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은 마리솔 Wow 그래픽노블
알렉시스 카스텔라노스 지음, 마술연필 옮김 / 보물창고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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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바 망명자들에게 많은 지지와 기부를 받았던 '피터 팬 작전', 1960년부터 1962년까지 2년간 지속된 피터 팬 작전은 '피그스 만 침공 사건'으로 미국과 쿠바 사이의 모든 비행이 중단되면서 갑작스럽게 끝났다고 합니다. 미국 정부로부터 비자 면제, 위탁 프로그램 등의 지원을 받으며, 14,000명 이상의 쿠바 어린이들이 미국으로 망명했다고 하는데요. 이는 20세기에 이루어진 가장 집단적인 규모의 망명이었다고 합니다.

 

<내 이름은 마리솔>은 피터 팬 작전을 통해 미국으로 오게 된 마리솔이 위탁가정에서 성장해하는 이야기로 이민자 1세대인 부모로부터 들은 이야기를 모티브로 쓴 작품이라고 합니다. 위험 부담을 감수하고서라도 아이 혼자 낯선 나라로 보낼 수밖에 없었던 부모들의 마음이 어떠했을지는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을 듯합니다.

 


이야기는 마리솔의 엄마 아빠가 결혼을 하고 마리솔을 낳고 키우며 행복하게 살아가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하지만 급변한 정치 상황으로 불안한 날들을 보내게 되자, 마리솔의 엄마 아빠는 딸을 미국으로 보내기로 결정합니다. 아는 사람 하나 없는 낯선 나라에 혼자 가야 하는 마리솔과 최선의 선택이라 생각하며 딸을 보내야만 했을 엄마 아빠의 심정을 어찌 다 헤아릴 수 있을까요.

 


뉴욕 국제공항에 도착한 마리솔, 마리솔을 위탁해서 키워줄 부부가 환영의 인사를 건네지만 마리솔은 웃을 수가 없었습니다. 공항에 도착하는 순간부터 시작된 미국에서의 삶을 온통 회색으로 표현한 것은 마리솔의 심정을 그대로 담아낸 것이 아닐까 합니다. 쿠바를 떠올릴 수 있게 만드는 것은 아빠가 준 빨간 꽃 한 송이뿐이었지요.

 

언어가 통하지 않아 의사소통이 되지 않는 것에서 오는 고립감과 외로움, 거기에 더해 자신들과 다르다는 이유로 가해지는 차별과 폭력으로 인해 점점 더 소외되고 위축되어가는 마리솔, 그런 마리솔을 변화시킨 것이 있으니 바로 책이었습니다. 도서관에서 나무에 관한 책을 보는 순간부터 마리솔의 삶은 조금씩 아름다운 색으로 물들어갑니다.

 


마리솔이 무얼 좋아하는지 알게 된 위탁 가정의 부부는 마리솔의 엄마 아빠가 그랬던 것처럼 마리솔을 식물원에 데려갑니다. 엄마 아빠의 빈자리를 채워주는 부부, 그리고 마리솔을 눈여겨 본 도서관 사서, 그들 덕분에 미국에서의 삶에 조금씩 적응해가는 마리솔, 마리솔의 얼굴에 벚꽃처럼 눈부시고 아름다운 웃음꽃이 피어납니다.

 

글자 없는 그래픽노블 <내 이름은 마리솔>, 오로지 그림으로만 들려주는 이야기는 말조차 통하지 않는 낯선 미국 땅에서 어린 소녀 혼자 겪었을 심리 상태를 더 극적으로 보여주는 듯합니다. 마리솔의 이야기는 끝이 났지만, 지금도 세계 곳곳에는 수많은 마리솔의 이야기가 계속 되고 있습니다. 기후, 전쟁, 인종이나 종교, 사상의 차이로 인한 박해를 피해 조국을 떠난 난민들의 이야기는 끝이 나지 않았습니다. 지금도 전 세계를 떠도는 수많은 난민들, 그들을 난민으로 인정하고 받아들일 것인지에 대해선 쉽게 결정을 내릴 수 없는 것이 현실, 지금 우리가 그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요? 꿈오리 한줄평은 '작가의 말'로 대신합니다.

 

마리솔의 이야기를 통해 다양한 배경을 가진 이민자들이 품은 용기와 회복력을 전하고 싶었습니다. 이민자들은 기회를 얻기 위해 그들이 알아 왔고 사랑한 모든 것, 때로는 모든 사람들까지 남겨 두고 떠납니다. 가족에게 안전, 기회, 미래를 주기 위해서요. 그들은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나라에서 살아남습니다. 살아남아 삶의 한 구석을 기쁨으로 가득 채웁니다. '작가의 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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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의 뒷마당 - 황당하고 기막히고 엉뚱하고 깜찍한, 2022 화이트 레이븐스 선정
울리히 후프 지음, 외르크 뮐레 그림, 심연희 옮김 / 아울북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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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글라스를 낀 닭이 오리를 업고 어딘가를 향해 달려가고 있습니다. 비장해 보이는 닭과 행복해 보이는 오리, 둘은 지금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 걸까요? 조류라는 공통점이 있기는 하지만, 왠지 닮은 곳 하나 없는 듯한 둘은 왜 함께 하고 있는 걸까요?

 

진정한 보물은 목적지가 아닌 여행 그 자체에 있다.

'오리의 뒷마당' ~

 

표지만 봐도 '황당하고 기막히고 엉뚱하고 깜찍한'이라는 부제처럼 무척이나 유쾌하고 재미있는 이야기일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권정생의 <길 아저씨 손 아저씨>를 떠올리게 하지만 그와는 전혀 다르게 전개되는 이야기, 세상에서 가장 어두운 숲을 지나 세상에서 가장 깊은 골짜기를 건너 세상에서 가장 높은 산을 올라 소원을 빌기 위해 떠나는 오리와 닭의 모험 이야기 <오리의 뒷마당>, 오리와 닭의 여정 속에 만들어진 우정에 웃고 울게 되는 이야기, 한마디로 재미와 감동이 있는 이야기입니다.

 


햇볕이 전혀 들지 않는 어느 외딴 뒷마당에 다리 저는 오리가 한 마리 살고 있었습니다. 안타깝게도 이 뒷마당을 찾은 이는 아무도 없었죠. p.5

 

아무도 찾는 이 없는 외딴 뒷마당에 혼자 살고 있는 다리 저는 오리 한 마리, 무료하고 따분한 그곳을 벗어나 세상 밖으로 나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은 아니었지만, 지금껏 한 번도 나가 본 적이 없습니다. 그저 목발을 짚고 뒷마당을 도는 게 전부였지요. 까만 선글라스를 낀 닭이 나타나기 전까지는 말이죠.

 

이 세상 어딘가에 남몰래 품은 소원을 들어주는 장소가 있대. 같이 갈래? (중략)우리 그냥 여기 뒷마당에서 같이 사는 게 어때? 바깥세상엔 위험한 일이 잔뜩 널렸잖아. (중략) 우리 둘 다 이 높다란 담장 안에서 아주 편안하게 사는 게 좋을 것 같아. p.8~9

 

소원을 들어주는 장소를 찾아 떠나자는 닭과 위험한 바깥세상보다 안전한 담장 안에서 살자는 오리, 둘은 생긴 모습만큼이나 성격도 다릅니다. 극과 극이라고나 할까요. 어쨌든 둘은 서로 눈이 되어주고 다리가 되어 주며 소원을 들어주는 장소를 찾아 떠나게 됩니다.

 

 


하지만 어딘지도 모르는 그곳을 찾아 걸어가는 것이 쉽지는 않는 일이죠. 생각해보니 둘은 모두 다 조류, 그러니까 날아가면 되지 않을까요? 하지만 오리는 날 생각이 없었습니다. 나는 건 너무 위험한 것 같으니까요. 그 모습을 본 닭은 도대체 왜 그러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닭은 오리에게 나는 법을 가르쳐 주려 애를 쓰지만, 어째 날지 못하는 닭, 마음은 푸른 하늘을 날아가는데 몸이 따라주지 않는 것이 함정이랄까요. 그러니 그냥 걸아가야지, 뭐 어쩌겠어요.

 

왜 그러고만 있어? 어서 저 문으로 들어가서 네 소원을 말해. P.67

 

소원을 들어주는 장소를 찾아가는 여정은 결코 쉽지 않았지만, 서로가 서로에게 도움을 주고 도움을 받으며 세상에서 가장 어두운 숲을 지나 세상에서 가장 깊은 골짜기를 건너 세상에서 가장 높은 산을 올라갈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소원의 문 앞에 서게 된 오리와 닭, 감정에 북받쳐 소원의 문으로 한 발 한 발 다가가는 닭, 드디어 자신이 그토록 원하던 소원을 이룰 수 있게 되는 걸까요?

 

넌 나의 햇살이잖아.

(중략)

너는 무지개처럼 아름다운 세상을 보여 주는 존재야.

P.78~80

 

자꾸만 잊어버리는 닭의 소원은 무엇일까요? 끝까지 말하지 않은 오리의 소원은 무엇이었을까요? 알을 깨고 나오기 전부터 달랐던 오리와 닭, 둘의 성격이 극과 극을 달릴 만큼 달랐던 것은 다 이유가 있었답니다. 그 때문에 닭은 앞을 볼 수 없었고 오리는 날 수 없게 된 것이었거든요. 그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 오리와 닭은 소원을 이룰 수 있었는지, 그리고 예상치 못한 기막힌 반전은 직접 오리와 닭을 만나 들어보길 바랍니다~!!

 

꿈오리 한줄평 : 달라도 너~무 다른 오리와 닭의 엉뚱발랄한 모험과 우정에 대한 이야기, 재미와 감동 그리고 기막힌 반전은 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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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빛을 따라서
권여름 지음 / 자이언트북스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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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 마트에 다녀온 듯한 장바구니 아래 공책인 듯 이면지인 듯한 종이가 보입니다. 봄빠라미 그리고 잘못 쓴 글자를 고쳐 쓴 듯한 바람이, 지우개가 달린 연필심이 뭉툭한 걸 보니, 누군가 글자 공부를 꽤 열심히 한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장바구니와 글자 공부 사이엔 무슨 사연이라도 있는 걸까요? 여섯 명의 작가가 그려낸 학교 괴담 소설집 <스터디 위드 X>를 통해 만난 적이 있는 권여름 작가님, 우리 아이들이 겪는 현실적인 이야기라 더 무서웠던 기억이 납니다. 이 책은 어떤 이야기를 그려내었을까요?

 

<작은 빛을 따라서>는 내장산으로 가는 도로에 인접한 '필성슈퍼'를 운영하는 가족의 이야기로 우리 주변 어딘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소시민의 이야기이자 실패의 과정에서 성장해가는 우리들의 이야기입니다. 굳이 덧붙이자면 IMF 금모으기 운동으로 국난을 극복했다는 그 시절을 살아낸 사람들의 이야기이기도 하고요. 책을 읽다보면 장류진 소설가의 추천사처럼 "고개를 젖히고 소리 내어 웃기도 하고, 축축한 손등으로 흐르는 눈물을 연신 훔쳐"낼지도 모릅니다.

 

비밀이 누설되는 순간, 무엇이 있었나? 다른 아닌 '포도 씨앗'이 있었다. 그것이 아니었다면 할머니의 비밀을 아는 데에 더 긴 시간이 필요했을지도 모른다. p.9

 

이야기는 화자인 은동이 열여섯 살 때 우연히 할머니의 비밀을 알게 되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눈이 안 보여 성경 봉독을 할 수 없다는 할머니가 어떻게 아주 작은 포도 씨앗을 그렇게 쉽게 발견할 수 있었던 것인지, 그렇게 아주 사소한 행동 하나로 할머니가 글을 모른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날 이후 은동은 할머니의 한글학교 선생님이 되는데요. 무엇이든 스펀지처럼 쑥쑥 빨아들일 나이가 아니니, 열정은 넘쳐도 진도가 잘 나갈리는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할머니의 마음이 그대로 드러난 글을 보면, 괜스레 마음이 찌릿찌릿해진답니다. 비록 맞춤법은 틀릴지라도, 글 속에 진심이 담겨 있음을 아니까요.

 

부러운 사람이 없다는 말이었다. 그 말을 나는 알아들었다. 나 역시 뺑덕어멈이 되고 처음 느낀 감정이 그것이었으니 말이다. 꿈은 부러운 것이 없게 만든다. p.100

 

필성슈퍼의 둘째 딸 은동은 배우가 꿈입니다. 글을 읽을 줄 알게 된 할머니가 "부런 사람이 없다."고 말하는 모습을 본 은동은 배우가 꿈인 자신의 꿈도 이루어질 것만 같은 행복한 상상을 합니다. 하지만 현실의 벽을 깨뜨린다는 것은 너무나 어려운 일임을 깨닫게 되는 일이 벌어지고야 마는데요. 은동에게 실망감과 더불어 배신감마저 느끼게 만든 배우 아카데미, 은동에겐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요? 그럼에도 은동은 계속 배우의 꿈을 꿀 수 있을까요?

 

나에게도 그 사건은 충격적이었다. 시간이 약인 건 맞는 모양인지, 조금씩 그 충격의 강도가 약해졌다. 하지만 무언가 달라진 것만은 분명했다. 무엇이 달라졌을까. (중략) 두렵고 무서운 것은 다시 돌아오지 못할 것을, 소중한 어떤 것을 놓치는 거였다. p.198

 

여섯 식구의 생계를 책임지는 필성슈퍼, 하지만 근처에 대형마트가 들어서면서 입지가 흔들리기 시작합니다. 새로운 마트가 생겼다가 사라질 때도 어쨌든 간당간당하게 살아난 필성슈퍼, 하지만 대형마트가 들어서자 더 이상 간당간당하게 견디어내는 것도 어렵게 됩니다. 그리하여 은동 아빠는 트럭을 몰고 섬을 돌며 물건을 파는 일을 하게 되는데, 타고 다니는 여객선이 사고가 났다는 충격적인 소식을 접하게 됩니다. 다행히 배를 탈 수 없게 되면서 무사히 돌아왔지만, 그 사건으로 은동은 정말 두렵고 무서운 것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됩니다. 공부도 아닌 배우 아카데미에서 일어난 일도 아닌, 자신이 소중하게 생각하던 것을 놓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말이지요.

 

엄마와 아빠는 슈퍼가 심란한 일을 겪을 때마다 청소를 하고 뭔가를 궁리했다. 지금도 그렇다. 다시 이기기 위해 전략을 짜고, 때론 종목을 바꾸며 변신했다. 외부의 파도에 쉽게 흔들렸지만 마냥 휩쓸리지는 않았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는 믿음이 가슴을 가득 채웠다. p.243

 

공과금은 물론 급식비와 학원비까지 내지 못할 지경에 이르는 최악의 상황이 닥칠지라도, 어떻게든 간당간당 헤쳐 나가는 필성슈퍼 가족들, 또다시 새로운 벽이 가로막을지라도 그 벽은 허물어질 수 있음을 알게 됩니다. 그런 여정 속에서 한 뼘 더 성장하며 나아갈 은동, 은동의 꿈도 그렇게 이뤄질 날이 올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꿈오리 한줄평 : 평범한 소시민의 이야기이자 실패의 과정에서 성장해가는 우리들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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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삶은 PK로 이루어져 있지 투명 시인선 1
최진영 지음 / 투명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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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부터 시선을 끄는 시집 <모든 삶은 PK로 이루어져 있지>, 이 책은 최진영 시인의 첫 시집으로 투명 시인선 첫 번째 시집이자 2021년 출간한 시집의 개정판입니다. 'PK'란 뭘까 궁금해 하지 않을 수 없는데요. 축구 용어인 PK(페널티킥)는 아니고, 게임에서 사용하는 용어로 "게임 상에서 다른 플레이어를 죽이는 플레이어 킬링 혹은 그 일을 행하는 플레이어 킬러의 줄임말"이라고 하는데요. 시인은 왜 삶은 PK 로 이루어져 있다고 했을까요? 가정이라는 안전하고 든든한 울타리를 벗어나 학교에 가는 순간부터 시작되는 삶이 마치 치열하게 싸워야만 하는 전쟁터와 같음을 비유한 것일까요? 서로 짓밟고 짓밟히며 보이지도 않는 꼭대기를 향해 올라가는 애벌레들,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우리 사회의 모습이 보였던 <꽃들에게 희망을>이 떠오른 건 아마 그 이유 때문인 듯합니다.

 

<모든 삶은 PK로 이루어져 있지>4부로 구성되어 있으며, 80편의 시가 실려 있는데요. 시를 읽어내려 가다보면 시인의 삶이 그대로 녹아든 시는 아닐까, 지금 우리 사회의 모습을 그대로 담아낸 시는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꿈오리는 가족, 삶과 죽음이 함께 하는 병원의 모습을 담은 시들이 특히 더 마음에 와 닿았습니다.

 

 

어른

 

다시 어려지고 싶다면

어른이 된 것이다

힘든 일이 있어도

견디고 또 이겨내며

지나온 삶을 웃으며

돌이켜 볼 수 있다면

그대 어른이 된 것이다.

 

어머니의 손이 거친 게 이제야 보이고

아버지의 등이 더는 커 보이지 않으면

우리 어른이 된 것이다

 

(중략)

 

조금 슬프지만

우리 어른이 된 것이다.

'모든 삶은 PK로 이루어져 있다'에서~

 

다시 어린 시절로 돌아가면 무엇이든 더 열심히 할 수 있을 것 같은 때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생각도 잠시 뿐..., 현재를 추억하며 '그럼에도 참 좋은 시절이었다'라고 떠올릴 미래의 어느 날을 그려보는 때가 있습니다. 시인의 말처럼 어른이 된 것일까요? 걱정이 없었던 것인지 철이 없었던 것인지, 엄마의 삶이 얼마나 고단하고 힘들었었는지를 스무 살이 훌쩍 지나서야 깨달은 딸, 그때의 딸은 정말 되기는 한 것일까요?

 

 

그래지네요

 

오랜만에 안부를 물어온 상대에게

잘 지내시죠라고 보내려다 그만

잘 지내지죠라고 보내버렸다

 

잘못 보내진 문자를 고쳐보내려다

지난달 힘든 일을 토로하던

이전의 문자를 보고 답장을 기다렸다

 

그가 문자를 봤다는 표시가 뜨고

한참이 지난 후에야 문자가 왔다

 

-그래지네요

'모든 삶은 PK로 이루어져 있다'에서~

 

잘못 보내진 문자임을 알았든 몰랐든, 하루하루를 살아내는 것이 죽는 것보다 힘든 것처럼 생각되던 때가 있었지만, 그럼에도 살다보니 또 살아지고, 잘 지내게 되어지더라..., 누군가 "잘 지내지죠?"라고 문자를 보내면 ''는 어떤 답을 보낼 수 있을지....,

 

 

살면서 죽어가라고

 

길면 1년이라고 심판받은 그 환자는 무려 1년하고도 6개월을 더 살아냈다

 

그는 찾아오는 사람마다 항상 똑같은 말들을 시간처럼 반복했다

 

하고 싶은 게 있으면 하고

하기 싫은 게 있으면 하지 말고

오늘 할 건 오늘 하고

내일 할 건 내일 하고

너무 열심히 살 것도 없지만

그렇다고 너무 대충 살지는 말고

 

그렇게 그냥...,

 

살면서 죽어가라고 했다

'모든 삶은 PK로 이루어져 있다'에서~

 

삶이 길어야 1년 정도 남았다고 하면, 그때 ''는 무얼 할 수 있을까? 그동안 하고 싶었던 일들을 하지 못했음을 후회하고 있을까? 그러니 더 늦기 전에, 더 이상 미련이 남지 않도록 우선순위를 정하고 있을까? '왜 내게 이런 일이!'라고 분노하고 절망하고 있을까?

 

그런 날이 언제 올지는 그 누구도 모를 일입니다. 그러니 시인의 말처럼 "하고 싶은 게 있으면 하고, 하기 싫은 게 있으면 하지 말고, 오늘 할 건 오늘 하고, 내일 할 건 내일 하고" 그렇게 살아야겠습니다. 매일 선물처럼 주어지는 하루에 감사하며, 오늘을 살아가야겠습니다. 여러분의 하루도 그러하기를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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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 지능 판사는 공정할까? - 사회 문제 윤리적으로 바라보기, 2023 우수출판콘텐츠 제작 지원 사업 선정작
오승현 지음, 박우희 그림 / 개암나무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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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이동권과 예산 보장을 촉구하는 시위,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의 출근길 지하철 시위는 지금도 진행 중입니다. 그렇다면 전장연의 지하철 시위를 바라보는 우리사회의 시선은 어떠할까요? 장애인도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런데 그들의 요구를 얼마나 안 들어줬으면, 얼마나 절박했으면 그랬을까? 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고, 지하철을 이용하는 다수의 사람들에게 피해를 끼치는 건 아니지 않나, 그래서 장애인을 바라보는 시선이 오히려 부정적으로 바뀌는 것은 아닐까? 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나요?

 


장애인 이동권 시위, 꼭 출근 시간에 해야 할까?, 같은 일을 하면 임금도 같아야 할까?, 차별을 바로잡기 위한 조치는 차별이 아닐까?, 혐오표현도 표현의 자유에 속할까?, 유튜브 때문에 세상이 더 좋아졌을까?, 가짜 뉴스 규제해야 할까?, 예쁜 옷이 지구촌을 망칠까?, 환경을 위해 채식을 해야 할까?, 선진국이 내뿜은 온실가스, 개발도상국도 책임져야 할까?, 자율 주행차는 더 많은 사람을 살려야 할까?, 안공 지능 판사는 공정할까?, 메타버스에서는 어떤 행동도 할 수 있을까?, <인공 지능 판사는 공정할까?>는 윤리적 선택이 필요한 12가지 주제를 찬성과 반대의 입장에서 살펴보고, 윤리적인 관점에서 우리사회를 이해하고 판단력을 기를 수 있는 도움을 주는 지식 정보책입니다.

 

법이 모든 것을 아우르기는 힘듭니다. (증략) 게다가 법에만 의존하면 법을 어기지 않는 한 어떤 행위든 허용된다고 생각할 수 있어요. 그래서 사람의 양심에 바탕을 둔 규범이 필요해요. 그것이 바로 도덕이고 윤리지요. p.14

 

독자들은 책을 읽으며 전장연의 출근길 지하철 시위부터 남자와 여자,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 차이, 무분별하게 사용되는 혐오 표현, 선진국의 경제 성장과 풍요의 이면에 있는 개도국의 기후 위기, 인간의 판단에 대한 불신과 공정성에 대한 높은 기대와 효율적인 일 처리의 필요성으로 등장한 사법 분야의 인공 지능 도입 등등 사회 문제, 소셜 미디어, 환경 문제, 과학 기술에서 발생하는 이슈를 윤리적인 관점에서 바라보고 판단하는 힘을 기를 수 있습니다.

 


과연 이 시위가 이동권을 위한 투쟁일까요? 아니면 권리 간의 충돌(장애인의 이동권 vs 비장애인의 이동권)일까요? 핵심 쟁점은 바로 전장연의 시위를 '장애인을 포함한 인간의 기본적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행위'로 볼 것인가, 아니면 '일부러 출퇴근 시간에 지하철을 지연시켜 다수의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로 볼 것인가입니다. p.27~28

 

집에 머물며 살아가는 재가 장애인은 2020년 기준 약 262여 만 명(장애인의 99%)이라고 합니다. 그들이 외출하기 어려운 이유는 온갖 턱들 때문이라고 합니다. 지하철 시위를 통해 요구하는 이동권 또한 그 연장선상에 있는 것인데요. 이동할 수 없다면, 학교에 가는 것, 일을 하는 것, 인간답게 살 수 있는 권리를 누릴 수 없다고 생각하니, 지하철 시위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지하철 시위는 시민의 발을 볼모로 잡는 것입니다. "자유와 권리를 남용해 타인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행위는 어떤 명분을 내세워도 정당화할 수 없습니다.(p.35)" 또한 장애인의 이동권만큼 일반 시민의 이동권도 중요하다는 것, 이로 인해 일반 시민이 피해를 보기도 하고, 그에 따라 비판의 목소리가 잇따르기도 합니다.

 

2년 가까이 진행되고 있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의 출근길 지하철 시위, 장애인 권리 예산 반영과 이동권 보장 등을 요구하는 시위를 보는 우리사회의 시선은 어떠할까요? 여기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출근 시간이기 때문에 지하철 지연으로 불편을 겪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 그러니 "지하철이 붐비는 출근 시간대에 자신들의 권익을 주장하는 것은 집단 이기주의"라며 비난하는 의견도 있고, 불편하기는 하지만 오죽하면 이렇게까지 하겠냐하며 이해하는 의견(p.27)"도 있습니다.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한가요?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말이 있어요. 돈이 있으면 죄가 안 되고, 돈이 없으면 죄가 된다는 말로, 같은 잘못이라도 돈이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처벌이 달라진다는 뜻이에요. 한국 사회는 사법부에 대한 불신이 강해요. '2021 국민 법의식 실태 조사'에 따르면 '법관의 재판은 외부의 영향을 받는다'라는 질문에 조사 대상자 중 절반은 정치인, 대통령, 법원 내 상급자, 기업, 언론 등이 재판에 영향을 준다고 답했습니다. p.200

 

판사의 판결 근거는 무엇일까요? 같은 종류의 범죄임에도 판사에 따라 형량이 들쭉날쭉한 것은 왜일까요? 사람들은 판사의 주관적인 편견이나 감정, 욕망에 따라 판결하는 것은 아닐까 의심하기도 합니다. 그런 이유로 인공 지능 판사가 주목을 받고 있는데요. 인공 지능 판사는 편견의 한계를 벗어나 객관적이고 공정한 판결을 내릴 수 있을까요?

 

삶은 선택의 연속이라고 하죠? 특히 윤리적인 판단이 필요한 선택은 왜 그런 선택지를 골랐는지 무척이나 고민을 할 것 같은데요. 어떤 점에 동의하고 어떤 점에 반대하는지 명확히 알고 있다면 좋겠지요? 무엇보다 토론 할 때와 마찬가지로 '역지사지', 즉 상대의 입장에도 서 보면서 윤리적인 판단력을 키울 수 있기를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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