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꽃 소년 - 내 어린 날의 이야기
박노해 지음 / 느린걸음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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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딘가 떠나는 듯한 남편의 모습을 바라보는 한 여인 그리고 그 곁에 선 어린 아이, 표지 그림 속 가족의 모습이 왠지 아련해 보이는 건 왜일까요? 내 어린 시절의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장면이 아님에도 말이지요. 어쩌면 젊은 새댁이었던 우리 할머니와 어린 아들이었던 우리 아버지의 모습이 이러했을 것이란 생각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 안에 소년 소녀가 살아있다. 어느덧 70성상을 바라보는 내 안에도 소년이 살아있다. 내 안의 소년은 '눈물꽃 소년'이다. 해맑고 명랑한 얼굴로 달려와 젖은 눈동자로 나를 바라보곤 한다. p.239

 

<눈물꽃 소년>'내 어린 날의 이야기'라는 부제 그대로 평이로 불리던 어린 시절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그려낸 에세이입니다. 가족, 이웃, 공소 신부님, 선생님과 친구들 그리고 그 시절 첫사랑이었던 소녀까지, 33편의 이야기를 읽다보면 소년 평이와 그 시절을 함께 보낸 사람들의 따스한 이야기에 웃음 짓다가 가슴 시린 이야기에 눈물을 흘릴 수도 있습니다.

 

박노해 시인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는 노동자이자 저항시인입니다. 하지만 그의 글을 자주 접하지는 않았기에 '박노해'가 시인의 필명이라는 것도 '박해받는 노동자 해방'이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는 것도 몰랐는데요. 이 책을 읽고 나면 막연하게 떠올려지는 이미지에 더해 누군가에게 따스한 품을 내어줄 수 있는 사람임을,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들이 아닌 낮은 곳에 있는 사람들의 마음을 헤아리는 그런 사람임을 알게 될지도 모릅니다.

 

말 잘하는 사람보다 잘 듣는 사람이 빛나고, 안다 하는 사람보다 잘 묻는 사람이 귀인이니께. 잘 물어물어 가면은 다아 잘 되니께. p.12

 

몰라도 아는 척, 없어도 있는 척, 듣지도 않으면서 듣는 척..., 온갖 ''을 하며 자신의 모습을 감추고 사는 사람들, 처음으로 어려운 심부름을 다녀온 손자 평이에게 들려준 할머니의 이 말을 ''하느라 바쁜 그들에게 들려주고 싶습니다. "몰라도 괜찮다고", 그러니 모를 땐 물어보라고, 그리고 누군가의 말을 잘 들어주라고...,

 

알사탕같이 최고로 달고 맛난 것만 입에 달고 살면은 세상의 소소하고 귀한 것들이 다 멀어져 불고, 네 몸이 상하고 무디어 분단다. (중략) 이 할무니한텐 세상에서 우리 평이가 젤 이쁘고 귀한 꽃이다만 다른 아그들도 다 나름으로 어여쁜 꽃으로 보인단다. 아가, 최고로 단 것에 홀리고 눈멀고 그 하나에만 쏠려가지 말그라. p.33

 

알사탕의 강렬한 맛에 사로잡힌 어린 평이는 붉은 홍시, 대추알, 화롯불에 구워 조청에 찍어먹던 인절미, 동백꽃의 달큰함...,알사탕을 먹기 전에 느꼈던 "유순하고 담박하고 부드러운" 나름의 단맛을 가지고 있는 그 모든 맛을 잊어버리기라도 한듯 혓바닥을 빨갛게 물들이던 그 단맛에 빠져들게 됩니다. 모든 것이 풍족한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들은 어떤 단맛에 빠져 있을까요? 그 단맛에 빠져 소소한 일상의 행복을, 늘 함께 하는 사람들의 소중함을 잊어버리고 사는 것은 아닐까요?

 

사람의 이름은 말이다. 저마다 깨끗한 비원이 담긴 것이고 이름을 부르면서 그 뜻을 알려주는 것이제. 네 이름대로 네 길을 걸어가면 이미 유명한 사람 아니냐. 다른 사람 이름 가리지 말고, 제 이름 더럽히지 말고, 자기 이름대로 살면 그게 유명한 사람 아니냐. p.220

 

부자, 장군, 마도로스, 의사..., 무언가 되고 싶은 것이 있는 친구들과 달리 우물쭈물하는 어린 평이, 없이 사는 사람들을 위한 힘 있는 사람이 되어볼까, 좋은 일 많이 하는 부자가 되어볼까, 이런저런 고민을 하게 됩니다. 그런 모습을 본 고모부는 "남 보고 살지 말고, 꿈을 갖겠다고 재촉하지 말고, 먼저 큰 뜻을 세우고 성실하고 꾸준하게 하라"는 말을 합니다. 유명한 사람이 되어서 희망을 주는 사람이 되어볼까 하는 평이에게 훈장님은 "세상 사람 모두 다 이름이 있으니 유명有名하지 않은 사람은 없다."면서 "자신의 이름으로 자신의 길을 걸어가면 이미 유명한 사람"이라는 말을 합니다. 현재를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은 이미 유명한 사람, 그러니 그 누구도 아닌 자신만의 길을 자기의 속도에 맞춰 걸어가면 좋겠습니다.

 

가족, 이웃, 공소 신부님, 선생님과 친구들 그리고 그 시절 첫사랑이었던 소녀까지, 박노해 시인이 직접 그린 그림과 함께 하는 33편의 이야기, 따스한 사람들의 이야기에 웃음 짓다 가슴 시린 이야기에 눈물을 흘릴 수도 있는 <눈물꽃 소년>, 현재를 살아가는 모든 이들도 ''만의 길을 걸어가며 ''의 역사를 만들어가기를 바래봅니다! 소소하고도 평범한 우리들의 이야기가 모이고 모여 우리들의 역사가 만들어지는 것이니까요. 꿈오리 한줄평은 책속 문장으로 대신합니다.

 

인류의 가장 중요한 유산은 이야기다. 자기 시대를 온몸으로 관통해온 이야기, 자신만이 살아온 진실한 이야기, 그것이 최고의 유산이다. '작가의 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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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 치즈 스마일 미래의 고전 66
진희 지음 / 푸른책들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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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찍을 때 흔히 하던 말 '김치, 치즈', 요즘은 하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예전엔 이런 말을 하라고 시켰었답니다. 왜냐하면 그 발음을 할 때 입꼬리가 올라가 웃는 모습이 되기 때문이죠. <김치 치즈 스마일>이라는 제목을 보자마자 사진을 찍으며 웃는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현실에서 늘 '김치 치즈'를 외칠 순 없지만, 그럼에도 늘 밝은 모습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김치 치즈 스마일>속의 아이들 또한 그러하답니다. 이 책은 <오늘은>을 포함한 5편의 단편과 표제작이기도 한 1편의 중편동화를 엮은 동화집으로 암울한 현실에 절망하지 않고 밝게 살아가는 아이들의 모습이 따스한 감동을 전합니다.

 

혈연으로 맺어진 가족은 아니지만 그 누구보다 서로를 진심으로 이해하고 사랑하는 입양 가족 다정이와 동주 이야기 <오늘은>, 물구나무서기 빼고 뭐하나 잘하는 게 없지만 짝꿍과 줄넘기 연습을 하면서 자신감을 키우게 되는 은기 이야기 <지구가 아플까 봐>, 베트남에서 온 새엄마를 받아들이는 것이 쉽지는 않지만 언젠가 엄마라고 부를 날을 기대하게 하는 소라 이야기 <언젠가는>, 사고로 오빠를 잃은 슬픔과 그리움으로 먹는 것조차 미안해하며 힘든 시간을 보내는 동생 이야기 <다녀왔습니다>, 얼굴에 있는 커다란 점 때문에 늘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 친구에게 희망에 대한 이야기를 한 후 조금씩 성장해가는 솔이 이야기 <안녕, 마스크맨>, 모둠 숙제를 하면서 엄마 아빠의 꿈과 가족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는 은무 이야기 <김치 치즈 스마일>까지 6편의 동화 중 가장 마음을 아프게 한 이야기는 세월호 참사를 떠올리게 하는 <다녀왔습니다>입니다.

 

"다녀왔습니다."

인사부터 해 놓고, 현관에 잠시 서 있습니다. 대답이 돌아오지 않으리란 걸 알면서도 가만히 귀를 기울여 보는 것이지요. p.58

 

수학여행을 가면서 생전 처음으로 제주도를 가게 된 오빠, 하지만 오빠는 1년이 지나도록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차가운 바다에서 돌아오지 못하고 있는 오빠를 생각하면 매일 배고픔을 느끼는 것도 미안하고, 밥숟가락을 들고 있다는 것도 염치가 없습니다.

 

언니 어깨 너머로 텔레비전 화면이 보입니다. 오빠가 있는 먼 바다가 보입니다. 바다는 지금도 파랗고 또 파랗습니다. (중략) 남은 라면이 퉁퉁 불었습니다. 내일 아침이면 언니 눈도 퉁퉁 부어 있을 테지요. p.67

 

엄마 아빠 오빠가 없는 집에서 ''는 생각합니다. "오빠가 산에 사는 메아리, 아니 바다에도 메아리가 살았으면 좋겠다."고요. 그러면 "보고 싶어" 하면 "보고 싶어" 하고 똑같이 되돌려 주는 목소리를 들을 수 있을 테니까요. 엄마가 그토록 원하는 "다녀왔습니다"라는 오빠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면, 아니 목소리를 들려주지 못해도 "바다 위 따스한 세상으로 올라오면 좋겠습니다. 그럼 엄마 아빠가 오빠를 기다리느라 더 이상 바다를 바라보며 밤을 지세우지 않아도, 목이 터져라 이름을 부르지 않아도, 더 이상 빈집에 "다녀왔습니다" 혼자 인사하지 않아도 되니까요.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슬픔을 어찌 다 헤아릴 수 있을까요. 오빠를 잃은 막내 동생의 이야기를 따라가는 내내 눈물이 났습니다. 그래서 ''와 가족들이 소망하는 "오빠가 바다 위 따스한 세상으로 올라오기를" 간절하게 바라게 됩니다. 꿈오리 한줄평은 책속 문장으로 대신합니다.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고들 말하지요.

하지만 더 중요한 건 꺾인 다음에도 희망을 잃지 않고 다시 시작하는 마음 아닐까 생각해요. 꺾여서 상처가 난 자리에 꼭 필요한 건 희망이라는 약이 아닐까 하고요. '작가의 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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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킬 박사와 하이드 보물창고 세계명작전집 21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지음, 찰스 레이먼드 맥컬리 그림, 황윤영 옮김 / 보물창고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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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었든 읽지 않았던 누구나 한 번은 들어봤을 <지킬 박사와 하이드>, 이 책은 "인간의 내면에 공존하는 선과 악에 대한 성찰을 담은 작품"으로 지금까지도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스테디셀러입니다. 아이들에게 들려주기 위해 쓰기 시작했다는 <보물섬> 또한 어린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작품인데요.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이 사모아 섬에서 뇌출혈로 갑작스레 세상을 떠나지 않았다면, 더 많은 작품들을 만날 수 있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지킬 박사와 하이드>는 실존 인물에 영감을 받아 쓴 작품이라고 합니다. 존경받는 시 의원이자 유명한 가구 제작자였지만 절도죄로 교수형을 당한 윌리엄 브로디의 이중생활에 영감을 받아 10대 때 그에 관한 희곡을 쓴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인간의 이중적인 모습에 대한 고찰을 더욱 발전" 시킨 작품이 바로 <지킬 박사와 하이드>라고 합니다.

 


모든 사람들의 내면에는 인간의 이중성을 나누기도 하고 결합시키기도 하는 선과 악, 두 영역 사이의 고랑이 있네. '지킬 박사와 하이드' ~

 

이야기는 지킬 박사의 절친한 친구이자 변호사인 어터슨이 엔필드와 산책을 하다가 불길한 분위기를 풍기는 건물 앞에서 끔찍하고 혐오감이 드는 남자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시작합니다. 어린 여자아이의 몸을 짓밟고 쓰러져 울고 있는 아이를 내버려두고 간 남자, 자신을 둘러싼 사람들을 무시하는 듯 침착하게 대응하며 원하는 만큼의 돈을 주겠다는 남자, 그 남자가 돈을 가지러 들어간 건물이 바로 지금 이 건물이며, 놀라운 것은 그 남자가 준 수표를 발행한 사람이 어터슨의 친구인 지킬 박사라는 것과 그 남자의 이름이 하이드라는 것이었습니다.

 

집에 돌아온 어터슨은 "의학 박사이자 민법 박사, 법학 박사, 영국왕립학회 회원 등인 헨리 지킬 박사가 사망하면 박사의 모든 재산을 '친구이자 후원자인 에드워드 하이드'의 손에 넘긴다.(p.17)"는 지킬 박사의 유언장을 살펴보며, 하이드라는 인물에 대한 불쾌감이 심해짐을 느끼게 됩니다. 지킬 박사는 왜 하이드라는 인물에게 전 재산을 넘기려는 것일까요? 절친인 어터슨과 래니언도 모르는 하이드라는 인물에 대한 궁금증은 커져만 갑니다.

 

어터슨은 이미 하이드란 이름이 나왔을 때부터 혹시나 하고 움찔했지만 자기 앞에 놓인 지팡이를 보는 순간 더 이상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부러지고 망가졌지만 그건 분명히 자신이 여러 해 전에 헨리 지킬에게 직접 선물했던 바로 그 지팡이였던 것이다. p.41

 

하원 의원을 살해하고 사라진 하이드, 그 자리에 남은 건 어터슨이 지킬에게 선물했던 지팡이, 지킬 박사는 하이드가 편지 한 통을 주고 사라졌다는 말을 합니다. 이상한 것은 하이드의 필체가 지킬과 비슷하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후 지킬과 절교했음을 알린 래니언이 사망하게 되는데요. 어터슨은 래니언이 남긴 편지에 상상도 못할 엄청난 비밀이 담겨져 있다는 것을 몰랐습니다.

 

모든 사람들의 내면에는 인간의 이중성을 나누기도 하고 결합시키기도 하는 선과 악, 두 영역 사이의 고랑이 있네. 하지만 내 안에는 다른 사람보다 그 고랑이 더 깊어서 선과 악이 철저하게 분리되어 있지.(중략) 그리고 나는 훨씬 오래전부터 두 가지 본성을 분리해 내는 달콤한 공상을 즐기곤 했지. (중략) 각각의 본성을 따로따로 분리해서 별개의 개체에 수용할 수 있다면 참기 힘든 모든 고통들이 인생에서 사라지지 않을까 하고 혼잣말을 하곤 했지.

p.107~108

 

인간이 가진 악을 분리해내려는 실험을 했던 지킬, 자신이 개발한 약을 먹고 악한 본성이 발현되는 순간 쾌감을 느꼈던 지킬, 끝내 "본래의 선한 자아를 잃고 제2의 악한 자아와 결합되어 가고 있다(p.119)"는 것을 알게 된 지킬은 하이드가 아닌 헨리 지킬로서의 삶을 마감하게 됩니다. 아마 많은 분들이 알고 있겠지만, 만약 내용을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읽는다면 마지막 반전이 주는 충격이 꽤나 클 듯합니다. 기막힌 반전이 인상적이었던 영화 <유주얼 서스펙트>보다 더할지도 모릅니다. 꿈오리 한줄평은 책속 문장으로 대신합니다.

 

인간 내면에 선과 악이 공존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현상으로, 인간은 악한 면만 따로 없애 버릴 수 없다. 선량한 사람이란 자신의 양면성을 인정하고 이성적인 선택을 하는 사람이지, 악한 충동이 존재하지 않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다. '지킬 박사와 하이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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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꿈을 줄게 상상도서관 (푸른책들) 7
강숙인 지음, 임수진 그림 / 푸른책들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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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깨비하면 어떤 모습이 떠오르나요? 머리엔 뿔이 있고 방망이를 들고 다니는 모습일까요? 아니면 드라마에 나온 것처럼 사람의 모습을 하고 있을까요? 사실 우리나라 도깨비는 머리에 뿔이 없으며 건장한 성인 남성의 모습을 하고 있다고 하니, '혹부리 영감' 에 나오는 도깨비 보다는 드라마에 나오는 모습이 조금 더 가까운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좋은 꿈을 줄게>에 나오는 도깨비들은 어떠할까요?

 

<좋은 꿈을 줄게>는 꿈도깨비 마을의 말썽꾸러기 꾸꾸가 세상에서 가장 강한 꿈도깨비가 되는 과정을 통해 진정한 의미의 강함이 무엇인지를 알게 되며 성장해가는 이야기입니다.

 

"사람들에게 좋은 꿈 또는 무시무시한 악몽"을 꾸게 만들 수 있는 꿈도깨비들이 사는 꿈도깨비 마을, 도깨비 마을 아이들도 세상의 아이들처럼 학교에서 공부를 합니다. 물론 사람들과 낮과 밤이 뒤바뀌기는 했지만요. 도깨비 마을의 말썽 대마왕 꾸꾸는 오늘도 늦잠을 잡니다. 수업을 빼먹기까지 하는 꾸꾸지만, 오늘은 제일 좋아하는 꿈도술 수업이 있으니 무조건 학교에 갑니다.

 


너희들, 물안골 지훈이 좀 본받아라. 너희가 지훈이 반만 닮아도 세상에서 제일 착한 꿈도깨비가 될 거다. p.17

 

도깨비마을까지 칭찬이 자자한 지훈이, 꾸꾸는 공부 잘하는 모범생 지훈이가 싫습니다. 지훈이를 혼내주려고 꿈도술을 열심히 배운 꾸꾸, 지훈이가 "끔찍하고 흉악한 괴물에게 쫓기는 꿈"을 꾸게 만드는데요. 밤마다 무서운 꿈을 꾼 지훈은 며칠 사이 해쓱해지고 피곤함에 자리에 드러눕기만 했습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꾸또 할아버지는 "세상에서 가장 강한 꿈도깨비가 될 수 있는 약을 만들어 주겠다"고 하는데요. 꾸또 할아버지가 만들어주신 약을 먹은 꾸꾸는 지훈이 다음으로 혼내주고 싶은 아름이네 집으로 갑니다.

 


그런데 이게 어떻게 된 일일까요? "고개를 떨군 채 어둠 속에 혼자 우두커니 앉아 있는" 아름이의 모습이 왠지 슬퍼 보이고 마음이 아프기까지 합니다. 무서운 꿈을 주려했는데, 이상하게 자꾸만 여자아이들이 좋아하는 예쁜 꿈들만 떠오릅니다. 도대체 왜 그런 걸까요? 꾸꾸는 아름이에게 무서운 꿈을 줄까요? 아니면 아름이가 좋아하는 예쁜 꿈을 줄까요? 아름이는 왜 혼자 우두커니 앉아 있는 걸까요?

 

자신을 희생하면서까지 남을 도와주는 건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야. 그건 세상에서 가장 강한 꿈도깨비만이 할 수 있는 일이야. p.101

 

누군가를 배려하고 진심을 다해 도와주는 과정을 통해 강한 꿈도깨비가 되어가는 꾸꾸, 타인의 시선이 아닌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하고 존중하는 법을 배우며 성장해가는 아름이, 꾸꾸와 아름이의 모습은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 아이들의 모습이 아닐까 합니다. 공부, 외모, 부모의 경제력...,누군가가 정해놓은 기준에 따라 평가하고 경쟁하는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아이들도 자기 자신을 사랑하고 존중하며, 무조건적 경쟁이 아닌 이해하고 배려하는 과정을 통해 한 뼘 더 성장해가기를 바라게 됩니다. 진정한 강함이란 그런 것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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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투명한 - 서울시인협회 청년시인상 수상 시집
권덕행 외 지음 / 스타북스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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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시인상'은 이런 훌륭한 시인이 될 만한 재능 있는 청년들에게 기회를 열어주려고 한 공모전이었다. 그러나 여러 가지 현실적인 문턱을 넘지 못하고 계속 유지하기 못한 아쉬움이 크고 그래서 '청년시인상'을 계속하지 못한 부끄러움도 크다. '아직은 투명한' 추천의 글 중~

 

서울시인협회 청년시인상 수상시집 <아직은 투명한>, 이 책은 "2018~2020<월간시>가 공모했던 '청년시인상'에 당선된 시인들의 수상작 한 편과 신작 예닐곱 편이 수록"된 시집입니다. 48편의 시에 담긴 사랑, 이별, 인생, 가족, 그리움, 삶과 죽음...,에 대한 이야기는 청춘들의 이야기이자 우리 모두의 이야기입니다.

 


 

선인장

 

김준호

 

날카로운 가시가 많다는 건

상처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상처 받기 싫다는 것이다

또 그런 가시를 겉에 내놓는다는 건

상처 주기 싫다는 것이다

 

세상 가장 나쁜 사람은

선인장 같지 않은 사람이다

가시를 제 안에 숨긴 채 상대를 안고 뒹구는

그리하여 결국은 피투성이로 만드는

화려한 비극화秘棘花 같은 사람

사람의 털도 가시면 어떨까

'아직은 투명한' ~

 

선인장에 가시가 있는 것은 수분이 빠져나가는 걸 막고, 천적의 공격을 막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누군가를 공격하는 것이 아닌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만든 무기인 것이지요. 지금 누군가의 모습이 선인장처럼 보인다면, 어쩌면 그건 시인의 말처럼 "상처 받기 싫어서, 상처 주기 싫어서" 일지도 모릅니다.

 


 

오래된 새 옷

 

이호성

 

한 번도 입지 않은 겨울옷이 있다

 

특별한 사연도

별다른 이유도 없다

 

계절이 끝나갈 때쯤

내년에 꼭 입어야지하며

다시 두툼한 것들 사이에 봉인된다

 

그리고

다시 또 겨울,

 

!

왜인지 알았다

 

이 녀석은 고대로인데 나만 나이 들어감이

나도 모르게 샘이 났던가 보다

 

다시 봐도 얄밉도록

이 녀석은 보란 듯이

청춘이다

'아직은 투명한'~

 

"이 녀석은 그대로인데 나만 나이 들어감이..., 다시 봐도 얄밉도록 이 녀석은 보란 듯이 청춘이다"에서 툭 웃음이 삐져나온 것은 나이가 들어가고 있음을 실감하고 있기 때문일까요? 꿈오리네 옷장에도 "보란 듯이 청춘""오래된 새 옷"들이 걸려 있기 때문일까요?

 


 

스마트폰 공동묘지

 

최진영

 

한 사람의 죽음이 날아왔다

 

그제야 스마트폰 속에 묻혀있던

그 사람이 생각난다

 

연락처 272

 

모르는 사람 7

알지만 모르는 사람 12명을 지우고

 

알지만 연락 안 하는 사람

등록하고도 한 번을 연락하지 않은 사람

가까운 사이인데도 올해 한 번도 연락 안 한 사람

 

그 사람들을

흙 속에서 꺼내본다

 

번호가 바뀐 사람 스물한 명

죽은 사람이 다섯 명

그중 한 명은 우리 할머니

작년에 돌아가신 우리 할머니가

여기에도 묻혀계신다

'아직은 투명한' ~

 

스마트폰 연락처에 등록된 수백 명의 사람들, 그 사람들 중 지금도 연락하고 있는 사람들이 몇 명이나 있을까요? 언제 어디서 만나도 좋을 사람은 몇 명이나 될까요? "알지만 모르는 사람, 알지만 연락 안 하는 사람, 등록하고도 한 번을 연락하지 않은 사람..."들을 지우고 또 지우고 나면, 몇 명이나 남을까 싶습니다. "스마트폰 속에 묻혀 있던 그 사람, 그 사람들을 흙 속에서 꺼내본다"에 특히 더 공감이 가는 것은 새해 인사도 선물도 O톡으로 하는 시대를 살고 있기 때문인 듯합니다.

 

사랑, 이별, 인생, 가족, 그리움, 삶과 죽음...,에 대한 청춘들의 이야기이자 우리 모두의 이야기 <아직은 투명한>, 꿈오리 한줄평은 책속 문장으로 대신합니다.

 

<아직은 투명한>이라는 시집 제목처럼, 부디 투명함을 잃지 않는 순결한 시를 쓰는 청년 시인이 되기를 기원한다. '아직은 투명한' 추천의 글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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