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우스터
김호연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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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솔직하게 정말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누군가가, 아니 제 스스로라도 뭔가 재능이 있어 부자로 남부럽지 않게 살고 싶은 욕망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주변에 잘살고 부자인 가족이나 친지가 있어 인생 걱정없이 여유롭게 쓸거 쓰고 살꺼 사고 놀꺼 놀고 하면서 살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라고 생각하구요, 무엇보다 운동경기를 할 줄은 모르지만 그 경기에 나서는 우리 선수들을 보면서 그들이 받은 연봉이나 주급등을 생각하면 쟤들은 저 많은 돈을 받아서 뭐할까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러면서 나이 오십에 나에게 저런 재능 하나 정도만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상상도 해보죠, 어제는 류현진이 나오더군요, 주말 아이를 데리고 치과를 다녀오느라 마침 중계방송을 보지 못해 어쩔 수 없이 차량 DMB로 류뚱의 호투를 보면서 참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야구의 중심인 미국의 그것도 최고의 야구팀중 하나인 LA 다저스라는 팀에서 우뚝 선 류뚱의 투구동작에서 뿜어져 나오는 매력은 장난이 아니죠, 그 옛날 차노팍이 강속구로 걔네들의 삼진을 속아내던 시절 환호하며 아침나절 회사일은 둘째치고 TV를 틀어 응원하던 시절도 있었구요, 이제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툭툭 던져놓는 류뚱의 상쾌한 투구법이 어찌 그리 매력이 있는 지, 하지만 수많은 노하우와 그들만의 전통을 가진 메이저리그에서 한국인으로 유일한 선발투수의 모습으로 자신의 역량을 펼치는 한 30대 초반의 선수가 가지는 마음속의 온갖 감정은 어떨까요, 그가 그 자리에서 쉽게 또는 아주 어렵게 한 구 한 구 공을 미트에 던져 넣은 행위를 하기 위해 그가 흘린 땀과 고통과 노력의 가중치는 과연 얼마로 치환할 수 있을까요, 제가 쉽게 나도 저런 재능이 있으면 돈 많이 벌 수 있을텐데로 대치할 수 있는 그런 흔한 댓가일까요, 뭐 그런 생각이 듭디다..


    2. 우린 쉽게 그들은 바라보지만 그들은 그렇지 않겠죠, 하지만 그들이 그렇든 아니든 상관없이 우린 누군가의 삶과 인생과 그 결과적 댓가에 대한 부러움을 가지곤 합니다.. 운동하나 제대로 할 줄 모르는 저로서 축구의 종가인 잉글랜드의 축구경기에 나서는 손흥민을 보면서 저런 순발력과 골 결정력과 공간창출능력에 대해서 그의 몸으로 들어가 그처럼 골을 맛보고 세레머니를 펼쳐보고싶은 마음이 없진 않죠, 내가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한 욕망이자 부러움이죠, 하지만 만약 그런 것을 가질 수 있다면요, 돈으로 이러한 젊음과 가장 두드러진 인생의 정점으로 향하는 젊음의 경험치를 돈으로 살 수 있다면 어떻게 하겠습니까, 가진 것이 돈 밖에 없는데, 이제는 더이상 삶의 낙이 없이 허무한 인생의 끝자락에서 남은 것은 단지 그동안 악착같이 모아온 돈밖에 없다면요, 그 돈으로 과거 내가 가지지 못했던 젊은 시절의 상상적 꿈의 현실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면 어떻게 하겠습니까, 그리고 그 현실화되는 꿈이 단지 나에게는 정신적이고 심리적 만족에 불과하지만 그 꿈을 이루는 당사자인 누군가 젊은 나의 대체자는 그걸 인지하지 못한 체 그 꿈을 일궈내는 상황에 대해 자기 만족의 세상을 살아갈 수 있다면요, 물론 그 꿈을 만들고 이뤄주는 대상이 자신을 조종하고 자신은 그 꼭두각시밖에 되지 않은다는 것을 모르면 좋을텐데, 내가 만들고 이루어낸 세상의 꿈이 누군가가 만들어준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그래도 마냥 좋을까요, 그런 이야기입니다.. 김호연 작가의 상상적 세계관을 토대로 모든 것을 가진 기득권인 노인들이 아무것도 가지지 못한 젊음과 열망만 가진 젊은이들을 조종하고 그들을 자신이 원하는 삶으로 이끌어가려는 이야기, "파우스터"입니다..


    3. 여기서 제목에서 유추되는 의도는 공부하고 담쌓고 살아온 저로서도 대강 감이 옵디다.. 메피스토펠레스라는 악마에게 자신의 영혼을 팔아 욕망을 얻은 파우스트와 관련된 이야기에서 그 힌트를 끄집어낸 것 같습니다.. 소설에서도 그렇게 시작을 합니다.. 하지만 여기서 제목은 "파우스터"이지요, 파우스트에게 조종을 당하는 존재들인 '파우스터', 이 작품은 그들의 이야기입니다.. 자신의 욕망을 위해 메피스토 시스템에 수백원을 투자하고 자신만의 파우스터를 찾는 노인들, 세상의 부와 권력을 모두 가진 그들은 보잘 것 없고 가진 것도 없는 단지 열망과 희망과 그 재능만 보유한 젊은이들을 자신의 욕망의 도구로 삼아 그들의 꿈을 이루어주려고 합니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국내 프로야수선수 박준석이라는 뛰어난 좌완투수입니다.. 그리고 그를 조종하는 파우스트는 이태근이라는 은퇴한 정치인입죠, 준석은 올해를 끝으로 메이저리그에 진출하게 됩니다.. 뺴어난 투구솜씨로 팀성적이 저조한 가운데에서도 유일하게 자신의 모든 것을 보여주는 쉽게 말해 과거 한화에서의 류현진같은 존재입니다.. 하지만 그런 그의 현실과 능력에 있어서는 다른 영향력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준석은 자신에게 교통사고를 낸 최경이라는 여인에게서 전해듣게 되죠, 도저히 실감나지 않는 진실을 접한 준석은 자신의 머리속에 숨겨진 조종의 실체를 알게 됩니다.. 그리고 과거 자신이 사랑했던 윤지수라는 여성 역시 자신과 동일한 존재였으나 자신의 파우스트인 누군가에 의해 죽음을 당했다는 것이죠, 그리고 그 지수의 파우스트는 최경이라는 여인의 아버지인 재벌 최회장이라는 사실도 알게 됩니다.. 최경은 아버지의 죽음이 메피스토 시스템으로 인한 진실을 알고 아버지의 죽음을 파헤지다가 박준석에게까지 다가오게 된 것이죠, 최경이 준 침을 머리에 꽂은 준석은 파우스트인 자신의 조종자가 자신에게 들어올때마다 열기로 그를 인지하고 어떻게해서든 그의 조종과 꼭두각시에서 벗어날 계획을 짜기 시작하죠, 그리고 또다른 기득권의 중심적 욕망덩어리중 한명인 남선이라는 노인이 그동안 자신이 사채를 통해 벌어온 돈을 자신의 욕망을 위해 파우스터를 찾습니다.. 그리고 그런 그녀의 눈에 차은민이라는 아주 매력적인 여성이 눈에 들어오죠, 과연 준석과 은민의 앞날은,


    4. 괴테고 파우스트고 뭐 이런 고전적 문학이나 철학적 소재에 대해서 몰라도 상관없습니다.. 또 알려고 한다고해서 알아지는 것도 아닐꺼구요, 전 그정도의 머리가 안되니 말입니다.. 단지 영화 고스트라이더처럼 악마에게서 자신의 삶과 이루고 싶은 욕망을 얻기 위해 영혼을 파는 이야기는 굳이 그런 책을 읽지 않아도 한번씩 접해보셨을테니 이 작품의 이야기는 전혀 생소하거나 어색하지 않고 즐길 꺼리가 많은 매력적인 소설이라고 봐도 되겠습니다.. 게다가 영화 겟아웃이나 스텝포드 와이프같은 영화나 우리나라 영화인 신하균이 나왔던 더 게임같은 영화에서도 이러한 소재를 통한 스릴러적 방식은 어느정도 독자들에게 익숙한 것이죠, 다만 이 작품은 그런 설정임에도 대단히 현실적인 상황을 이끌어낸다는 것입니다.. 아니 오히려 그렇기에 더 비현실적인 상황이 되는 것이기도 하구요, 누군가가 누군가를 조종하고 그를 이끄는 방식이 솔직하게 그렇게 나빠 보이질 않습니다.. 그 자체만 놓고보면 말이죠, 주변에서 벌어지는 상황들이 나의 대체자를 이롭게 만들기 위한 방법론으로 보여진다면 오히려 나를 조종하는 누군가가 말 그대로 내삶의 후원자로 생각하는 것이 맞을 것 같은데, 문제는 기득권들의 욕망들입죠, 이들은 절대 타인을 위한 삶을 살아오질 않았습니다..물론 소설속 이야기입니다.. 그렇다보니 자신에게 해가 되는 제거대상이 끊임없이 생기기 마련입죠, 이 소설은 그런 자신의 대체자의 삶과 그로 인해 발생하는 암투와 세상의 양극화적 대상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조금 어렵게 말하면 가진 자와 못 가진 자의 존재적 가치의 영향력과 그로 인해 발생하는 자의적 자유와 감금에 대한 이야기라고 봐야되겠죠, 원하느냐, 또는 원하지 않지만 그냥 주느냐의 차이같은거 말이죠, 좀 어렵나, 하여튼 어떤 상황이든 그 끝이 좋은 것인 지 아닌지는 조종당하는 자가 선택할 몫은 아니라는게 이 시스템의 가장 큰 문제인거죠,


    5. 자신의 삶을 자신이 만들어내지 못하고 누군가가 하나에서 열까지 받쳐준 조종된 삶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 우린 어떻게 반응할까요, 여기까지 일궈온 내 인생의 정점이 단지 나의 노력과 힘과 열정이 아니라 누군가가 계획하고 받아먹게 준비해준 밥상이라면 말이죠, 모르겠어요, 솔직히 저 같으면 그렇더라도 좋을 것 같긴 한데, 자신의 존재적 가치나 주체적 의도가 상실되어버린 꼭두각시와 같은 삶이라면, 그리고 나의 모든 것이 누군가로 인해 컨트롤되고 나의 모든 것이 그에게 감시되고 있다면 좋진 않겠죠, 감금되고 자유를 억압당한 인간은 늘 근원적인 해방의 욕망을 가질 수 밖에 없을테니까요, 이 작품은 그런 대치적 반감들이 작용하는 매력적이기고 기득권을 가진 권력과 소외층의 양극화에 대한 사회적 문제의식을 의도한 작품임에는 틀림없지만 솔직히 말해서 드라마틱하진 않습니다.. 가장 중심이 되는 태근과 준석의 관계를 보나 또다른 중심인 남선과 은민의 이야기속에서도 뭔가 농밀하게 심리적으로 압박감을 줄만큼의 상황적 쫄깃함은 좀 드물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게다가 주변 인물들의 동선이나 상황들로 인해 발생하는 연결고리들도 딱히 작품의 스릴러감을 이끌어내질 못하는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단지 후반부에서 펼쳐지는 상황적 반전의 매력은 과장된 부분이 없진 않으나 아주 매력적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깜짝 놀랬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지막의 해결적 방법론과 상황적 매듭의 끝을 찾는 부분은 좀 허전했죠, 난 그랬다고,


    6. 뭐 흔한 설정같이 보이지만 그 속에 드러낸 상황이 주는 매력은 여느 작품들에서 보여주었던 전형적인 이야기와는 다릅니다.. 상당히 즐겁고 이런 작품의 상상력이 아주 뛰어나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게다가 조금은 흔한 소재를 통해 인물들을 통해 드러내는 드라마틱한 심리적 변형과 그들의 대치적 감정들을 이끌어내는 작가의 문장력은 솔직히 집중이 되는 즐거움이 많습니다.. 솔직히 조금 더 짧고 타이트한 상황들로 쫄깃한 느낌으로 전개되는 이야기였다면 이야, 최곤데라고 엄지척했을텐데 이런저런 상황적 연결과 함께 인물들이 주는 심리적 의도에 조금 더 집중하는 작가님의 친절함(?!)때문에 중간중간 조금 뻣뻣한 독서를 하게 된 점은 아쉽지만 국내소설로서 이런 즐거움이 많은 상상적 세계관을 보여주는 독창적인 작품들이 더 많이 나와서 독자들에게 선보여주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됩디다.. 허구적 소설을 통해서 깊게 생각할 필요가 없긴 하지만 굳이 끄집어내 생각치 않아도 작가가 의도한 사회적 기득권층과 이 시대를 살아가는 청년들의 삶의 고뇌와 그 변별적 경험에 대한 문제의식은 충분히 읽는 동안 와닿습니다.. 참 세상은 바뀌지 않죠, 물론 다 자기 잘 살라고 하는 삶이긴 하지만 류현진이 야구를 잘하든, 손흥민이 축구를 잘하든, 또는 이 시대의 청년이 자신의 삶에서 성공을 하든 이런 삶은 극소수죠, 대다수의 청년과 이 시대의 젊은이들의 삶은 우리 기득권들이 만들어놓은 세상의 다리를 건너 자신의 삶을 이끌어내야함에도 우린 여전히 국회의원을 감금하고 줄을 연결하여 문을 닫아걸고 자신의 밥그릇을 안잃을려고 미친듯이 타도를 외치고 수호를 외치는 이율배반적인 행위에 당위성을 부여하고 있습니다.. 불법과 합법과 정당성과 부당성의 의도는 그들과는 무관합니다.. 그들은 전혀 뉘우치지 못하고 잘못이 무엇인 지 모릅니다.. 단지 그들이 행하는 모든 것을 알아주는 이 사회의 기득권자들과 그 부역자들을 비롯한 맹목적인 국수주의자들의 판단이 진짜인냥 그들 뒤에 숨을 뿐이죠, 저들은 저런 행우지가 국민이 원하는 것이라고 외칩니다.. 정녕 그럴까요,아닐텐데 얍실한 족속들, 짱나... 땡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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