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나라 이웃나라 - 다양한 나라에서 온 이주민들의 맛깔나는 음식과 생활 이야기
비카쉬 저스틴 쿠니 외 지음 / 창비교육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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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매개체는 무엇이 있을까요? 다양한 것들이 있겠지만, 그 중 하나는 바로 음식이 아닐까 합니다. 사람들은 함께 음식을 나누어 먹으며 소통과 화합의 시간을 보내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음식을 통해 위로를 받기도 합니다. 또한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 각지의 여행지에서 먹는 음식들 중 그곳에서만 맛볼 수 있는 특별한 음식들은 조금 더 오래 기억에 남기도 합니다. 물론 여행을 가지 않더라도 그곳의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곳이 많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현지에서 먹을 때와는 다르다고 생각되는 것은 나름 다 이유가 있는 것이겠지요. 한국에서 자리 잡고 사는 이주민들이 고향에서 먹던 음식들을 소개하고 만드는 법을 알려주는 책 <맛나라 이웃나라>는 그래서 조금 더 특별하게 다가옵니다.

 


이 책은 1'정성껏 건네는 맛깔스러운 인사 메인요리', 2'어느새 친숙해진 한입 간식', 3'만국 공통의 따뜻한 위로 수프, ', 4'서로를 이어요 모두를 품어요 국수, 만두'로 구성되어 있는데요. 12 개국에서 온 22명의 이주민들이 들려주는 자신들의 인생 이야기와 요리 이야기, 요리를 만드는 방법은 독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합니다. 특히 더 시선을 끄는 것은 이주민이 직접 손 글씨로 쓴 요리법과 나만의 꿀팁 그리고 만화로 소개하는 요리와 인생 이야기인데요. 무엇보다 이주민들의 이야기를 만화로 표현해 준 청소년들의 노고와 정성이 감동적으로 다가옵니다.

 


나만의 요리 비법 Tip

본능에 따르세요. 그리고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데 두려워 마세요. 그게 배우는 거예요. 실수가 있으면 거기서 배워요. 실수할수록 잘 배워요. p.15

 

여러 인종이 합쳐진 다문화 국가인 남아프리카 공화국, 그곳에서 온 비카쉬 저스틴 쿠니가 소개하는 음식 '베이크드 빈 커리'는 요알못인 꿈오리도 따라할 수 있을 듯합니다. 필요한 재료들은 당연 준비해야하겠지만, 나만의 요리 비법으로 알려준 Tip을 그대로 따라하면 되겠지요? 그가 알려주는 Tip은 요리 비법이기도 하지만 인생을 살아가는 비법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새로운 것에 도전하기보다 포기를 선택할 때가 더 많았던 꿈오리같은 사람들은 특히 더 공감할 듯합니다.

 


베트남식 샌드위치인데 속이 쫄깃하고 부드럽고 푹신한 베트남 바게트를 바삭하게 굽고 햄, 고수처럼 자기가 좋아하는 재료를 넣고 베트남 간장으로 소스를 뿌려 마무리하면 돼요. 그때그때 베트남의 식재료를 넣어서 자연의 색으로 화려하고 예쁘게 만들어 내죠. p.86

 

쌀국수와 함께 자주 먹던 베트남식 샌드위치 반미, 바삭하면서도 쫄깃한 바게트와 재료들이 어우러진 반미는 아마 많은 분들이 좋아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우리나라 순대와 비슷한 중국 찹쌀 소시지 '샹창', 간장 찜닭과 비슷한 홍콩 닭다리 요리 '샤오 까이', 미국 사람들에게 없어선 안 될 달달하고 촉촉한 디저트 '브라우니',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리는 요리가 많은 몽골에서 아플 때나 숙취가 있을 때 먹는 '반탕', 우리나라 국수를 절로 떠올리게 만드는 키르기스스탄 고려인 후손들의 '찬 국시' 등등 더 많은 음식과 생활 이야기는 직접 책을 통해 만나길 바랍니다! <오무라이스 잼잼>의 조경규 만화가가 베이크드 빈 커리를 만들어 먹은 소감을 만화로 표현한 추천사를 썼다는 것은 안비밀입니다.

 

꿈오리 한줄평 :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매개체인 음식, 이주민들의 음식과 생활 이야기를 통해 언어와 문화의 장벽을 허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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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연애에 이름을 붙인다면
시요일 엮음 / 미디어창비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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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바라보기만 해도 좋은 계절 봄이 코앞에 와 있습니다. 꽃이 한창일 때도 좋지만 이제 막 봄의 시작을 알리는 작은 새싹이 돋아날 때의 기쁨과 설렘은 이루 말할 수가 없습니다. 사랑의 시작도 그러하지 않을까 합니다. 막 피어오르는 꽃송이처럼 설레다가 금세 여름 햇살처럼 뜨겁게 타오르기도 하지만 한순간에 차갑게 식어버릴 수도 있는 사랑, 지금 여러분의 사랑은 어떠한가요?

 

시 큐레이션 앱 '시요일'에서 기획한 다섯 번째 시선집 <이 연애에 이름을 붙인다면>은 기쁨과 행복 속에 빠져들게도 하고 고통과 슬픔 속에 허우적거리게 만들기도 하는 사랑에 대한 시가 담겨 있습니다. 사랑에 이름을 붙인다면, 여러분은 무어라 부를 수 있을까요?

 


이 책은 1'사랑을 시작하는 얼굴', 2'당신이라는 기묘한 감정', 3'우리가 한 몸이었던 때를 기억해'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제 막 사랑을 시작하는 이들에게, 처음 그 마음을 잃어버려 아파하고 슬퍼하는 이들에게, 그 순간만큼은 온 세상이 너였고 둘이 하나가 될 수 있었던 이들에게, 달콤쌉싸름했던 그 시절을 추억하는 모든 이들에게 전하는 67편의 시가 담겨 있습니다.

 

 

꽃말

 

이문재

 

나를 잊지 마세요

꽃말을 만든 첫 마음을 생각한다

꽃 속에 말을 넣어 건네는 마음

꽃말은 못 보고 꽃만 보는 마음도 생각한다

나를 잊지 마세요

아예 꽃을 못 보는 마음

마음 안에 꽃이 살지 않아

꽃을 못 보는 그 마음도 생각한다

나를 잊지 마세요

꽃말을 처음 만든 마음을 생각한다

꽃은 전했으되 꽃말은 전해지지 않은

꽃조차 전하지 못한 수많은 마음

마음들 사이에서 시든 꽃도 생각한다

'이 연애에 이름을 붙인다면' ~

 

'나를 잊지 마세요'를 보자마자 떠오른 물망초에 얽힌 전설, 애인에게 꽃을 꺾어주기 위해 강을 헤엄쳐 간 남자, 하지만 꽃을 꺾어 오다 급류에 휘말린 남자는 애인에게 꽃을 던지며 '나를 잊지 말라'는 말을 남기고 사라졌다고 하는데요. 사랑하는 사람을 다시는 볼 수 없다는 절망감보다 사랑하는 이의 곁에 영원히 남고 싶다는 절절한 마음이 느껴집니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그런 것이겠지요? 사랑하는 이를 두고 떠날 수밖에 없다면, 누구라도 그런 마음이 드는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닐까 합니다. 다시는 볼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꿈에서라도 한 번은 만나기를 고대하는 마음, 사랑은 그런 것이 아닐까 합니다.

 

 

해가 산마루에 저물어도

 

김소월

 

해가 산마루에 저물어도

내게 두고는 당신 때문에 저뭅니다.

 

해가 산마루에 올라와도

내게 두고는 당신 때문에 밝은 아침이라고 할 것입니다.

 

땅이 꺼져도 하늘이 무너져도

내게 두고는 끝까지 모두 다 당신 때문에 있습니다.

 

다시는 나의 이러한 맘뿐은, 때가 되면,

그림자같이 당신한테로 가오리다.

 

오오, 나의 애인이었던 당신이여.

'이 연애에 이름을 붙인다면' ~

 

해가 지고 뜨는 것을 볼 수 있는 것은 사랑하는 이가 존재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 내가 존재하는 이유 또한 그러하겠지요? 그 대상은 사람마다 다를지라도 말이지요. 그렇게 사랑하는 사람이 사라진다면 어떻게 될까요? 그 모든 것들이 마치 없었던 것처럼 흔적도 없이 사라질지도 모릅니다. 지금은 헤어져 당장 달려가서 볼 수 없을 만큼 먼 곳에 있을지라도 "그림자같이 당신한테로 가오리다."는 마음이 드는 것은 어쩌지 못하겠지요? 그 마음만큼 어쩌면 그 마음보다 더 많이 사랑했을 테니까요...,

 

 

좋은 일

 

곽재구

 

익은 꽃이

바람에 날리며

이리저리 세상 주유하는 모습

바라보는 것은 좋은 일

 

(중략)

 

유모차 안에 잠든 아기

담요 위에 그려진 하얀 구름과 딸기들 곁으로

소월과 지용과 동주와 백석이 찾아와

서로 다른 자장가를 부르려 다투다

아기의 잠을 깨우는 것은 좋은 일

 

눈 뜬 아기가

흩날리는 꽃잎을 잡으려

손가락 열 개를 펼치는 것은 좋은 일

아기의 손가락 사이에

하늘의 마을이 있어

꽃잎들이 집들의 푸른 창과

지붕에 수북수북 쌓이고

오래전 당신이 쫓다 놓친 신비한 무지개를

꿈인 듯 다시 쫓는 것은 더 좋은 일

'이 연애에 이름을 붙인다면' ~

 

이제 막 봄이 시작되려는데, 작고 여린 열 손가락을 펼쳐 떨어지는 꽃잎을 잡으려는 아기의 모습을 떠올리며, "익은 꽃이 바람에 날리며 이리저리 세상 주유하는 모습"을 기다리는 건 너무 성급한 마음일까요? 눈부신 햇살 아래 산들거리는 바람을 맞으며 봄날의 산책을 떠나고픈 마음이 드는 날입니다. 꿈오리 한줄평은 <이 연애에 이름을 붙인다면> 속 내 마음을 울린 구절로 대신합니다. 이 구절에서 마음이 울컥했던 것은 왜일까 싶었는데, 아마도 며칠 전에 본 영화 한 편 때문인 듯합니다.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하면서도, 누군가 자신을 구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느껴졌던 장면, 현실에선 그 간절한 마음이 누군가의 마음에 가닿을 수 있었을까 싶어서 더 마음이 아팠던 그 장면 때문인 듯합니다.

 


 

그때 알았네

그러려면 다시 살아야 한다는 것

그때 처음 아팠네

그러려면 다시 살아야 한다는 것

'이 연애에 이름을 붙인다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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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마녀 아틀리에 도넛문고 8
이재문 지음 / 다른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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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는 마법을 사용하고, 저주의 약물을 제조하여 누군가의 삶을 불행하게 만드는 무서운 할머니입니다. 무언가 음흉스럽고 기괴한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우리들의 마녀 아틀리에> 속 마녀는 어떤 모습일까 궁금해집니다. 표지 그림만 보면 그런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 것 같죠? 현대를 살아가는 마녀는 어떤 모습일까요? 마녀 아틀리에는 어떤 곳일까요?

 

이 책은 <몬스트 차일드>로 사계절 어린이문학상 대상, <식스팩>으로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상 대상을 수상한 이재문 작가의 신작으로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세 친구가 마녀 아틀리에를 찾아와 마법(?)같은 시간을 보내며 마법처럼 이루어지는 기적을 경험하며 성장해가는 이야기입니다. 마녀의 도움이 없었다고는 할 수 없지만, 스스로에 대한 믿음과 자신의 힘으로 작은 기적을 만들어가는 세 친구의 성장기는 독자들에게 뭉클한 감동을 전해줍니다.

 

아빠와 단둘이 살고 있으며 스스로를 마녀라 믿고 있는 은서, 일진 무리와 어울려 다니지만 허언증이 있는 찐따이자 찌질이인 하람, 누구에게도 보여주기 싫었던 모습을 은서에게 들킨 이후 사이가 멀어진 서윤, 세 친구는 각자의 사연으로 마녀 아틀리에를 찾게 됩니다. 그곳엔 자칭 유학파 마녀라 부르는 묘한 느낌의 마녀 할머니가 있습니다. 요즘 시대에 무슨 마녀인가 싶지만, 왠지 어딘가에 존재할 것만 같은 마녀 할머니, 어쩌면 마녀 할머니는 힘들고 지친 이들의 마음을 보듬어주고 도움을 주는 그런 존재로 늘 우리 곁에 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시대가 어느 때인데 마녀라니. 그럼에도 은서가 그렇게 생각하는 건 여러 번의 경험 때문이었다. 믿기지 않겠지만, 은서는 '저주'를 내려 본 적이 있다. 열 살 때 '증상'이 시작됐으니, 벌써 5년이 흘렀다. p.12

 

백반증 때문에 친구를 사귀는 것이 힘든 은서, 한때는 은서에게도 친구가 있었습니다. 그 친구가 누구에게도 보여주고 싶지 않았던 모습을 본 이후에 멀어지게 되었지만요. 저주를 내려 본 적이 있는 은서는 자신이 마녀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고 있으며, 자신과 엮이는 사람들은 저주의 늪에 빠질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마녀 할머니를 만난 것은 학교입니다. 자신의 집에 낙서를 한 범인을 찾기 위해 학교로 찾아온 마녀 할머니, 할머니는 그 범인이 이 학교 학생들이라는 것을 은서가 알고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모르는 척 지나가려는 은서의 발걸음을 멈추게 한 것은 "빨리 저주를 해제하지 않으면 목숨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할머니의 말이었습니다. 학교 일진 무리가 그랬다는 것을 알고 있는 은서는 저주를 풀 수 있는 물건을 전해주어야만 했습니다. 과연 누가 마녀 할머니 집에 낙서를 한 것일까요? 은서를 그 친구를 찾을 수 있을까요?

 

더듬거리는 말투, 나사가 풀린 듯한 표정, 아빠는 누가 봐도 조금, 아니 많이 모자라 보였다. 사고로 뇌를 다친 후유증이었다.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줄 알았는데, 아빠는 사고로부터 3년이 지난 지금도 그대로였다. p.60

 

사고 후유증으로 아빠의 모습을 잃어버린 하람의 아빠, 아이들은 아빠의 모습과 행동을 보고 '가가'라 부르며 놀립니다. 하람의 허언증은 '하람'이란 이름의 세탁소를 운영하는 아빠가 자신의 아빠가 아니라고 부정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우연히 도준을 돕게 되면서 일진 무리에 들어간 하람, 하지만 도준의 폭력과 횡포를 참아내기는 어려웠습니다. 복수 티셔츠를 사기 위해 마녀 아틀리에를 찾아가는 하람, 간절히 바란다면 이루어진다는데, 하람의 복수는 이루어질까요?

 

아무에게도 들키고 싶지 않은 비밀이었던 쌍둥이 오빠, 근육이 퇴화하는 병을 앓고 있던 오빠가 세상을 떠난 후 마치 저주받은 집처럼 변한 서윤이네, 무엇보다 오빠의 마지막 부탁을 들어주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시달리는 서윤, 서윤은 어떻게 죄책감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요?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세 친구가 마녀 아틀리에를 찾아와 마법(?)같은 시간을 보내며 마법처럼 이루어지는 기적을 경험하며 성장해가는 이야기 <우리들의 마녀 아틀리에>, 스스로에 대한 믿음과 힘으로 작은 기적을 만들어가는 세 친구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어딘가에 있을지도 모를 '마녀 아틀리에'를 찾아가고픈 생각이 들지도 모릅니다. 혼자서 어쩌지 못해 고민하고 힘들어할 때, 누군가 내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되고 용기를 얻게 될 수도 있으니까요. 있는 그대로의 ''를 아껴주고 사랑하며 당당하게 살아가기를 바라면서, 꿈오리 한줄평은 책속 문장으로 대신합니다.

 

매미는 매미대로, 굼벵이는 굼벵이대로 자기 삶을 살면 된다. 그런데 땅 위의 삶만 값지다 생각하고, 땅 아래 삶을 폄훼하다 보면 가진 것에 만족하지 못하고 늘 불행한 삶만 살게 될지도 모른다. 현재 나에게 주어진 것을 감사함으로 누리는 것.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땅 아래의 삶이자, 행복한 '굼벵이의 시간'이다. 굼벵이로 살아가는 동안에도 얼마든지 행복할 수 있다. p.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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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네의 일기 보물창고 세계명작전집 20
안네 프랑크 지음, 원유미 그림, 최지현 옮김 / 보물창고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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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 독일의 눈을 피해 숨어 지낼 수밖에 없었던 안네가 가상의 친구인 일기장 키티와 이야기하는 형식으로 남긴 일기, 전쟁의 비참함을 절실하게 깨닫게 해 준 사춘기 소녀의 일기, 바로 전 세계 수많은 독자들에게 읽히는 고전으로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된 <안네의 일기>입니다. 안네의 일기는 1942614일부터 강제수용소에 끌려가기 전인 194481일까지 쓴 일기로 은신처 생활에서 느끼는 고단함과 공포,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았던 꿈과 희망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만약 안네 가족이 전쟁이 끝날 때까지 은신처에서 무사히 살아갈 수 있었더라면, 강제수용소에 끌려갈 수밖에 없었을지라도 끝까지 살아남을 수 있었더라면, 그랬더라면 안네는 자신이 꿈꾸던 저널리스트와 작가가 되어 행복하게 살지 않았을까..., 이런 가정을 하게 되는 건, 누군가 안네 가족의 은신처를 밀고했다는 사실 때문입니다. 19448, 안네 가족이 머물던 은신처에 갑자기 들이닥친 게슈타포, 밀고자의 정체를 아는 유일한 나치 간부가 종전 후 전범 재판을 받기 전 자살했기 때문에 끝내 누가 밀고했는지를 밝혀낼 수 없었다고 하는데요. 도대체 누가 왜 안네 가족의 은신처를 밀고한 것일까요?

 

7시가 지나서 엄마 아빠에게 갔다가 거실로 가서 선물을 풀어 보았어. 처음으로 나를 반겨 준 게 바로 너였어. 아마 최고의 선물이 아닐까 해. p.5

 

일기는 생일 날 선물을 받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그날 안네가 받은 선물 중 최고의 선물은 바로 가상의 친구 키티가 되어 줄 일기장이었습니다. 안네는 자신이 일기를 쓰기 시작한 이유로 "내게 진정한 친구가 없기 때문이야."라고 하는데요. 자신의 생각이나 느낌,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한다는 것의 의미를 다시금 생각해보게 됩니다.

 

누군가에게 차마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이야기들을 글로 써내려가면서 생각을 정리하고 그 순간에 느끼는 자신의 감정을 알아차리면서 조금씩 성숙해지고 성장해가는 것은 아닐까 합니다.

 

유대인들은 노란 별표를 단 옷을 입어야했고, 자전거를 빼앗겼어. 유대인들은 전차를 타도 안 되고 운전도 금지되었어. 유대인들은 3시에서 5시 정각 사이에만 물건을 살 수 있는데 그것도 '유대인 가게'라는 플래카드가 붙은 가게에서만 가능한 일이야. p.10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금지되고 할 수 없는 일들이 너무 많아졌지만 그럭저럭 지낼 만 했습니다. 안네 언니가 호출 통지서를 받기 전까지는 말이죠. 열여섯 살밖에 안 된 언니에게 온 호출 통지서, 독일군들은 어린 여자아이들을 어디로 데려가려고 한 것일까요? 안네 가족은 어딘가로 피신하지 않으면 안 될 상황에 처하게 됩니다.

 

절대 바깥에 나갈 수 없다는 사실이 얼마나 답답한지, 발각되면 총살될지도 모른다는 게 얼마나 두려운지 넌 모를 거야. 결코 유쾌한 상상은 아니지. 낯 동안에는 속삭여서 말하고 살금살금 걸어 다녀야 해. 안 그러면 창고에 있는 사람들이 우리 소리를 들을 테니까. p.35

 

아빠 사무실이 있던 건물 위층에서 숨어 살게 된 안네 가족, 수많은 유대인들이 강제수용소에 끌려가고 가스실로 보내져 살해되는 상황에서 은신처에서 살 수 있었다는 것, 도움을 주는 사람들이 있었다는 것은 감사한 일입니다. 하지만 그 누구에게도 발각되지 않으려 숨죽이며 살았을 안네 가족, 고통과 공포 속에서 살아가야만 했을 그들의 삶을 어찌 다 헤아릴 수 있을까요. 무엇보다 아이들이 겪는 전쟁의 참혹함은 이루 다 말로 표현할 수 없겠지요. "숨어 지내고 있으며 아무 권리도 없이 의무만 수천 가지 지워진 채 한곳에 속박되어 있는 유대인이라는 사실, 유대인은 감정을 드러내서도 안 되고 강하고 용감해야 하며 모든 불편을 감수하면서도 불평하면 안 된다.(p.299)"는 것을 받아들여야만 했습니다.

 

, 전쟁은 도대체 왜 하는 거야? 왜 사람들은 다 함께 평화롭게 살지 못하는 거야? 왜 이렇게 파괴를 하는 거지? (중략) 왜 사람들은 그렇게 커다란 전투기와 강력한 폭탄을 만들어 파괴하면서 한편으로는 재건을 위해 노력하는 걸까? p.323

 

안네는 말합니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이 질문에 지금까지 만족할 만한 대답을 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말이지요. "인류 역사상 가장 큰 인명과 재산 피해를 낳은 전쟁, 무려 2,700만 명의 전사자와 2,500만 명의 민간인 희생자가 발생한 제2차 세계대전", 특히 "나치 독일에 의해 자행된 유대인 대학살 '홀로코스트'600만의 유대인이 잔인하게 학살되었다."고 합니다. 그 당시 자행되었던 유대인에 대한 차별과 증오는 대상이 바뀌었을 뿐 여전히 존재하고 있으며, 전쟁 또한 멈추지 않고 일어나고 있습니다. 인종에 따른 차별과 증오 그리고 전쟁을 일으키고 그에 동조하는 사람들에게 묻고 싶습니다. 도대체 왜 그렇게 하는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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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꽃 소년 - 내 어린 날의 이야기
박노해 지음 / 느린걸음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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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딘가 떠나는 듯한 남편의 모습을 바라보는 한 여인 그리고 그 곁에 선 어린 아이, 표지 그림 속 가족의 모습이 왠지 아련해 보이는 건 왜일까요? 내 어린 시절의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장면이 아님에도 말이지요. 어쩌면 젊은 새댁이었던 우리 할머니와 어린 아들이었던 우리 아버지의 모습이 이러했을 것이란 생각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 안에 소년 소녀가 살아있다. 어느덧 70성상을 바라보는 내 안에도 소년이 살아있다. 내 안의 소년은 '눈물꽃 소년'이다. 해맑고 명랑한 얼굴로 달려와 젖은 눈동자로 나를 바라보곤 한다. p.239

 

<눈물꽃 소년>'내 어린 날의 이야기'라는 부제 그대로 평이로 불리던 어린 시절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그려낸 에세이입니다. 가족, 이웃, 공소 신부님, 선생님과 친구들 그리고 그 시절 첫사랑이었던 소녀까지, 33편의 이야기를 읽다보면 소년 평이와 그 시절을 함께 보낸 사람들의 따스한 이야기에 웃음 짓다가 가슴 시린 이야기에 눈물을 흘릴 수도 있습니다.

 

박노해 시인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는 노동자이자 저항시인입니다. 하지만 그의 글을 자주 접하지는 않았기에 '박노해'가 시인의 필명이라는 것도 '박해받는 노동자 해방'이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는 것도 몰랐는데요. 이 책을 읽고 나면 막연하게 떠올려지는 이미지에 더해 누군가에게 따스한 품을 내어줄 수 있는 사람임을,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들이 아닌 낮은 곳에 있는 사람들의 마음을 헤아리는 그런 사람임을 알게 될지도 모릅니다.

 

말 잘하는 사람보다 잘 듣는 사람이 빛나고, 안다 하는 사람보다 잘 묻는 사람이 귀인이니께. 잘 물어물어 가면은 다아 잘 되니께. p.12

 

몰라도 아는 척, 없어도 있는 척, 듣지도 않으면서 듣는 척..., 온갖 ''을 하며 자신의 모습을 감추고 사는 사람들, 처음으로 어려운 심부름을 다녀온 손자 평이에게 들려준 할머니의 이 말을 ''하느라 바쁜 그들에게 들려주고 싶습니다. "몰라도 괜찮다고", 그러니 모를 땐 물어보라고, 그리고 누군가의 말을 잘 들어주라고...,

 

알사탕같이 최고로 달고 맛난 것만 입에 달고 살면은 세상의 소소하고 귀한 것들이 다 멀어져 불고, 네 몸이 상하고 무디어 분단다. (중략) 이 할무니한텐 세상에서 우리 평이가 젤 이쁘고 귀한 꽃이다만 다른 아그들도 다 나름으로 어여쁜 꽃으로 보인단다. 아가, 최고로 단 것에 홀리고 눈멀고 그 하나에만 쏠려가지 말그라. p.33

 

알사탕의 강렬한 맛에 사로잡힌 어린 평이는 붉은 홍시, 대추알, 화롯불에 구워 조청에 찍어먹던 인절미, 동백꽃의 달큰함...,알사탕을 먹기 전에 느꼈던 "유순하고 담박하고 부드러운" 나름의 단맛을 가지고 있는 그 모든 맛을 잊어버리기라도 한듯 혓바닥을 빨갛게 물들이던 그 단맛에 빠져들게 됩니다. 모든 것이 풍족한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들은 어떤 단맛에 빠져 있을까요? 그 단맛에 빠져 소소한 일상의 행복을, 늘 함께 하는 사람들의 소중함을 잊어버리고 사는 것은 아닐까요?

 

사람의 이름은 말이다. 저마다 깨끗한 비원이 담긴 것이고 이름을 부르면서 그 뜻을 알려주는 것이제. 네 이름대로 네 길을 걸어가면 이미 유명한 사람 아니냐. 다른 사람 이름 가리지 말고, 제 이름 더럽히지 말고, 자기 이름대로 살면 그게 유명한 사람 아니냐. p.220

 

부자, 장군, 마도로스, 의사..., 무언가 되고 싶은 것이 있는 친구들과 달리 우물쭈물하는 어린 평이, 없이 사는 사람들을 위한 힘 있는 사람이 되어볼까, 좋은 일 많이 하는 부자가 되어볼까, 이런저런 고민을 하게 됩니다. 그런 모습을 본 고모부는 "남 보고 살지 말고, 꿈을 갖겠다고 재촉하지 말고, 먼저 큰 뜻을 세우고 성실하고 꾸준하게 하라"는 말을 합니다. 유명한 사람이 되어서 희망을 주는 사람이 되어볼까 하는 평이에게 훈장님은 "세상 사람 모두 다 이름이 있으니 유명有名하지 않은 사람은 없다."면서 "자신의 이름으로 자신의 길을 걸어가면 이미 유명한 사람"이라는 말을 합니다. 현재를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은 이미 유명한 사람, 그러니 그 누구도 아닌 자신만의 길을 자기의 속도에 맞춰 걸어가면 좋겠습니다.

 

가족, 이웃, 공소 신부님, 선생님과 친구들 그리고 그 시절 첫사랑이었던 소녀까지, 박노해 시인이 직접 그린 그림과 함께 하는 33편의 이야기, 따스한 사람들의 이야기에 웃음 짓다 가슴 시린 이야기에 눈물을 흘릴 수도 있는 <눈물꽃 소년>, 현재를 살아가는 모든 이들도 ''만의 길을 걸어가며 ''의 역사를 만들어가기를 바래봅니다! 소소하고도 평범한 우리들의 이야기가 모이고 모여 우리들의 역사가 만들어지는 것이니까요. 꿈오리 한줄평은 책속 문장으로 대신합니다.

 

인류의 가장 중요한 유산은 이야기다. 자기 시대를 온몸으로 관통해온 이야기, 자신만이 살아온 진실한 이야기, 그것이 최고의 유산이다. '작가의 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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