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미션 - 죽어야 하는 남자들
야쿠마루 가쿠 지음, 민경욱 옮김 / 크로스로드 / 2019년 7월
평점 :
절판


 

 

    1. 시한부, 인간은 누구나 시한부 인생이죠, 죽을 날이 정해지지 않긴했지만 불멸은 없습니다.. 언제, 어떻게, 어디에서 죽음을 맞이할 지 모릅니다.. 그렇기에 인간은 삶에 집착하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특히나 가진게 많고 원하는게 많고 자신에 대한 애착이 누구보다 강한 사람이라면 자신의 시한부 인생에 대한 욕심이 자꾸만 생길 지도 모를 일이죠, 사실 또 안그런 사람이 얼마나 있겠습니까만, 하여튼 자신의 삶에 대한 애착은 자신의 시한부의 삶속에서 남겨두는 것에 대한 모든 것에 대한 일종의 그리움과 두려움과 고마움과 애틋함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제가 제 독후감에서 씨잘데기없이 자주 남기는 말중에서도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하곤 하죠, 솔직힌 죽는다는 것에 대한 고민을 해본 적은 아직 없습니다.. 여전히 남겨두고 가는 것에 대한 애틋함은 있을지언정 굳이 죽음이 닥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아직 생각해보질 못했습니다.. 닥치지않아서 그렇겠죠, 그런 상황이 나와는 별개의 세상이라고 스스로 최면을 걸어서 그럴지도 모를 일입니다.. 하지만 생각을 해보곤 합니다.. 나이가 나이이니만큼 이제는 연로하신 부모님이나 저의 삶의 끝자락에 대해 혼자 가만히 떠올려보는 것이죠, 그럴 시간이 되면, 그렇게 어른들을 보내고 내가 남겨지면, 그리고 내가 떠나고 나의 가족들이 남겨지면 어떨까하는 생각 말입니다.. 그런데 참 못땐 생각이 듭디다.. 여전히 어른들의 끝을 대하는 아들로서의 저의 마음과 저의 끝을 대하는 아버지로서의 자식들에 대한 저의 마음이 달라요, 불효죠,


    2. 현실적 삶의 시계의 여유가 많이 남지 않은 부모님의 남은 삶 동안 제가 최선을 다해 챙겨드려야함에도 불구하고 전 제가 떠나는 비현실적 시계의 삶을 미리 계산하면서 내가 가기전에 나의 아이에게 최선을 다해야겠다는 대단히 불효막심한 생각을 더 하는 것 같아요, 참 못땠죠, 나를 나아준 부모의 삶에 대해 자식으로서 가져야되는 생각보다 내가 낳은 아이의 삶에 대한 부모로서의 생각이 앞서니까요, 내 아이의 미열에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찬물에 적신 수건을 머리에 올리면서 수없이 절뚝거리시며 아이를 봐주시러 버스를 타고 매일같이 집으로 오시는 어머니의 무릎에 대해서는 왜 이렇게 모른척하며 살아가는가,, 있을때 잘해, 후회하지 말고라는 대중가요의 노래 가사처럼 과연 나의 삶에서 있어서 가장 중요한 무엇인가가 무엇인 지 한번 생각해 볼 필요는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작품입니다.. 물론 내용은 제가 고민하는 것과는 아주 다른 연쇄살인마와 그를 쫓는 형사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입죠, 작가는 일본의 야쿠마루 가쿠입니다.. 제가 좋아하는 작가입니다.. 사회파적 감성속에서 대중이 공감하고 동조할 수있는 가장 기본적인 사회적 정서를 작품속에 너무나 잘 접목시키는 작가분들중 한명이시죠, 이번에는 대척점에 있는 살인마와 형사의 삶이 시한부라는 설정에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그리고 그들에게 남은 삶의 미션이 주어지죠, "데스미션"입니다..


    3. 야마구치 스미노는 힘든 결혼생활을 정리하고 다시 도쿄로 돌아옵니다.. 그리고 우연히 만난 대학 동창들과 만나게 되죠, 그곳에서 과거 자신의 첫사랑이자 어린시절 함께 했던 사카키 신이치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그렇게 다시금 사카키와 스미노는 재회를 하게 되죠, 사카키는 대학 졸업 후 금융업에 종사하면서 주식으로 큰 돈을 벌어 젊은 나이에 부유한 삶을 즐기며 살아갑니다.. 하지만 그에게는 어디에도 드러낼 수 없는 비밀이 존재하죠, 그는 어느순간 자신에게 문제가 있음을 알게 됩니다.. 그는 여자를 죽이고 싶어합니다.. 그리고 여태껏 그 충동을 억누르며 살고 있죠, 그런 그에게 살인충동을 제외한 모든 것을 아는 스미노가 다가오지만 그순간 그에게 남은 시간은 몇개월밖에 되지 않습니다.. 위암 말기의 판정으로 그는 그동안 숨겨왔던 살인충동을 풀어버립니다.. 자신을 사랑하는 스미노를 대신해 다른 여성에게 살인충동을 풀죠, 한편 평생을 살인마와 범죄자를 잡기 위해 가정에 충실하지 못했던 아오이 료는 몇년 전 위암 판정을 받았으나 초기 진단에 어느정도 완치가 된 줄 알았습니다.. 그동안 아내를 잃고 자식들과는 어색해져버리죠, 그러던 중 살인사건이 발생하고 사건을 쫒던 중 아오이 역시 위암으로 인한 시한부 판정을 받게 됩니다.. 이렇게 동일한 삶의 끝자락에 놓인 두명의 남자가 남아있는 삶동안 자신이 행하는 사명에 대해서 달려갑니다..


    4. 전형적이긴하지만 제법 매력적인 설정의 작품입니다.. 게다가 야쿠마루 가쿠가 전해주는 현실적 딜레마속에 담긴 인간적인 공감이 함께라면 상당히 흥미로운 이야기로 진행될 가능성이 크죠, 그런 의미에서 이 작품의 재미는 상당히 뛰어납니다.. 잘 읽히고 잘 느껴지고 잘 집중됩니다.. 몇달밖에 남지않았다는 판정을 받은 두명의 남자의 시한부 삶의 영역속에서 펼쳐지는 상황적 대치와 그들의 삶의 내면을 살펴보는 독자로서 이들이 전하고자하는 내면의 이야기에 조금 더 집중하게 됩니다.. 사실 이런 개인적인 삶의 끝을 가진 캐릭터가 주는 극단적 강렬함은 이 작품이 주는 가장 큰 매력입죠, 죽음을 앞둔 자들에게 자신들이 남은 시간동안 어떤 삶의 결말을 가지며 살아갈 것인가라는 사명적 이유, 한 남자는 자신에게 주어진 삶의 마지막을 그동안 어쩔 수 없이 자신이 드러내지 못해고 살아온 고통과 억누림을 풀고자 합니다.. 그리고 한 남자는 평생을 바쳐온 자신의 삶을 마지막까지 이어나가려고 하죠, 이번에는 추리적 미스터리의 관점보다는 현실적 삶의 스릴러적 관점에 보다 더 집중한 것 같습니다.. 미스터리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지는 범죄적 이야기는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삶의 끝자락을 마주보는 두 남자의 삶과 그들의 주변의 인물들이 겪는 상황들과 그 이야기가 주를 이루죠, 이야기는 자극적이지만 그들의 내면속의 삶은 우리네 삶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끝내 마무리를 해야될 자신의 삶의 마지막장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말하는거죠, 갑자기 닥쳐오는 죽음의 시간동안 남겨진 이들을 위해, 아님 자신을 위해 그들이 행하는 것에는 언제나 후회가 남습니다.. 하기사 어떤 죽음앞에서도 후회가 없을 순 없겠죠,


    5. 이 작품은 미스터리적인 부분이 조금 약합니다.. 애초의 설정부터 캐릭터와 시한부인생이라는 설정을 의도한 이유때문인 지 사건을 다루는 중심이 처음부터 드러나면서 시작하기 때문이죠, 그렇다보니 상당히 긴박감 넘치게 흘러가는 부분이 있습니다.. 독자로서 범인을 알고 그를 쫓는 형사의 입장을 바라보는 시점이 주는 매력은 흔한 스릴러소설의 즐거움과 다르지 않습니다.. 특히나 범인이 저지르는 살인의 이유 역시 깔끔하게 제시하고 진행하고 있으니 독자로서는 남은 생명의 시간동안 빨리 살인마를 잡기를 바라는 마음이 들 수 밖에요, 그렇다보니 아오이라는 형사에 대한 공감 이입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편이죠, 하지만 사카키라는 인물에 대한 입체감이 그렇게 크지 않은 점은 상당히 안타깝습니다.. 설정과 구도와 내용이 서로 짝짝쿵이 되어 멋진 이야기를 그려냄에도 불구하고 범죄를 구성하는 살인마의 이상심리에 대한 이야기가 부실하다는 점은 많은 아쉬움이 남더군요, 분명히 작가는 애초부터 살인충동에 대한 사카키의 삶과 과거의 인생에 대한 복선을 처음부터 등장시키고 끊임없이 사건의 중심에서 스미노와 사카키의 관계를 중심으로 암시를 하고 그 이면의 의도를 드러냄에도 불구하고 구체적이면서 사카키의 고민과 그의 심리적 혼란과 불안함에 대한 구체적 심리는 많이 보여주질 않습니다.. 과거의 삶과 미스터리를 풀어놓은 방식도 간결하고 몇몇의 문장과 이야기로 마무리를 하는 점은 속도감과 긴박감을 전해주고자하는 작가의 두 주인공의 남은 삶의 시간적 사명에 더 중점을 둔 이유로 많이 묻혀버렸죠, 개인적으로는 미스터리한 과거의 삶과 결말부에서 드러나는 반전스러운 사카키의 삶의 고통과 공포적 기억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 더 효과적으로 독자들에게 공감을 시켜주었으면 좋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합니다.. 물론 그렇게되면 이 작품의 성향이 보다 더 자극적이고 과한 설정으로 흐를 수도 있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말이죠, 즐겁고 재미진 작품에 대한 조금 더, 조금 더하는 아쉬움이라고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6. 충분히 감동적이고 충분히 공감적이고 충분히 재미진 일본미스터리소설입니다.. 야쿠마루 가쿠는 솔직히 말해서 제가 읽은 작품속에서는 언제나 나쁘지 않았습니다.. 아니 좋았을때가 더 많았죠, 이 작품도 약간의 아쉬움속에서도 충분한 즐거움을 전달해주기에 부족함이 없는 매력적인 작품입니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죽을 날이 정해진, 그래서 얼마 남지않은 삶을 배정받은 인생의 끝자락을 바라본다면 어떨까하는 상상이 지배적인 이야기에 집중할 수 밖에 없죠, 설정이 전형적이지만 매우 매력적입니다.. 조금씩 삶의 끝으로 다가가는 인물들이 극단적으로 대치되는 행동으로 그들의 남은 삶을 조명한다는 것이 얼마나 매력적인가를 이 작품을 통해서 보는 것이 즐거웠습니다.. 조금 더 구체적이고 조금 더 스미노의 삶과 인생과 그와 관련된 애틋함이 독자들에게 다가갔더라면, 조금 더 과거의 사카키의 인생에서의 가장 두려웠던 시절이 대중에게 와닿았다면, 조금 더 아오키의 이야기의 내면의 삶과 야베가 전해주는 파트너의 경찰소설로서의 매력이 주어졌더라면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이 작품은 인간의 죽음에 대한 본질적 의도와 철학적 문제를 드러내는 위험을 자초하질 않습니다.. 작가 특유의 인간적 공감에 기인한 사회적 딜레마와 현실적 아픔을 대중의 눈높이에 맞게 설정하고 그려내는데 주력한 작가의 대중적 공감이 주효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야쿠마루 가쿠를 좋아하시는 독자분들이시라면 충분히 즐거우실테고, 일본미스터리소설을 좋아하시는 독자분들이시라면 좋은 선택이실테고, 간만에 재미진 대중소설을 원하시는 독자분들에게는 좋은 독서가 되실거라고 생각합니다.. 시한부 인생을 살아가는 인간의 모든 이들이 다들 행복하고 즐겁고 아픔이 없는 삶이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리고 그 끝자락에서 되짚어보는 삶이 조금이라도 후회가 덜 되는 인생이었다면 얼마나 더 좋을까요, 그렇게 삽시다.. 땡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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