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추락한 이유
데니스 루헤인 지음, 박미영 옮김 / 황금가지 / 2018년 10월
평점 :
절판


 

    1. 방탄소년단의 노래중 I`m Fine라는 곡의 가사에 이런 말이 있습니다.. ' 시리도록 푸른 하늘 아래 눈 떠 흠뻑 쏟아지는 햇살이 날 어지럽게 해 한껏 숨이 차오르고 심장은 뛰어 느껴져 너무 쉽게 나 살아있다는 걸~~ 차가운 내 심장은 널 부르는 법을 잊었지만 외롭지 않은 걸 괜찮아 괜찮아 깜깜한 밤 어둠은 잠든 꿈을 흔들어 놓지만 두렵지 않은 걸 괜찮아 괜찮아 I'm feeling just fine, fine, fine 이젠 너의 손을 놓을게' 처음 이 노래를 들을때 뭔 이런 같잖은 노래가 있나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가사는 말할 것도 없고 중년의 아저씨가 듣기에 아이돌이 전달하는 얇은 목소리의 감성이 참 별로였습니다.. 시쳇말로 '하여튼 요즘 노래는 참나.....'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그런데 본의 아니게(?!) 자꾸 들여오는 노래와 함께 조금씩 스며드는 가사의 느낌이 세상 흐름을 이해하지 못한 중년의 아저씨의 귀속에서 새로운 이해를 일으키더라구요, 사랑, 그게 뭐였지, 내가 누굴 사랑해본 적이 있던가, 내가 잊어버린 그 사랑의 감정이 차가운 나의 심장속에서 다시 뿜어져나올 수 있을까,  나를 그토록 웃게, 울게, 힘들게, 또는 행복하게 만들었던, 누군가는 사랑으로 추락하고 누군가는 사랑으로 축복받고, 또 누군가는 사랑을 단지 심장속에 가둬두는 것인가하고 말이죠, 그리고 방탄은 이젠 괜찮다고, 걱정하지마라고 합니다.. 그리고 두렵고 힘들지만 자신의 길을 찾을 것이라고 하죠,


    2. 네, 제 아내때문에 방탄소년단 노래 엄청 듣습니다.. 관심이 없을래야 없을 수가 없을 정도로 많이 듣습니다.. 단순한 아이돌의 일회용 노래처럼 치부하고 말다가 얘네들이 이어나가는 방향성과 함께 그들의 행동과 모습을 보면서 시대의 어른의 한명으로 많은 것을 깨우치고 심지어 배우고 있습니다.. 노래속에서도 그들의 행동속에서도 무엇보다 그들을 사랑하는 수많은 팬들의 이야기속에 말이죠, 뭔 소설 이야기에 이런 같잖은 대중가수의 이야기를 하냐라고 하시면 할 말이 엄낀 합니다.. 그냥 이 작품을 읽으면서 가장 먼저 떠오른 생각이 이젠 사랑을 기억하고 그 감정으로 살아있고 그런 자신의 지금이 힘들고 지치고 두렵지만 난 괜찮고 이겨낼거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데니스 루헤인이죠, 이번 작품은 사랑이 중심이 되는 스릴러소설입니다.. 그동안 뜸했던 우리 해인이횽아가 다시 돌아오셨습니다.. 늘 그렇듯 이번 작품도 보스턴을 배경으로 이야기를 펼칩니다.. "우리가 추락한 이유"는 한 여성의 이야기이자 사랑에 대한 스릴러입니다.. 무엇보다 한 여성이 인생이라는 존재적 가치를 실현하려는 방법론에 대한 이야기입죠, 이리 적으니 뭔가 좀 지적으로 보이죠, 자 시작해봅시다..


    3. 시작과 동시에 레이첼은 남편은 총으로 쏩니다.. 그를 죽이죠, 그러면서 자신의 삶과 어머니의 이야기를 끄집어냅니다.. 자신이 남편을 죽인 이유는 나오질 않지만 그를 사랑하고 있다는 것만은 확실합니다.. 그리고 자신의 이야기부터 시작됩니다.. 레이첼의 삶이 처음부터 보여지죠, 그녀는 잘나가는 작가이자 교수인 홀어머니와 살고 있습니다.. 어린시절 자신의 아버지는 자신을 두고 집을 나갔습니다.. 그런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과 자신의 존재적 열망때문에 끊임없이 엄마에게 아버지의 부재에 대한 이유와 찾고자하는 요구를 드러내지만 끝끝내 엄마는 알려주지 않습니다.. 레이첼이 아버지의 부재에 대한 이유와 내용을 알게되면 상처를 받을 것이라는 것이죠, 또한 그녀에게 아버지가 필요치않다는 엄마의 존재성을 끊임없이 납득시키고자 합니다.. 레이첼의 어머니는 냉정하고 주변에 친구조차 없는 차가운 사람이었죠, 그런 엄마에 대한 사랑을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으로 대체한 레이첼은 그녀가 살아가는 이유중 가장 큰 목적이 아버지를 찾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엄마는 그런 그녀의 궁금증을 뒤로 한 체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습니다..홀로 남은 레이첼은 수소문으로 아버지를 찾아 나서지만 단서조차 찾지를 못하죠, 그러다 사설 탐정을 이용하여 생부를 찾고자 하지만 사설탐정인 브라이언 델라크루아는 그녀에게 솔직하게 아버지를 찾는데 그녀의 모든 재산을 탕진할 수도 있으니 단념하라는 말로 그녀의 관심을 끕니다.. 그리고 어느날 브라이언은 사라지죠, 홀로 남은 레이첼은 조금씩 자신의 공황장애가 심해짐에도 자신의 아버지를 찾는것을 포기하진 않죠, 그러던 어느날 어머니의 지인으로부터 자신의 아버지라는 존재에 대해 알게되지만,


    4. 줄거리만으로는 한 여성의 아버지찾기와 관련된 이야기처럼 펼쳐지죠, 그렇습니다.. 소설의 초중반부를 통해서 레이첼이라는 여성의 삶의 근원과 존재적 이유를 그녀 자신의 자아를 통해서 주변의 이야기를 이끌어나갑니다.. 레이첼의 이야기죠, 그리고 이 이야기속에는 어떠한 범죄적 요소나 스릴러의 감성을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자아정체성을 찾아나가려는 상처와 소외와 외로움으로 견뎌내는 한 여성의 심리적 성장기를 다룬 작품처럼 보여집니다.. 그 과정에서 조금씩 자신을 찾아나가는 일련의 성장소설같은 느낌이죠, 우리가 아는 데니스 루헤인의 범죄적 스릴러의 페이소스는 좀체 드러나지 않습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챕터에서는 그동안 레이첼의 삶에서 간과되었던 한 남성, 브라이언이라는 인물이 전면에 등장합니다.. 그리고 그와 함께 새로운 존재적 가치를 부여받은 레이첼에게 닥치는 대단한 감성적 서스펜스가 조금씩 기지개를 펴기 시작합니다.. 그렇게 이어지던 이야기는 중후반부를 넘어서면서 폭발적인 전개로 상황을 이어나갑니다.. 작가의 의도에 따라 독자들은 이전의 레이첼과 이후의 레이첼을 흠뻑 독자적 공감속으로 빨아들이기 시작하죠, 전반부에서 정체성을 찾던 소녀와 혼란스럽고 불안한 심리적 두려움이 가득찬 젊은 여성의 레이첼은 후반부에서 사랑과 이해와 포용으로 조금씩 자신의 존재를 인식하고 고통에서 벗어나려는 독립적인 여성과 함께  전혀 색다른 모습으로 독자들에게 대비적으로 다가온다는 것이죠,  


    5. 작가의 의도이긴 하겠지만 전반부에 이어지는 스토리의 흐름은 뭐랄까요, 흔한 정체성 찾기같은 일반스러움이 가득합니다.. 불완전한 가족의 비틀린 심리적 아픔을 가진 한 여성이 그녀가 스스로를 이겨내기 위해 만들어가는 존재적 물음이 주를 이루죠, 그리고 그 이야기속에 조금씩 작가는 후반부와 작품 전체를 통과하는 여성적 자아정체성의 심리적 변화를 곳곳에 심어놓는 것이죠, 사실 밋밋하고 조금은 지리한 이야기의 흐름일 수도 있습니다.. 작가 또한 그러한 의도를 모르지 않았을겁니다.. 물론 초반이 생각보다 길게 이어지는 부분때문에 전반적인 작품의 감성과 재미를 조금 빼앗끼는 아쉬움은 어쩔 수 없긴 합니다.. 그리고 충격적이고 고통스러운 여성의 아픔을 전제에 두고 사랑이 드러나는 새로운 이야기를 펼치는 것이죠, 띠진가 어딘가 나오는 것 같은데 이 작품은 범죄소설이자 스릴러임에도 중심은 사랑에 관한 이야기이고 무엇보다 인간의 존재적 가치와 그 삶의 정체성과 성장에 대한 스토리라는 것이죠, 이렇듯 초반부의 레이첼의 삶과 심리를 잘 파악하고 이해를 하면서 조금은 지리한 스토리를 경험하고 나면 중반부에 이어지는 그녀의 새로운 이야기는 독자들에게 아주 중요한 계기로 다가옵니다.. 진짜 하고싶은 이야기를 이제 시작한다는 느낌이죠,  작품의 목차를 보면 그 이유를  파악가능합니다.. 혹시나 하시는 분은 이 독후감을 보신 후 목차를 한번 살펴보세요, 작품의 흐름을 약하나마 인식가능하시지 않을까 싶습니다.. 홀로 남은 여성과 사랑을 하는 여성 그리고 극복하는 여성의 모습을 챕터에서 발견하실 지도, 아님 말고


    6. 작품은 흔한 대중소설적 기법과 함께 문장속에 담겨진 루헤인만의 감성이 잘 살아나 있습니다.. 아무런 장르적 취향도 없어 보이는 초반부의 이야기속에서도 독자들은 조금씩 스며드는 루헤인의 문학적 감성과 인간에 대한 탁월한 심리적 불안을 섬세하게 느끼게 됩니다.. 그리고 무척이나 세련된 묘사들이 등장하죠, 편안함이 가미된 초반부와 함께 그동안 우리가 익히 만났던 루헤인의 범죄적 서스펜스와 스릴러적 감성의 속도감 넘치는 불안한 상황적 묘사와 심리적 혼란스러움이 중반부 이후 독자들을 끌어들입니다.. 무엇보다 인물들이 보여주는 입체감 넘치는 감정적 혼란과 함께 심리적 섬세함이 압도적으로 드러납니다.. 물론 범죄적 차가움도 한몫 단단히 합니다.. 특히나 후반부의 스릴러적 진행과 감성적 서스펜스, 무엇보다 어떻게 이어질 지 모르는 범죄적 요소의 속도감 넘치는 상황적 스토리는 아주 대단합니다.. 조금 가볍고 대중스러우면서도 매력적인 범죄스릴러소설이라 보시면 될 듯 싶습니다.. 자극적이고 과한 스릴러로 치장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아무렇게나 만들어진 가볍디 가벼운 로맨스스릴러의 감성도 아닌 데니스 루헤인만의 상당히 지적이고 문학적 문장력까지 가미된 매력적인 장르소설인셈이죠, 저는 그렇게 느꼈습니다.. 전반적인 감성 자체가 영미적 느낌이 강하긴 하지만 일반적이고 대중적인 독서로서 선택하기엔 부족함이 없는 작품이 아닌가 싶습니다.. 개인적으로 후반의 결말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아니 결말이 제일 좋았어요, 모름지기 스릴러속의 삶은 그래야하니까요, 땡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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