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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미술관 - 풍속화와 궁중기록화로 만나는 문화 절정기 조선의 특별한 순간들
탁현규 지음 / 블랙피쉬 / 2023년 2월
평점 :

지난 주말에 경희궁에 갔었습니다. 그때 두 형제를 기다리며 읽으려고 <조선 미술관>을 들고 갔었는데요. 책을 읽다가 <조선 미술관> 2관인 '궁궐에서 열린 성대한 잔치'의 배경이 경희궁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런 걸 우연을 가장한 필연이라고 해야 하는 걸까요? 괜스레 반가운 마음이 들어 굳이 인연을 만들어봅니다.
<조선 미술관>은 부제처럼 '풍속화와 궁중기록화로 만나는 문화 절정기 조선의 특별한 순간들'을 담아낸 책입니다. 김홍도, 신윤복, 정선 등 우리에게 익숙한 화가들의 작품을 포함한 다양한 풍속화와 궁중기록화를 통해 그 시절의 조선을 만날 수 있습니다. 궁 밖 백성들의 삶은 어떠했는지, 궁궐에서 열린 성대한 잔치의 모습은 어땠었는지를 들여다볼 수 있는데요. 그림에 담긴 이야기를 보고 있노라면 마치 그림을 그리던 화가 옆에서 그 시절의 모습을 보는 것 같은 느낌마저 듭니다.
풍속화가 사생활이라면 기록화는 공공생활이고 풍속화가 드라마라면 기록화는 다큐멘터리다. 그래서 <조선 미술관>에서는 궁궐 밖의 사생활을 담은 1관과 궁궐 안의 공공 행사 기록을 담은 2관으로 나누어 전시를 기획했다. 뛰어난 관찰력과 묘사력을 갖춘 화가들이 펼쳐낸 조선 후기 절정기 사람들의 삶 속으로 들어가보자. '들어가는 글' 중~
이 책은 궁궐 밖의 사생활을 담은 1관 '궁궐 밖의 사사로운 날들' 그리고 궁궐 안의 공공 행사 기록을 담은 2관 '궁궐에서 열린 성대한 잔치'로 나뉘어져 있으며, 1관 제1전시실은 '풍류로 통하던 조선 양반들', 제2전시실은 '가부장제 아래의 조선 여인들', 제3전시실은 '하루하루에 충실한 서민들', 2관 제1전시실은 '숙종 임금이 기로소에 들어가다', 제2전시실은 '영조 임금이 기로소에 들어가다', 제3전시실은 '궁궐 밖에도 잔치는 있었다'로 구성되어 있는데요.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조선 시대로 돌아간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하고, 코로나 시기 온라인으로 미술관을 찾는 것처럼 방구석에서 도슨트를 따라 다니며 그림에 담긴 이야기를 듣는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꿈오리는 2관보다는 1관에 훨씬 더 오래 머무르게 되었는데요. 그때와는 다를지라도 어쨌든 지극히 서민적인 삶을 살아가고 있기 때문인 듯합니다.

진경풍속의 주인공은 양반 또는 평민이다. 진경풍속은 선비 화가들이 자신들의 일상생활을 처음 담으면서 시작되었고 소재를 평민들의 삶까지 넓히면서 완성되었다. 즉 양반 풍속으로 시작해 평민 풍속으로까지 확장된 것이다. p.12
진경풍속하면 바로 떠오르는 사람, 겸재 정선입니다. 학교 다닐 때 시험 문제로 달달 외웠기에 절대 잊히지 않은 이름이죠. "중국 생각으로 살던 시절에 그린 풍속화 속 주인공들은 모두 중국인이었지만 조선 생각으로 살기 시작하면서 풍속화의 주인공은 모두 조선인으로 바뀌었다."고 하는데요. "산수화와 풍속화를 모두 조선화시킨 화가가 바로 겸재 정선"이라고 합니다. 그 후 "조영석, 김홍도, 신윤복으로 이어져 대미를 맞이하였다."고 하는데요. 역시 우리 것이 좋은 것, "자기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아름다운 것은 당연한 것"이겠지요?
김홍도는 평민 풍속의 종결자이고 신윤복은 양반 풍속의 끝판왕이다. (중략) 김홍도 풍속화는 노동의 보람으로 넘치고 신윤복 풍속화는 놀이의 흥겨움으로 가득하다. p.13
1관에선 "조선의 문화가 세계 제일이라는 문화 자부심이 가득했던 시절"을 담은 일곱 명이 그린 풍속화를 만날 수 있는데요. 익숙함이 주는 편안함인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김홍도와 신윤복의 그림 앞에 오래도록 머무르게 됩니다.
벼슬 없는 선비의 풍류를 담아낸 김홍도의 <포의풍류>, 홀로 비파를 타고 있는 선비는 바로 김홍도일 것이라고 합니다. <월하취생>속 젊은 김홍도는 생황을 불고 있고, <포의풍류>속 나이 든 김홍도는 비파를 연주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이런 연유로 김홍도는 그림뿐만 아니라 악기 연주에도 천부적인 재능이 있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김홍도 작품에 대한 상세한 설명은 책속 도슨트의 이야기로 들어보길 바랍니다.

신윤복하면 바로 떠오르는 <미인도>, 그 시대 미인도 최고의 걸작이라고 불릴만한 작품인데요. 그의 재능은 아버지인 신한평으로부터 물려받았음을 알 수 있습니다. 아버지 신한평은 "영조와 정조 임금의 어진을 그리는 데 참여한 당대 일급 화원"이라고 하는데요. 아버지가 도화서에서 그림을 그렸기에 신윤복은 도화서에서 근무할 수 없었다고 합니다. 아버지보다 그림 솜씨가 더 좋았음에도 도화서에 근무할 수 없었던 것은 친인척이 같은 관청에서 근무하지 못하는 법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특히 꿈오리의 시선을 사로잡았던 그림은 신한평의 <자모육아>라는 작품입니다. 엄마와 자식 셋이 한 방에 있는 그림으로 작품 속에 등장하는 인물은 신윤복의 어머니와 누나 그리고 남동생인데요. 동생이 태어나면서 그동안 사랑받던 막내의 자리를 빼앗기게 된 둘째 신윤복이 서러움에 울고 있는 모습, 울면서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어머니의 반응을 살피고 있는 모습, 그리고 이미 그런 과정을 겪었기에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앉아 있는 첫째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절로 미소가 떠오르게 됩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별반 달라진 것이 없기 때문이겠죠? 신한평은 인물들의 "심리 상태를 놓치지 않고 고스란히 담아낸 인간 심리 묘사의 대가"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가 남긴 풍속화는 <자모육아> 하나뿐이지만, 이 그림 하나만으로도 신윤복의 풍속화가 어디에서 왔는지를 알 수 있겠지요? 그 외 다양한 풍속화와 궁중기록화는 <조선 미술관>을 통해 만나길 바랍니다!
꿈오리 한줄평 : 방구석에서 관람하는 특별한 전시회, 풍속화와 궁중기록화로 그 시절의 조선을 만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