뚱보, 내 인생 반올림 60
미카엘 올리비에 지음, 조현실 옮김 / 바람의아이들 / 2024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외모도 경쟁력인 시대, 십대 청소년들의 외모에 대한 관심은 어른들의 상상을 초월하기도 합니다. 피부 미용부터 헤어스타일, 패션에 대한 관심은 기본이고 다이어트를 위한 식단 구성과 운동까지, 어쩌면 어른들 보다 훨씬 더 심각한 고민거리가 되기도 합니다. 특히 뚱뚱한 사람들은 게으르고 자기 관리를 못하는 사람이라며 손가락질을 하고 비난을 할 때도 있습니다. 학교 건강검진에서 비만 판정을 받은 <뚱보, 내 인생>의 주인공 벵자멩은 어떠할까요?

 

이 책은 먹는 것을 좋아하고 운동은 하는 것보다 보는 것을 좋아하는 아이, 호텔 겸 레스토랑을 운영하면서 사람들에게 행복을 주는 요리가사 되고 싶은 아이 벵자멩을 주인공으로 한 청소년소설입니다. 먹는 걸 좋아하고 운동을 하지 않으니, 살이 찌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벵자멩에게 음식은 즐거움이자 꿈꾸는 일에 대한 기반이 되는 것이며, 특히 저녁 식사는 하루를 잘 마무리할 수 있게 해주는 의식 같은 것입니다. 그러니 어떻게 먹지 않을 수가 있겠어요?

 

내가 다른 애들과 다르다는 걸 제대로 깨닫기 시작한 건 중학교에 입학하고부터였다. 중학교에선 매년 반 아이들이 바뀌기 때문에, 내게 익숙하지 않은 아이들의 평가를 받게 되었던 것이다. 난 꿀꿀이, 지방 덩어리, 돼지 같은 별명을 듣기 시작했다. 그 결과, 난 내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게 되었다. '난 뚱보다.' p.30

 

친구들에게 놀림을 받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날씬한 사람들이 입으면 정말 멋지게 보이는 옷도 뚱뚱한 사람에겐 멋짐을 허락하지 않는다는 것, 이성 친구를 사귀는 것도 쉽지 않다는 것 등등 뚱뚱하다는 이유로 누리지 못하는 것이 있기는 합니다. 하지만 먹는 걸 정말 좋아하는(다른 사람들이 열정적으로 무언가를 좋아하듯) 벵자멩에게 살을 뺀다는 것은 그냥 단순하게 안 먹으면 된다는 결단의 문제가 아닙니다. 거기에 더해 좀 억울한 면이 있기도 합니다. 뚱뚱한 사람들 중에는 살찌는 체질을 타고 난 사람들도 있으니까요. 많이 먹어도 살이 안찌는 사람들도 있는 것처럼요.

 

그런 벵자멩이 다이어트를 해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됩니다. 벵자멩에게 찾아온 첫사랑, 클레르를 좋아하게 되면서 살을 빼기로 결심하고 비만 치료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다이어트를 시작합니다. 맛없는 음식과 배고픔 그리고 친구들의 놀림까지 받게 되지만, 체중계 숫자가 달라지고 클레르의 응원까지 더해지자 힘을 얻게 됩니다.

 

내게 주어진 나날들, 즉 내 삶을 어떻게 꾸려 가야 할지 막막하기만 했다. 즐거움도 못 느끼면서 그저 먹어 대는 일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음식도 내 삶을 괴롭히는 수단이 되어 갈 뿐. 힘이 되어 주진 못했다. (중략) 이렇게 난 나 자신과 삶에 대한 혐오에 빠졌고, 그건 자기 파괴로 이어졌다. p.124~125

 

하지만 어떤 일이든 시간이 지나면 처음 결심이 무뎌지기도 합니다. 맛있는 음식, 특히 음식 잘하고 먹는 것을 신성한 일이라 생각하는 할머니의 권유를 어떻게 뿌리칠 있을까요. 어느 순간부터 큰 변화를 보이지 않는 체중계, 이러다가는 평생 다이어트를 해야 할지도 모르는데, 정말 그렇게 살 수 있을까요? 무엇보다 클레르에게 꽃다발과 함께 보낸 사랑 고백을 거절당하게 되면서 다이어트는 물론 학교생활까지 엉망이 되고 맙니다. 이제 벵자멩은 비만 치료 전문가가 아닌 청소년 문제 전문가를 만나러 가야했습니다.

 

난 내 앞에 펼쳐진 새로운 삶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중략) 내가 음식을 다 안 먹고 남긴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중략) 나는 미소를 지었다. 의사들은 정말 아무것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살을 빼는 유일한 비결은 바로...., p.153~154

 

첫사랑의 고백 거절로 인한 충격 그리고 그로 인해 더 엉망이 된 다이어트와 학교생활, 벵자멩이 그 모든 것을 극복할 수 있게 만든 것은 무엇일까요? 누구나 실수를 하고 그로 인해 어리석은 선택을 하기도 합니다. 벵자멩처럼 청소년기를 보내고 있는 많은 아이들은 더하겠지요? 그때 그들 곁에 사랑하는 가족, 걱정해주는 친구들이 있어 상처 입은 마음을 다독여줄 수 있다면, "현재의 네 문제들이 아무리 현실이라고 하더라도, 미래를 망치도록 놔두진 말아야 한다는 거지.(p.135~136)"라며 적절한 조언을 건네고 도움을 줄 수 있는 어른들이 있어, 자신이 처한 상황을 인지하고 조금 더 나은 방향으로 나갈 수 있게 할 수 있다면, 스스로를 존중하고 아끼고 사랑하며 성장해가지 않을까 합니다. 벵자멩처럼요.

 

살을 빼고 싶지만 다이어트에 진심이 될 수 없는 사람들, 시작은 거창하나 늘 흐지부지되고 마는 사람들, 혹시 "내 얘기 아냐?" 하시는 분들도 있겠지요? 꿈오리 또한 그러하답니다. 청소년기를 보내고 있는 아이들은 말할 것도 없겠지요? 남들에게 보여지는 이미지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시대, 내면의 아름다움이 훨씬 더 가치 있다는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듯합니다. 지금 여러분은 어떠한가요?

 

꿈오리 한줄평 : 사랑과 우정 그리고 건강한 아름다움을 찾아 한 뼘 더 성장해가는 열여섯 살 벵자멩 이야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관찰력 수업 - 우리 아이 문해력을 키우기 위한 가장 특별한 공부법
히사마츠 유리 지음, 장지현 옮김 / 해피북스투유 / 2024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흘이 삼일이라고? 심심한 위로를 전한다고?..." 코로나 펜데믹을 거치는 동안 아이들의 학습 능력과 집중력이 많이 떨어졌다는 뉴스와 더불어 '문해력'이 그 원인으로 지목되며 한동안 이슈가 되었습니다. 읽을 수는 있지만 그 의미를 제대로 모르는 아이들, 사실 아이들에게만 해당되는 건 아니었지요. 그래서 모 방송사의 "문해력 테스트"가 유행처럼 번지기도 했습니다. 꿈오리도 자신만만해하며 참여했지만, 예상보다 낮은 점수가 나와 당황스럽더라고요. 어른들에게도 필요한 '문해력', 어떻게 하면 키울 수 있을까요?

 


<관찰력 수업>은 부제 그대로 '우리 아이 문해력을 키우기 위한 가장 특별한 공부법'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공하는 책으로, 문해력 부족의 원인이 '관찰력'에 있다며, 어떻게 하면 관찰력을 향상시켜야 하는지와 더불어 아이들 스스로 관찰력 문제 풀이를 통해 관찰력 향상을 체감할 수 있게 하는데요.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물부터 고흐나 피카소 같은 명화 작품까지, 트레이닝 과정을 통해 관찰력을 향상시킬 수 있습니다.

 

이 책은 1'세상을 어떻게 보는지에 따라 아이의 인생이 달라진다', 2'당신의 자녀는 왜 문해력에 어려움을 느낄까?', 3'발견하는 눈을 키우면 세상을 제대로 볼 수 있다', 4'객관적인 눈을 키우면 사고력이 향상된다', 5'보이지 않는 것을 보는 눈을 키우면 최고의 문해력을 갖게 된다'로 구성되어 있으며, 아이들의 읽기 습관, 자녀의 국어 실력 향상을 방해하는 주요 원인을 찾아낸 후 그에 따라 관찰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효과적인 트레이닝 방법을 알려줍니다.

 

똑같이 독서하고 작문을 가르쳐도, 읽고 쓰는 능력이 그다지 늘지 않는 아이, 조금 늘어도 그 이상의 수준을 넘지 못하는 아이들이 있었다. (중략) 국어를 못하는 아이는 잘하는 아이에게서 볼 수 없는 특이한 '읽기 습관'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p.21~22

 

문해력이 부족한 아이의 '읽기 습관'은 크게 세 가지 유형, '띄엄띄엄 읽는 유형, 주관적으로 읽는 유형, 글자 그대로 읽는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고 합니다. 그중 가장 많은 아이들에게서 볼 수 있는 '띄엄띄엄 읽는 유형'은 의외로 간단하게 고칠 수 있지만, 작가의 의도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나의 주관에 따라 마음대로 문장을 해석해서 읽고 싶은 대로 내용을 바꿔버리는 '주관적으로 읽는 유형'은 읽기 습관을 고치는 것이 어렵다고 합니다. 명확하게 쓰여 있는 것만 정보로 읽고, 속뜻을 읽어내지(행간을 읽지) 못하는 '글자 그대로 읽는 유형'은 그럭저럭 점수는 나오지만 상위권에 들지는 못한다고 합니다. 어떻게 하면 문해력을 향상시킬 수 있을까요?

 


문해력이 부족한 아이의 '읽기 습관'은 크게 세 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고 했는데요. 아이들 대부분은 두 가지 이상의 읽기 습관이 있다고 합니다. 전문가가 아닌 이상 어떤 유형의 읽기 습관을 가지고 있는지 정확하게 판단하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어떤 유형의 아이들인가와는 상관없이 문해력이 부족한 아이들은 공통점이 있으니, 바로 "관찰력을 충분히 키우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어떤 유형이든 "관찰력을 키우면 문해력과 성적이 올라갈 것"이라고 합니다. 굳이 부연하자면, 저자는 '시험을 위한 도구'가 아니라 '삶을 위한 도구'로서 문해력을 길러주고 싶은 어른들을 위해 이 책을 썼다고 하는데요. 이 책을 읽는 부모님들은 오로지 자녀들의 성적 향상을 위한 도구로만 생각하지 않기를 바라게 됩니다.

 

타인의 말과 글을 올바르게 이해하고 내가 전하고자 하는 것을 말로 표현할 수 있는 힘이야말로 살아가면서 꼭 필요한 것이다. p.36

 

문해력 향상을 위해선 어휘력이 필요하다는 것, 문해력이 좋은 아이는 의외로 텔레비전을 좋아한다는 것, 읽어주기에서 혼자읽기로 바뀌는 시기가 문해력의 승부처라는 것, 공부벌레가 될수록 문해력을 떨어진다는 것, 독해 문제는 시력 검사 같은 체크용에 불과하다는 것, 그리고 읽기 습관에 따른 트레이닝 방법 등등 문해력 향상 비법에 대한 더 많은 이야기는 직접 책을 통해 만나길 바랍니다!

 

꿈오리 한줄평 : 당장 눈앞에 있는 성적 향상에만 매달리지 말고 세상을 바라보는 힘 '관찰력'을 키우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모여라! 인류 탐험대
수잔 섀들리히 외 지음, 베아 데이비스 그림, 윤혜정 옮김, 박한선 감수 / 그린애플 / 2024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최초의 인류는 누구일까요? 인류는 언제부터 불을 사용했을까요? 인류는 언제부터 도구를 사용했을까요? 사피엔스와 네안데르탈인 등 인류의 진화 과정에서 서로 다른 종으로 분류되는 이들은 시간과 공간을 공유하며 살았을까요? <모여라! 인류탐험대>는 이런 궁금증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만화 형식의 이야기로 주인공 미노가 시간 여행을 통해 최초의 인류인 투마이(사헬란트로푸스 차덴시스)부터 현재 인간의 생김새와 비슷한 미노(호모 사피엔스)까지 만나게 되는 여정이 재미를 더하는데요. 인류의 놀라운 진화 여정을 따라가다 보면 인종과 문화, 언어가 달라도 우리 모두는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럼 인류는 한 가족이라고 해....?

 

흔히 인간이 원숭이로부터 진화했다고 말하지만, 이것은 사실이 아니야. 인간과 유인원, 원숭이가 공통 조상에서 진화했다고 보는 것이 옳지! 인류 최초의 조상이 누구이며, 어떻게 생겼는지는 불분명해. 확실한 것은 약 700만 년 전 언젠가 가지가 갈라졌고, 그 가지 중 하나에서 지금의 인간이 나타났다는 거야. '모여라! 인류탐험대' ~

 


사랑하는 할머니의 생신 이벤트를 기획중인 미노는 고인류들의 말을 통역해 주는 인공지능목걸이 시조와 함께 시간 여행을 떠납니다. 가장 먼저 만나 볼 조상은 "지금껏 발견된 것 중 가장 오래된 인류의 화석으로 인정받고 있으며, 700만 전에 아프리카 한가운데 살았던" 투마이입니다. "2001년 중앙아프리카 차드의 코로 토로 마을 근처 사막에서 화석화된 두개골로 발견"된 투마이(연구자들이 붙여준 이름), 어떤 인류학자는 "투마이가 인간보다 침팬지 쪽 조상에 가깝다고 생각해서 사헬피테쿠스"라 부르기도 하지만, 두발로 걷기 시작한 투마이는 인류와 아주 가깝다고 할 수 있습니다.

 

'투마이'와 함께 만나 볼 조상은 아르디(아르디피테쿠스)입니다. 440만 년 전에 동아프리카 에티오피아에서 살았던 아르디, 골격과 걸음걸이와 신장을 추정해 보건대 아르디는 여성일 것이라고 합니다. 다음에 만나 볼 조상은 누구일까요? 바로 어른들이 최초의 인류라고 배웠던 오스트랄로피테쿠스입니다. 1994년 아르디, 2001년 투마이가 발견되기 전까지 최초의 인류로 불리었던 루시(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파렌시스), "아파 지역에서 발견된 남쪽 원숭이"란 의미를 지닌 오스트랄로피테쿠스는 "무릎과 동족들의 발자국을 통해 우리와 거의 똑같이 걸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야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어. 투마이와 루시 같은 고인류는 오래전에 사라졌지만, 그들은 여전히 우리 역사의 일부야. 유산 역시 우리 안에 남아 있지. 네 안에도 말이야! 예를 들어, 추운 곳에 가면 팔에 소름이 돋지 않니? 그건 피부에 있는 작은 근육이 털을 세우려는 거야. (중략) 하지만 더 이상 필요 없는 기능들은 점점 사라져 가고 있어. '모여라! 인류탐험대' ~

 

최초의 인류인 투마이(사헬란트로푸스 차덴시스)부터 현재 인간의 생김새와 비슷한 미노(호모 사피엔스)까지 다양한 고인류들을 만나는 <모여라! 인류탐험대>, 손자 미노가 할머니의 여든 번째 생신에 고인류들을 초대하려고 시간 여행을 떠나는 것부터 만화 형식으로 풀어 놓은 인류의 진화 과정에 대한 이야기는 호기심과 재미를 더하는데요. 지금까지 가장 오래된 인류는 '오스트랄로티페쿠스'라 생각했던 것이 바뀌는 것처럼, 현재 가장 오래된 인류로 불리는 '사헬란트로푸스 차덴시스'도 언젠가 다른 인류에게 그 자리를 넘길지도 모를 일입니다.

 

발굴된 고인류의 화석을 통한 생김새, 성별, 나이, 살아가는 방법, 대륙 간 이동 등등 놀라운 진화 여정을 따라가다 보면 인종과 문화, 언어가 달라도 우리 모두는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럼 인류는 한 가족이라고 해....?

 

꿈오리 한줄평 : 여덟 종의 고인류들과 함께 떠나는 재미있는 시간 여행!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맛나라 이웃나라 - 다양한 나라에서 온 이주민들의 맛깔나는 음식과 생활 이야기
비카쉬 저스틴 쿠니 외 지음 / 창비교육 / 2024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매개체는 무엇이 있을까요? 다양한 것들이 있겠지만, 그 중 하나는 바로 음식이 아닐까 합니다. 사람들은 함께 음식을 나누어 먹으며 소통과 화합의 시간을 보내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음식을 통해 위로를 받기도 합니다. 또한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 각지의 여행지에서 먹는 음식들 중 그곳에서만 맛볼 수 있는 특별한 음식들은 조금 더 오래 기억에 남기도 합니다. 물론 여행을 가지 않더라도 그곳의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곳이 많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현지에서 먹을 때와는 다르다고 생각되는 것은 나름 다 이유가 있는 것이겠지요. 한국에서 자리 잡고 사는 이주민들이 고향에서 먹던 음식들을 소개하고 만드는 법을 알려주는 책 <맛나라 이웃나라>는 그래서 조금 더 특별하게 다가옵니다.

 


이 책은 1'정성껏 건네는 맛깔스러운 인사 메인요리', 2'어느새 친숙해진 한입 간식', 3'만국 공통의 따뜻한 위로 수프, ', 4'서로를 이어요 모두를 품어요 국수, 만두'로 구성되어 있는데요. 12 개국에서 온 22명의 이주민들이 들려주는 자신들의 인생 이야기와 요리 이야기, 요리를 만드는 방법은 독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합니다. 특히 더 시선을 끄는 것은 이주민이 직접 손 글씨로 쓴 요리법과 나만의 꿀팁 그리고 만화로 소개하는 요리와 인생 이야기인데요. 무엇보다 이주민들의 이야기를 만화로 표현해 준 청소년들의 노고와 정성이 감동적으로 다가옵니다.

 


나만의 요리 비법 Tip

본능에 따르세요. 그리고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데 두려워 마세요. 그게 배우는 거예요. 실수가 있으면 거기서 배워요. 실수할수록 잘 배워요. p.15

 

여러 인종이 합쳐진 다문화 국가인 남아프리카 공화국, 그곳에서 온 비카쉬 저스틴 쿠니가 소개하는 음식 '베이크드 빈 커리'는 요알못인 꿈오리도 따라할 수 있을 듯합니다. 필요한 재료들은 당연 준비해야하겠지만, 나만의 요리 비법으로 알려준 Tip을 그대로 따라하면 되겠지요? 그가 알려주는 Tip은 요리 비법이기도 하지만 인생을 살아가는 비법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새로운 것에 도전하기보다 포기를 선택할 때가 더 많았던 꿈오리같은 사람들은 특히 더 공감할 듯합니다.

 


베트남식 샌드위치인데 속이 쫄깃하고 부드럽고 푹신한 베트남 바게트를 바삭하게 굽고 햄, 고수처럼 자기가 좋아하는 재료를 넣고 베트남 간장으로 소스를 뿌려 마무리하면 돼요. 그때그때 베트남의 식재료를 넣어서 자연의 색으로 화려하고 예쁘게 만들어 내죠. p.86

 

쌀국수와 함께 자주 먹던 베트남식 샌드위치 반미, 바삭하면서도 쫄깃한 바게트와 재료들이 어우러진 반미는 아마 많은 분들이 좋아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우리나라 순대와 비슷한 중국 찹쌀 소시지 '샹창', 간장 찜닭과 비슷한 홍콩 닭다리 요리 '샤오 까이', 미국 사람들에게 없어선 안 될 달달하고 촉촉한 디저트 '브라우니',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리는 요리가 많은 몽골에서 아플 때나 숙취가 있을 때 먹는 '반탕', 우리나라 국수를 절로 떠올리게 만드는 키르기스스탄 고려인 후손들의 '찬 국시' 등등 더 많은 음식과 생활 이야기는 직접 책을 통해 만나길 바랍니다! <오무라이스 잼잼>의 조경규 만화가가 베이크드 빈 커리를 만들어 먹은 소감을 만화로 표현한 추천사를 썼다는 것은 안비밀입니다.

 

꿈오리 한줄평 :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매개체인 음식, 이주민들의 음식과 생활 이야기를 통해 언어와 문화의 장벽을 허물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 연애에 이름을 붙인다면
시요일 엮음 / 미디어창비 / 2024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그저 바라보기만 해도 좋은 계절 봄이 코앞에 와 있습니다. 꽃이 한창일 때도 좋지만 이제 막 봄의 시작을 알리는 작은 새싹이 돋아날 때의 기쁨과 설렘은 이루 말할 수가 없습니다. 사랑의 시작도 그러하지 않을까 합니다. 막 피어오르는 꽃송이처럼 설레다가 금세 여름 햇살처럼 뜨겁게 타오르기도 하지만 한순간에 차갑게 식어버릴 수도 있는 사랑, 지금 여러분의 사랑은 어떠한가요?

 

시 큐레이션 앱 '시요일'에서 기획한 다섯 번째 시선집 <이 연애에 이름을 붙인다면>은 기쁨과 행복 속에 빠져들게도 하고 고통과 슬픔 속에 허우적거리게 만들기도 하는 사랑에 대한 시가 담겨 있습니다. 사랑에 이름을 붙인다면, 여러분은 무어라 부를 수 있을까요?

 


이 책은 1'사랑을 시작하는 얼굴', 2'당신이라는 기묘한 감정', 3'우리가 한 몸이었던 때를 기억해'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제 막 사랑을 시작하는 이들에게, 처음 그 마음을 잃어버려 아파하고 슬퍼하는 이들에게, 그 순간만큼은 온 세상이 너였고 둘이 하나가 될 수 있었던 이들에게, 달콤쌉싸름했던 그 시절을 추억하는 모든 이들에게 전하는 67편의 시가 담겨 있습니다.

 

 

꽃말

 

이문재

 

나를 잊지 마세요

꽃말을 만든 첫 마음을 생각한다

꽃 속에 말을 넣어 건네는 마음

꽃말은 못 보고 꽃만 보는 마음도 생각한다

나를 잊지 마세요

아예 꽃을 못 보는 마음

마음 안에 꽃이 살지 않아

꽃을 못 보는 그 마음도 생각한다

나를 잊지 마세요

꽃말을 처음 만든 마음을 생각한다

꽃은 전했으되 꽃말은 전해지지 않은

꽃조차 전하지 못한 수많은 마음

마음들 사이에서 시든 꽃도 생각한다

'이 연애에 이름을 붙인다면' ~

 

'나를 잊지 마세요'를 보자마자 떠오른 물망초에 얽힌 전설, 애인에게 꽃을 꺾어주기 위해 강을 헤엄쳐 간 남자, 하지만 꽃을 꺾어 오다 급류에 휘말린 남자는 애인에게 꽃을 던지며 '나를 잊지 말라'는 말을 남기고 사라졌다고 하는데요. 사랑하는 사람을 다시는 볼 수 없다는 절망감보다 사랑하는 이의 곁에 영원히 남고 싶다는 절절한 마음이 느껴집니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그런 것이겠지요? 사랑하는 이를 두고 떠날 수밖에 없다면, 누구라도 그런 마음이 드는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닐까 합니다. 다시는 볼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꿈에서라도 한 번은 만나기를 고대하는 마음, 사랑은 그런 것이 아닐까 합니다.

 

 

해가 산마루에 저물어도

 

김소월

 

해가 산마루에 저물어도

내게 두고는 당신 때문에 저뭅니다.

 

해가 산마루에 올라와도

내게 두고는 당신 때문에 밝은 아침이라고 할 것입니다.

 

땅이 꺼져도 하늘이 무너져도

내게 두고는 끝까지 모두 다 당신 때문에 있습니다.

 

다시는 나의 이러한 맘뿐은, 때가 되면,

그림자같이 당신한테로 가오리다.

 

오오, 나의 애인이었던 당신이여.

'이 연애에 이름을 붙인다면' ~

 

해가 지고 뜨는 것을 볼 수 있는 것은 사랑하는 이가 존재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 내가 존재하는 이유 또한 그러하겠지요? 그 대상은 사람마다 다를지라도 말이지요. 그렇게 사랑하는 사람이 사라진다면 어떻게 될까요? 그 모든 것들이 마치 없었던 것처럼 흔적도 없이 사라질지도 모릅니다. 지금은 헤어져 당장 달려가서 볼 수 없을 만큼 먼 곳에 있을지라도 "그림자같이 당신한테로 가오리다."는 마음이 드는 것은 어쩌지 못하겠지요? 그 마음만큼 어쩌면 그 마음보다 더 많이 사랑했을 테니까요...,

 

 

좋은 일

 

곽재구

 

익은 꽃이

바람에 날리며

이리저리 세상 주유하는 모습

바라보는 것은 좋은 일

 

(중략)

 

유모차 안에 잠든 아기

담요 위에 그려진 하얀 구름과 딸기들 곁으로

소월과 지용과 동주와 백석이 찾아와

서로 다른 자장가를 부르려 다투다

아기의 잠을 깨우는 것은 좋은 일

 

눈 뜬 아기가

흩날리는 꽃잎을 잡으려

손가락 열 개를 펼치는 것은 좋은 일

아기의 손가락 사이에

하늘의 마을이 있어

꽃잎들이 집들의 푸른 창과

지붕에 수북수북 쌓이고

오래전 당신이 쫓다 놓친 신비한 무지개를

꿈인 듯 다시 쫓는 것은 더 좋은 일

'이 연애에 이름을 붙인다면' ~

 

이제 막 봄이 시작되려는데, 작고 여린 열 손가락을 펼쳐 떨어지는 꽃잎을 잡으려는 아기의 모습을 떠올리며, "익은 꽃이 바람에 날리며 이리저리 세상 주유하는 모습"을 기다리는 건 너무 성급한 마음일까요? 눈부신 햇살 아래 산들거리는 바람을 맞으며 봄날의 산책을 떠나고픈 마음이 드는 날입니다. 꿈오리 한줄평은 <이 연애에 이름을 붙인다면> 속 내 마음을 울린 구절로 대신합니다. 이 구절에서 마음이 울컥했던 것은 왜일까 싶었는데, 아마도 며칠 전에 본 영화 한 편 때문인 듯합니다.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하면서도, 누군가 자신을 구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느껴졌던 장면, 현실에선 그 간절한 마음이 누군가의 마음에 가닿을 수 있었을까 싶어서 더 마음이 아팠던 그 장면 때문인 듯합니다.

 


 

그때 알았네

그러려면 다시 살아야 한다는 것

그때 처음 아팠네

그러려면 다시 살아야 한다는 것

'이 연애에 이름을 붙인다면'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