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투명한 - 서울시인협회 청년시인상 수상 시집
권덕행 외 지음 / 스타북스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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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시인상'은 이런 훌륭한 시인이 될 만한 재능 있는 청년들에게 기회를 열어주려고 한 공모전이었다. 그러나 여러 가지 현실적인 문턱을 넘지 못하고 계속 유지하기 못한 아쉬움이 크고 그래서 '청년시인상'을 계속하지 못한 부끄러움도 크다. '아직은 투명한' 추천의 글 중~

 

서울시인협회 청년시인상 수상시집 <아직은 투명한>, 이 책은 "2018~2020<월간시>가 공모했던 '청년시인상'에 당선된 시인들의 수상작 한 편과 신작 예닐곱 편이 수록"된 시집입니다. 48편의 시에 담긴 사랑, 이별, 인생, 가족, 그리움, 삶과 죽음...,에 대한 이야기는 청춘들의 이야기이자 우리 모두의 이야기입니다.

 


 

선인장

 

김준호

 

날카로운 가시가 많다는 건

상처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상처 받기 싫다는 것이다

또 그런 가시를 겉에 내놓는다는 건

상처 주기 싫다는 것이다

 

세상 가장 나쁜 사람은

선인장 같지 않은 사람이다

가시를 제 안에 숨긴 채 상대를 안고 뒹구는

그리하여 결국은 피투성이로 만드는

화려한 비극화秘棘花 같은 사람

사람의 털도 가시면 어떨까

'아직은 투명한' ~

 

선인장에 가시가 있는 것은 수분이 빠져나가는 걸 막고, 천적의 공격을 막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누군가를 공격하는 것이 아닌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만든 무기인 것이지요. 지금 누군가의 모습이 선인장처럼 보인다면, 어쩌면 그건 시인의 말처럼 "상처 받기 싫어서, 상처 주기 싫어서" 일지도 모릅니다.

 


 

오래된 새 옷

 

이호성

 

한 번도 입지 않은 겨울옷이 있다

 

특별한 사연도

별다른 이유도 없다

 

계절이 끝나갈 때쯤

내년에 꼭 입어야지하며

다시 두툼한 것들 사이에 봉인된다

 

그리고

다시 또 겨울,

 

!

왜인지 알았다

 

이 녀석은 고대로인데 나만 나이 들어감이

나도 모르게 샘이 났던가 보다

 

다시 봐도 얄밉도록

이 녀석은 보란 듯이

청춘이다

'아직은 투명한'~

 

"이 녀석은 그대로인데 나만 나이 들어감이..., 다시 봐도 얄밉도록 이 녀석은 보란 듯이 청춘이다"에서 툭 웃음이 삐져나온 것은 나이가 들어가고 있음을 실감하고 있기 때문일까요? 꿈오리네 옷장에도 "보란 듯이 청춘""오래된 새 옷"들이 걸려 있기 때문일까요?

 


 

스마트폰 공동묘지

 

최진영

 

한 사람의 죽음이 날아왔다

 

그제야 스마트폰 속에 묻혀있던

그 사람이 생각난다

 

연락처 272

 

모르는 사람 7

알지만 모르는 사람 12명을 지우고

 

알지만 연락 안 하는 사람

등록하고도 한 번을 연락하지 않은 사람

가까운 사이인데도 올해 한 번도 연락 안 한 사람

 

그 사람들을

흙 속에서 꺼내본다

 

번호가 바뀐 사람 스물한 명

죽은 사람이 다섯 명

그중 한 명은 우리 할머니

작년에 돌아가신 우리 할머니가

여기에도 묻혀계신다

'아직은 투명한' ~

 

스마트폰 연락처에 등록된 수백 명의 사람들, 그 사람들 중 지금도 연락하고 있는 사람들이 몇 명이나 있을까요? 언제 어디서 만나도 좋을 사람은 몇 명이나 될까요? "알지만 모르는 사람, 알지만 연락 안 하는 사람, 등록하고도 한 번을 연락하지 않은 사람..."들을 지우고 또 지우고 나면, 몇 명이나 남을까 싶습니다. "스마트폰 속에 묻혀 있던 그 사람, 그 사람들을 흙 속에서 꺼내본다"에 특히 더 공감이 가는 것은 새해 인사도 선물도 O톡으로 하는 시대를 살고 있기 때문인 듯합니다.

 

사랑, 이별, 인생, 가족, 그리움, 삶과 죽음...,에 대한 청춘들의 이야기이자 우리 모두의 이야기 <아직은 투명한>, 꿈오리 한줄평은 책속 문장으로 대신합니다.

 

<아직은 투명한>이라는 시집 제목처럼, 부디 투명함을 잃지 않는 순결한 시를 쓰는 청년 시인이 되기를 기원한다. '아직은 투명한' 추천의 글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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