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의미한 살인
카린 지에벨 지음, 이승재 옮김 / 밝은세상 / 2018년 10월
평점 :
품절


 

    1. 제가 늘 하는 레퍼토리중 하나가 인간은 늘 내맘 같지가 않다는 이야길 하곤 합니다.. 세상 모든 사람들이 나와 다르죠, 나와 생각이 다르고나와 삶이 다르고 나와 행동이 다르고 나와 외모가 다르고 나와 같은 사람은 단 한명도 없습니다.. 그렇다보니 나처럼 타인을 대할 수가 없죠, 나에게 나는 모든 것을 줄 수 있지만 나는 타인에게 또는 타인은 나에게 모든 것을 줄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우린 상처를 받곤 합니다.. 나와 다르기 때문에, 어떤 형태의 상처건 우린 타인에게서 나와 다르다는 이유로 상처를 받습니다.. 그리고 어울림이라는 사회적 삶속에서 상처를 치유하는 방법을 찾아가죠, 시간이 지날수록 이런 상처의 경중은 달라집니다.. 그리고 삶과 사회와 어울림의 경험이 오래될수록 많은 것을 알게되죠, 나와 다른 사람에 대한 행동과 생각과 삶에 대한 대처방법을 말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모든 상처가 다 무덤덤해지지는 않습니다.. 언제나 약한 인간의 감정이라는 위대한 본성은 늘 아프고 고통스럽고 힘겹지만 나름의 스스로를 다독거리는 방법을 찾아냅니다.. 그리고 그 상처는 타인에게 또는 스스로에게도 감춰버리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래서 우린 겉과 속이 다른 경우가 너무나도 많습니다.. 내가 가진 상처, 내가 살아가면서 감내해야하는 수많은 아픔의 생채기들을 드러내지 못하고 산다면, 얼마나 힘들까요,


    2. 그래서 우린 사랑을 합니다.. 사랑속에서 우린 내가 아닌 타인에게서 나를 찾으려고 하죠, 그래야지만 내가 가진 상처를 나눌 수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하지만 이 역시 우린 인간이기에 그 사랑의 감정속에는 타인에 대한 나만의 감정이 우선된다는 것 또한 중요합니다.. 그래서 언제나 사랑은 변합니다.. 그렇지 않은 분들은 위대한 사랑을 가지고 세상속에서 살아가시는 분들이시니 존경할 수 밖에 없구요, 여하튼 우린 세상에 태어나 혼자만의 삶이 아닌 부대끼고 소통하고 살아가는 섭리를 따르는 인간이기에 주어진 타인과의 관계속에서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하는 상처는 감내하는 것이 또다른 우리네 인생의 목적이 아닌가 싶습니다.. 하지만 사는게 힘들죠, 전 그렇게 생각합니다.. 세상을 살아가는데 너무나도 편하고 행복하기만 한 사람이 있겠냐고, 있음 좋겠네요, 그런 생각을 해보게 되는 상당히 밀도높은 심리적 불안과 상황적 긴장감을 보여주는 작품을 읽었습니다.. 나름 유명한 작가님이신데 전 처음 접해봤군요, 카린 지에벨의 "유의미한 살인"이라는 작품입니다.. 프랑소소설이구요, 범죄스릴러입니다.


    3. 주인공인 잔느는 대단한 강박관념을 가진 인물인 듯 싶습니다.. 동일한 시간에 동일한 기차를 동일한 자리에 앉아서 출근을 매일 하는 경찰서 관리직입니다.. 그리고 그녀는 항상 자신의 루틴한 행동에서 불안을 엿볼 수 있는 여성으로 보여집니다.. 그런 그녀에게 일탈이라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죠, 그러던 어느날 그녀가 늘 앉은 기차의 자리옆에서 우연히 흰 봉투를 발견하게 됩니다.. 뭔지 궁금했던 그녀는 봉투를 들자마자 거기에 자신의 이름이 적힌 것을 보고 놀랍니다.. 자신에게 누군가가 보낸 편지인 것이죠, 조심스레 펼쳐본 편지에는 잔느에게 관심을 보인 한 인물의 이야기가 들어 있었습니다.. 누군가에게 단 한번도 관심을 제대로 받아보지 못하고 또한 그들속에 속하지 못한 체 홀로 외로웠던 잔느의 삶에 우연히 들어선 그 편지의 주인공은 자신을 엘리키우스라고 명명했습니다.. 제우스의 또다른 별칭이죠, 그리고 다음날 또다른 편지가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엘리키우스는 잔느에게 자신이 누구인 지 밝힙니다.. 현재 발생한 연쇄살인사건의 가해자가 자신이라는 것이죠, 하지만 잔느는 자신에게 모든 것을 털어놓고 자신의 심리와 마음과 아픔을 공유하고 공감하는 엘리키우스에게 감정을 가지게 됩니다.. 한번도 만나지 못하고 그가 누구인 지, 왜 살인을 저지르는 지 모르지만 자신만의 강박과 아픔과 고통속에서 외롭고 힘들고 고통스럽게 살아가는 잔느의 일상에 그는 그녀의 상처를 감싸주는 사랑이 되어갑니다.. 하지만 그는 살인자죠, 잔느 역시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속의 천사와 악마가 정의와 사랑을 두고 혼란에 빠지게 됩니다.. 그리고 또다시 벌어지는 연쇄살인 사건은 더욱더 잔느를 불안하게 만들죠, 과연


    4. 대단히 밀도 높은 심리적 불안감과 혼란스러움이 작품 전반에 걸쳐 그려지고 있는 심리스릴러입니다.. 특히나 여주인공인 잔느라는 인물의 심리적 강박증세는 아주 위험할 정도의 긴장감을 보여줍니다.. 독자들은 그녀의 심리와 주변의 상황에 따라 혼란스러워하는 불안감을 공감하며 연쇄살인자와의 연결이 어떻게 이어져나갈 지 무척이나 궁금해하며 집중하게 되죠, 살인사건의 단서는 전혀 없고 단서를 찾지못해 힘들어하는 에스포지토 반장과 잔느와의 또다른 연결고리는 상당히 흥미롭습니다.. 하지만 연쇄살인사건의 단서찾기와 범죄에 대한 중심으로 이어지는 부분보다는 잔느라는 여성의 심리적 불안과 엘리키우스라 불리우는 연쇄살인자의 편지를 통한 상호작용과 이에 따른 주변상황의 혼란스러운 심리적 시선을 따라가는 스토리가 지배적인 이야기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시작점과 마지막까지의 모든 것은 잔느의 시선과 심리와 감정에 따라 이루어진다는 것이죠, 독자들은 그런 그녀의 심리에 동조하고 공유하면서도 그녀가 보여주는 혼란스러운 천사와 악마의 정의적 잣대에 대해 조금씩 고민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후반부에 펼쳐지는 또다른 상황적 묘미는 이 작품의 제목이 보여주고자한 스토리의 핵심을 잘 그려낸 것이죠


    5. 잔느에 의한, 잔느로 인한, 잔느를 위한 스릴러소설이기 때문에 잔느 말고는 딱히 중요한 부분은 없습니다.. 가장 중요한 연쇄살인자의 살인 행각에 대한 중요성도 잔느에게 국한된 심리적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오히려 작품의 중심에서 벗어나 있죠, 사건을 해결할 중요한 인물로 등장하는 에스포지토 반장의 역할과 수사팀의 영역도 전혀 눈에 띄지 않습니다.. 모든 이야기와 흐름은 잔느의 입장과 심리와 상황에 따라 와따가따하죠, 말그대로 조현병의 영역이라는 정신질환의 혼란스러움을 독자들도 잔느와 함께 겪게 되는 어지러움이 가득한 작품입니다.. 심리스릴러로서 초반의 긴장감과 불안감은 서스펜스로서 이어지지 못하고 초반 연쇄살인자의 편지에 대한 중심이 드러난 후에 이어지는 스토리는 아주 맥빠지는 아쉬움이 가득합니다.. 뭔 이야기를 하고  싶은 지도, 뭔 호기심을 자아내고 싶은 지도, 뭔 단서와 어떤 해결의 양상으로 작품을 이어가려고 하는 지도 개인적으로는 하나도 궁금하지 않게 되더라구요, 그 점이 제일 안타까웠습니다.. 무엇보다 작가가 이야기하고자 한 가장 중요한 인물인 잔느의 심리와 혼란한 감정선의 정신적 진중함은 오히려 가볍다못해 어색하기까지 해서 오히려 초반의 강박적 의도가 무색해지더라구요, 또한 갑자기 밝혀지는 결론의 반전 역시 아마추어적인 느낌이 지배적으로 드는 것은 아마도 어설프지만 나름 추리스릴러만 죽어라 읽어온 저의 편협함이 크기 때문이겠죠,


    6. 카린 지에벨이라는 작가는 심리스릴러소설을 중심으로 상당히 매력적인 독자적 공감을 이끌어내는 작가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이전 국내 출시작을 읽어보질 못한 저로서는 다행이도 그녀의 데뷔작을 이렇게 읽어보게 되어 영광이긴 합니다만 첫 작품인만큼 아직은 다듬어지지 못한 인물적 어색함이 상당히 눈에 띄어 아쉬움이 컸습니다.. 연쇄살인을 다룬 스토리 역시 집중하고자한 심리적 영역에서 상호 어울리지 못하고 따로 노는 듯한 느낌이 강해 읽는 내내 자연스럽지 않았구요, 무엇보다 잔느라는 가장 중요한 작품을 이끌고 가는 여성의 정신적 혼란함이 개인적으로는 아주 유치할 정도의 가벼움으로 보여져서 작가가 의도한 상황적 혼란과 심리적 밀도를 제대로 공감하지 못한 부분이 오히려 죄송하기까지 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보통은 그동안 개인적으로 편협한 독후평을 했던 아직은 시작단계의 국내 작가님들의 설정적 한계와 소재의 어색함같은 유치한 아마추어적 발상이라고 까대는 저의 닫힌 사고가 이 작품에서 그대로 보여지기에 잘나지도 못한 까댐을 생각케 되는 그런 작품이라 안타까웠습니다.. 아마도 이 작가의 차기작들에서 보여지고 국내 독자님들께서 칭찬하시는 심리적 공감과 불안한 긴장감이 가득한 심리스릴러는 이제부터 제가 알아가야할 부분이 아닌가 싶네요, 아무래도 처음 집필된 작품에서 조금더 더 나아가는 작가의 능력과 매력이 있다면 더 행복한 독서가 되지 않을까하는 기대감은 있습니다.. 분명 초반의 설정과 인물적 구도는 뛰어난 작품이었으니까요, 사실 저도 매일같이 하나의 결정을 놓고 천사와 악마가 싸웁니다.. 늘 천사가 이겨서 이모양 이꼴로 살고 있는 지 모르지만 말이죠, 여전히 이 세상은 아직도 악마의 말을 들어야 잘 사는 경향이 짙습니다. .나만 그렇게 생각하면 그만이고, 땡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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