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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A
고바야시 히로키 지음, 김은모 옮김 / 현대문학 / 2019년 6월
평점 :
1. 이 세상을 살아가는 모든 생물은 자신만의 아이를 잉태하여 사랑으로 키우고 살아가는 것이 자연의 섭리이겠죠, 가장 근원적인 생물의 진화적 역사가 아니겠습니까, 잘은 모르지만 그게 우리가 생존하고 삶을 이어가는 이유라는 생각이 듭니다.. 40억년 이상의 나이를 먹은 지구에서 잉태된 모든 생명들은 그렇게 자신을 닮은 아이들을 남겨두고 떠납니다.. 하지만 고작 300만년도 채 되지 않은 인류라는 종족이 지구에서 생존함에 있어서 만들어낸 역사는 참으로 기형적일 수 밖에 없습니다.. 실제로 지금의 인류처럼 머리속에 뭔가 생각을 하기 시작한 호모 사피엔스가 나타난지는 약20만년 정도라하니 더 황당하기 그지없습니다.. 이렇게 인류는 그기간동안 자연을 따르면서도 거스르는 삶을 살아왔습니다.. 그리고 인류는 자신들의 삶과 자신의 이기적 욕망을 아무렇지도 않게 드러내며 이를 합리화하려는 거짓된 속성과 욕망과 의도로 신을 찾죠, 신으로 인해 만들어진 인류는 신의 모습을 따라 그들이 창조한 세상은 잔혹하기 그지없다는 것을 스스로 내보입니다.. 그렇게 하지 않고는 인간들은 자신들이 저지르고 살아온 수많은 인류의 역사의 모순적 민낯을 쪽팔려서 드러낼 수 없는 것이죠, 인간은 그런 존재입니다.. 이 세상을 살아가는 생물중에서 가장 잔혹하고 가장 이기적이고 무엇보다 가장 이율배반적인 존재들이죠, 그럼에도 인류는 사라지지 않습니다.. 수십만년동안 소멸되어도 무방할 정도의 잔혹함을 견뎌온 인류지만 왜 이토록 끈질기게 스스로를 지켜내고 살아가는 것일까요, 아무래도 자기반성이라는 또다른 자아가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2. 물론 앞서 끼적댄 이야기는 오롯이 저 개인적인 편향적 생각이라는 점을 이해하시고 거부감이 드시면 넘기시면 됩니다.. 많은 이들이 왜 그렇게 잔혹하고 잔인하고 지저분하고 무섭고 공포스러운 이야기들만 읽느냐, 좋은 자기계발이나 감성적인 에세이나 삶에 도움이 되고 감정적으로 편안한 작품을 읽지 않느냐, 혹여라도 아이들이 당신이 읽는 책에 손을 대거나 그러면 걱정되지 않느냐, 그런 책을 많이 읽으면 생활하는데 화나 분노를 주체못하거나 어려움을 겪을 지도 모리지 않느냐, 근데 말입니다, 제가 읽고 제가 탐닉하는 잔인하고 선정적이고 자극적이고 잔혹한 전혀 값어치가 없는 대중소설보다 당신네들이 끊임없이 감정몰입하고 빠져드는 TV드라마나 뉴스에서 하루에서 수십번씩 등장하는 우리네 주변의 이야기는 어떠하나요, 아무렇지도 않게 폭력을 가하고 욕짓거리를 모멸감이 뚝뚝 떨어지게 쏟아내는 가부장적 어른들의 꼰대짓, 막장으로 치닫는 치정극의 감정소모에 대해서는 그냥 즐기면서 인간의 잔혹한 이중적 잣대를 들이대는 우리네 삶은 참으로 아이러니합니다.. 겉과 속이 다를 수 밖에 없는 인간의 이중적 속성이기 때문에 우린 인간을 알지 못합니다.. 수없이 많은 아이들이 버려지고 수없이 많은 아이들이 가정폭력에 고통받고 수없이 많은 아이들이 이 순간에도 소외당한체 세상을 살아가고 있지만 우린 여전히 자신밖에 돌아보지 못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아니 우리는 여전히 희망을 가집니다.. 어떠한 방법이건 우린 우리 스스로를 되돌아볼 수 있는 자아가 있으니까요, 그런 자아를 전 어줍잖게도 남들이 말하는 자극적이고 선정적이고 지저분한 대중소설에서 만나곤 합니다.. 그렇다고 이번에 읽은 작품이 그렇다는건 아닙니다.. 이 작품은 대단히 매력적인 짧은 중편같은 작품이지만 많은 생각을 안겨주는 작품이었습니다.. 고바야시 히로키라는 아직은 젊은 작가의 뛰어난 작품 "Q&A"입니다..
3. 오랜기간 사람이 살지않는 폐허가 된 연립주택에서 한 성인남자가 살해됩니다.. K경감은 사건의 현장에서 발견된 사체의 모습속에서 죽음을 당한 남자가 전혀 고통스럽지 않게 살해당한 모습에 대한 이야기를 감식관 G에게 듣습니다.. 기이한 현장의 모습속에서 G는 자신이 발견한 의문의 노트를 K에게 건넵니다.. 사건과 관련된 이야기와 단서를 노트에서 찾을 수 있기를 바라면서 G는 외국어로 쓰여진 노트를 K에게 통역을 부탁하며 경찰서로 가는 길에 내용을 확인해보고자 합니다.. 노트는 Q&A라는 제목을 단 체 담백하게 과거의 이야기를 끄집어 냅니다.. 첫장에서 Q는 세상은 무엇으로 구성이 되어 있는가,라는 질문을 내놓죠, A가 답을 해야되지만 이야기는 과거의 한 아이의 일기로 넘어갑니다.. 그리고 과거의 한 시점에 버려진 체 성당에 모인 아이들의 이야기로 시작을 하죠, 자신을 버린 부모들이 누구인 지, 무엇보다 자신들이 누구인 지 알지 못하는 아이들은 세상에 자신들의 실체가 있는 지 조차 의심을 합니다.. 아이들은 자신들의 이름도 부여받지 못한 체 숫자로만 불리어지죠, 어느날 아이들은 성당 밖에서 부모의 손을 잡고 행복하게 걸어가며 웃음을 터트리는 한 아이를 보며 자신들에게 주어지지 못한 행복의 근원에 대한 증오를 느낍니다.. 그리고 자신들의 증오의 잔혹함을 드러내죠, 세상에 아무렇지도 않게 내버려진 자신들에게 주어진 잔혹함과 자신들이 느낀 증오에 대한 잔혹함을 당한 타인을 보면서 세상은 끝없는 잔혹함의 연속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합니다.. 그럼 이 잔혹함이 지금 발견된 성인남자의 살인사건과 연결이 되는 것일까요, 조금씩 이유가 드러날때쯤 진실은 또다른,,,,
4. 아휴, 상당히 짧은 중편입니다만 내용이 대단히 찰집니다.. 하나의 범죄사건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실제 이야기는 노트에 담긴 과거의 진실입죠, 한 아이의 삶과 인생을 담아낸 짧디 짧은 노트속의 삶은 이 작품이 주는 모든 것입니다.. 내용 역시 그렇게 길지 않음에도 문장과 이야기의 행간속에 담긴 감성이나 인간이기에 공감가능한 철학적 의도가 무척이나 강하게 와닿는 것이죠, 그렇다고 막 어렵고 고민스러운 철학적 질문들이 아니라 우리네 인생살이의 가장 근접한 삶의 잔혹함을 다룬 작가의 스토리 구성은 아주 매력적입니다.. 무엇보다 작가는 노트라는 매개속에서 등장하는 인물이 그려내는 삶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툭툭 던집니다.. 처음이 살인사건의 중심이 노트로 모든 것이 옮겨가버리는거죠, 아주 단순한 살해된 남자는 누구인가, 그리고 그 이유는 무엇인가라는 직접적인 추리적 의문만 가지고 독자들은 작품속의 또다른 진실의 노트에 집중하게 됩니다.. 특히나 후반부로 넘어가면서 펼쳐지는 진실의 장은 아주 아주 긴장감과 집중도가 꽉 찬 느낌이 들었습니다.. 한 문장을 읽어내려가며 느껴지는 또다른 인간의 내면적 부조리의 아픔과 고통에 대한 작가의 철학적 질문은 충분히 어려울만함에도 불구하고 자연스럽게 머리속으로 스며듭니다.. 잘난 체, 똑똑한 체, 철학이 무어니, 사상이 무어니, 인간의 근원적 모순이 어떠하니,, 이런 이야기를 하지 않습니다.. 작가는 아주 영리하게도 스토리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통해 자신이 의도한 세상속 인간의 이중성과 잔혹함을 흔한 공감으로 끄집어냅니다.. 또한 작가는 그의 이야기속에서 자신만의 답을 드러내놓지도 않습니다.. 이 작품을 보며 생각하는 독자의 공감은 여러가지일테니까요, 하지만 대다수의 독자는 작가가 무얼 의도했든 그의 작품속 인간의 아픔과 고통과 소외와 잔혹함에 대한 충분한 대중적 공감을 발견하리라 생각됩니다..
5. 이 작품속의 인물들은 대체적으로 이름을 부여받지 못합니다.. 영어의 이니셜로 불리거나 기호나 숫자로도 불리우죠, 아마 작가가 의도한 방법론이겠지만 오히려 이런 구성으로 인해 독자들은 조금 더 객관적인 시선으로 작품을 바라볼 수 있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물론 작가의 의도적인 인물적 명이 후반에 등장하는 반전에서도 충분한 설득력을 가지는 것도 한 목적이긴 하겠죠, 단순한 질문과 답을 제시한 노트로서의 'Q&A'의 의도와 또다른 이면의 명칭으로 등장하는 이중성은 작품이 주는 또다른 매력중 하나라봐도 무방하겠습니다.. 허나 이러한 작품적 구성과 방법론으로 인해 독자는 작가가 인간의 이중성과 세상의 잔혹함을 그려내는 철학적 질문에 대한 인간의 이중적 모습이 주는 묘사에 있어서 조금 혼란스러울 수 있는 단점이 있습니다.. 노트속에서의 글쓴이의 주체에 들어선 작가의 시점과 의도에 대해 아무래도 인간의 내면과 세상의 이면적 충돌을 다루다보니 조금은 어려울 수 있는 철학적 물음이 생길 가능성도 있으니까요, 게다가 소설의 시작점인 범죄사건과 관련된 살인에 대한 부분과 그 해결점에 있어서 독자로서 조금은 허술함을 느낄 수 밖에 없었습니다.. 물론 결말부의 작가적 방법론은 이 작품이 주는 모든 해결적 측면을 이끌어내긴 했지만 무엇보다 추리스릴러독자로서의 결말은 아쉬움이 남습니다.. 모든 답은 Q&A속에 있으니까요,
6. 200페이지 가량의 작품인데다 소설의 판형도 손안에 잡힙니다.. 중편소설입죠, 하지만 대단히 매력적이고 느낌이 좋은 작품이라는 점은 확실합니다.. 뒤에 계신 분이 우리 어머니가 확실하듯이 말입니다.. 비록 내 어머니가 아니더라도 내가 느낀 어머니의 감성은 진짜 어머니마냥 가슴속에 확실히 살아납니다.. 인간의 본연의 극악한 삶의 잔혹성을 그 대상이 된 버려진 아이를 통해 담담하게 그려내는 이야기는 독자들이 공감하고 감정을 이입하고 들여다보기에 부족함이 없습니다.. 게다가 사건의 내막을 알아가는 즐거움도 한몫을 하죠, 중간중간 사건을 담당하는 형사가 느끼는 감정선 또한 독자들과 다를 바 없기 때문에 소설속 형사가 바로 대중 그 자체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작가인 고바야시 히로키라는 인물은 이제 갓 20세를 넘긴 젊은 작가임에도 그가 그려낸 작품속의 인간의 내면과 철학적 물음은 대단히 뛰어납니다.. 또한 작가의 의도로 명명된 인물들의 이름들 또한 작가가 의도한 세상속에서 인식이 제대로 되지 못한 인물들의 모습과 중심이 되지 못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만드는 방법론으로 대단히 영리한 포석이 아닌가 싶었습니다.. 게다가 짧지만 생각할 거리를 많이 남겨주는 방법은 독자로서 큰 점수를 줄 수 밖에 없죠, 어려운 이야기를 쉽게 풀어내며 그 이야기속에 담겨진 인간의 내면과 그 이중적 속성에 대한 처절함을 아직 세상의 많은 부분을 경험해보지 않은 젊은 작가에게서 느낀다는 점은 대단히 만족스럽습니다.. 어리다고 놀리지말아요, 맞습니다.. 어설프게 나이나 먹은 저같은 어른보다는 제대로 세상을 바라보는 뛰어난 젊은이가 열배 더 낫습니다.. 작가의 다음 작품을 필히 기대하겠습니다.. 고바야시 히로키, 기억해두겠습니다.. 땡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