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와 나오키 1 - 당한 만큼 갚아준다 한자와 나오키
이케이도 준 지음, 이선희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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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잘살고 싶어요라는 의미의 잘산다는 말은 돈이 많아야된다는 전제가 깔립니다.. 마음이 부자면 삶이 풍요로워진다라는 말의 의미를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그만큼 마음이 부자이길 원한다면 돈이 많아야된다는 전제가 깔립니다.. 힘들고 지치고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닐지라도 여유를 가지고 살아야 몸도 마음도 건강해진다라는 말이 틀리지는 않지만 그 여유를 찾기 위해서는 돈이 많아야된다는 전제가 깔립니다.. 저는 그렇습니다.. 하지만 받지 못하고 가지지 못하고 얻지 못한 저로서는 지금 제 인생의 전제는 빚입니다.. 잘살기 위해, 마음이 부자이기 위해, 무엇보다 여유로운 삶을 위해 그리고 무엇보다 저보다 나은 삶을 살아가길 원하는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살다보니 돈이 많아야된다는 전제에 제가 깔려 버렸습니다.. 아시나요, 우리나라의 가계대출의 규모에 대해서, 지금 기준으로 1,540조랍디다.. 말이 쉬워서 1,540조라지만 우리나라 전체의 일년 예산이 아마 500조 수준일겝니다.. 더 쉽게 풀어볼까요, 우리가 10억짜리 집을 하나 산다면 1,000개 사면 1조입니다.. 우리나라의 일반 서민들의 빚이 얼마정도인 지, 사실 도저히 감이 안오죠, 집을 사지만 그 집은 빚을 지고 삽니다.. 아이를 키우고 생활을 해나가기 위해서 우린 금융권에 돈을 빌립니다.. 은행의 기업대출은 제외하더라도 우리나라의 가계대출 규모만으로도 이 나라에서의 삶이 얼마나 팍팍한 것인 지 대강은 알 수 있지 않을까요,


    2. 나라의 경제가 어떠니, 최저 임금이 어떠니, 소득주도성장이 어떠니, 국가의 경제 성장률이 어떠니 이런 말 하지 맙시다.. 내앞에 놓인 삶의 현실과 그 미래만 놓고 보면 어떻나요, 우리나라의 대다수의 국민은 누군가의 회사에서 그 일한 댓가로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적든 많든 돈을 받고 일을 하면서 살아갑니다.. 그리고 그 돈을 지급하는 회사는 어떠한 방식이든 경영을 꾸려나가려 노력하죠, 흔히 말하는 노사의 합의가 있어야 누구의 삶이든 나름의 윤택한 여유를 조금이나마 누릴 수가 있는데 세상이 어디 그런가요, 늘 '갑'이라는 지위로 '을'을 대하는 인간들은 여전히 그 갑질의 무기인 돈으로 을의 목줄을 쥐려 합니다.. 그렇죠, 을은 그 전제가 되는 돈에 깔려서 힘을 못쓰고 갑은 그 전제가 되는 돈을 깔고 힘을 씁니다.. 당한만큼 돌려주고 싶은 마음이야 오죽하겠습니까만, 제가 능력이 없어서, 제가 힘이 없어서, 제가 가진게 없어서, 심지어는 저에게 돈많은 부모가 없어서, 그래서 아이들만큼은 잘살게 해주고 싶어서 조금이라도 더,더,더 있는 집만큼 해주고 싶다보니 우린 돈,돈,돈하게 되는거죠, 세상 모든 월급쟁이 인생이 뭐 다를께 있겠습니까, 어느나라나 그들의 삶은 항상 나름의 짐을 짊어지고 가는거죠, 자, 신세한탄 그만하고 우리의 경제와 삶의 모습과 어쩔 수 없이 닮은 일본의 삶과 경제의 구조를 보면 더욱 이러한 모습이 실감이 납니다.. "한자와 나오키"라고 아시죠, 유명한 소설이자 드라마입죠, 한 은행원이 자신의 삶에서 자신에게 벌어지는 부조리와 조직이라는 이기적인 시스템의 폐해를 그의 능력과 주변으로 도움으로 정의롭게 실천하고 바꿔나가는 아주 매력적인 작품입죠, 전 여즉 보지도 읽지도 못했습니다만 이번에 국내에서도 시리즈로 출간이 되었다고 합니다.. 그 대망의 1권인 한자와 나오키 1권, 부제로 당한만큼 돌려준다입니다.. 젠장, 늘 당하고만 살 수는 없잖아요, 왜 하지도 않고 저지르지도 않은 일을 '을'이라는 이유로 우리가 당해야하나요, 한자와는 그런 우리의 불만을 거침없이 자신의 능력으로 깨부숩니다.. 통쾌하죠, 물론 우리도 그럴 수만 있다면 좋겠지만, 그래서 소설이 더 재미질 듯,


    3. 은행은 참 받을 돈이 많아서 좋겠어요, 나라가 잘살면 잘사는대로 경제가 활기를 띄면서 은행은 기업에 기분좋게 대출해주고 이자와 원금 상환으로 돈을 벌고 부동산이 활기를 띄면 중도금 대출이니 잔금대출등의 가계대출로 또 일반 서민들에게서 돌려받은 돈들이 많아서 좋고, 그렇다보니 금융권이나 은행에 취직하는 고퀄리티의 직업군이 젊은 사람들의 일종의 희망직종이 된 지 오래죠, 그리고 여전히 금융권의 직업은 나름의 생명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능력이 없거나 퇴출된 위기가 없으면 어느정도 보장이 되는 직종이기도 하죠, 물론 그만큼 나름의 조직 내부의 여러가지 문제가 없을리는 없겠지만 말이죠, 한자와 나오키는 일본 버블경제의 끝자락의 꺼지지 않는 호황기의 은행의 모습속에서 자신의 미래를 정합니다.. 88년도의 일본은 그런 시대였습니다.. 은행만큼 풍요로운 직종도 없었죠, 그렇게 한자와는 그 당시의 꿈의 직장중 하나인 일본 대형 은행에 입사를 하게 됩니다.. 그리고 15년이 흐르죠, 그토록 잘나갈 것 같던 한자와의 은행생활도 버블이 가라앉으면서 은행들이 줄 도산을 해버리고 대형 은행으로 인수합병등으로 가까스로 생존한 은행원들은 입사 당시의 꿈은 가슴에 묻고 생활에 급급한 월급쟁이의 삶이 되어버립니다.. 본사에서 오사카 서부지점의 융자과장으로 전근을 온 한자와 역시 다르지 않죠, 그리고 서부지점의 지점장은 직원들을 하대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라는 대단히 야비하고 이기적인 족속들과 다르지 않습니다.. 그런 그가 잘나가는 기업이랍시고 끌고 와서 5억엔을 대출 진행하라고 한자와를 압박합니다.. 융자를 담당하는 한자와는 급하게 서두르는 지점장의 등쌀에 못이겨 제대로 챙겨보지도 못한 체 지점장이 대출을 승인하고 본사에 자신의 연줄로 일사천리로 진행해버립니다.. 그리곤 대출을 한 서부오사카철강은 임의 부도를 해버리고 회사의 대표는 사라집니다.. 모든 문제를 한자와가 융자를 승인한 것으로 덮어버리려는 지점장의 수작과 대출금 상환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자신의 회사생활에 큰 타격을 입게될 절대절명의 위기에 놓인 한자와 나오키, 그는 과연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요,


    4. 일단 이 말부터 합시다.. 제가 편협한 독서의 영역을 가져서 그런 지는 몰라도 왜 우리나라의 경제소설은 이런 재미를 독자들에게 제대로 보여주질 못하나요, 일본의 경제소설의 역량이 얼마나 대단한 지, 그리고 작가들의 그 영역속의 제미를 전제로 한 전문성이 보여주는 뛰어난 스토리의 즐거움이 얼마나 뛰어난 지, 다시 한번 확인합니다.. 일본 소설을 많이 읽어보진 못했지만, 특히 경제소설은 더 그렇습니다만 이들의 이야기는 참말로 공감 백배라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입니다.. 많은 일본 대중소설이 우리의 감성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특히나 경제소설의 일본작가들의 이야기들은 정말 매력적입니다.. 얼마전 국내에서 방영된 은행관련 드라마도 원작이 일본 작품이더군요, 과거 하안거탑이라는 병원의 조직과 싸우는 드라마틱한 드라마 역시 소설에서 비롯되었죠, 어린 시절 방판을 하시던 어떤 분이 집에 찾아와 아버지를 구워 삶으셔서 들여놓았던 양장의 빤딱빤딱한 시리즈 대벌과 불모지대같은 작품도 그러했구요, 저의 편협한 독서력이라서 그런 지는 모릅니다만, 한자와 나오키의 이야기는 대단히 정의롭고 가지지 못하고 괄시 당하고 늘 '을'질에 익숙해져버린 우리의 삶과 인생과 생활에 나름의 통쾌함을 전달해주기에 부족함이 없습니다.. 인물적 감성의 드라마틱한 워너비의 모습이라고 봐야겠죠, 나도 저러고 싶은데라는 생각이 절로 듭디다.. 자신이 우위라고 믿는 족속들의 밑도 끝도 없이 몰아세우고 직원 탓으로 치부해서 모든 잘못은 관리자의 결정이 아닌 그 결정을 하게끔 만든 실무자의 문제로 합리화하는 조직의 적폐적 타성을 우린, 아니 나는 현실적으로는 바꿀 수 없기에 참 부럽기조차 합디다.. 


    5. 때려치우고 싶죠, 잘못된거를 바로잡고 싶죠, 이건 아닌것 같습니다 이건 이렇게 하는게 맞는 것 같습니다라고 하고싶죠, 하지만 가족과 내 인생의 미래에 대한 두려움은 지금의 현실에 눈치를 살필 수 밖에 없습니다.. 당연히 옳다는 주장을 하면 그래, 그렇게 하자, 내가 잘못했군, 너의 말이 맞아라고 해주면 좋겠지만 저 역시 그런 상황에서 누군가가 그름과 틀림과 다름을 이야기했을때 포용하고 이해하고 인지하고 받아들여줄 지 고민해보게 됩니다.. 조직이란게 그렇고 인간이란 존재의 본성과 심성과 인성과 이성이 그러합니다.. 쉽지 않죠, 이케이도 준이라는 작가는 이러한 인간이 가지는 조직속에서의 나약함을 중심으로 대단히 매력적인 한 인물을 워너비로 내세웠습니다.. 한자와 나오키는 단순한 경제소설이 아니라 말 그대로 대중적이며 엔터테인먼트적 기법으로 독자들의 즐거움을 이끌어내는 작품을 그려냈습니다.. 진중하지만 무겁지 않게, 심각하지만 유쾌하게 현실적인 일본의 경제적 구조의 문제점속에 인간으로서 살아가는 공감을 만들기 위해 미스터리한 상황적 전개와 그로 인해 벌어지는 드라마틱한 인간의 악함속의 스스로를 대변할 수 있는 주인공의 정의로운 행동을 보며 우린 감성적 카타르시스와 매력을 느끼는 것이겠죠, 솔직히 말씀드리면 이 작품은 여느 일본대중소설의 설정이나 구성에서 크게 벗어나질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이 주는 즐거움과 그 공감적 대중성은 상당히 뛰어나죠, 아마도 그와 같기를 바라는 대중적 이입방식의 투영성이 강하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작가가 보여주는 현실은 참 짜증스럽습니다.. 일반적인 경우라면 벗어나기 쉽지 않죠, 하지만 자기 주도적이고 목적성이 강한 한 인물의 가장 개인적이지만 가장 정의로운 행동의 결과가 주는 그 즐거움과 희망적 메시지가 독자들에게 엄청난 반향을 일으킨게 아닌가 싶습니다..


    6. 일본의 경제와 그 생활을 다룬 작품이 대체적으로 진중하고 무거운 감이 많지만 이 작품은 깔끔하고 문장이나 내용이 매우 단순하면서도 직선적입니다.. 독자로서는 이만큼 읽기 쉽고 이해하기 쉽고 감응하기 쉬운 작품을 만나기도 쉽진 않죠, 이케이도 준은 독자들이 즐거워할 작품을 써고자 의도한 부분이 시작부터 눈에 띕니다.. 인물이 보여주는 모습으로만 따진다면 영화적입죠, 허구적이라는 느낌도 강합니다.. 하지만 이런 창작의 설정이 주는 쾌감이 우리가, 일반 대중이 피폐하고 힘들고 지친 삶의 힘겨운 까라앉음속에서 하나의 즐거움으로 만나게 되는 희망의 끈이 아닌가 싶습니다.. 실제 삶이 그렇지 않을 지도 모르지만 우리는 권선징악을 믿습니다.. 우리는 잘못된 것은 바뀌어야된다는 것을 믿습니다.. 우린 속고 무시당하고 권력의 무자비함에 대들고 당한만큼 갚아줄 수 있다는 것을 믿습니다.. 그렇게 살 수 있기를 믿습니다.. 희망입죠, 그렇게만 된다면 나는, 우리는 돈이 많아야 삶의 모든 것이 풍요로워지고 여유로워진다는 생각에서 조금이라도 탈피할 수 있습니다.. 삶은 단순한 돈의 존재만이 아니라도 충분히 행복해질 수 있다는 것이겠죠, 그런 잠시만의 위안이나마 한자와 나오키를 통해서 느껴보고 싶은거 아닌가 싶네요, 아니 심지어 우린 한자와 나오키처럼 될 수도 있다는 것을 그를 통해 알게 됩니다.. 쉽진 않지만 말이죠, 그런 즐거움을 독자로서 놓쳐서는 안되죠, 이어지는 작품속에서 조직의 중심으로 우뚝 서는 진행형의 일개 직원의 방향성을 꾸준히 읽고 싶은 것이 저만 그렇지는 않을 것 같은데, 우리 모두 일반적이지만 일반적이지 않은, 나와 같지만 아니  나와 같기를 원하는 한자와의 조직과의 전쟁, 사회와의 전쟁, 불의와의 전쟁속으로 함 들어가봅시다.. 땡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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