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금해 거북이 궁금해 지구를 살리는 그림책 16
사이 몽고메리 지음, 맷 패터슨 그림, 원지인 옮김 / 보물창고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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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천만 년 전 지구엔 오늘날과 같은 모습의 거북이 공룡과 함께 번성했습니다. 거북은 65백만 년 전 지구에 대재앙을 불러온 운석이 떨어졌을 때도 살아남았으며, 빙하시대도 견뎌내고 지금까지 살아남았습니다. 그러니 현생 인류보다 훨씬 더 오래 지구에 살아남을 수도 있습니다. 인간들 때문에 멸종되지 않는다면 말이죠.

 

느린 동물의 대명사, 어쩌면 그건 느리다기보다 여유로움의 대명사일지도 모를 거북, 친숙하지만 어쩌면 모르는 것이 더 많을지도 모를 거북, <궁금해 거북이 궁금해>는 거북에 대한 궁금한 이야기를 아름다운 일러스트와 함께 담아낸 그림책입니다.

 


거북의 딱지는 갈비뼈와 등뼈를 포함해 서로 붙어 있는 60개의 뼈로 구성되어 있고, 우리의 손톱 성분과 같은 케라틴으로 전부 뒤덮여 있어요. 딱지가 있어 거북이 거북인 거죠. (중략) 경이로운 딱지 외에도 거북이 지닌 사랑스러운 매력은 한두 가지가 아니에요. 우리는 인간의 조급함으로 가득한 세상에 위안을 주는 거북의 느린 속도를 사랑하지요.

'궁금해 거북이 궁금해' ~

 

성능 좋은 갑옷처럼 근사하고 안전한 딱지를 가진 거북, "거북이 오래 살 수 있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딱지"라고 합니다. 몇몇 종은 200년까지 살 수 있으며, 어떤 거북은 "140살에 아기를 가졌고, 어떤 거북은 288살에 죽었다"고 합니다. 느릿느릿 200년을 살아가는 거북에게, 늘 바쁘게 살지만 건강하게 100년을 살아내는 것이 쉽지 않은 인간들의 모습은 어떻게 비춰질까 궁금해집니다.

 

 


딱지가 무른 거북도 있고, 동그랗게 뜬 눈을 가진 거북도 있어요. 몸보다 목이 긴 거북, 거대한 머리를 가진 거북, 물체를 꽉 붙들 수 있는 꼬리를 가진 거북도 있지요.

'궁금해 거북이 궁금해' ~

 

딱지가 2m가 넘고, 무게가 900kg이 넘는 장수바다거북, 수컷은 7cm, 암컷은 약 10cm 정도로 자라는 얼룩무늬작은육지거북, 시속 24km 이상으로 빠르게 질주할 수 있는 무른갑가시자라, 목이 긴 뱀목거북, 위협받을 때 악취 나는 사향을 내뿜는 아프리카헬멧거북, 250살이 넘게 산 것으로 알려져 있는 알다브라코끼리육지거북..., 지구에는 우리가 미처 알지 못하는 수많은 거북이 살고 있습니다.

 

그저 느리다고만 알고 있지만, 사실 거북은 "놀라울 정도로 많은 재능"을 가지고 있으며, "놀랍도록 영리"하며, "나뭇가지 관목에 기어올라 개울"을 건너기도 합니다. 때로는 "썩은 나뭇잎인 척 속임수"를 쓰기도 합니다. 공룡은 멸종했지만 거북이 지금까지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경이로운 딱지와 더불어 이러한 재능과 영리함이 있기에 가능한 것은 아니었을까요.

 


공룡과 함께 번성했지만, 지구에 대재앙을 불러온 운석이 떨어졌을 때도, 빙하시대도 견뎌내고 지금까지 살아남은 거북, 그 거북이 멸종의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모든 거북 종의 61%가 위험한 수준으로 감소하고 있거나 야생에서 멸종한 상태"라고 하며, 이것은 척추를 가진 모든 주요 동물 집단 가운데 가장 심각한 상황이라고 합니다. 바로 인간들에 의해서 말이죠. 거북이 사라지면 어떻게 될까요? 생태계가 무너지면, 그 피해는 결국 인간들에게 오지 않을까요?

 

꿈오리 한줄평 : 멸종 위기의 거북을 도와주는 일은 결국 우리 인간들을 위한 일, 지금 우리는 무얼 해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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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이야기야 I LOVE 그림책
밥 라츠카 지음, 크리스틴 하우데셸.캐빈 하우데셸 그림, 신형건 옮김 / 보물창고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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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누구니?"라고 누군가 물어본다면, 어떤 대답을 할 수 있을까요? 나는 누구이며, 어떤 존재인지에 대해 선뜻 답을 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아이들은 말을 배우기 시작하면서 궁금한 것이 많아지기 시작합니다. 집 안에 있는 물건들에서 시작한 궁금증은 바깥세상을 향해 나아갑니다. 스스로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면서, 자신의 존재에 대해 물어보기도 합니다. 이때 부모들은 어떤 답을 할 수 있을까요? <너는 이야기야>는 바로 이럴 때 함께 읽으면 좋은 그림책입니다.

 

너는 생명체야.

너는 숨을 쉬어.

'너는 이야기야' ~

 

나는 누구일까? 나는 어떻게 태어났고 어떤 삶을 살아가게 될까?...,자신에 대한 궁금증을 가지고 질문을 던지는 아이들에게 어른이 들려주는 이야기처럼 느껴지는 글은 마치 한 편의 시를 읽는 듯합니다.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며 살아가는 존재로서의 ''에 대한 이야기는 과학적으로 증명된 사실부터 시작합니다.


너는 누군가의 자녀란다.

부모가 한 명일 수도, 두 명일 수도 있어.

너를 돌봐 주는 친척이 있을지도 몰라.

어쩌면 입양되었을 수도 있지.

가족이 어떻든, 네게 주어지는 모든 사랑을

넌 받을 자격이 있단다.

'너는 이야기야' ~

 

"살아 숨 쉬는 생명체로 먹고 자고 일하고 놀며, 꿈과 두려움이 있고 생각과 기억이 있는" 존재로 "누군가의 자녀"이며, "포유류 중 하나이며, 몸의 절반 이상이 물로 이루어져 있고, 지구라는 우주선의 승객으로 태양이라는 별 주위를 항해"하고 있으며, "새로운 정보를 끊임없이 빨아들이는 스펀지""매일 자라고 배우며 변화"하고 있습니다. 너는 그런 존재입니다.

 


너는 이야기야.

너는 네 인생의 작가인 셈이지.

매일매일은 네가 채우기를 기다리는 빈 페이지란다.

'너는 이야기야' ~

 

아직은 "무엇이 될지, 어디에서 누구와 함께 살지, 자녀가 있을지" 알 수는 없지만,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특별한 존재"입니다. 너는 그런 존재입니다. 매일매일 주어지는 하루하루에 자신의 이야기를 채워나가는 그런 존재입니다.

 

 

꿈오리 한줄평 : 매일매일 선물처럼 주어지는 하루, 세상에 단 하나뿐인 소중한 존재인 ''의 이야기를 채워가는 하루하루를 보낼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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셜록의 아류 네오픽션 ON시리즈 22
최윤석 지음 / 네오북스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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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일상에 갑자기 불어 닥친 재난 앞에서 사람들이 어떻게 변하게 되는지를 그대로 담아낸 감동 판타지소설, 만약 이런 일이 현실에서 일어난다면 '''우리'는 무얼 할 수 있을까, 두 개의 선택지 중 하나만 선택해야 한다면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 그래서 마지막 장면이 더 오래도록 남은 작품, 바로 최윤석 작가의 <달의 아이>입니다.

 

이번에 출간한 단편소설집 <셜록의 아류>는 어떨까요? 8편의 단편은 판타지, 미스터리, SF, 호러 장르를 넘나드는 이야기로, 때로는 현실 어딘가에서 있을 법한 일들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디스토피아적 미래 세계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스스로 신이 되었다고 믿는 남자, 마지막 반전이 압권인 현식 이야기 <셜록의 아류>, 각자 선호하는 눈코입을 붙였다 떼었다 할 수 있는 패치형 얼굴로 성형을 하는 미래 시대를 다녀온 피카소가 끔찍한 미래를 사람들에게 알려야겠다고 마음먹었기 때문에 탄생한 것이 '큐비즘'이라는 <얼굴>, 42년 동안 복역한 교도소를 출소했지만 자신의 예술작품을 완성시키기 위해 다시 교도소에 들어간 조씨 이야기 <고물 영감 이야기>, 상품에 대한 만족도를 평가하는 것처럼 데이트 상대를 평가하고 별점과 평점을 매기는 데이팅 앱으로 남자를 만난 찬실 이야기 <루돌프에서 만나요!>, 사람처럼 말을 하는 커피 체리 커두씽의 등장, 하지만 말을 할 수 있는 커피 체리가 늘어나면서 인간들과 대립하게 되고, 그로 인해 최후의 결단을 내리게 되는 농부 디에고 이야기 <커스트랄로피테쿠스>, 땀 한 방울 흘리지 않고 돈을 버는 것이 목적인 사기꾼 동업자 은영과 내균, 유튜브를 개설한 후 구독자들의 동정심을 유발하는 콘텐츠를 만들어 후원금을 받아 생활하던 그들이 더 자극적인 영상을 만들게 되면서 벌어지게 되는 비극적 이야기 <불로소득>, 신에게 기도하는 만큼의 결과를 얻지 못한다는 이유로 신을 믿지 않고 종교를 거부하는 믿음의 흑사병 시대, 최첨단 기술로 잘못을 저지른 사람에게는 벌을 주고 선행을 베푼 사람들에게 선물은 주는 기계 산타클로스가 등장하지만, 산타클로스마저 신격화하는 인간들의 모순에 대한 이야기 <산타클로스>, 할머니 재산을 모두 물려받게 된 고모 하비삼, 외딴 저택에서 웨딩드레스를 입고 왈츠를 추는 기괴하고도 충격적인 모습의 고모 하비삼을 만난 하빈 이야기 <하비삼의 왈츠>, 8편의 단편 중 가장 인상적인 이야기는 지금 현실에서 일어나는 일이라고 해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는 <불로소득>입니다.

 

찬실은 오늘도 복이 없다. 그동안 루돌프 앱을 통해서 수많은 남자를 만났지만 괜찮은 사람 하나 만날 수 없었다. (중략) 준영의 흔적을 지우기 위해서 찬실은 그가 선물로 준 조 말론 향수를 팔기로 했다. p.137

 

<루돌프에서 만나요!>의 연작처럼 보이는 <불로소득>, 이야기는 <루돌프에서 만나요!>의 주인공인 찬실이 루돌프 앱을 통해 만난 남자 '차준영'이 준 조 말론 향수를 팔기로 하면서 시작됩니다. 영화 <찬실이는 복도 많지>에서 따온 이름이지만 오늘도 복이 없는 찬실은 중고거래 앱으로 향수를 팔려고 했으나, 은영의 연기에 속아 무료 나눔을 하게 됩니다.

 

무료로 나눔 받은 물건을 팔아 생활하는 은영은 중고거래 앱으로 사기를 치려던 남자 내균을 만나게 되고, 둘은 서로의 강점을 살려 유튜브 채널을 개설하고 구독자들의 동정심을 유발하는 콘텐츠를 제작합니다. 한 사람은 장님인 척, 한 사람은 다리를 다친 척하며, "먹고살기 위해 고군분투하면서도 웃음을 잃지 않는 장애인 부부의 삶"을 연기한 영상으로 구독자들의 후원금을 받게 됩니다. 그들의 정체를 의심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또 다른 콘텐츠를 제작하여 여론을 그들 편으로 돌리게 되고, 거액의 후원까지 받게 되는데요. 이때 생각지도 못한 복병이 등장했으니, 바로 조 말론 향수를 무료 나눔 했던 찬실이었습니다.

은영과 내균에 대한 신상 캐기가 시작되자, 두 사람은 콘테츠가 가짜가 아니었음을 증명하려 극단의 선택을 하게 되는데요. 그 일로 두 사람은 온종일 최고급 침대에 누워 있기만 하면 되는, 손끝 하나 안 움직여도 되는 불로소득 끝판왕의 삶"을 살게 됩니다. "일도 안 하고 땀도 안 흘리고 돈 걱정을 안 해도 되는 삶"을 살게 된 것이지요. 살아 있어도 살아 있는 것이 아닌...,

 

판타지, 미스터리, SF, 호러 장르를 넘나들며, 현실 어딘가에 있을 법한 일들처럼, 디스토피아적 미래 세계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하는 <셜록의 아류>, 욕망하지 않는 인간들이 있을까 싶지만, 욕망의 끝은 어디일까를 생각하게 됩니다. 욕망이 욕망을 부르는 삶, 그 삶의 끝은 어디일까요?

 

 

꿈오리 한줄평 : 욕망의 끝은 어디일까? 그 끝이 비극이라는 것을 안다면, 우리는 욕망의 끈을 놓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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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의 꿈
아라이 료지 지음, 엄혜숙 옮김 / 미디어창비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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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스한 햇살이 내리쬐는 창가에 앉아 눈부신 봄날의 풍경 속으로 빠져들고 있는듯한 노랑 고양이, 어쩌면 노랑 고양이가 꾸는 아름다운 꿈속 풍경일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노랑 고양이가 꿈꾸는 바깥세상의 모습일지도 모릅니다.

 

<수수께끼 여행>으로 1999년 볼로냐 국제 아동도서전 특별상 수상, 2005년 아시아 최초로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추모 문학상을 수상하며 세계적 그림책 작가로 입지를 다진 아라이 료지, 그의 따뜻한 이야기와 환상적인 화풍의 그림책은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데요. 그의 그림책을 읽다보면 "아사이 료지의 그림책은 어린이와 어른 모두를 사로잡는 따뜻함과 재치, 예측할 수 없는 대담함과 자유로움으로 빛난다"는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추모 문학상 심사평이 절로 마음에 와 닿을 듯합니다. 희망을 노래하는 봄날에 너무나 잘 어울리는 그림책 <고양이의 꿈> 역시 그러하답니다.

 

이 책은 집 고양이와 길 고양이의 꿈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며 독자들을 환상적인 꿈의 세계로 이끄는데요. 경험해 보지 못한 세상을 상상하며 저마다의 꿈에 빠져드는 고양이들의 모습을 통해 희망을 꿈꾸며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용기와 위로를 전합니다.

 

 


꿈이는 언제나 꿈꾸고 있어

집 밖을 걷는 꿈

비탈길을 내려가 큰길을 걷는 꿈

길 저쪽에는 무엇이 있을까?

'고양이의 꿈' ~

 

집 고양이 꿈이, 꿈이는 집 밖을 걷는 꿈을 꿉니다. "길 저쪽에는 초록 냄새가 가득한 본 적 없는 커다란 정글"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꿈이는 언제나 꿈을 꿉니다. 집 고양이 집이도 언제나 꿈을 꿉니다. 창문 밖 세상, 길 저쪽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집이가 꿈꾸는 세상은 어떤 곳일까요? 그곳엔 무엇이 있을까요?

 

 


고양이 이름은 날름이, 산이, 야옹이......

이름 많은 고양이가

공원 벤치에서 꿈꾸고 있어

누군가의 집에서 사는 꿈

집 안에는 무엇이 있을까?

'고양이의 꿈' ~

 

불러주는 이에 따라 달라지는 이름, 그래서 많은 이름을 가진 길 고양이는 누군가의 집에 사는 꿈을 꿉니다. 집 안은 봄처럼 화창하고 유원지처럼 놀이터가 있을지도 모릅니다. 이름 많은 고양이도 언제나 꿈을 꿉니다. 길 고양이 선장이도 하늘이도 언제나 꿈을 꿉니다. 선장이와 하늘이가 꿈꾸는 세상은 어떤 곳일까요? 그곳엔 무엇이 있을까요?

 

따스한 무언가를 꿈꾸고 있어

따스한 누군가의 꿈을 꾸며

'고양이의 꿈' ~

 

저마다의 방식으로 따스한 무언가, 따스한 누군가의 꿈을 꾸는 고양이들은 마침내 서로의 꿈이 이루어지는 순간을 경험합니다. 집 고양이와 길 고양이의 꿈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며 독자들을 환상적인 꿈의 세계로 이끄는 <고양이의 꿈>, 경험해 보지 못한 세상을 상상하며 저마다의 꿈에 빠져드는 고양이들의 모습을 통해 내일에 대한 희망을 꿈꾸며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용기와 위로를 전합니다.

꿈오리 한줄평 : 꿈은 꾸어야 이루어진다! 비록 불가능해보일지라도 꿈을 향해 나아가는 길이 행복하다면 그것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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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칼호에 비친 내 얼굴 끝나지 않은 한국인 이야기 3
이어령 지음 / 파람북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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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얼굴은 쌍꺼풀이 없는 두툼한 눈, 튀어나온 광대뼈, 납작한 코를 갖게 되었지요. 이것은 살을 에는 혹한 속에 한 발 한 발 내디뎌 한반도에 이른 우리 선조들이 남겨준 얼굴입니다. 한국인의 얼굴 속에 모험 인자가 서려 있는 이유입니다. p.5

 

방대한 유고를 남기고 2022226일 별세하신 이어령 선생님, 하지만 <너 어디에서 왔니> <너 누구니> <너 어떻게 살래> <너 어디로 가니> '한국인 이야기' 시리즈와 <별의 지도> <땅속의 용이 울 때> '끝나지 않은 한국인 이야기' 시리즈는 계속 이어지고 있었는데요. 2주기를 즈음하여 '끝나지 않은 한국인 이야기' 세 번째 작품 <바이칼호에 비친 내 얼굴>이 출간되었습니다.

 

이 책은 1'위대한 한국인 얼굴의 대장정', 2'인간의 얼굴은 문화의 얼굴', 3'미소로 본 한국인의 얼굴', 4'한국 미인의 얼굴', 5'아름다워지려는 욕망과 모험 유전자', 6'흐르는 눈물, 빛나는 눈빛'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아프리카 초원에서 시작하여 시베리아를 거쳐 한반도에 이르는 인류의 대장정 그리고 "내 얼굴, 우리의 얼굴 속에 스며든 한국인의 얼굴, 인류 문명의 얼굴을 찾고자 하셨던" 이어령 선생님의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한국인의 얼굴에는 바이칼호의 추위가 서려 있어요. 오염되지 않은, 지구상에서 가장 깨끗하고 맑은 바이칼 호수! 그 신비한 호수에 자신의 얼굴을 비춰본다면 우리 선조들의 얼굴을 볼 수 있을 겁니다. p.43

 

식습관과 생활문화, 성형 등으로 점점 서구적인 체형으로 변해가는 사람들, 키에서 하체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지고, 키에 비해 머리가 작아지고 있어 미의 기준도 달라지고 있는데요. 앞으로는 "작은 눈으로 세계 1, 털이 없기로 1, 두상이 큰 것으로 1, 치아가 큰 것으로 1"을 하던 한국인의 모습은 점점 찾아보기 어려울지도 모를 일입니다. 그래서 "시베리아의 혹독한 추위를 견뎌내며 이 땅에 도달한 바이칼호 나그네들을 생각해보면 가슴이 뛴다"고 하셨던 이어령 선생님, "바이칼호에 비친 한국인의 얼굴이야 말로 자랑스러운 훈장이고 인류 역경의 서사"라는 말이 유독 마음 깊이 와 닿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안타깝게도 정보화 시대에는 이러한 낯빛의 문화가 사라졌어요. 감정의 전달에 아이콘이 차지해 나를 대신해주고 있지만, 아이콘으로는 낯빛이나 안색을 전달한 방법이 없어요. 매일 수없이 쏟아지는 아이콘이라는 가면을 쓰고 현대인은 자신의 얼굴을 감추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p.164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은 대부분 "이메일, 트위터, 카카오톡 등 많은 디지털 커뮤니케이션 도구"를 이용하고 있는데요. 그런 도구들은 사실을 전달하는 훌륭한 수단이지만 감정을 담기는 어렵기에 이모티콘을 함께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이모티콘이 우리의 얼굴을 대신하게 된 것이지요. 옛날 사람들이 가면을 쓴 것처럼 이모티콘이라는 가면을 언제든 쓰고 벗을 수 있게 된 것인데요. 그러니 "표정 이면에 숨겨진 안색을 보던" 낯빛 문화가 사라지게 되는 것은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 일인 듯하여 씁쓸한 마음이 앞섭니다. 이모티콘으로는 낯빛이나 안색을 전달할 방법이 없으니까요.

 

내 얼굴을 찾는 순간은, 내 얼굴을 만지는 순간이 아니라 타인의 눈과 내 눈이 마주쳐 그 안에서 삶의 어떤 순간들, 행복한 순간이었든 슬픈 순간이었든, 생명의 어떤 순간들을 맛보았을 때, 비로소 내 얼굴은 완성되는 것입니다. p.216

 

"경쟁하며 살아남기 위해 살아 있다는 것 자체가 투쟁이었던 삶" 속에 "타인의 눈에 비친 내 모습을 바라보며 눈물을 흘리는 순간들"이 있습니다. 그것은 "화장을 하고 가면을 쓰고 성형수술을 한다고 해서 감춰질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내 얼굴을 찾는 순간은 바로 "타인의 눈과 마주하며 그 안에서 삶의 어떤 순간들을 맛보았을 때 완성되는 것"이라고 합니다. 지금 여러분은 어떠한가요?

 

아프리카 초원에서 시작하여 시베리아를 거쳐 한반도에 이르는 인류의 대장정 그리고 "내 얼굴, 우리의 얼굴 속에 스며든 한국인의 얼굴, 인류 문명의 얼굴을 찾고자 하셨던" 이어령 선생님의 이야기가 담겨 있는 <바이칼호에 비친 내 얼굴>, 이 책은 '한국인 이야기' 시리즈 4권과 '끝나지 않은 한국인 이야기' 시리즈 3권 중 가장 몰입력이 높았던 책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인류 진화의 역사와 미래로의 여행이 숨겨진 얼굴, 한국인 얼굴 이야기에 대한 더 많은 이야기는 직접 책을 통해 만나길 바랍니다! 꿈오리 한줄평은 책속 문장()로 대신합니다.

 

이제 우리가 서로 눈을

마주할 때가 왔구나.

가면도 벗고 복면도 찢고

별과 별이 몇억 광년 떨어져 있어도

서로 마주 보듯이

어찌 흐르는 눈물을

성형하랴.

어찌 빛나는 그 눈빛을

화장하랴.

그게 내 얼굴이다.

그게 인간의 얼굴이다.

그게 내 나라의 얼굴이다.

p.217~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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