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삶은 PK로 이루어져 있지 투명 시인선 1
최진영 지음 / 투명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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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부터 시선을 끄는 시집 <모든 삶은 PK로 이루어져 있지>, 이 책은 최진영 시인의 첫 시집으로 투명 시인선 첫 번째 시집이자 2021년 출간한 시집의 개정판입니다. 'PK'란 뭘까 궁금해 하지 않을 수 없는데요. 축구 용어인 PK(페널티킥)는 아니고, 게임에서 사용하는 용어로 "게임 상에서 다른 플레이어를 죽이는 플레이어 킬링 혹은 그 일을 행하는 플레이어 킬러의 줄임말"이라고 하는데요. 시인은 왜 삶은 PK 로 이루어져 있다고 했을까요? 가정이라는 안전하고 든든한 울타리를 벗어나 학교에 가는 순간부터 시작되는 삶이 마치 치열하게 싸워야만 하는 전쟁터와 같음을 비유한 것일까요? 서로 짓밟고 짓밟히며 보이지도 않는 꼭대기를 향해 올라가는 애벌레들,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우리 사회의 모습이 보였던 <꽃들에게 희망을>이 떠오른 건 아마 그 이유 때문인 듯합니다.

 

<모든 삶은 PK로 이루어져 있지>4부로 구성되어 있으며, 80편의 시가 실려 있는데요. 시를 읽어내려 가다보면 시인의 삶이 그대로 녹아든 시는 아닐까, 지금 우리 사회의 모습을 그대로 담아낸 시는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꿈오리는 가족, 삶과 죽음이 함께 하는 병원의 모습을 담은 시들이 특히 더 마음에 와 닿았습니다.

 

 

어른

 

다시 어려지고 싶다면

어른이 된 것이다

힘든 일이 있어도

견디고 또 이겨내며

지나온 삶을 웃으며

돌이켜 볼 수 있다면

그대 어른이 된 것이다.

 

어머니의 손이 거친 게 이제야 보이고

아버지의 등이 더는 커 보이지 않으면

우리 어른이 된 것이다

 

(중략)

 

조금 슬프지만

우리 어른이 된 것이다.

'모든 삶은 PK로 이루어져 있다'에서~

 

다시 어린 시절로 돌아가면 무엇이든 더 열심히 할 수 있을 것 같은 때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생각도 잠시 뿐..., 현재를 추억하며 '그럼에도 참 좋은 시절이었다'라고 떠올릴 미래의 어느 날을 그려보는 때가 있습니다. 시인의 말처럼 어른이 된 것일까요? 걱정이 없었던 것인지 철이 없었던 것인지, 엄마의 삶이 얼마나 고단하고 힘들었었는지를 스무 살이 훌쩍 지나서야 깨달은 딸, 그때의 딸은 정말 되기는 한 것일까요?

 

 

그래지네요

 

오랜만에 안부를 물어온 상대에게

잘 지내시죠라고 보내려다 그만

잘 지내지죠라고 보내버렸다

 

잘못 보내진 문자를 고쳐보내려다

지난달 힘든 일을 토로하던

이전의 문자를 보고 답장을 기다렸다

 

그가 문자를 봤다는 표시가 뜨고

한참이 지난 후에야 문자가 왔다

 

-그래지네요

'모든 삶은 PK로 이루어져 있다'에서~

 

잘못 보내진 문자임을 알았든 몰랐든, 하루하루를 살아내는 것이 죽는 것보다 힘든 것처럼 생각되던 때가 있었지만, 그럼에도 살다보니 또 살아지고, 잘 지내게 되어지더라..., 누군가 "잘 지내지죠?"라고 문자를 보내면 ''는 어떤 답을 보낼 수 있을지....,

 

 

살면서 죽어가라고

 

길면 1년이라고 심판받은 그 환자는 무려 1년하고도 6개월을 더 살아냈다

 

그는 찾아오는 사람마다 항상 똑같은 말들을 시간처럼 반복했다

 

하고 싶은 게 있으면 하고

하기 싫은 게 있으면 하지 말고

오늘 할 건 오늘 하고

내일 할 건 내일 하고

너무 열심히 살 것도 없지만

그렇다고 너무 대충 살지는 말고

 

그렇게 그냥...,

 

살면서 죽어가라고 했다

'모든 삶은 PK로 이루어져 있다'에서~

 

삶이 길어야 1년 정도 남았다고 하면, 그때 ''는 무얼 할 수 있을까? 그동안 하고 싶었던 일들을 하지 못했음을 후회하고 있을까? 그러니 더 늦기 전에, 더 이상 미련이 남지 않도록 우선순위를 정하고 있을까? '왜 내게 이런 일이!'라고 분노하고 절망하고 있을까?

 

그런 날이 언제 올지는 그 누구도 모를 일입니다. 그러니 시인의 말처럼 "하고 싶은 게 있으면 하고, 하기 싫은 게 있으면 하지 말고, 오늘 할 건 오늘 하고, 내일 할 건 내일 하고" 그렇게 살아야겠습니다. 매일 선물처럼 주어지는 하루에 감사하며, 오늘을 살아가야겠습니다. 여러분의 하루도 그러하기를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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