘치고 스토리상으로 과거 제가 어린 시절 접한 서부영화속의 두근거림이 가득한 스릴러소설입니다.. 아무것도 모르고 무지한 어린 젊은이가 미지의 세상으로 나가가 성장하는 스토리는 언제나 매력적이죠, 그것도 혼란의 미국의 서부개척시대속의 공룡화석 찾기라니 이 얼마나 흥미롭습니까, 모든 것이 정제되고 사회적 규범과 문명이 가득한 미국 동부의 사회속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총질을 해대고 야만스러운 죽음이 난무한 세상속에서 자신을 지켜내는 이야기니 읽는동안 즐겁기 그지없습니다.. 집중이 잘되다보니 금새 읽게 되더군요, 허나 남는 것은 없습니다.. 가벼운 대중소설의 맛으로만 느끼기에 충분한 작품입니다.. 재미진 작품이지만 '쥬라기공원'을 상상하고 선택하시면 조금 실망스러운 선택이 되실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감안하시고 더이상 만나볼 수 없는 마이클 크라이튼의 유작이었다는 점과 무엇보다 그가 작가로서 발돋움하고 세상에 알려지기 전 일종의 데뷔작처럼 신선하고 조금은 허술한 과학적 접근의 방식과 구성은 오히려 그가 세계적 작가가 되기까지의 모습을 떠올릴 수 있어보여서 개인적으로는 오히려 반갑더군요, 많은 아쉬움을 주고 떠나신 작가이시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롭게 독자들에게 선보여진 그의 초창기의 작품을 통해 더이상은 볼 수 없을 그의 신작에 대한 안타까움을 풉니다.. 혹시라도 크라이튼을 사랑하시고 그가 보여준 오락만점의 스릴러소설의 미력과 과학적 접근과 미래적 상상이 가득한 세상을 떠올리면서 그가 보여주는 대중적 즐거움이 궁금하시면 아쉬우나마 이 작품을 읽어보셔도 좋으실 듯 합니다.. 물론 그러려니하는 마인드도 함께요, 땡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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