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어의 노래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8-1 프로파일러 토니 힐 시리즈 1
발 맥더미드 지음, 유소영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1년 6월
평점 :
품절


 

    1. 성(性)과 관련된 이야기를 좀 해봅시다.. 공식적이거나 드러내놓고 말하기 참 껄끄러운 주제이기도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특히 더 그렇죠, 그렇다보니 어둡고 조심스럽고 비밀스럽게 여겨지는 것이 성(性)입니다.. 자연스럽지가 못하죠, 왜 그런걸까요, 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저는 최대한 자연스러울려고 노력하는데 아이를 둔 부모로서 아내가 생각하는 기준에서 제가 드러내는 편한 성관련 이야기는 애초부터 차단하고 나섭니다.. 거부감이 먼저 든다고 하더군요, 아이들의 성교육과 관련해서도 말을 마구마구 돌려서 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저는 직설적이고 있는 그대로의 성적 행위에 대한 설명과 표현을 하려고 하는 반면 아내의 경우에는 뭘해도 어색하게 성에 대한 접근방법을 보여줍니다.. 그런데 이런 성향은 굳이 아내뿐만 아니라 대다수의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지는 불편함일 것입니다.. 언제나 금기시되고 숨겨서 몰래 알아야했던 성에 대한 환상들이 오히려 우리 세대와 지금의 아이들에게도 문제가 되는 경우를 경험으로 자주 목격하게 됩니다.. 인간이 가진 가장 기본적은 본성이 가장 어둡고 감춰져야만하는 두려움과 부끄러움의 대상이 되면 성인이 되고 나서도 올바른 가치관으로 자리잡기가 쉽지 않으니까요,


    2. 물론 우리나라에만 국한된 성향은 아니죠, 많은 나라에서 또는 종교적 기준에 부합하려는 나라의 수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이러한 인간이기에 어쩔 수 없으 탐닉하고 본성적으로 집착하는 성적 욕구에 대해 인간의 내면적 자연스러움을 스스로 거부하거나 두려워하는 경우는 과거에도 현재에도 앞으로도 쉽게 변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그렇게 가려지고 숨겨지고 비밀스럽게 감춰진 인간의 성에 대한 본성은 어둡고 거칠고 부자연스러운 공간속에서 꾸준히 자생해나가고 있는 것이죠, 특히나 공식적이고 드러내놓고 성이라는 것에 거부감을 가식적으로 표현하는 우리나라의 경우 동네에서 한발자국만 벗어나면 수없이 많은 모텔들이 학교근처에서조차 아무렇지도 않게 성행하고 밤마다 성과 관련된 수많은 활동들이 활개를 치고 있습니다.. 그것도 법이라는 테두리속에서 버젓이 말이죠, 그리고 남자들은 그것을 즐기기까지 하고 살아갑니다.. 저는 아니라고도 말 못하죠, 대한민국 성인 남성의 기준에서 어느 누구가 이러한 성의 굴레에서 자유로울 수 있습니까, 또한 자연스럽지 못하고 거부감이 먼저 드는 성(性)을 보고 듣고 배우고 자란 세대로서 드러내놓고 자연스럽고 깨끗한 삶속에서의 성(性)의 이야기를 또다시 우리의 아이들에게 알려주지 못한다면 이러한 잘못된 성문화의 방식을 끊임없이 되풀이 되겠죠, 그리고 이러한 인간의 본성은 사회적 물의와 범죄의 중심이 됩니다.. 언제나 그렇죠, 발 맥더미드라는 영국의 소설가가 집필한 범죄스릴러소설인 토니 힐 시리즈는 프로파일러라는 영역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멋진 작품입니다.. 토니 힐의 첫 작품 "인어의 노래"입니다..


    3. 중세 유럽에서는 고문이라는 것에 대한 대단한 전문적 지식과 행위를 아무렇지도 않게 드러낸 곳처럼 보입니다.. 시작과 동시에 한 인물이 이탈리아의 한 지역에서 보여지는 고문도구를 보면서 자신이 행할 범죄를 떠올리는 것을 우린 목격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야기는 시작되죠, 영국의 브래드필드에서 벌어진 연쇄살인사건에 대한 프로파일러로서 토니 힐이라는 인물이 참여하게 됩니다.. 과거 몇건의 연쇄살인사건을 토니 힐은 내무부 소속으로 살인마의 성향과 사건의 내막을 파헤친 전력이 있는 뛰어난 심리학자죠, 그런 토니 힐을 브래드필드 경찰서의 부서장 존 브랜든은 파견 요청을 합니다.. 그리고 그동안 벌어진 3번째 사건까지의 공통점을 찾아 나가게 됩니다.. 그러던 와중에 또다시 살인이 벌어지죠, 이번에는 경찰인 인물이 살해됩니다. 이렇게 반복적으로 동일한 행위의 연속적 살인행각을 벌이는 살인자와 이를 추적하는 토니 힐과 그의 프로파일과 자신의 직감과 경찰적 능력을 보여주는 여형사 케롤 조던의 파트너쉽은 조금씩 단계를 밟아나가기 시작합니다.. 토니 힐이 만들어내는 프로파일링의 기준에서 연쇄살인마는 자신의 성향과 기준을 어느정도 드러내보이기 시작하지만 어떤 단서도 남겨놓지 않죠, 하지만 일반적인 프로파일러와 다른 토니 힐은 자신속에 살인마의 심리를 투영하고 그속에서 진실의 단서를 찾아내려고 합니다.. 조금씩 조여오는 심리적 불안과 사건의 혼란적 단서찾기는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요,


    4. 중세 유럽의 고문도구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자극적인 소설의 흐름은 매우 매력적입니다.. 속도감보다는 범죄적 심리와 프로파일러라는 생소한 영역을 하나씩 드러내며 사건의 중심으로 나가가는 극의 흐름은 대단히 섬세하고 현실적이기까지 하죠, 토니 힐이라는 인물은 아주 뛰어난 현실적 프로파일러의 능력치를 보여주면서도 자신 내부의 인간적인 단점도 자연스럽게 드러냅니다.. 이는 작품을 읽어나가는 독자들이 그에게 공감하는 방식적 여유를 작가가 만들어놓은 것이겠죠, 무엇보다 뛰어난 심리학자에게도 인간적이고 동정받을 면이 있다는 점은 독자가 작품속에 집중하고 흐름을 놓치지 않고 재미를 이어가게 만드는 가장 중요한 공감대이니까요, 이 작품은 여느 스릴러소설처럼 속도감과 긴장감을 끊임없이 불어넣는 방식은 아닙니다.. 대단히 현실적이면서 이 작품이 집필된 시대적 공유가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작품입죠, 이 원작은 1995년에 집필된 듯 싶습니다.. 아직까지는 경찰 내부에서 프로파일러라는 개념이 뜬구름잡는 소리처럼 들리는 그런 환경이었겠죠, 소설속에서도 그런 모습은 적나라하게 드러납니다.. 그런 현실적 재미와 함께 경찰 조직과 주변 상황들이 주는 무척이나 재미집니다.. 무엇보다 토니 힐이라는 주인공이 프로파일러로서 범죄사건의 중심과 범죄자의 심리속으로 들어가는 과정과 상황적 진행이 아주 섬세하고 실제인 양 그려지기에 더욱더 이 작품이 주는 장르적 매력은 대단합니다.. 저로서는 그랬습니다.. 전반적으로 작가의 작품적 의도는 범죄의 잔혹함과 자극적 묘사와 더불어 어둡고 진중하지만 인물들이 그려내는 상황들은 현실감이 중심이 되는 자연스러움이 보여져 대단히 편안한 느낌마저 들었습니다..


    5. 작품이 말이 많습니다.. 그리고 사건의 흐름과 이야기의 진행은 상당히 더딥니다.. 오히려 이러한 부분은 초반의 지리함만 잘 적응하면 뛰어난 공감으로 독자들이 작품속의 이야기가 현실감이 넘치는 상황적 몰입으로 전환될 수 있으나 솔직히 호불호가 작용하리라 여겨집니다.. 아무래도 이러한 범죄스릴러의 재미는 속도감과 서스펜스의 긴장감이 끊임없이 독자들에게 전달되어야하니까 말이죠, 이 작품은 영국판 마이클 코넬리의 여성버전 정도로 비유할 수 있을까 모르겠습니다.. 하나에서부터 꼼꼼하게 그 과정을 현실적 사건을 독자들에게 전달하는 모양새처럼 짜임새 넘치게 드러내는 방식은 당장의 훅 밀고 들어오는 재미보다는 한동안 눈을 마주보고 있어야 그 매력이 점차 스며드는 스펀지같은 장르적 스릴러의 매력이 가득한 작품이라는 것이죠, 찬찬히 그렇지만 당연한 듯 꼼꼼히 작품의 농밀한 범죄적 프로파일과 범죄자의 심리적 잔혹감속으로 들어가보면 어느새 작품의 이야기에 빠져있는 독자가 되어버릴 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그렇더군요, 사실 초반과 중간정도까지는 조금 지리하지만 끊임없이 보여지는 상황의 현실감에 매료되었거덩요, 그러다가 중반 이후 어느정도 완성된 범죄자의 이야기와 또한 범죄자가 자신의 시점에서 보여주는 범죄적 이야기의 진실적 내막이 서로 상응하면서 아주 즐거운 독서의 묘미를 만들어가게 해주더라구요,


    6. 개인적이라는 말을 앞세우는 것은 웬만해서는 그냥 재미지다, 매력적이다, 즐거운 독서가 된다라고 할텐데 솔직히 저로서는 아주 매력적이고 즐겁고 재미진 작품임에도 객관적으로는 분명 이 작품은 호불호가 있는 작품임에는 틀림없습니다.. 일단은 말이 많고 지리한 표현적 꼼꼼함이 소설이 시작부터 마지막까지 등장하는 부분입니다.. 게다가 두껍죠, 마이클 코넬리처럼 발 맥더미드도 어느 것 하나 허투루 문장을 만들어 가질 않습니다.. 단순하게 흥미와 긴장감과 속도감을 목적으로 독자들이 대중적 감응만을 느끼게 하는 그런 단순한 스릴러를 만들지는 않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게다가 어줍잖게 독자가 상상하고 예상한 여느 미스터리적 측면의 반전의 양상 또한 만들지 않습니다.. 말그대로 르포적 범죄적 이야기를 하나의 소설처럼 그려내는 뛰어난 매력이 가득한 작품이라는 것이지요, 이런 매력은 아마도 마이클 코넬리처럼 발 맥더미드 역시 기자로서의 오랜 경험이 바탕이 되었을 것 같습니다.. 작품을 보시면 그러한 경향이 상당히 많이 눈에 띕니다.. 전 그런 독자적 몰입감을 보여주는 범죄자의 심리적 단서와 프로파일러의 개념적 투시가 아주 좋았던 것 같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작품은 단순한 범죄스릴러소설이 아닌 프로파일러와 범죄자와의 대결 심리스릴러로 인식해도 나쁘지 않을 듯 싶습니다.. 그래서 더 읽어보고 싶은데 저에게 주어진 책은 앞으로 단 한권밖에 없군요, 국내에서는 토니 힐의 시리즈가 다음편인 "피철사"까지만 출시되었습니다.. 다시 캐롤 조던과 토니 힐이 만나는 지도 궁금하니 조만간 마저 읽고 다시 돌아오겠습니다.. 이 시리즈의 중단이 안타까운 지 아닌 지는 다음편을 읽고 판단해봅시다.. 땡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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