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나더
아야츠지 유키토 지음, 현정수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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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아빠, 저기 누가 있어... 순간 소름이 쫘악 돋았던 기억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이런 경험이야 누구나 한번쯤은 겪어봤을터이지만 그날 그 순간 그토록 강렬하게 누군가가 있다는 사실을 인식한 경험은 저로서는 아주 섬뜩한 공포감이었습니다.. 아이가 유치원을 다닐때 수련회라는 걸 했습니다.. 아빠와 함께하는 캠핑이었죠, 신나게 놀고 늦고 늦은 시간 가까스로 잠이 든 저에게 아이는 칭얼댑니다.. 쉬가 하고 싶은 거였죠, 혼자 보내지 못하니 텐트를 열고 아이랑 함께 이제는 폐교된 교실의 복도안으로 들어섭니다.. 물론 운동장 근방의 나무옆에서 할 수도 있었지만 몇몇 관리하시는 분들의 눈도 있었는 지라 조금 힘들어도 교실 복도를 들어섭니다.. 운동장의 불빛으로 그렇게 어둡진 않았지만 느낌이 아주 쏴아하더라구요, 아니나다를까 아이가 복도를 들어서자마자 아빠, 저기 누가 있어라고 합니다.. 어디, 하면서 복도 반대쪽을 바라보지만 아무도 없더군요, 불빛이라고 토닥거리며 입구 옆 화장실로 들어서서 아이와 함께 쉬를 하는 순간 목덜미에 소름이 쫘악, 눈을 옆으로만 돌리면 그 상황의 이유를 파악할 수 있었지만 도저히 돌리지를 못하겠더군요, 순간 아이가 먼저 쉬를 누고 입구로 나서는데 또다시 아이는 아빠, 저기 누가 있다니까....라고 합니다.. 아직 마무리를 못한 저는 아이를 향해 밖에 정리하시던 선생님이시라고 대충 둘러대고는 서둘러 화장실을 나와서 건물을 벗어났습니다.. 물론 운동장에는 몇군데 불을 밝혀 정리를 하시는 분들이 계셨기 때문에 조금전 느꼈던 그 섬뜩함을 사라졌지만, 텐트를 들어서기전 왜 전 그 곳을 바라보았을까요, 아이가 누군가가 있다고 했던 그 공간을 왜 전 보고야말았을까요, 아이의 말처럼 화장실이 있었던 공간의 맞은편 복도끝 건물의 외부에 누군가가 있었습니다.. 그것도 또렷이 저를 바라보고 있었죠, 으아아, 근데 왜 제가 화장실에 있을때 느꼈던 옆에서 누군가가 바라보고 있는 것 같았던 그 섬뜩함은, 화장실과 복도 끝의 거리는 그렇게 순간적으로 다가오기 가깝질 않은데, 왜에....


    2. 아이는 아침에 일어나 재미지게 놉니다.. 간밤에 쉬를 하러간 것도 전혀 기억을 못하더군요, 간밤에 보았던 그 복도끝의 건물의 외부엔 벌써 아이들이 돌아다니며 물총을 쏴대며 놀고 있더이다.. 아무렇지도 않은 척 그 장소를 어슬렁거리며 가보니 그곳에도 외부 화장실이 있더라구요, 그래서 아, 누군가 화장실에 갔다가 눈이 마주쳤구나라고 넘겨버리고 말았어야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쉬를 하는동안 옆에서 저를 바라보고 있었던 것만 같은 그 섬뜩한 공포감과 함께 또렷이 절 바라보던 간밤의 누군지도 불분명한 존재의 그 눈빛은 도저히 잊혀지질 않더라구요, 또다시 그 소름돋은 경험이 몸을 쏴악 훑고 지나가더군요, 물론 누구나 한번쯤은 다 경험한 이야기입니다.. 상상이든 현실이든 상관없이 말이죠, 공포와 섬뜩한 경험은 그렇게 머리속에서 만들어지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니 이런 작품을 읽으면 괜히 그런 과거의 경험이 실재한냥 느껴지는 것이겠죠, 아야츠지 유키토 작가를 오래간만에 만났습니다.. 아니지, 이 작품이 출시된 시점으로보면 제가 늦게 읽은 것이군요, 신본격 미스터리의 대가이신 유키토 작가의 초자연적 호러 미스터리소설 "어나더"입니다.. 일본의 지방의 한 중학교에서 벌어지는 죽음과 관련된 일련의 현상에 대한 미스터리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그동안의 아야츠지 유키토의 신본격적 성향과는 조금 궤를 달리하는 호러물이라고 보시면 될 듯,


    3. 도쿄에서 아버지와 단둘이 생활을 하던 사카키바라 코이치는 과거 엄마가 살던 요미야마시의 요미키타 중학교로 전학을 오게 됩니다.. 다름아닌 아버지가 인도로 1년간 가계시기 때문이죠, 사카키바라의 엄마는 사카키가 태어난 그해에 이곳 요미야마의 할머니댁에서 병으로 돌아가시고 여태껏 아버지와 단둘이 살다가 홀로 도쿄에서 지내지 못해 외가의 할머니댁으로 오게 된 것이죠, 중3인 사카키는 요미키타 중학교의 3학년 3반으로 배정받아 5월부터 다니게 됩니다.. 하지만 폐에서 기흉증상이 생겨 다시금 병원에 입원하는 바람에 첫 등교가 늦어져버렸습니다.. 하지만 이 소설은 작품의 프롤로그에 요미키타중학교의 3학년 3반에서 과거 있었던 일에 대한 이야기가 보여지죠, 과거 26년전 이 반에는 미사키라는 아이가 있었죠, 미사키인지 마사키인지 정확하게 알 순 없지만 이 아이는 모든 것이 뛰어나 반 아이들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선생님들도 칭찬하는 아주 매력적인 아이였으나 불행한 사고로 가족이 모두 죽음을 당하게 되죠, 그렇게 사랑을 받던 미사키를 잊을 수 없었던 친구들은 미사키의 자리를 그대로 둔 체 그가 있는 것 처럼 행동하기 시작합니다.. 죽음으로 친구를 잃은 아이들의 최소한의 사랑법이었겠죠, 그런데 그렇게 한해를 보내고 찍은 졸업사진에, 있어서는 안되는 미사키가 버젓이 찍혀있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학교괴담의 이야기가 사카키바라가 전학을 온 시점에 3학년 3반에서 벌어지는 모냥입니다.. 그리고 병원에서 기흉 치료를 받고 있던 어느날 사카키는 한 왼쪽 눈에 안대를 한 한 여자아이를 만나게 됩니다.. 미사키 메이라 불리는 여학생은 병원의 지하2층의 영안실로 향하면서 사카키와 마주친거죠, 그리고 등교 첫날 그 아이를 사카키는 교실에서 마주하게 됩니다.. 하지만 3학년 3반에서 벌어지는 이상한 현상에 대해 사카키는 의문을 가지기 시작하는데,


    4. 거의 처음 일본소설이라는 것을 접하는 시점에 만난 작품이 아야츠지 유키토의 '십각관의 살인'이었던 기억이 납니다.. 뭐랄까요, 일본 추리소설을 읽기 위해서 가장 먼저 접하는 신본격추리소설의 추천작중 하나였다는 것이죠, 일반적이고 대중적이면서 가장 추리적 입맛에 적합한 작품이어서 충분히 즐겁게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이후로 몇몇의 관의 시리즈가 이어졌구요, 아시다시피 유키토 작가는 신본격미스터리의 대표자로서 사회파가 주류를 이루던 시점에 새로운 추리적 기법으로 매력적인 신세대격 미스터리의 유행을 이끌어낸 작가로도 유명하죠, 이 점은 유키토 작가께서 대중적 취향이나 장르적 공감과 상황적 묘미를 아주 적절하게 이끌어내시는 장점이 뛰어난 작가님이시라는 것입니다.. 뭐랄까요, 이번에 읽은 "어나더"라는 작품은 흔한 대중적 소재와 누구나 한번쯤은 경험해봄직한 학교괴담의 실체와 관련된 사춘기시절의 혼란스러운 시기에 겪는 청소년적 심리와 결부된 상당히 매력적인 작품입니다.. 미스터리로서의 장점을 잃지 않으면서 애둘러 공포적 상황들이 일종의 호기심으로 우선작용하는 듯한 미묘한 심리적 공포감을 적절하게 살려낸 대중호러소설이라고 봐도 무방할 듯 싶습니다.. 과하지 않고 그렇다고 아주 가볍지도 않은 작가 특유의 섬세함과 구체적 연개성을 중심으로 스토리속에 반전의 트릭을 상황적 궁금증으로 이끌어내는 매력이 아주 많은 작품이라고해도 될 듯 싶구요, 그 시절 청소년들의 이야기와 그 내면의 혼란스러움을 현실적으로 잘 접목시키고 공포적 메타포로 청소년들의 '실재'적 두려움과 아픔들을 적절하게 담아내고 있는 것 같아서 좋았습니다..


    5. 이야기는 두명의 캐릭터가 중점적으로 이끌어가는 구조이죠, 사카키바라 코이치라는 남학생과 미사키 메이라는 여학생이죠, 이 두명의 학생이 요미키타 중학교 3학년 3반이라는 특수한 공간적 배경을 통해 수십년동안 이어져오던 학교괴담의 중심이 됩니다.. 사실 이들을 통해 드러나는 진실과 과거의 이야기가 상당히 매력적이라는 사실은 확실합니다만 뭐랄까요, 조금은 밋밋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 솔직히 저로서는 작품이 출시된 당시가 아닌 십여년이 지난 지금 읽어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 설정 자체가 상당히 흔한 구성적 측면이라는 점을 무시하지 못하겠고 또한 중심 인물인 미사키 메이에 대한 캐릭터의 구성이 나쁘진 않지만 그렇게 강렬하게 다가오지 못한 아쉬움은 있었습니다.. 하지만 사카키바라라는 인물을 통해 그 시절의 중3의 생각과 미묘한 혼란적 감정선은 아주 현실적이면서 공감적인 매력이 큰 것은 또다른 매력이지만 그로 인해 실체가 밝혀지는 이런저런 반전과 그 깨다~름의 끝은 딱히 웃따스럽진 않았던 것 같아서 아쉬운 부분이 있었다는 것이죠, 게다가 수십년을 이어져온 학교괴담의 실체와 관련된 수많은 죽음과 상황들의 개연성은 조금 과장된 느낌도 지울 수 없었고 말이죠, 아무리 그러려니하고 읽을려고 해도 좀 현실적인 두려움으로 막 소름이 끼칠 정도의 현실감으로 다가오지는 않았다는 말입니다.. 그러니까 모두가 잠든 밤, 아무도 없는 곳에서 나만 바라본 그 실체가 없는 존재의 공포스러운 두 눈이 아니라, 어, 저 사람 뭐지, 하면서 몇명이 지나가다가 자신들을 바라보는 누군가를 같이 바라본 느낌같다고나 할까요, 그래서 괴담인거는 알겠는데 소름은 전혀 닭살스럽지 않은 뭐 그런,


    6. 대중적인 소재이고 흔한 전형적 공포를 이끌어내는 설정이라서 재미는 있습니다.. 있어서는 안될 아이가 사진이 찍힌 심령사진이나 영화속의 이미지속에 언듯 지나가는 듯한 유령의 실체와 같은 이야기는 늘 궁금하고 미스터리한 재미를 주죠, 그런 상황을 청소년의 학교를 배경으로 하면 더욱 실감나는 매력이 다분합니다.. 잘 읽히고 편안한 호러적 재미가 가득한 작품이라는 점은 이 작품의 가장 큰 장점이죠, 게다가 캐릭터가 주는 입체적 매력도 무시못할 즐거움입니다.. 애니메이션적 이미지나 스토리적 대중성도 충분히 가미된 작품이니만큼 이 작품의 대상은 성인층이 아닌 청소년을 중심으로 한 그 또래의 연령층이 가장 즐거워할 소재가 아닌가 싶습니다.. 보진 못했지만 얼마전 헐리우드의 한 감독이 만든 '어스'라는 영화도 이러한 소재를 중심으로 한 것인가 싶기도 하고, 아시다시피 과거 니콜 키드만이 나왔던 디 아더스나 브루스 윌리스의 식스 센스도 이러한 설정의 매력적인 심리공포스릴러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아무래도 이러한 대중적 호러소설의 매력은 영상화되어 보여지는 또다른 즐거움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소설로서도 나쁘진 않지만 대중적 선호도나 이미지적 매력에 있어서는 이 작품은 영상적 기법으로 독자들에게 보여진다면 더 즐거울 것 같아서 말이죠, 아무래도 미사키 메이의 이미지는 문장보다는 입체감이 있는 영상이 더 그 구체적 매력이 더해질 듯 싶어서 그렇습니다.. 왼쪽 눈의 안대를 푸는 순간 공허한 죽음의 진실은, 땡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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