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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꼽 ㅣ 창비시선 286
문인수 지음 / 창비 / 2008년 4월
평점 :
080910
문인수 <배꼽> * * * * *
단연코 대학을 졸업한 이후 읽었던 시 중 최고라고 헹가래를 쳐주고 싶다.
“문인수의 시를 읽고 누웠던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 황지우 시인-
“다른 말이 필요 없다. 꿈틀거리며 질펀하게 번지는 절창 시편들! ” -황동규 시인-
“그 목소리는 낮지만 겸손한 진정성과 섬세한 미학성이 잘 결합된 수작이다.” -미당문학상 심사평-
황지우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지만 난 머리카락이 벌떡 서 버리더라. 어디서 이런 시인이 튀어나왔는지 어디서 이런 시구가 튀어나왔는지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먼발치서 보는 것 같다가도 어느새 코 앞에 와 있고, 넉넉한 너털웃음을 보이면서도 한 올 한 올 한 터럭도 빠뜨리지 않는 치밀함을 보여주며, 그러면서도 내내 가슴 깊은 곳에서 절절히 번져오는 진정성의 울림에 머리가 띵 할 정도다.
<만금이 절창이다>,<배꼽>,<녹음>,<쇠똥구리 청년>,<흔들리는 무덤>-일단 눈에 들어온다.
시를 논함이 무슨 소용있단 말인가, 직접 몸으로 읽고 느껴야지. <만금이 절창이다> 전문 소개로 글을 마친다.
물들기 전에 개펄을 빠져나오는 저 사람들 행렬이 느릿하다.
물밀려 걸어들어간 자국 따라 무겁게 되밀려나오는 시간이다. 하루하루 수장되는 길, 그리 길지 않지만
지상에서 가장 긴 무척추동물 배밀이 같기도 하다, 등짐이 박아넣는 것인지,
뻘이 빨아들이는 것인지 정강이까지 빠지는 침묵. 개펄은 무슨 엄숙한 식장 같다, 어디서 저런,
삶이 몸소 긋는 자심한 선을 보랴. 여인네들......여남은 명 누더기누더기 다가온다. 흑백
무성영화처럼 내내 아무런 말, 소리 없다. 최후처럼 쿵,
트럭 옆 땅바닥에다 조갯짐 망태를 부린다. 내동댕이 치듯 벗어놓으며 저 할머니, 정색이다.
"죽는 거시 낫겄어야, 참말로" 참말로
늙은 연명이 뱉은 절창이구나, 질펀하게 번지는 만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