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의 연수 블루픽션 (비룡소 청소년 문학선) 83
김려령 지음 / 비룡소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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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이 되어서 책을 거의 읽지 못했지만 부모가 되면서 책을 다시 읽게 된 것 같아요 아마도 엄마로써의 인생은 처음인지라 불안한 방향성을 책에서 찾으려 했는지도 모르죠

어찌되었건 아이들의 책을 읽으면서 가끔 이건 성인을 타겟으로 한 책인지 아이들을 타겟으로 한 책인지 헷갈리는 책들을 만나게 되었는데요 아마도 아이가 자라면서 아이들의 책 수준을 올리다보니 그런가보다 했지만 지금에와서 생각해보면 제가 책을 읽기를 잠시 멈춘 그때의 수준으로 다시 돌아간 것이었는지도 모르겠어요

모두의 연수는 김려령작가님의 11년만에 출간된 청소년장편소설이예요 제가 아이들의 책을 읽으면서 이건 누구를 타겟으로 한 책인지 헷갈렸던 그 책들 중에 하나인 "완득이"의 저자인 김려령작가님을 또 다른 작품으로 만나다니 참 반가운 일이죠?

완득이, 가시고백, 우아한 거짓말 등 청소년을 타겟으로 한 장편소설들은 어떻게 보면 평범한 성인만큼의 독서력을 가진 청소년들을 위한 책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 수준이 많이 높다고 느꼈는데요 이번 모두의 연수는 또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는지 표지에서부터 너무 궁금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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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에서 우리 손으로 키웠으면 우리 손녀지, 뭘 따져.
모두의 연수 中

연수를 낳다가 돌아가신 엄마와 남겨진 연수, 연수의 시작은 거기서 였어요 이모와 이모부의 도움으로 명도단에 있는 사돈어른댁인 슈퍼에서 함께 살게되었는데요 자라는 동안 엄마와 아빠는 곁에 없었지만 명도단 사람들 모두에게 사랑받고 아낌받는 아이 연수로 자라났어요

할아버지께서 하신 말을 보면서 연수는 많은 생각이 들었을지 몰라도 그 이야기를 들은 연수는 아마 자존감을 다시 한번 단단히 하고 스스로를 인정하는 아이로 자라기 위한 에너지를 마음에 담았을 것 같아요



아니었으면 하는 내 나름의 바람이었다. 속상해서 잠깐 목이 메었었다. 비록 죽었대 도, 비록 몰랐대도, 그때만큼 힘들지는 않았었다. 나는 부모가 아닌 보호자들만으로도 행복했다. 그러면 된 거였는데, 부모가 나타난 순간 내 안에 불행한 역사가 들어와 버렸다.

모두의 연수 中

사실 공감이 잘 되지 않는 문장도 있었어요 "나는 부모가 아닌 보호자들만으로도 행복했다." 라는 문장이예요 이 문장을 보고 어떻게 살아오면 부모가 아닌 보호자들로 행복할 수 있는지 가만히 멈춰 생각을 시작한 것 같아요

명도단에서 연수는 어디에도 있고 모두에게 사랑받는 아이였던거 같아요 모든 사람들의 관심과 사랑 속에서 자신의 자존감을 키우고 스스로에게 있는 부모라는 결핍을 더 없이 큰 사랑으로 메꿀 수 있었던 연수에게 그러면 부모는 어떤 존재였을까요?

갑자기 나타난 피붙이는 자신이 아빠라고 하지만 그의 존재는 부모라는 따뜻하고 한없이 큰 사랑의 이름을 거부하고 싶고 덜어내어 놓고 싶은 사람이었어요 "부모가 나타난 순간 내 안에 불행한 역사가 들어와 버렸다." 불행한 역사.. 그것이 정말 100 퍼센트 진실이었는지 알수 없지만 믿지 않을 명분도 없어진 연수에게 정말 그는 불행한 역사의 시작이고 또 연수의 어두운 부분으로 크게 자리 잡았던 것 같아요



여기는 내 구역이다. 명도단은 내 목소리에 반응한다.
모두의 연수 中

명도단 골목은 유해업소로 인해 잘려나간 끄트머리 다른 구역과는 달리 다행히도 심의에 아슬아슬하게 통과해 명맥을 유지했어요 가끔 성매매를 하기 위해 찾아온 어른들이 뭣도 모르고 연수에게 몹쓸짓을 하려고 하면 연수는 당당하게 소리를 질러댔어요

나의 구역! 흔한 말로 나와바리 안에서 나의 안전을 위혐할 수 있는 쓰레기는 없다! 라는 듯이 소리를 지르고 나면 갑자기 여기저기서 명도단 사람들이 나와서 연수 곁에있는 쓰레기들을 걷어내 주었어요

정말 연수는 명도단 모두의 연수인 것 같다는 생각을 느끼게하는 부분이 여기저기에서 등장해 한편으로는 짠하고 또 다른 한편으로는 그대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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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쯤 되니 책띠에 있던 그 말이 계속 떠오르네요 아마 이런 이야기들을 모두 압축해서 만든 문장이 아닐까 하는 합리적인 의심이 들도록 말이예요

우리 연수는 세상에서 보호자가 가장 많은 아이야, 최고지?

모두의 연수 中

작가의 이야기를 보면 이 소설은 아직 아물지 않은, 혹은 영원히 아물지 않을 상처를 지닌 분들에게 보내는 깊은 위로와 응원이라고 되어 있어요 아마도 작가님은 사회의 작은 소속으로 살아가는 이들의 결핍은 그 사회 안에서 채워질 수 있다는 것을 이 소설 속에서 연수를 지키는 명도단 사람들로 보여주고 싶었는지도 모르겠어요

사실 연수는 이 소설 안에서 엄마와 아빠는 없지만 가족을 가지고 있고 자신과는 다르게 행복해보이는 친구들에게서 자신과 비슷한 결핍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는데요 어쩌면 우리는 어느 순간은 연수로, 어느 순간은 명도단 사람으로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르겠어요

그리고 이왕이면 세상을 살아가는 모든 연수들이 결핍에 힘겨워하는 또 다른 연수들을 지켜주고 아껴주며 살았으면 해요 어느 순간에 우리는 모두 연수가 될 수 있으니까요


#비룡소 #모두의연수 #김려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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