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한 나의 집 모중석 스릴러 클럽 46
정 윤 지음, 최필원 옮김 / 비채 / 2019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 아이들은 불안해합니다.. 아니 두려워한다는게 더 적확한 표현이겠죠, 어쩔 수 없이 아이들은 부모들의 눈치를 봅니다.. 혹시라도 자신들이 혼날까봐, 혹시라도 자신때문에 부모들이 싸우는 것일까봐, 혹시라도 자신들이 버려질까봐, 아이들은 부모없이는 혼자서 살 수가 없죠, 아버지가 한번씩 내지르는 윽박에, 어머니가 항상 꾸짖는 잔소리에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부모들의 돌봄에 적응하며 살아갑니다.. 다들 스스로의 자아가 어느정도 형성될때까지 말이죠, 모든 부모들이 자식들의 눈높이를 잘 이해해주고 포용해주면 얼마나 좋겠습니까만 세상 부모들의 양육의 삶이 다 그렇게 되진 못하죠, 제각각일겝니다.. 좋은 부모가 되기 위해 노력하겠지만 쉽진않죠, 하지만 아이들은 한결같이 좋은 부모를 원하죠, 그리고 아이들은 좋은 엄마, 아빠를 바라며 부모의 의도에 따라 그들의 요구와 사랑과 훈육을 배우고 익히고 착한 아이가 되고자 합니다.. 자신들의 부모가 옳고 그름은 상관이 없습니다.. 단지 부모에게 인정받고 이해받고 사랑받는 아이라는 것 하나만으로 충분하니까요, 하지만 부모들은 그렇지 않죠, 자신이 옳고 그름은 누구보다 스스로 잘 알고 있습니다.. 아이들에게 자신들의 훈육방식이 어떠하다는 것 역시 스스로 가장 잘 인식하죠, 하지만 부모들은 자신의 아이들에게 행하는 모든 양육의 방식에 있어 대단히 이기적입니다.. 어떻게 보면 가장 비이성적 합리화를 하는 부분 역시 아이들을 양육함에 있어 자신들이 행하는 행동이 아닐까 합니다.. 누가 뭐래든 자신들의 아이들이니까요, 그들에게 아이는 자신들처럼 되길 원하는 이기적 욕망과 자신들처럼 되길 원치않는 감성적 이성이 뒤섞여있죠, 어린시절 부모에게서 상처를 받은 아이들은 자신들의 아이에게 있어 행하는 모든 훈육에 자신의 과거를 투영하곤 합니다..


    2. 자신은 과거 자신의 부모들이 자신에게 했던 훈육을 거부하고 자신의 아이에게는 보다 자유롭고 그들의 눈높이에 맞춰 살게끔 노력하곤 하죠, 하지만 과거 자신이 배우고 부모들이 가르쳤던 훈육의 방식은 어쩔 수 없이 감정적이나 습관적으로 드러나게 됩니다.. 그러지않으려하지만 그것 역시 쉽지않죠, 또다시 부모가 된 아이들은 자신들만의 비이성적 합리화로 아이들에게 자신만의 양육방식을 강요하곤 합니다.. 특히나 외국과 다른 가부장적 강요의 남아선호사상이 강한 과거의 우리나라의 삶의 모순은 현시대를 살아가는 많은 이들의 삶의 과도기를 가지고 있다는 생각 역시 듭니다.. 많이 변하고 많이 깨우치고 많이 배우는 부모들이 이 시대를 조금씩 바꿔나가고 우리의 아이들이 삶이 보다 자유로워지고 있는 상황이 개인적으로는 저 스스로도 과거의 부모세대에게서 배운 삶의 방식이 지금의 아이들에게는 통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바꿀려고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만, 누구의 말처럼 나이가 들수록 아버지를 닮아간다는 말이 주는 따끔한 질책은 저에게 많은 고민거리는 남기곤 하죠, 좋은 아부지, 존경하는 아부지지만 닮고 싶지 않은 아부지의 모습이 때론 저에게서 보여진면이 있다는 것을 제 스스로 알고 있으니 그렇습니다.. 하지만 가장 고마운 것중에 하나는 어린시절 전 부모님에게서 극단적인 정신적, 육체적 폭력을 겪지는 않았습니다.. 과거 제 어린시절 수많은 이웃집에서 들려오던 가정폭력의 모습들이 그시절에는 아무렇지도 않게 모두 쉬쉬하면서 그러려니 했던 시대였다면, 지금은 과연 세상의 집들이 대체적으로 안전할까요, 재미작가이십니다.. 정윤이라는 작가님이신데 한국적 양육의 방식속에서 자란 미국이라는 세상속에 놓인 한인가족의 이야기를 대단히 현실적이면서도 긴장감 넘치게 그려낸 "안전한 나의 집"이라는 작품입니다..


    3. 나름 중산층의 틀을 유지하고 살아가는 경과 질리언은 어렵게 대출로 마련한 집을 내놓습니다.. 집을 유지하기에 들어가는 이자와 생활비를 감당하지 못하기 때문입죠, 나름 지역의 대학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경에게도 현재의 삶이 쉽지않습니다.. 아직 어린 이선은 경이 바라보기에 늘 칭얼대고 자신이 원하는 것만 찾는 이기적 욕망덩어리로만 보여지죠, 자신이 과거 부모에게서 듣고 배우고 틀에 갇혀 자라온 모습과는 다르게 이선은 산만하기 그지없습니다.. 하지만 질리언을 통해 현실을 통해 경은 자신의 아이의 삶에 있어 많은 것을 배우고 살아가려합니다.. 하지만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그는 자신의 부모인 진과 매에게서 어떠한 도움도 받지  않으려하죠, 가능하면 그들과 부딪히지 않으려합니다.. 그러던 중 집을 보려온 부동산 중개업자와 함께 자신의 집으로 다가오는 알몸의 상처투성이의 여성을 보게 되죠, 자신의 어머니인 매였습니다.. 그녀를 본 순간 과거의 기억이 되살아나며 자신의 아버지를 떠올리던 경은 그런 상황이 아님을 깨닫습니다.. 구급차를 부르고 정신이 나가버린 어머니를 병원으로 모시고 간 경은 경찰인 자신의 장인 코니와 함께 아버지의 집으로 향합니다.. 그리고 발견한 아버지의 모습과 집내부에서는 엄청난 범죄가 발생한 사실이 드러납니다.. 강도가 침입한 후 자신의 부모님과 가정부까지 유린하며 무차별 폭행을 가했던 것이죠, 그리고 한 남자가 죽은 체 발견됩니다.. 경이 맞닥뜨린 현 상황속에서 그가 살아온 모든 인생의 중심이 무너져내리기 시작합니다.. 그동안 지탱해온 그의 의지는 이제부터 조금씩 그의 기억속에서 그를 잠식하기 시작합니다.. 미국이라는 사회속에서 일반적이지 않은 한인가정의 힘겨운 삶의 내면과 그들의 이야기, 경을 통해서 우린 그 삶의 일부를 느낄 수 있습니다..


    4. 겉으로 보여지기에는 어느것 하나 부족할께 없어 보이는 미국이민사회속에서도 성공한 한인가정의 모습, 하지만 그 내면속에 잠재된 폭력과 애증의 골이 쌓인 외로운 삶, 쉽지 않은 삶의 울타리속에서 자신속에 꼭꼭 갇혀서 어디에서도 풀지 못하는 혼란한 정신적 고통을 감내하며 살아가는 나와 다른 삶이 지배하는 곳에서의 생활, 많은 것을 느낄 수 있는 작품입니다.. 또한 수많은 다큐나 영화적 이야기속에서 생경한 세상속에 놓여진 우리의 삶을 살아가는 사회적 아웃사이더들같은 이민자들의 애환을 느낄 수 있는 이야기이기도 하죠, 이 작품은 그런 세상속에서 서양인들이 가지는 인식과 동양인, 그중에서도 한인으로서 살아가는 조금은 답답하고 자유롭지 못한 가정적 틀속에서 살아온 이들의 모순적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무엇이 옳고 그름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가족이란 동서양을 떠나 크게 다르지 않으니까요, 단지 한 가정의 부모로서 자식으로서 행하는 모든 정신적 고통이 얼마나 오랫동안 그들을 잠식하고 고통으로 떨어지게 만드는 지가 중요한 것 같습니다.. 이 작품은 가정폭력이 주는 대단히 극단적인 상황에서 비롯된 현실적 고통을 아주 섬세하고 사실적인 심리적 묘사를 한국적 감성으로 미국이라는 사회의 외부적 배경속에 대비적으로 그려내는 영악함을 보여줍니다.. 독자들은 이점때문에 상당히 집중하고 감정적 공유를 이어나가죠, 또한 상황이 주는 반전적 요소들이 이끌어내는 가독성은 좁은 시선의 한인가정의 내면과 함께 미국이라는 사회의 범죄적 심각성도 잘 끄집어내어 작품적 구성도 매끄러워 잘 읽힙니다..


    5. 이 작품은 경이라는 인물의 시선에 따라 상황들이 이어집니다.. 그의 심리와 시점과 이야기속에서 주변의 인물들의 삶과 기억과 상황들이 드러나는 방식이죠, 그렇다보니 독자로서는 경의 심리와 그의 의도에 집중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가 보여주는 상황적 심리와 내면은 현실적인 면이 두드러집니다.. 하지만 한국 독자의 감성과는 조금 괴리감이 드는 과한 설정적 심리가 자주 등장합니다.. 미국이라는 사회속에서의 한인의 삶이라는걸 체감하지 못하는 것일지도 모를 일입니다만 작품속의 경의 행동이나 그에게서 드러나는 과한 심리적 압박이나 극단적 행동은 감정이입이 깨지는 갑갑함이 있었습니다.. 게다가 한국이라는 사회속에서 살아온 저로서는 경이라는 인물의 과거와 그에게 쏟아진 가정내의 폭력의 행위와 비교해서 현실의 주인공이 내비치는 극단적 심리적 강박은 쉽게 감응하질 못했습니다.. 현실적인 범죄적 상황 이후의 삶이 피폐해지고 누구 하나 고통스럽지 않은 인물이 없음에도 가장 직접적 당사자들의 입장을 공유하기 보다는 그 상황에서 터져버린 과거의 기억속에서 혼란스러워하는 주인공의 이야기에 중점을 맞추다보니 이해하고 위로는 하되 완벽한 공감을 이끌어내기에는 개인적인 독서적 취향에서는 조금 부족한 면이 있지 않았나 싶다는게지요, 소설속의 경의 한인가정속에서 벌어졌던 폭력적 기억이 현재의 비극적 아픔으로 극단적인 내면의 고통으로 드러나기에는 제 개인적으로는 그 가족의 이야기가 그렇게 극단적으로 치닫는 느낌을 받지는 못했다는 것이죠, 만약 현실적 이야기를 이끌어내기 위해 과거의 삶을 끄집어내려면 조금 더 자극적이고 극단적인 가정적 고통을 제시하는게 더 좋았지 않을까 싶어서 그렇습니다..


    6. 작품속의 현실적 이야기와 그들의 삶을 끄집어내기 위해 발생하는 범죄적 상황등이 주는 작품적 매력은 아주 뛰어납니다.. 이로 인해 전혀 드러나지 않았던 개인적 삶의 내면과 이웃의 치부가 반전처럼 수시로 독자들에게 드러나는 방식은 작가가 의도한 사회적 이슈와 현실적 문제에 대한 비판적 관점외에 대중적 즐거움의 스릴러적 감성까지 잘 묶어서 독자들에게 어필하는 면이 있습니다.. 특히나 중반부를 넘어서서 대단히 드라마틱하게 펼쳐지는 상황적 이야기와 진행방향은 독자들에게 아주 큰 매력으로 다가오며 후반부의 결말에서는 독자들이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작가의 문장적 힘이 가득합니다.. 좋은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작가가 겪었든, 주변에서 경험했든, 또는 작품적 설정이든 상관이 없이 한인작가로서 그들의 삶속에서 힘겹게 살아가는 외로운 한인들의 아픔을 그려내는 작가적 의도는 충분히 현실적이긴 했죠,  특히나 애초에 국내 독자들보다는 미국이라는 사회라는 배경속에 살아가는 미국인이 더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방식으로 그려진 작품이니 오히려 그들의 감정이입과 공감이 더 중점이 되었을 가능성이 큽니다.. 하지만 역시나 세계 어느곳에서 한국인의 내면과 그 감정적 심리는 쉽게 변하지않고 아픔이든 사랑이든 끈끈한 가족애든 공유하는 이웃이든 참 한결같다는 생각이 들게끔 현실적인 공감을 이끌어낸 작가의 경험이 잘 살아난 이야기적 구성은 독자로서 충분히 공유하기에 부족함이 없었고 개인적으로는 이 작품속에서 보여준 인물들의 내면적 심리와 상황적 범죄의 요소들을 중심으로 한인과 무관한 범죄스릴러소설로 한번 도전해보시면 상당히 매력적인 작품이 나오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잠시 들었습니다.. 아님 말고, 생각보다 서양의 한인사회를 다룬 작품이 국내에 많이 소개되지 않은 것 같은데 이번 기회에 이런 작품으로 한번 경험해보셔도 좋을 듯 싶습니다.. 땡끝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