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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넣어도 안 아플 사랑스러운 아이.
이 아이를, 딸을, 지킬 것이다. 그러기 위해 무슨 일이든 한다.
어머니는 딸을 지키기 위해서는 못 할 일이 없다.
사건이 우리 집에까지 영향을 끼치게 내버려 두지 않는다.
두 눈 부릅뜨고 딸을 감시하고, 철저히 안전을 지킬 것이다.
기적적으로 얻은 아이니까.
가오루의 몸이 호나미의 가슴에 따스하게 맞닿았다.
자신의 피를 나눈 어린아이를, 호나미는 포근히 감싸 안았다.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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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토끼를 따라가라 - 삶의 교양이 되는 10가지 철학 수업
필립 휘블 지음, 강민경 옮김 / 흐름출판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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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철학'은 어렵다.

하물며 '철학적 생각'이라는 건 더더욱 내가 닿기 힘든 저 먼 곳의 단어 같기만 하다.

 

그런데 이 철학 수업이 쉽고 재미있다고 한다.

어느 한 철학자의 주장만 제시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주제에 대한 철학자들의 다양한 주장들이 엎치락뒤치락하며, 나에게 따라와보라고 손짓한다.

평소 우리의 삶에 닿아있는 생생하고 살아있는 주제들로 호기심을 자아내고, 이런 생각도 한번 해 보라며 질문을 던지기도 한다.

 

저자의 말처럼, 철학이라는 안경을 끼고 보면 오래전부터 알고 있던 평범한 것들에 대해 날카로운 시선을 던질 수 있다.

마르셀 프루스트의 말처럼 '최고의 탐험 여행은 미지의 땅으로 떠나는 여행이 아니라 세상을 다른 눈으로 보는 여행'이 아닐까?

자, 하얀 토끼를 따라 또 다른 이상한 나라로 여행할 준비가 되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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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을 보내며 너무 평범하고, 어쩌면 너무 당연해서 깊이 생각해 보지 않은 일들에 대해 많은 철학자들은 질문하고 고민하고 답을 제시해 왔다.

 

저자는 10개의 장으로 나누어 우리를 일상 속 철학으로 끌고 간다.

 

우선 '감정'에 대한 이야기부터 시작한다.

감정이라는 것이 어떤 상황을 겪을 때 그에 맞게 생긴다고만 생각하고 있었지, 감정의 본질에 대해서 생각해 본 적은 사실 없었다.

감정이 발생하려면 본질적으로 무엇이 필요한지, 감정을 일으키는 경험의 본질은 또 무엇인지, 감정은 어떤 기능을 하는지 등에 대해 적절한 예시와 함께 설명한다.

저자는 적절한 예시와 관련 연구, 서로 대조되는 학자들의 이론 등을 순차적으로 제시하면서 철학적 사고에 빠지도록 우리를 끌고 간다.

그렇게 감정에 대한 철학적 고민은 '사랑이 감정인가'로 이어지고, '감정 조작'이 일어나는 광고 분야에 대한 이야기로까지 확대된다.

 

마지막은 '살다'라는 주제로 '죽음의 의미'에 대해 이야기한다.

우리는 언젠가는 죽는다는 것, 삶이 유한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보통은 죽음이라는 건 나와는 관련이 없는 일로 여긴다. 그러다 내 주변에서 죽음을 경험한 순간 죽음과 삶에 대해 느끼는 바가 많아진다.

그렇다면 '죽음이란 무엇인가?'라고 저자는 질문한다.

죽음이란 신체이 기능이 멈추는 것, 의식이 멈추는 것, 그리고 '삶이 기능이 돌이킬 수 없는 끝을 맞이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뇌사와 심장정지 외에 세번째 정의에 대해서는 생각해 본 적이 없었기에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죽음에 대한 여러 태도를 보여준 철학자들의 이야기도 나온다.

그 중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에피쿠로스의 주장이 인상적이었다.

"가장 끔찍한 악인 죽음은 우리에게 아무것도 아니다. 우리가 존재하는 한 죽음은 존재하지 않고, 죽음이 존재하는 한 우리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

책을 읽으면서 그냥 그러려니 넘길 수 있는 것들에 대해 다시 한번 더 들여다보고, 사고를 확장하고, 다양한 철학적 주장들 속에서 나의 생각을 찾아간다.

물론 다 읽은 지금 설명해 보라고 하면, 잘 설명할 자신은 없다.

그래도 많은 철학자들이 과거에 지독하게 고민하고 탐구해 온 결과물들을 현재의 우리가 자연스레 접하고 있다라고 생각하면, 새삼 그분들이 존경스럽다.

 

여전히 철학은 쉽지 않은 주제다.

그렇지만, 이 책은 이렇게 일상의 문제들에 대해 철학적 사고를 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 좋은 안내서가 될 것이다.

 

 

 

※ 출판사로부터 지원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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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 빛나는 강
리즈 무어 지음, 이나경 옮김 / 황금시간 / 2021년 6월
평점 :
절판


 

 

 

(P. 72)

선로에서 그 여자를 발견한 이후로 서서히, 께름칙한 무언가가 스미는 느낌이었다.

사실 그때부터 어디서도 케이시를 보지 못했다.

그리고 솔직히 말하면, 아무렇지 않게 생각했었다.

동생을 한 달 정도 못 보는 건 대수롭지 않은 일이다.

그리고 그건 그 애가 회복 중이라는 뜻이기도 했다.

하지만 켄징턴애비뉴에서 그 애가 모습을 감춘 시점 때문에 아주 어렸을 때 어머니가 너무 오랫동안 퇴근하지 않던 그날처럼 차츰 불안해진다.​

 


-

필라델피아의 경찰관 미키 피츠패트릭은 켄징턴의 순찰을 담당하고 있다.

켄징턴애비뉴는 켄징턴에서 일어나는 대부분의 사건이 시작되고 끝이 나는 곳으로, 약물 중독자나 매춘부들이 거리에 그득하다.

 

이 곳에서 약물중독으로 죽은 시신이 발견될 때면, 미키는 동생 케이시가 죽은 것은 아닐까 걱정한다.

케이시 역시 그 거리에서 일하는 마약에 중독된 매춘부였기 때문이다.

케이시는 한달 넘게 소식을 알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러던 어느날 교살 흔적이 있는 한 여성의 시신이 발견되고, 그 뒤 같은 방법으로 살해된 여성이 2명 더 발견된다.

 

미키는 케이시의 친구 폴라가 한 달째 케이시를 거리에서 보지 못했고 아무도 케이시가 어디 있는지 모른다라고 말했다라는 걸 듣게 된다.

미키는 케이시의 흔적을 찾기 위해 그녀의 페이스북을 뒤지고 케이시와 관련된 남자의 이름을 알아낸 후 그를 먼저 찾아보기로 한다.

 

그리고 미키는 과거 자신의 파트너였던 트루먼에게 도움을 청하고 함께 케이시를 찾기 시작한다.​

 

미키는 케이시를 찾기 위해 다소 무모한 행동마저 해 버린다.

그리고 폴라에게서 살인사건과 관련한 아주 중요한 정보를 얻게 되지만, 폴라는 경찰인 그녀에게 더 이상의 진술은 하지 않으려 한다.

 

케이시는 어디에 있는 걸까?

그녀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걸까?

 

 

종일 낮은 소리로 뎅뎅거리며 주의하라고 알리는 종소리를 무시하려고 나는 무진 애를 썼다.

듣지 않으려 했다.

모든 것이 그대로 유지되기를 바랐다.

거짓말보다 진실이 더 두려웠다.

진실은 내 삶의 모든 조건들을 바꿔버릴 테니까.

거짓말은 변함이 없었다.

거짓말은 평화로웠다.

나는 거짓말과 함께 행복했다.     (218쪽)

 

 

 

 

-

소설은 그때(Then)과 지금(Now)으로 번갈아가며 진행된다.

비록 지금은 마약중독자에 거리에서 몸을 파는 여자로 살고 있지만, 케이시는 어린 시절 당당하고 밝고 긍정적인 아이였다.

말이 없고 내성적인 미키가 친구들 사이에서 곤경에 처할 때면, 케이시가 구해주기도 했다.

그러다 언젠가부터 엇나가기 시작한 케이시의 모습이 안타까웠다.

 

이야기는 점점 흥미진진해진다.

다소 위험한 상황도 있고 미키에게 협조적인 사람들도 거의 없는 상황이지만, 그녀는 조금씩 케이시에게로 향해 가는 듯 보였다.

 

하지만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안타까운 사람은 케이시뿐만이 아니었다.

지금은 경찰이고 한 아이의 엄마로 살고 있는 미키 역시 안타까웠다.

세상에 나쁜 놈들은 왜 이렇게 많은 건지...

 

미키와 케이시 모두 안타까웠다.

누구의 잘못이라고 탓할 수 있을까...

그렇지만 분명 솔직하지 못했던 어른, 그리고 불쌍한 아이들을 이용하려고 하는 나쁜 어른으로 인해 자매의 삶이 더 피폐해지고 불행해졌을지도 모르겠다.

 

범인에 대한 약간의 반전이 있었다.

그리고 그 반전마다 나는 속아 넘어갔다.

어떨 때는 그럴 줄 알았어, 라고 말하기도 하고,

어떨 때는 역시 믿을 놈이 없구만, 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보통의 사람들이 꺼리는 마약중독자와 매춘부들이 득실거리는 거리에서 그들에게 나름의 정중함을 지키는 미키의 모습은 그들을 함부로 무시하고 깔보는 일부 경찰들의 모습과 대조되었다.

자연스레 부패한 경찰의 모습도 부각시켜 더 흥미로웠다.

 

며칠 전이었나, 청소년 마약 문제가 공익 광고로 나오길래 깜짝 놀라서 남편에게 말했더니 우리나라도 더 이상 마약청정국이 아니라고 했다.

지금은 이 소설 속 켄징턴 애비뉴가 우리와 상관없어 보이지만, 언젠가는 시급한 문제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약간은 두렵기도 하다.

 

-

​이 소설, 뭔가 어두우면서도 깊은 울림을 안겨준다.

슬프면서도 마지막은 다행이다라고 말할 수 있어 진짜 다행이었다.

미키와 케이시에게 앞으로 따뜻한 일들만 있기를,

더이상은 타인에게 휘둘리지 않고 자신들의 행복한 삶을 살 수 있게 되길, 조심스레 바라본다.

 

※ 출판사로부터 지원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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