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걸 비포
JP 덜레이니 지음, 이경아 옮김 / 문학동네 / 2018년 8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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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사람들마다 각자 원하는 삶의 방식과 기준이 다르겠지만 대체적으로 사는 곳에 대한 집착과 욕심이 조금씩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개인적으로는 먹는 음식이나 좋은 옷을 입는 것보다 생활하는 곳에 대한 욕심이 좀 있습니다.. 물론 쉽지 않죠, 평생을 벌어야 살 수 있는 집을 원한다고 아무렇게나 살 수 있는 것은 아니니까요, 사실 공동주택단지처럼 아파트의 꽉 막힌 삶의 틀속에 갇혀 지내는 것보다 여려 명들이 땅을 밟고 서로 바라보고 살 수 있는 주택이 많았으면 좋겠지만 우리나라의 현실이나 저의 삶의 역량이 그런 집에 살 수 있을만큼 따라주지못하니 많이 아쉽습니다.. 사실 돈 많고 여유로운 경제적 사회적 생활을 하시는 분들은 굳이 아파트에 갇혀 바쁜 하루하루를 사시고 싶지는 않으실겝니다.. 자신이 원하고 생활하기에 편리한 주택을 설계해서 살고싶죠, 또 그런 주택이나 삶이 나름 클래식한 고급진 인생처럼 보여지기도 합니다.. 사실이 또 그렇구요, 저같은 서민들의 부족하고 바쁜 삶이라는 생활속에서는 언감생심이라는 생각만 듭니다.. 늘 주변을 바라보다, 테리비를 보다, 사진을 보다, 아 나도 저런 집에서 살고 싶다...


    2. 하지만 그런 집의 내부에서는 또다른 모습이 존재할 지도 모르죠, 보이는 부분과 보이지 않은 사생활의 공간은 또 다르니까요, 저 누군가요, 그 대한항공 회장 자택의 이야기만 보더라도 참 기가 막힙디다.. 그죠, 겉으로 지나가다보면 으리으리한 저택이 부럽고 그런 곳에서 살고 싶긴 한데 그 속에서 살아가는 인간의 이면은 참 지저분하기도 합디다.. 물론 다 그렇진 않겠지만 인간인 이상 아무리 완벽하고 아름다운 집도 내면의 이야기속으로 들어가면 조금 더 인간적인 드라마가 튀어나오기 마련입니다.. 인간 사는 이야기가 멋진 집만큼 동떨어진 부러움으로 다가오진 않잖아요, 예를 들어 한끼를 얻어먹는다는 모 프로그램의 설정을 볼때마다 우리의 이웃과 삶과 그들의 집 내부의 모습을 보면서 우린 많은 공감을 얻기도 하잖아요, 아주 하찮아 보이는 집에서 보여준 대단히 멋진 공감도 우린 보고 아주 거대한 저택에서 냉정하게 이웃의 이야기를 차단하는 모습도 봤습니다.. 좋은 집, 좋은 저택, 좋은 삶의 공간이 부럽긴 하지만 그게 인생의 만족의 중심이 되진 않더라는 뭐 그런 이야기긴 한데, 이번에 읽은 작품은 이런 아주 뛰어난 최신 유비쿼터스라는 정보통신적 미니멀리즘을 지향하는 완벽한 집에 살게된 여성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과거의 한 여인과 현재의 한 여인이 교차되며 이야기를 진행하는 작품이죠, 그래서 제목도 " 더 걸 비포" 굳이 해석안해도 대강 짐작은 되시죠, 아님 말고,


    3. 두명의 여성이 등장합니다.. 과거의 에마라는 여성과 현재의 제인이라는 여성입죠, 이 두 여성은 동일한 공간에서 생활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 공간은 원 폴게이트 스트리트라는 곳에 위치한 에드워드 멍크퍼드라는 저명한 건축가가 만든 대단히 매력적인 저택입죠, 하지만 이 공간을 임대하기 위해서는 아주 까다로운 절차를 통과해야 가능한 일입니다.. 에마는 얼마전 당한 주택침입 강도사건으로 안전하고 보안이 완벽한 이곳이 마음에 들었고 현재의 제인은 사산되어 태어난 딸의 죽음으로 심신이 지치고 힘든 상황에서 자신을 감싸줄 집이 필요했던거죠, 그리고 서류를 통과한 이들은 최종 면접에서 이 집을 건축한 에드워드를 만나게 됩니다.. 대단한 매력을 보여준 에드워드는 완벽한 그의 모습처럼 그가 만들어가는 건축의 양식 또한 깔끔하고 모든 것을 컨트롤할 수 있는 주택적 기준을 마련하기 위해 자신이 만든 원 폴게이트 스트리트의 저택에서 살아가는 사람에 대한 정기적인 점검과 규칙을 지정해놓고 있었던 것입니다.. 이렇게 과거의 에마는 자신의 연인인 사이먼과 함께, 현재의 제인은 혼자 그곳의 생활을 시작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 집의 주인인 에드워드의 비밀과 진면목이 조금씩 드러나기 시작하죠, 그리고 그녀들에게 또다른 불안한 삶의 기운이 스며들기 시작합니다..


    4. 상당히 색다른 설정입니다.. 독특하고 매력적이고 집중도가 높은 설정의 방법으로 이야기를 번갈아가면서 진행하니 아주 읽는 재미가 좋습디다.. 특히 동일한 공간에서 동일한 한 남자에 대한 두명의 여성의 시선으로 이야기가 진행되는 방식이 상당한 즐거움이 있더라구요, 아마도 이 작품을 대하는 대다수의 독자분들도 비슷하실겝니다.. 호기심과 궁금증이 한데 어우러져 도대체 얘네들에게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것인가라는 생각으로 끊임없이 다음장을 넘기기에 급급해지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두 여성이 이끌어내는 내면적 감성의 폭발과 함께 이어지는 심리적 불안감과 그녀의 주변에서 벌어지는 혼란스러움을 이 작품은 무척이나 섬세하고 농밀하게 그려내고 있습니다.. 사실 이 작품은 내용적인 면에서 크게 어필하거나 스릴감으로 독자들을 끌어들일 만큼의 임팩트가 강한 소재가 없습니다.. 단지 두명의 여성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한 남자의 모습을 그려내며 과거의 한 여성의 죽음이 어떠한 상황으로 벌어졌는가에 촛점을 맞추고 있죠, 그리고 소설은 여성적 욕망과 감성과 이성적 충돌의 혼란적 상황을 아주 기가 막히게 잘 다듬어 표현해내고 있습니다.. 또한 에마라는 인물에게서는 불안한 심리와 혼란스러운 상황의 연속적 방식으로 이야기를 진행하고 현실의 제인이라는 인물을 통해서는 초반의 혼란을 통한 새로운 방식의 희망적 자아찾기를 만들어가는 방법론이 대단히 매력적입니다.. 그리고 이 두 여성은 모든 동일 선상에 선 다른 인격체인 것이죠, 이런 설정이 주는 짜릿함이 이 작품에는 곳곳에 드러납니다..


    5. 대단히 중요한 매개체인 원 폴게이트 스트리트의 저택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이 작품은 인간의 감성과 심리와 불안한 여성적 시선을 중심으로 끊임없이 상황적 긴장감을 끌어내려 합니다.. 그리고 한 남자, 에드워드 멍크퍼드라는 인물을 통해서는 아주 집착적이고 자기만족의 완벽주의자의 극단적 성향을 가진 통제적 소시오패스처럼 이야기를 조금씩 이끌어나가는 모양새를 보여줍니다.. 초반부터 이러한 에드워드의 성향은 면접시부터 뭔가 소설적 긴장감과 상황적 불안을 이끌어내는 주요 설정이기도 하죠, 그렇게 연결된 한 남자와 시간적 틈을 두고 등장하는 두 여인의 이야기는 무척이나 비슷하면서도 다른 상황으로 독자들의 흥미를 이끌어냅니다.. 하지만 이런 인물적 연결과 감성적 이야기를 이끌어내기 시작하면서 공간과 매개체로 등장하는 저택의 불안한 상황적 배경은 조금씩 눈에 띄지 않게 되죠, 아주 중요한 배경이자 이 소설의 설정임에도 이야기는 인물의 심리와 불안에 집중하게 됩니다.. 물론 이러한 심리적 불안에 저택이 주는 긴장감이 존재하지만 생각만큼 강하게 드러나진 않더라구요, 오히려 공간과 배경이 주는 그 으스스함을 좀 더 부각을 시켰더라면 대단히 흠칫하면서도 매력적인 심리서스펜스스릴러의 정점이 되지 않았을까하는 아쉬움이 조금은 있습니다.. 물론 이 자체의 이야기만으로도 이 작품은 충분한 재미가 있으니 큰 문제가 될 건 없습니다..


    6. 독특한 설정과 배경적 상황이 주는 이 작품만의 즐거움은 확연하게 드러납니다.. 어느 독자가 읽더라도 작품이 주는 재미가 아주 뛰어나다는 것을 어느순간 인식하고 시간가는 줄 모르고 읽고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같은 듯 다른 두 여성의 이야기에 독자들은 숨 죽이고 그녀들이 보여주는 진실과 인간의 이면에 대해서 깊이 빠져들죠, 어렵진 않지만 이 작품이 후반부에 드러내는 반전의 느낌도 자연스러우면서도 상당히 소름끼치는 상황적 연출을 보여줍니다.. 어색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대강 그럴 수 있겠다라는 전형적 반전으로 그려질 수도 있지만 일반 대중독자적 반응으로서는 충분한 매력을 가진 후반부의 상황적 즐거움이 가득합니다.. 초반부의 호기심과 중반부의 추리적 궁금증과 후반부의 결말적 아련함이 주는 이 작품의 이야기는 스릴러를 좋아하는 대중독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매력이 다분한 듯 보입니다.. 대중스릴러소설이 가진 많은 장점을 편안하면서도 즐겁게 보여주는 영민한 심리스릴러소설 같았거덩요, 아마도 이러한 대중적 공감이 주는 즐거움때문에 출판 후 바로 영화화가 진행이 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로서는 근래 영국적 성향의 여성적 심리스릴러소설을 몇몇 접해본 바가 있지만 그중에서 가장 재미진 작품이 아니었나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뭐 작가가 영국작가님이신지는 모르겠지만 배경은 영국이니까요, 읽고 나서도 드는 생각은 그래도 세상에는 좋은 남자들도 참 많은데, 땡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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