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 치즈 스마일 미래의 고전 66
진희 지음 / 푸른책들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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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찍을 때 흔히 하던 말 '김치, 치즈', 요즘은 하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예전엔 이런 말을 하라고 시켰었답니다. 왜냐하면 그 발음을 할 때 입꼬리가 올라가 웃는 모습이 되기 때문이죠. <김치 치즈 스마일>이라는 제목을 보자마자 사진을 찍으며 웃는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현실에서 늘 '김치 치즈'를 외칠 순 없지만, 그럼에도 늘 밝은 모습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김치 치즈 스마일>속의 아이들 또한 그러하답니다. 이 책은 <오늘은>을 포함한 5편의 단편과 표제작이기도 한 1편의 중편동화를 엮은 동화집으로 암울한 현실에 절망하지 않고 밝게 살아가는 아이들의 모습이 따스한 감동을 전합니다.

 

혈연으로 맺어진 가족은 아니지만 그 누구보다 서로를 진심으로 이해하고 사랑하는 입양 가족 다정이와 동주 이야기 <오늘은>, 물구나무서기 빼고 뭐하나 잘하는 게 없지만 짝꿍과 줄넘기 연습을 하면서 자신감을 키우게 되는 은기 이야기 <지구가 아플까 봐>, 베트남에서 온 새엄마를 받아들이는 것이 쉽지는 않지만 언젠가 엄마라고 부를 날을 기대하게 하는 소라 이야기 <언젠가는>, 사고로 오빠를 잃은 슬픔과 그리움으로 먹는 것조차 미안해하며 힘든 시간을 보내는 동생 이야기 <다녀왔습니다>, 얼굴에 있는 커다란 점 때문에 늘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 친구에게 희망에 대한 이야기를 한 후 조금씩 성장해가는 솔이 이야기 <안녕, 마스크맨>, 모둠 숙제를 하면서 엄마 아빠의 꿈과 가족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는 은무 이야기 <김치 치즈 스마일>까지 6편의 동화 중 가장 마음을 아프게 한 이야기는 세월호 참사를 떠올리게 하는 <다녀왔습니다>입니다.

 

"다녀왔습니다."

인사부터 해 놓고, 현관에 잠시 서 있습니다. 대답이 돌아오지 않으리란 걸 알면서도 가만히 귀를 기울여 보는 것이지요. p.58

 

수학여행을 가면서 생전 처음으로 제주도를 가게 된 오빠, 하지만 오빠는 1년이 지나도록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차가운 바다에서 돌아오지 못하고 있는 오빠를 생각하면 매일 배고픔을 느끼는 것도 미안하고, 밥숟가락을 들고 있다는 것도 염치가 없습니다.

 

언니 어깨 너머로 텔레비전 화면이 보입니다. 오빠가 있는 먼 바다가 보입니다. 바다는 지금도 파랗고 또 파랗습니다. (중략) 남은 라면이 퉁퉁 불었습니다. 내일 아침이면 언니 눈도 퉁퉁 부어 있을 테지요. p.67

 

엄마 아빠 오빠가 없는 집에서 ''는 생각합니다. "오빠가 산에 사는 메아리, 아니 바다에도 메아리가 살았으면 좋겠다."고요. 그러면 "보고 싶어" 하면 "보고 싶어" 하고 똑같이 되돌려 주는 목소리를 들을 수 있을 테니까요. 엄마가 그토록 원하는 "다녀왔습니다"라는 오빠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면, 아니 목소리를 들려주지 못해도 "바다 위 따스한 세상으로 올라오면 좋겠습니다. 그럼 엄마 아빠가 오빠를 기다리느라 더 이상 바다를 바라보며 밤을 지세우지 않아도, 목이 터져라 이름을 부르지 않아도, 더 이상 빈집에 "다녀왔습니다" 혼자 인사하지 않아도 되니까요.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슬픔을 어찌 다 헤아릴 수 있을까요. 오빠를 잃은 막내 동생의 이야기를 따라가는 내내 눈물이 났습니다. 그래서 ''와 가족들이 소망하는 "오빠가 바다 위 따스한 세상으로 올라오기를" 간절하게 바라게 됩니다. 꿈오리 한줄평은 책속 문장으로 대신합니다.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고들 말하지요.

하지만 더 중요한 건 꺾인 다음에도 희망을 잃지 않고 다시 시작하는 마음 아닐까 생각해요. 꺾여서 상처가 난 자리에 꼭 필요한 건 희망이라는 약이 아닐까 하고요. '작가의 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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