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스 형사 해리 홀레 시리즈 10
요 네스뵈 지음, 문희경 옮김 / 비채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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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압니다.. 한동안 함께헀던 사람이 어느날 그 자리를 비우게 되면 그리고 그 시간이 길어지면 말할 수 없는 허전함이 느껴지곤 합니다.. 든 자리가 오래될 수록 그런 감정은 더 오래동안 지속되죠, 그리워집니다.. 있을땐 몰랐는데 없으니 그의 존재가 하나하나 떠오르고 그에 대한 생각이 새록새록 새겨지고 그가 행한 모든 일들이 삶의 주변에 떠나니고 있습니다.. 보고싶습니다.. 진작 잘해줄껄, 왜 아무렇지도 않게 대했을까, 조금 더 그 사람의 마음과 생각을 이해해주고 알아주는 것이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니었을텐데, 단지 아무말 없이 제대로 바라만 봐주어도 충분했을 그 단순한 행동들이 이제서야 후회스럽게 떠오릅니다.. 언젠가는 돌아올테지만, 아니 그렇게 믿고 있지만 지금 이순간 그 사람의 빈 자리에서 우두커니 그(그녀)의 숨소리를 기억해내려하는 이 그리운 마음을 잊지말고, 혹시라도 그렇게 빈 자리에 또다시 든 누군가가 있다면 나는, 우리는 그(그녀)의 숨결 하나까지도 기억하고 배려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봅시다.. 산다는게 그런거잖아요, 인생이란게 그런거잖아요, 인간이기에 함께하고 헤어지고 아파하고 그리워하고 반가워하고 사는거 아니겠습니까, 혹여라도 내가 난 자리를 기억할 사람들이 나를 떠올릴 수 있는 그런 그리움에 아픔을 주진 맙시다.. 행복한 보고픔만,


    2. 해리 홀레는 고통받는 사람입니다.. 그가 지닌 성향으로 인해 항상 그는 그에게 주어진 삶속에서 아픔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입니다.. 그가 할 수 있는 가장 정의로운 일을 하면서도 그는 항상 잃어버리는 것이 많습니다.. 심지어 그런 고통속에서 그는 그 자신마저 잃어버리길 바라지만 늘 그는 세상속으로 돌아오죠, 그가 없으면 또 다른 누군가가 고통을 받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해리는 '박쥐'부터 '팬텀'에 이르기까지 수없이 많은 자신만의 이야기를 펼쳐내고 사회의 정의를 만들어내지만 막상 남는 것은 그 스스로의 자리조차 사라져버린 현실입니다.. 우린 그런 해리 홀레는 시작점부터 확인하진 못했습니다.. 가장 아픈 시점의 '스노우맨'에서부터 해리 홀레라는 인물의 고통스러운 정체성의 잔인한 감성을 먼저 알아버렸죠, 그리고 다시금 처음으로 돌아간 해리가 살아온 경찰로서의 삶을 되짚어왔습니다.. 저는 그랬습니다.. 차근히 그의 아픔이, 그리고 그에게 주어진 세상이 어떻게 무너져내려오는 지를 보면서 남다른 안타까움을 독자로서 견뎌왔던 것이죠, 그렇게 해리 홀레라는 존재는 지금까지 이어져왔습니다.. 그리고 그가 죽은 것 같습니다.. 아니 전 그렇게 봤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죽은 듯한 해리가 없는 시작이 새롭게 저의 손에 주어졌습니다.. 해리가 없이 시작되는 그의 10번째 작품 "폴리스"입니다.. 그래도 상관없습니다.. 아직 우리에겐 베아테 뢴이 있으니까요, 아닌가요,


    3. 줄거리를 끄집어내기전에 전 사실 전작인 "팬텀"을 아껴두느라 아직 읽지를 못했어요, 폴리스를 보기 전에 꼭 보리라 생각했는데 이게 또 맘대로 안되네요, 그러함에 따라 "폴리스"의 시작부터 "팬텀"의 끝을 알아버린거죠, 솔직히 이 작품의 전반에 걸쳐 "팬덤"에서 벌어진 일들이 수시로 일어납니다.. 그런 의미에서 스포일러가 될 만한 부분은 건너뛰고 좀 해봅시다.. 일단 해리가 죽은 것 같다는 이야기가 가장 큰 스포일러일 수는 있으나 우리가 바보가 아닌 이상 그 없이 이야기가 진행되겠나하는 의구심이 들죠, 그렇지 않나요, 소설의 시작은 그가 아직은 죽지 않은 듯한 이야기로 시작됩니다.. 어떠한 이유로 그는 현재 의식불명의 코마상태에 빠져 있습니다.. 그 이유는 전작을 보시면 충분히 이해가 가실테구요, 그렇게 그가 없는 곳에서의 노르웨이의 경찰은 그의 상사였던 군나르 하겐의 강력반에서 변함없이 이어지고 있죠, 그리고 해리와 함께 했던 베아테 뢴은 자신의 과학수사대를 이끌고 사건을 다루고 있습니다.. 그런 가운데 퇴직한 한 경찰이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합니다.. 그가 살해된 장소가 우연찮게도 과거 미해결된 살인사건의 현장과 동일하고 그 피해자가 과거 사건을 담당했던 경찰중의 한명이라는 것이죠, 살인사건이 많이 발생하지 않는 곳에서의 경찰 살인사건은 이슈가 됩니다.. 하지만 어떠한 단서도 발견하질 못하죠, 그러던 와중에 여전히 의식불명인 그는 깨어나지 못하고 경찰조직의 누군가는 그가 깨어나지 않기를 바라믄 인물이 있습니다.. 하지만 다시금 살인사건이 발생합니다.. 또다시 현직 경찰이 살해되는 사건의 내막속에는 역시 과거 미해결사건의 담당자가 연루된 것이죠, 그리고 이를 수사하는 베아테 뢴과 과거 해리와 함께 했던 카트리네 브라트가 이 사건이 연쇄살인사건이라는 생각에 자신만의 수사를 시작하며 군나르 하겐의 수사를 돕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해리가 없는 해리의 팀이 만들어집니다.. 과연 이들은 해리 없이 진실의 끝자락을 거머쥘 수 있을까요,


    4. 근데 왜 내가 아파야되는겁니까, 정말 이래도 되는겁니까,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충격적이었습니다.. 말로 할 순 없죠, 아마도 이 작품을 보신 모든 해리 홀레 시리즈를 사랑하시는 분들께서는 제 말에 동감하실겝니다.. 이 해리 홀레 시리즈를 보다보면 해리의 주변에서, 그 자신에게 주어지는 고통이 얼마나 충격적인지 아실겝니다.. 이제는 둔감해졌겠거니하고 생각했는데 여전히 요 슨생은 그런 독자의 마음을 후벼팝니다.. 이번에도 심각합니다.. 그리고 쉽게 잊혀지질 않아요, 그런데 말입니다, 요 슨생은 작품속에서 그러한 상황을 대단히 현실적으로 취급하고 넘깁니다.. 이렇게 오랫동안 견뎌왔던 고통들이기에 작가 슨생 자체도 이제는 그러한 상황이 무던하게 다가왔을까요, 이제는 그러려니하고 넘겨버릴 수 있다고 생각했을까요, 우리에게, 또는 그 누군가에게 그 사람이라는 존재가 어떤 의미인 줄 충분히 아실텐데, 인생이란게, 세상이란게, 그리고 삶이란게 든 자리의 기쁨보다 난 자리의 아픔이 크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그들이 먼저 깨닫기에 이제는 고통의 생채기에 딱지조차 간지럽지 않을 정도 두꺼워진 것처럼 현실적으로 그려낸 그 상황들이 오히려 더 그립습니다.. 누구 하나 먼저 이름을 끄집어내지 않아도 그 빈 자리를 남겨놓은 그 눈길 속에서 그들은 그리고 독자인 나는 남겨진 자들이 간직할 고통과 슬픔과 그리움과 아픔을 이번에도 역시 동조하게 되는 것이죠,


    5. 연쇄살인사건이죠, 카트리네는 그동안 힘겹게 견뎌오다가 제대로 역할을 부여받습니다.. 그리고 해리의 팀이었던 베아테와 비에른과 함께 팀을 이룹니다.. 과거 해리가 수사하던 방식속에서 진실을 찾던 방법들을 그들 스스로 이끌어내며 사건을 수사해나가지만 언제나 벽에 부딪힙니다.. 해리가 필요하지만 해리는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더 사건의 긴박감이 강하게 드는 것인지도 모르겠어요, 해리라면 뭔가 생각을 가지고 행동을 이어나가겠지만 그가 없는 자리를 대신할 사람이 없기에 이들은 단서의 윤곽을 겉돌며 힘겨워하면서 하나씩 진실을 찾아나가는 것이죠, 그 단서조차 헷갈리기 일쑤구요, 그들이 확인한 연쇄살인마의 행적과 흔적을 조금씩 좁혀나가고는 있지만 그 상황 자체가 아주 흥미롭고 이전의 시리즈에서 느껴보지 못한 흥분감이 고조되는 느낌도 들어요, 그러면서 해리에게 처해졌던 전작에서의 상황들도 함께 사건의 중심으로 이어져나가게 되죠, 하나의 사건의 양상이 경찰조직의 음모와 술수와 연관성이 있을 지도 모른다는 의도를 명확하게 하고 요 슨생은 독자들의 진실찾기에 그 호기심을 끊임없이 자극합니다.. 그리고 그 충격적인 사건 이후 사건은 새로운 국면을 마지하게 되죠, 엄청납니다.. 전작들에서 이런저런 장광성의 일부적인 지리함이 없지 않았던 부분들이 이번 작품속에서는 거의 없는 느낌마냥 집중도와 가독성이 뛰어납니다.. 재미집니다.. 후반부까지 이어지는 상황적 반전의 템포가 상당히 매력적이라고 볼 수 있죠, 다만 끊임없이 이어지는 사건과 상황들의 나열들이 마무리답게 정리되고 끝을 내지 않고 헐거운 상황으로 끝을 맺는 것은 많은 아쉬움입니다.. 무엇보다 사건의 중심과 이야기의 연결적인 인물이라고 본 사람들의 스토리의 설정의 고리들이 딱 부러지게 해결되지 않고 이어지게 만드는 작가의 시리즈의 연결방법은 이번에는 좀 짜증이 났습니다.. 특히나 후반부에 확 변해버리는 반전의 사건의 맥락으로 인해 이어지게 되는 또다른 연결의 상황들은 아쉽더라구요, 물론 또 다음편인 'The Thirst" 우리말로는 '갈증'에서 이런 미해결의 갈증을 풀어주시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좀 못마땅했어요, 이렇게 재미지게 만들어놓고 또 다음으로, 시러!


    6. 그동안 해리에게 주어졌던 삶은 이렇게 마무리가 되는 것인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리 홀레 시리즈는 이어지죠, 그에게 어떠한 상황이 벌어졌던 다음의 작품속에서 또다른 해리의 모습을 우린 볼 수 있을겝니다.. 그는 있으나 없으나 그 존재의 가치를 언제나 드러내는 이 세상 가장 고독하고 힘겨운 사람이니까요, 역시나 이번 작품도 재미집니다.. 솔직히 재미적인 측면에서는 그동안 해리 홀레 시리즈가 보여준 두께감에 비해 충분히 즐겁습니다.. 긴장감도 가득하고 해리 없이 이루어지는 사건의 내막을 찾아나가는 이들의 상황들을 지켜보는 재미도 만만찮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독자들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존재인 해리 홀레의 이야기만으로도 이 작품이 주는 즐거움은 엄청납니다.. 그는 이제 우리가 아는 그 해리 홀레가 아니고 있지만 없고 없지만 언제나 그들의 곁에서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 존재가 되어버렸으니까요, 그리고 무엇보다 마지막 결말의 느낌속에서 독자들에게 있어 해리 홀레의 삶은 여전히 고통속에서 헤어나오지 못할 안타까움을 이어갈 것이라는 독자적 안타까움을 이끌어내게 되죠, 이 안타까움이 또다시 다음 작품을 기다리게하는 원동력이 될테구요, 문득 드는 생각이 수많은 시리즈들의 연작들을 읽어보면서 굳이 그 작품의 처음부터 읽지 않아도 좋다는 생각으로 필요한 시리즈를 본 후에 시작점으로 가면 좋은 반면 이 해리 홀레 시리즈는 물론 각광받는 시리즈만 보더라도 그 매력이 다분히 멋지지만 분명한건 해리 홀레의 존재를 보여주는 처음부터 차분히 읽어나온다면 그 어떤 시리즈에서 보여주는 감성과는 다른 주인공의 모든 것이 각인되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그렇게 다가온 해리 홀레는 쉽게 잊혀지지않죠, 전 지금까지 그렇습니다.. 땡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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