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이크 다운
B. A. 패리스 지음, 이수영 옮김 / arte(아르테) / 2018년 6월
평점 :
절판


 

    1. 제가 좀 도와드릴까요, 그리고 손을 뻗어 물건을 받아들려고 합니다.. 하지만 물건 주인은 단호하게 괜찮다며 물건을 자신의 몸쪽으로 살짝 돌립니다.. 손이 아주 민망해지는 순간입니다.. 아무렇게나 타인에게 다가가는게 아니라는걸 느낍니다.. 퀵보드를 타고 가던 여성분이 저를 피하려다가 넘어집니다.. 그리고 깜짝 놀란 저는 괜찮냐고 묻고 도움을 주려 손을 내밀어 넘어진 퀵보드를 세우려고 합니다.. 하지만 여성은 짜증나는 눈초리로 됐다면서 손을 뿌리칩니다.. 그리고 부끄러운 지 그 자라를 최대한 빨리 뜹니다.. 대부분의 상황은 이처럼 지랄맞은 민망함을 만들지 않습니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도움의 손길을 외면하질 않죠, 오히려 고마워합니다.. 하지만 어떠한 경우에 나에게 조금의 불편함이나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을때에는 타인을 위한 손길은 거두기 마련입니다.. 언제나 생각은 나에게로 향해 있으니까요, 누군가에게 심각한 범죄적 문제가 눈앞에 펼쳐진다면, 그로 인해 내가 받을 수 있는 피해가 단 1%라도 생긴다면, 우린 주저하게 될겁니다.. 불의를 못참고 정의를 구현하는 영웅이 되는 사람도 자신을 믿고 그 상황을 해결할 수있다는 자신이 있을때 행동을 하곤 하죠, 하지만 불특정한 대다수의 시민들은 힘이 없습니다.. 그리고 자신이 그 상황을 해결할 수 있다는 긍정적이고 정의로운 마인드와는 별개로 이성은 또다른 방법을 찾게끔 하죠, 한발 떨어져 구조요청을 주변에 하거나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상황적 연결을 만들어내는 방법 말입니다.. 우리는, 아니 저라면 직접 불편하고 문제가 될 수 있는 그런 피해적 상황으로 뛰어들지는 않을테니까요,


    2. 사소하게 지나쳐버린 상황이 문제가 될 수도 있을겁니다.. 고속도로를 아무렇지도 않게 지나치다가 갓길에 급하게 도움을 요청하는 사람을 만났을때 순간 도움을 주고 싶지만 위험한 상황에 놓이길 원하지 않는 이성과 주변인들로 인해 나 아닌 다른 누군가가 그(그녀)를 도우리라는 합리적 자위를 하곤 합니다.. 그리고 또 다른 한편으로 저렇게 갓길에서 도움을 청하면 위험한데 사고라도 당하면 어떻하는가라는 걱정스러운 불안감도 있죠, 하지만 어느순간 모든 생각은 나에게로 돌아옵니다.. 세상에는 그 사람을 도와줄 유일한 사람이 나만 있는 것은 아니니까요, 그렇게 생각하면 굳이 그사람을 돕지 않았더라도 스스로에게 도덕적 합리화를 시킬 수 있는 이성적 수긍이 생기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습니다.. 자신이 도와주고 관심을 가져주지 못한 찰나의 순간 때문에 엄청난 범죄가 발생해버린 상황에 직면한 한 여성은 그로 인해 자신의 모든 것이 무너져내리는 고통을 겪습니다.. "비하인드 도어"라는 대단한 공포스릴러소설로 반전을 이끌어낸 패리스 작가가 이번에는 매력적인 심리스릴러로 다시 돌아왔습니다.. "브레이크 다운"이라는 이 작품은 제목처럼 모든 것이 무너져내리고 붕괴되어가는 한 여성의 시선을 중심으로 아주 극적이고 매력적인 심리적 묘사와 상황을 그려내고 있습니다..


    3. 심한 폭우와 내리는 밤, 캐시는 남편이 위험한 숲을 가로지르는 지름길로 돌아오지 말라는 상황에도 조금이라도 빨리 집으로 돌아갈 목적으로 빗속을 뚫고 숲속길을 가로지릅니다.. 한치 앞도 가늠하기 어려운 운전에 힘겨워하던 캐시는 아무도 없는 길 저쪽에 불빛을 발견하곤 조금 안심을 하게됩니다.. 하지만 그 불빛은 길가의 한쪽으로 정차된 차에서 나오는 것이었죠, 지나치며 그 차를 보던 캐시는 운전석에 앉은 한 여인을 바라보며 어떻게 해야하나 생각하며 지나친 후 잠시 앞에 정차를 합니다.. 그리곤 쏟아지는 빗속을 나와 그 차로 갈 지 고민을 하죠, 하지만 그 차속의 여인은 어떠한 요구를 하는 액션을 취하지 않습니다.. 위험하거나 문제가 발생했다면 어떻게해서든 캐시에게 도움을 청할텐데 그러질 않은 것이죠, 잠시동안 기다린 끝에 캐시는 상황이 주는 불편함과 약간의 두려움에 스스로를 합리화시키며 자신의 집으로 향하죠, 하지만 다음날 아침 그녀는 뉴스를 통해 자신이 지나친 그 차의 여성이 살해당한 것을 알게 됩니다.. 캐시는 죄책감이 휩싸이죠, 하지만 그렇게 벌어져버린 상황에 대해 어느누구에게도 털어놓질 못합니다.. 자신이 행한 비도덕적 행위를 드러내기 싫은 이유가 클겁니다.. 계속적인 불안감과 히스테리가 근래들어 자꾸만 건망증처럼 기억을 잊어먹는 상황과 맞물려 조금씩 캐시의 정신은 피폐해지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그녀의 곁에는 자신을 사랑하는 매튜와 어릴적부터 자신과 함께 했던 친구 레이첼이 있습니다.. 그녀가 의자하는 이들조차도 갈수록 심해지는 캐시의 정신적 무너짐으로 인해 힘들어지기 시작하죠, 그리고 주변사람 아무도 믿어주지 않는 그날 이후 자신의 집으로 끊임없이 걸려오는 말없는 전화는 더욱 캐시의 정신을 붕괴시키고 있습니다.. 과연 진실은,


    4. 하나의 사소한 상황적 행위로 인해 극단의 두려움과 심리적 붕괴를 겪게되는 이 심리스릴러소설은 무척이나 드라마틱합니다.. 한 여성의 심리적 상태를 대단히 꼼꼼하고 구체적이고 섬세하고 농밀하게 그려내고 있죠, 캐시라는 여성의 입장에서 벌어지는 이 상황들은 독자들이 집중할 수 밖에 없는 공감적 불안감을 백퍼 전달함에 부족함이 없습니다.. 시작지점부터 한순간에 무너져내리는 상황의 연결과 함께 이를 이끌어가는 심리적 부뉘기는 이 작품의 가장 큰 장점이죠, 사실 큰 이야기거리도 없습니다.. 한 여성의 죽음을 자신이 아무렇지도 않게 지나쳐버린 상황이라는 사소한 주변적 설정이 이 스릴러의 처음이자 마지막 틀이죠, 죄책감이라는 대중적 감성 하나만으로 이 작품은 끊임없이 독자들을 끌어들이고 집중하게 만들어줍니다.. 남성이든 여성이든 일반적인 대중의 도덕적 사회관념을 가진 독자라면  누구나 그러한 상황을 맞닥뜨린다면 다르지 않으리라는 공감적 감성을 이끌어내는 것이죠, 하지만 작가는 이 설정 이면에 또다른 반전을 모색하고 있다는 것은 후반부로 넘어가면 알게됩니다.. 그때에 독자들에게 느껴지는 그 뜨악스러운 상황이란,


    5.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처음부터 이러한 상황으로 이끌어갈 것 같다는 예감을 함으로 인해서 그 뜨악스러운 상황을 맞이한 것이 그렇게 달갑지는 않았습니다.. 이 작품의 설정과 방식은 근래들어 제가 읽어본 영국을 배경으로 한 여성심리스릴러소설에서 경험해본 바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 작품이 그 작품들과 상황적 방식이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에 혹시나했던 스토리의 연결이 하필이면 그대로 드러난 것이죠, 사실 제가 많은 여성 심리스릴러를 읽지는 않았지만 아쉽게도 이런 설정의 작품들을 근래들어 몇편 경험해본 바가 있어 이 작품의 즐거움이 줄어든 것은 사실입니다.. 아무래도 스릴러소설만 편식하는 저라서 생기는 문제일터입니다.. 그렇지만 대다수의 대중 독자님의 입장에서는 이 작품 "브레이크 다운"이라는 작품은 대단한 반전과 뜨악으로 인해 충분히 즐거운 독서가 되리라 여겨집니다.. 단순한 심리스릴러의 상황과 함께 벌어지는 또다른 상황이 주는 스릴러적 반전은 무척이나 매력적이고 극 후반부의 상황이 여는 스릴러소설이 힘을 잃어가는 상황과는 별도로 대단한 힘을 발휘하면서 독자들에게 으샤으샤를 이끌어내기 때문이죠, 어처구니 없는 상황으로 무너져내리는 연약한 여성이 극적으로 반전해나가는 방식은 무척이나 즐거운 경험입니다..


    6. 심리스릴러가 뭔지 그리고 그 반전을 어떻게 이끌어내야 즐겁고 재미난 작품인지를 제대로 보여주는 작품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이 작품 "브레이크 다운"은 대단히 농밀하고 매력적인 심리적 묘사들로 극이 진행되면서 후반부에 이어지는 급격한 반전의 변화는 독자들이 만끽할 수 있는 카타르시스적 스릴러의 즐거움을 전달하기에 전혀 부족함이 없습니다.. 좋은 스릴러소설이 아닌가 싶습니다.. 전작에서 제가 마지막에 느꼈던 강렬한 반전의 여운을 이 작품에서도 여지없이 느낄 수 있었습니다만 앞서 말씀드린바와 같이 저로서는 근래들어 읽었던 몇몇 작품들에서 보여주었던 상황이나 반전을 미리 경험해본 바가 있어 어설프지만 나름 예상을 했던 결과인지라 많이 아쉽긴 했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저는 책이라고는 스릴러소설만 읽는 편식독자이니 그러리라 생각하시면 되구요, 여느 독자분들에게는 아주 뛰어나고 즐겁고 매력적인 스릴러소설로서 이 작품이 선사하는 재미는 최고에 가까울 수도 있으리라 예상합니다.. 특히 여성분들에게 전달되는 캐릭터적 공감과 상황들은 무척이나 좋으시지 않을까 싶어요, 스릴러적 역량이 뛰어난 작가님이시니만큼 다음 작품도 즐거우리라 예상해봅니다.. 앞으로도 기대되는 좋은 스릴러 작가님으로 저에게는 그렇게 인식되네요, 짧고 후폭풍이 강한 작품이 그렇게 많지 않죠, 하지만 이 작품은 그렇습니다.. 전작인 "비하인드 도어"도 개인적으로는 그러했구요, 땡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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