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집 아이를 차로 치고 말았어
그렉 올슨 지음, 공보경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8년 10월
평점 :
절판


 

    1. 꼭 결혼을 해야되겠다는 생각이 없었습니다.. 혼자인 생활이 나쁘지 않았고 굳이 가족을 만들고 부부간에 문제를 일으키고 자식을 낳고 힘겹게 살아야되나 뭐 그런 생각을 좀 했었습니다.. 서른 살 쯔음 혼자인 생활이 그렇게 나쁘지 않더군요, 그러다가 대다수의 분들처럼 주변의 상황과 이런 저런 이유로 자의반타의반 오랫동안 사랑하고 알아오던 분과 결혼을 상의하고 결국 가족을 꾸리게 되었습니다.. 결혼 후 몇년간은 서로의 삶과 둘만의 시간이 좋았습니다.. 조금 더 우리만의 시간을 가지고 싶었는데 아이가 하나 둘 생기기 시작하면서 십수년을 이렇게 살아오고 있습니다.. 아이가 있기 전의 삶과 아이가 태어난 후의 삶은 완전히 다릅니다.. 말그대로 완전히 다릅니다. 사람마다의 차이점을 있겠지만 삶의 특이점이 아이로 인해 생겨나는 것이죠, 새로운 인생이 아이에게도 부모에게도 생기는 것 같더라구요, 삶을 살아가는 기준과 목표도 달라지죠, 뭐 그렇지 않은 어른들도 많겠지만 대다수의 일반적인 우리네 인생의 가족을 구성하는 사람들에게는 아이가 주는 인생의 싱귤래리티를 만나게 되는 것이죠, 저 역시 그렇게 태어났고 부모님의 사랑과 관심과 울타리속에서 살아오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여전히 그 울타리는 제가 만들어놓은 울타리의 조금 외곽에서 아직까지 바람막이로 지켜주고 있습니다.. 그 바람막이속에서 저로 인해 새롭게 태어난 아이는 부모의 모든 것이 되죠, 누군가의 아이로 태어나 그 부모에게서 목숨을 부여받았던 저는 저로 인해 다시금 태어난 저의 아이에게 그 목숨과 생명을 전달해주는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에게 제 아이는 제 목숨같고 제 목숨보다 소중한 존재인거죠,


    2. 그래서 저로서는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아이라고 늘 생각하고서 살아갑니다.. 아이에게 자행되는 수많은 범죄와 무관심과 폭행과 사회적 폭력의 행사는 개인적으로 치를 떨고 가능하면 아이들이 살아가는 공간과 삶과 주변은 늘 행복하고 자유롭고 평화만 가득하길 바라죠. 저 역시 그런 부모의 삶속에서 살아왔고 아이들도 그런 저의 울타리속에서 자신만의 세상을 만들어서 자유롭길 바랍니다.. 하지만 세상은 그렇지 않죠, 늘 제가 만들어놓고 어른들이 지켜주는 바람막이는 누구라도 뚫어버릴 수 있는 약한 울타리일 수 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세상은 이런 울타리를 누군가가 건드리지 못하게 순찰을 돌고 재해가 일어나지 않게 막아주려고 합니다.. 세상에 자신보다 소중한 생명을 잃어버리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없으니까요, 그래서 전 아이를 중심으로 벌어지는 우리 사회의 범죄적 이야기에 대단히 민감합니다.. 영화적 미디어의 감성은 그나마 한발 떨어져서 공감대를 만들 수 있지만 소설이 주는 참혹하고 현실적인 이야기에는 아주 예민하게 다가갈 수 밖에 없습니다.. 제목이 주는 느낌만으로도 이 작품이 어떠한 공포감을 줄 것인지 대강 알 수 있는 "이웃집 아이를 차로 치고 말았어"는 아주 위험하고 극단적이고 지옥같은 이야기를 만들어 냅니다.. 남의 아이도 아니고 이웃집 아이라잖아요, 내가 잘 아는 아이를 차로 치고 말았으니, 도대체 상상이 안갑니다.. 어떻게 진행이 될 지,


    3. 흔히들 말하는 도시의 교외 지역의 중상류층이 주택을 짓고 살아가는 곳에서 벌어지는 일입니다.. 시작과 함께 20년전의 사건이 발생하죠, 리즈라는 여인의 기억으로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그녀는 20년 전 자신의 부모와 이웃의 가족과 함께 피크닉을 준비하죠, 그렇게 떠났던 피크닉은 폭우로 인해 지옥같은 순간으로 변해버립니다.. 이웃집 아저씨 댄 밀러와 함께 댄의 아들 세스와 리즈와 자신의 오빠가 함께 차를 타고 가던 중 사고를 당한 것이죠, 그리고 그 사고로 인해 댄의 아들 세스는 죽고 자신과 오빠는 살게 됩니다.. 하지만 주변의 시선과 사고로 인해 댄 밀러는 자신의 아이뿐만 아니라 자신의 삶도 잃어버리죠, 그리고 20년이 지난 지금 리즈 재럿을 결혼을 한 후 댄 밀러의 집이 보이는 강건너의 조부모의 집으로 이사를 온 것이죠, 그녀는 변호사 시험을 준비하고 오늘 그 시험날입니다.. 앞서 두번의 시험을 낙방한 리즈는 시험에 대한 걱정으로 예민할 수 밖에 없습니다.. 급하게 준비하느라 시험장에 늦을까봐 노심초사하며 급하게 준비를 하고 있는 그녀가 집을 나서던 중 후진하는 차량에 무엇인가가 둔탁하게 부딪힙니다.. 이웃집 아이 찰리가 차에 치었습니다.. 그리고 리즈는 이 순간 그녀가 절대 해서는 안될 행동과 판단을 하게 됩니다.. 자신에 닥친 불행으로 그녀는 잘못된 길로 들어선 것이죠, 다른 누구도 아닌 자신이 가장 의지하고 좋아하는 옆집의 캐롤의 하나밖에 없는 찰리, 그녀 역시 누구보다 사랑하는 그 아이를 차로 치면서 숨을 쉬지 않는 아이로 인해 당황한 리즈는 참혹하리만큼 혼란스러운 심정으로 아이를 자신의 차고로 옮깁니다.. 자신으로 인해 목숨을 잃은 아이는 그렇게 리즈의 집 구석에 놓여지죠, 그리고 리즈는 변호사 시험을 치기 위해 아이를 친 흔적을 없앤 후 그 자리를 떠나게 됩니다.... 그렇게 이 소설은 시작됩니다.. 어린시절 이웃집 친구 대신 생명을 부여받았던 리즈는 20년 후 자신을 위해 이웃집 아이를 죽음속에 놓아둡니다.. 이제 어떻게 될까요, 생각만해도 소름이 돋질 않나요,


    4. 제목과 초반 줄거리만으로도 이 작품이 독자들에게 전달하려는 감성과 소설적 의도는 충분히 감지됩니다.. 일반적 추리소설과는 다른 결과론적 행위과 상황과 가해자를 전제해놓고 이야기를 시작하죠, 그리고 작품속 이야기는 그 가해자가 누군 지 모르는 체 흘러갑니다.. 자, 이제 독자들은 피해자와 자신의 아이를 잃은 부모의 심정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상황속에서 진실을 아는 체 시선을 따라가게 됩니다.. 이 마음이 어떨까요, 개인적으로는 작가가 대단히 악의적인(?) 공감을 만들려고 노력한 것 같습니다.. 무척이나 마음이 안좋게 상황이 흘러가거덩요, 가해자인 사람의 입장이 누구보다 절절하게 다가오지만 그 가해적 행위에 대한 판단과 그 후속 행동의 연속은 정말 짜증이 물밀듯이 밀려옵니다.. 또한 피해자인 찰리의 엄마인 캐롤이 무너져내리는 지옥같은 아픔이 이어지는 상황들이 또 공감이 되면서 이 작품이 정말 나를 극악스럽게 몰아가는구나라는 생각까지 들더군요, 사실 제가 이런 주제와 소재에 잘 빠져듭니다.. 그래서 보통는 좋은 소리를 잘 안하죠, 하지만 이런 상황이 주는 심리적 불안과 상황적 혼란의 작가의 캐릭터 구성은 아주 뛰어납니다.. 이 작품에서 등장하는 인간들은 모두 자신의 욕구를 중심으로 펼쳐집니다.. 찰리라는 이제 갓 3살이 된 아이를 친 리즈, 그리고 그 아이를 순식간에 자신의 불찰로 눈에서 놓쳐버린 자책에 시달리는 캐롤, 그리고 그들의 남편들의 모습들, 이들이 보여주는 현실적 심리는 이 작품이 주는 백미라고 보셔도 될 듯 싶습니다.. 특히나 누군가가 보여주는 극악스러운 행동은 독자들로 하여금 심리적 분노와 짜증으로 책을 놓지 못하게 하죠, 가독성이 대단히 훈륭한 작품임에도 틀림없습니다..


    5. 다만 이 작품은 초반의 전제로 이어지는 결과론적 구성으로 인해 스릴러의 궁금증과 추리적 느낌은 덜할 수 밖에 없습니다.. 작가 역시 이 작품에서 자신이 드러내고 독자들에게 다가가고자 했던 부분이 캐릭터들의 혼란과 불안을 중심으로 한 심리적 서스펜스였을겝니다.. 독자들은 모든것을 아는 상황에서 이 상황이 어떻게 될 것인가에만 집중하게 되죠, 그려니 이중적이고 배신으로 점철된 개인의 행동에 극단적 분노와 함께 동정과 공감등의 감정선이 수시로 일어나게 되는거죠, 하지만 이 소설은 단순하게 아이를 치고 그 아이의 죽음을 다룬 작품으로 흘러가진 않습니다.. 나름의 복선과 상황이 주는 암시들도 충분히 내재된 흐름을 가지고 있죠, 하지만 조금만이라도 장르소설을 접해보신 분들이시라면 이 작품이 후반부에 어떻게 흘러갈 것인지는 대강 짐작하기에 어려움은 없습니다.. 그래서 후반부의 반전적 모습이 떡하니 펼쳐지면 그러려니하는 감흥만 들 지 뜨악하면서 앞서 보여준 수많은 심리적 불안과 혼란을 잠재울 만큼의 충격은 보여주질 못하는 것이죠, 그런 의미에서 이 작품은 미스터리적인 부분에서는 큰 의미를 부여하진 못하지만 앞서 제가 말씀드린 캐릭터와 상황이 주는 심리적 감성은 제가 읽어본 어떤 작품과 비교해보아도 부족하진 않습니다.. 특히나 아이를 친 리즈가 보여주는 지옥같은 혼란의 심리적 불안과 아픔과 고통은 독자로서도 마찬가지의 분노와 짜증과 답답함과 동정과 고민적 딜레마를 안겨주기에 충분합니다.. 심리스릴러로서 이 작품이 독자에게 선사하는 이야기는 아주 현실적이면서 개인적으론 참혹하리만큼 공감이 가는 내용입니다.. 다만 심리적 극단의 공감이 후반부로 갈수록 답답함으로 변질되능게 조금 안타까웠을 뿐입니다..


    6. 누군가에게, 아니 현실에서도 언제나 벌어질 수 있는 일이기에 대단한 공감적 불안을 느끼게 해주는 심리스릴러입니다.. 그래서 재미집니다.. 캐릭터의 심리와 상황이 주는 전지적 시점의 구성은 독자들에게 이중적 감성을 끊임없이 일으키게 만들죠, 작가는 이러한 이야기의 구성과 묘사에 매우 뛰어난 능력을 가지신 분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독자들이 감응할 수 있게 만드는 감성적 흡입력이 대단한 것이죠, 그리고 모든 것을 알면서도 독자들을 끝까지 흥미속에 끌어들이는 능력도 마찬가지구요, 스토리보다는 인물적 심리와 섬세하고 입체적인 감성의 대립들이 펼쳐지는 캐릭터 위주의 표현들이 이 작품이 독자들의 찬사를 이끌어내는 방법이 아닌가 싶습니다.. 특히나 극악스럽게 개인적인 인물들의 모습들을 현실적으로 그려내는 작가의 의도는 이 작품이 별스럽지 않은 대중적 소설의 영역의 허접함에서 한단계 업그레이드를 시켜주는 장르적 느낌이 개인적으로는 좋았습니다. 하지만 제가 읽으면서 느꼈던 짜증스러움과 답답함과 인물들의 행동이 주는 현실적 거부감은 분명 이 작품이 독자들에게 아주 자연스럽게 그 내용으로 스며들게 만드는 능력때문이고 정리해봅니다.. 읽음은 즐겁고 재미지되 읽고나면 저로서는 그들이 너무 싫게 느껴지는 그런 좋고도 나쁜(?!) 작품, 아이를 사랑합니다.. 부부도 사랑합니다.. 우린 가족이니까요, 그렇게 삽시다.. 힘들어도, 싫다고 말모 안되지,, 가족은 그렁거거덩, 땡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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