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는 비밀이 없다
우샤오러 지음, 강초아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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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인 판옌중, 그는 학원 강사로 일하는 우신핑과 재혼했다.

재벌의 딸이었던 전처와 이혼하면서 전처를 폭행했다느니 하는 소문이 났고, 그는 기사와 소문 등 온갖 것들로 힘들어했었다.

 

그날은 오랜 친구인 추궈성의 의뢰로 그의 아들 추전샹 관련한 일을 처리한 날이었다.

딸 쑹뤼를 데리고 우신핑의 학원으로 그녀를 데리러 갔던 판옌중은 우신핑이 그날 휴가를 냈고, 심지어 매달 하루씩은 병원 진료를 이유로 휴가를 냈다라는 걸 알게 된다.

그리고 그 날 이후, 우신핑은 연락이 되지 않고 집에도 들어오지 않는다.

 

판옌중은 연락이 끊긴 우신핑의 흔적을 찾는동안 그녀에 대해 몰랐던 부분들을 알게 되고 혼란에 빠진다.

우신핑은 결혼 전에 판옌중에게 그녀의 부모님은 돌아가셨고 오빠와는 연락이 끊긴 상태라고 설명했었다.

하지만 우신핑의 흔적을 찾던 중에 그녀가 일하는 학원으로 엄마라며 찾아온 여자가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판옌중은 우신핑의 엄마를 찾아 그녀의 고향으로 갔고, 그 곳에서 과거에 있었던 우신핑과 관련된 큰 일이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가족의 존재와 고향 등 자신의 과거를 철저하게 숨긴 우신핑, 그녀는 왜 남편인 판옌중에게 과거에 대해 거짓말을 했을까?

그리고 우신핑은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그녀의 엄마, 고향 사람들의 말대로 그녀는 원래 그런 성격이라 모습을 감춘 것일까?

 

소설은 판옌중이 실종된 우신핑을 찾기 위해 그녀의 주변인들을 만나면서 점점 밝혀지는 우신핑의 과거와 정체를 알 수 없는 한 여성이 자신의 과거를 독백하는 이야기가 번갈아가며 나온다.

판옌중이 우신핑의 지인들을 만나면서 듣는 그녀의 모습이나 행동이 판옌중이 봐았던 우신핑의 모습과는 사뭇 달라, 독백하듯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놓는 여성이 우신핑일 거라고 처음에는 생각했다.

그리고 소녀의 독백하는 내용들이 아름답고 행복한 이야기가 아니기에 더욱 우신핑의 이야기일 것이라 생각하며, 이런 가족들이니 우신핑이 거짓말을 한 것도 이해가 간다며 나 혼자 고개를 끄덕이기도 했던 것 같다.

소설 속 소녀는 그저 행복하지 않다라는 간단한 말로는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특정 가족에게 냉대를 받아왔고 그것이 자신의 탓이라며 자연스럽게 그 냉대와 무시와 폭력을 고스란이 받으며 자랐다.

 

-

'피해자다움'이라는 표현이 있다. 피해자라면 이러이러해야 한다는, 사람들의 머릿 속에 담긴 고정관념 말이다.

소설 속 우신핑은 특정 사건 이후 마을 사람들로부터 나쁜 취급을 당하기 시작한다. 우신핑이 사건 발생 이후 피해자다운 행동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녀가 피해자라는 것을 믿을 수 없다라는 이유로 말이다.

전형적이지 않은 피해자의 모습을, 사람들은 의심하고 의심한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우신핑의 이야기와 과거를 독백하는 소녀의 이야기가 번갈아가며 진행되다가, 어느 순간 두 이야기가 맞물리면서 합이 맞는 순간이 온다.

과거에 피해자였던 누군가는, 그 과거를 제대로 청산하지 못하고 현재는 가해자가 되어 나타난다.

하지만 무턱대고 가해자를 욕하기도 어렵다. 가해자 역시 과거에는 피해자였기 때문이다.

이 누군가는, 모든 가족 구성원에게 폭력을 당했다. 그러나 그들이 가족이기에 '어떨 때는 사랑하고 어떨 때는 증오'한다.

 

책을 읽으면서 나도 조금 반성이 되었다.

나 역시 '누군가'의 행동이 피해자의 전형적인 행동과는 다르다고 조금은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누군가'의 말이 계속 머리를 맴돈다.

"참 어렵다. 가끔 내가 뭘 하고 있는지 나도 모를 때가 있더라. 어떨 때는 사랑하고 어떨 때는 증오해."

 

예전에도 그랬지만, 엄마가 된 지금은 더욱 많은 걸 느끼고 바라게 된다.

아이들이, 특히 여자 아이들이 마음 놓고 살 수 있는 세상이 오면 좋겠다고, 부모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해서 상처받는 아이들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말이다.

나 역시도 엄청나게 잘하고 있다라고 보긴 어렵겠지만, 적어도 아이들이 상처받지 않도록 좋은 세상이 되었으면 하고 바란다.

 

 

* 출판사 지원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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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서 종이우산을 쓰고 가다
에쿠니 가오리 지음, 신유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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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쿠니 가오리 특유의 담담한 문체로 세 노인의 죽음과 남겨진 가족들의 삶에 대해 생각할 수 있었던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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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서 종이우산을 쓰고 가다
에쿠니 가오리 지음, 신유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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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충분히 살았습니다."

새해 첫날을 앞둔 섣달 그믐날 밤, 도내 호텔에서 노인 3명이 엽총으로 자살한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한다.

86세의 시노다 간지, 80세의 시게모리 츠토무, 82세의 미야시타 치사코.

1950년대 말 미술 관련 서적을 다루는 작은 출판사에서 함께 일했던 동료였던 그들은, 워낙 죽이 잘 맞아 함께 회사를 다닐 때에는 '공부 모임'이라는 타이틀로, 10년 전 부터는 '생존 확인 모임'이라는 이름을 붙여 서로 연락을 이어온 사이였다.

노년의 그들은 어째서 엽총 자살이라는 끔찍한 방법으로 자신들의 목숨을 끊은 걸까?

-

소설은 호텔 바에서 세 명이 만난 모습에서 시작된다.

호텔에 모인 그들의 죽기 직전까지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동시에 이들의 죽음으로 인해 남은 가족들 혹은 지인들이 그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인정하며 앞으로 나아가는지를 보여준다.

그들의 주변에 있던 그 어느 누구도 이러한 죽음을 예상하지는 못했다.

자주 소식을 전하지는 않아도, 자주 만나지는 않더라도, 또 사람은 언젠가는 죽는다는 걸 알고 있으면서도, 가까운 사람의 죽음은 남겨진 사람들의 일상을 조금씩 흔들며 그들을 기억하고, 또 기억하게 만든다.

어느날, 어느 순간, 사소한 한 순간에, 사소하게 지나쳤던 그 말들이 마음을 흔들며 떠오른다.

인생의 마지막을 함께 끝내기로 한 세 노인,

오랜 세월을 함께 해 왔고, 죽음의 순간까지도 함께 하며, 자신들의 몸이 누일 자리까지도 다 계획하고 마련해둔다.

남겨진 이들은 처음에는 화도 내지만, 아버지이자 할아버지였던 사람을, 어머니이자 할머니였던 사람을, 스승이었고 좋은 상사이자 친구였던 사람을 추억하고 이해하려 하고 안타까워하기도 한다.

그리고 그들 각자가 고인을 죽음을 받아들이는 방식은 달라도 고인을 사랑하는 마음은 같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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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접한 에쿠니 가오리의 문장은 여전히 섬세해서, 여전히 내 가슴을 살며시 두드린다.

세 노인의 죽음 이후 남겨진 사람들의 일상을 하나하나 들여다 보는 동안 그들이 느끼는 슬픔과 납득이 오묘하게 공존하며 내 마음 속에 들어왔다.

아마도 작가의 잔잔하고 담담한 문장들 때문이었을 것이다.

어쩌면 죽음이라는 건, 나 혼자만의 것은 아니겠다라는 생각이 든다.

나는 죽음으로서 생이 끝나지만, 이후 남겨진 사람들에게 그 죽음이 어떤 영향을 끼치게 될지는 알 수 없으니 말이다.

그러나 책을 읽으면서 느낀 건, 죽음까지도 온전히 자신의 것으로 삼아 생을 끝낸 모습이 책에 그려진 간지, 츠토무, 치사코답다라는 생각도 들었다.

삶, 죽음, 그리고 남은 이의 삶까지... 여러 가지 것을 생각하게 만든 책이었다.

 

 

 

* 출판사 지원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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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초 후에 죽는다
사카키바야시 메이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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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내 눈 앞에 총알이 허공에 떠올라 있다.

손을 뻗으면 닿을 거리에서 뒤쪽이 나를 향해 있다.

....뭐지, 이게? 야근 대문에 피곤해서 환각이라도 보는 건가?

( p. 9)

 

처음 만난 '사카키바야시 메이' 작가의 연작 단편집 <15초 후에 죽는다>는 정말이지 기발하고 재미있었다.

'15초'와 관련된 4가지 단편들은 15초라는 소재로 이렇게까지 이야기를 만들 수 있나라는 생각에 깜짝 놀랐다.

그리고 15초 안에 참으로 많은 것들을 할 수 있다라는 생각에 또 한번 놀랐다.

 

+ 15초

눈을 뜨니 내 눈 앞에 총알이 허공에 떠 있고, 어디선가 나타난 고양이는 내가 앞으로 15초 후에 죽는다고 한다.

그 짧다면 너무도 짧은 15초, 주인공은 그 시간을 어떻게 활용할까?

 

상황이 묘하게 됐다. 앞으로 내게 남은 시간은 15초지만 그 15초를 가장 유용하게 쓸 방법을 곰곰히 고민할 시간은 있다.

이 모든 게 꿈이기를 바라는 마음은 여전해도 직므 눈 앞에 있는 총알이 그런 내 희망을 지워 없애고 있다.

좋아. 내가 살해됐다는 사실을 일단 받아들이자.

황당무계하고 믿기 어렵지만 받아들이지 않으면 이야기가 진행되지 않는다.

그럼 먼저 돌아서서 범인을 확인해야 할까.

돌아서기까지 몇 초가 걸릴까. 아무리 빠르게 돌아서도 1초는 걸리지 않을까. (p. 23)

 

+ 이다음 충격적인 결말이

인기 드라마의 마지막 화, 드라마는 마지막 몇 분만이 남은 상태였는데 아버지가 초인종을 누른다.

가위바위보에서 진 나는 현관문을 열어 아빠를 맞이하고 티비로 눈을 돌리는 순간, 누나가 말한다. "이다음 충격적인 결말이!!!!"

그리고 광고 후 나온 드라마에서는 상상도 못할 장면이 나오는데....

 

난 내가 놓친 15초 동안 뭔가 중요한 전개가 일어났다고 생각했어. 하지만 아니었어. 중요한 건 바로 15초 전이었던 거야. (p. 162)

 

+ 불면증

커다란 저택에서 어머니와 단 둘이 살고 있는 열 세살의 마쓰리, 그녀는 심인성 난청 질환을 가지고 있다.

학교도 가지 않고 스스로 집안일을 하면서 어머니와 지내는 그녀는 연이어 비슷한 꿈을 꾸게 된다.

꿈 속에서 어머니와 함께 차를 타고 있고 어머니의 상냥한 목소리가 들리지만, 이내 커다른 충격을 받고 잠에서 깨어난다.

현실과 꿈... 도대체 어떤 연관이 있는 걸까?

 

목소리가 떨리는 게 느껴진다. 시간에 맞출 수 없다.

"앞으로 내가 사라져도......" 목이 멘 상태로 그대로 15초가 경과했다. (p. 233)

 

+ 머리가 잘려도 죽지 않는 우리의 머리 없는 살인 사건

외딴섬 적토도, 이 섬의 사람들은 몸에서 머리가 분리될 때가 많다. 하지만 머리와 몸이 15초 이상 떨어져 있으면 죽게 된다.

매년 10월 7일에 섬에서 열리는 학수제는 섬사람들 모두가 참여하는 큰 축제인데, 축제 다음날 아침 교복을 입은 머리 없는 시신이 불태워진 채로 제사용품을 보관하는 창고에서 발견된다. 그리고 고등학교 1학년인 고우, 가쓰토, 도모히로가 어젯밤부터 집에 돌아오지 않은 채 행방불명이라는 사실도 드러난다.

불탄 시신은 누구일까?

 

-

<15초>라는 단편을 보면서, 주인공이 참으로 열정적인 사람이라고 감탄하면서 봤다.

그 짧은 15초를 이렇게 잘 활용하다니, 거기다 그녀가 15초를 얼마나 잘 썼는지 결과 또한 너무 훈훈하고 감동적이었다.

물론 그 훈훈한 결과는 저승사자 고양이의 조언이 있었기 때문이긴 했지만.

추리소설을 꽤 읽었다고 자부했는데, 15초를 엄청나게 활용해 버리는 주인공의 모습에는 정말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이다음에 충격적인 결말이>라는 단편도 처음 만나는 형태여서 신선했다.

드라마를 다 소개해 줄지는 생각도 못했는데, 거기에 드라마 각본에 작가의 엄청난 트릭이 숨어 있었다니, 거기다 그 트릭을 기가 막히게 알아채버리는 열혈 시청자라니... 하하하.

 

<불면증>을 읽을 때에는, 초반 어린 소녀인 주인공이 학교도 가지 않고 집안일을 하는 모습들이 보여 '아동학대'와 관련인 건가라는 단편적이고 지엽적인 생각을 했더랬다. 하하하. 마지막 진실을 알았을 때, 정말 감동받았다. 추리소설에서 이런 감동이라니....

 

<머리가 잘려도 죽지 않는 우리의 머리 없는 살인 사건>은 특수 설정 미스터리였는데, 머리가 잘려도 15초 안에 붙이면 된다라는 설정 속에서 머리 없는 살인 사건을 해결하는 모습이 나온다.

머리가 잘린다는 설정도 압권이지만, 살인 사건을 풀어가는 논리적인 추론 덕분에 책에서 손을 놓을 수가 없었다.

거기다 범인이 드러난 후 날린 마지막 한방은 정말 최고였다. 그 장면을 생각하면 너무 무섭기는 하지만 말이다. 하하하.

 

'15초'라는 소재로 이렇게 다양하고 재미있고 기발한 이야기를 만들어 내다니 우선 많이 놀랐다.

무엇하나 재미 없었던 것이 없고, 무엇하나 기발하지 않은 것이 없었다.

 

<이다음 충격적인 결말이? 속의 추리작가 '사이온지'의 마지막 말이 작가가 우리에게 던지는 말로 느껴진다.

"다음에는 조금 더 어렵게 만들어 주지."

 

네, 완전 찬성입니다!!!!!!!!!!!!!!!!!

다음에도 기발하고 신선하고 재미있고, 아주 어려운 이야기로 돌아와 주세요!!!!

 

※ 출판사로부터 지원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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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준성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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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여행 준비에 제격인 책입니다.
전통적(?)인 관광지부터 핫한 곳까지 알짜배기로 담겨 있어서 유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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