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 빛나는 강
리즈 무어 지음, 이나경 옮김 / 황금시간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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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72)

선로에서 그 여자를 발견한 이후로 서서히, 께름칙한 무언가가 스미는 느낌이었다.

사실 그때부터 어디서도 케이시를 보지 못했다.

그리고 솔직히 말하면, 아무렇지 않게 생각했었다.

동생을 한 달 정도 못 보는 건 대수롭지 않은 일이다.

그리고 그건 그 애가 회복 중이라는 뜻이기도 했다.

하지만 켄징턴애비뉴에서 그 애가 모습을 감춘 시점 때문에 아주 어렸을 때 어머니가 너무 오랫동안 퇴근하지 않던 그날처럼 차츰 불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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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라델피아의 경찰관 미키 피츠패트릭은 켄징턴의 순찰을 담당하고 있다.

켄징턴애비뉴는 켄징턴에서 일어나는 대부분의 사건이 시작되고 끝이 나는 곳으로, 약물 중독자나 매춘부들이 거리에 그득하다.

 

이 곳에서 약물중독으로 죽은 시신이 발견될 때면, 미키는 동생 케이시가 죽은 것은 아닐까 걱정한다.

케이시 역시 그 거리에서 일하는 마약에 중독된 매춘부였기 때문이다.

케이시는 한달 넘게 소식을 알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러던 어느날 교살 흔적이 있는 한 여성의 시신이 발견되고, 그 뒤 같은 방법으로 살해된 여성이 2명 더 발견된다.

 

미키는 케이시의 친구 폴라가 한 달째 케이시를 거리에서 보지 못했고 아무도 케이시가 어디 있는지 모른다라고 말했다라는 걸 듣게 된다.

미키는 케이시의 흔적을 찾기 위해 그녀의 페이스북을 뒤지고 케이시와 관련된 남자의 이름을 알아낸 후 그를 먼저 찾아보기로 한다.

 

그리고 미키는 과거 자신의 파트너였던 트루먼에게 도움을 청하고 함께 케이시를 찾기 시작한다.​

 

미키는 케이시를 찾기 위해 다소 무모한 행동마저 해 버린다.

그리고 폴라에게서 살인사건과 관련한 아주 중요한 정보를 얻게 되지만, 폴라는 경찰인 그녀에게 더 이상의 진술은 하지 않으려 한다.

 

케이시는 어디에 있는 걸까?

그녀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걸까?

 

 

종일 낮은 소리로 뎅뎅거리며 주의하라고 알리는 종소리를 무시하려고 나는 무진 애를 썼다.

듣지 않으려 했다.

모든 것이 그대로 유지되기를 바랐다.

거짓말보다 진실이 더 두려웠다.

진실은 내 삶의 모든 조건들을 바꿔버릴 테니까.

거짓말은 변함이 없었다.

거짓말은 평화로웠다.

나는 거짓말과 함께 행복했다.     (2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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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은 그때(Then)과 지금(Now)으로 번갈아가며 진행된다.

비록 지금은 마약중독자에 거리에서 몸을 파는 여자로 살고 있지만, 케이시는 어린 시절 당당하고 밝고 긍정적인 아이였다.

말이 없고 내성적인 미키가 친구들 사이에서 곤경에 처할 때면, 케이시가 구해주기도 했다.

그러다 언젠가부터 엇나가기 시작한 케이시의 모습이 안타까웠다.

 

이야기는 점점 흥미진진해진다.

다소 위험한 상황도 있고 미키에게 협조적인 사람들도 거의 없는 상황이지만, 그녀는 조금씩 케이시에게로 향해 가는 듯 보였다.

 

하지만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안타까운 사람은 케이시뿐만이 아니었다.

지금은 경찰이고 한 아이의 엄마로 살고 있는 미키 역시 안타까웠다.

세상에 나쁜 놈들은 왜 이렇게 많은 건지...

 

미키와 케이시 모두 안타까웠다.

누구의 잘못이라고 탓할 수 있을까...

그렇지만 분명 솔직하지 못했던 어른, 그리고 불쌍한 아이들을 이용하려고 하는 나쁜 어른으로 인해 자매의 삶이 더 피폐해지고 불행해졌을지도 모르겠다.

 

범인에 대한 약간의 반전이 있었다.

그리고 그 반전마다 나는 속아 넘어갔다.

어떨 때는 그럴 줄 알았어, 라고 말하기도 하고,

어떨 때는 역시 믿을 놈이 없구만, 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보통의 사람들이 꺼리는 마약중독자와 매춘부들이 득실거리는 거리에서 그들에게 나름의 정중함을 지키는 미키의 모습은 그들을 함부로 무시하고 깔보는 일부 경찰들의 모습과 대조되었다.

자연스레 부패한 경찰의 모습도 부각시켜 더 흥미로웠다.

 

며칠 전이었나, 청소년 마약 문제가 공익 광고로 나오길래 깜짝 놀라서 남편에게 말했더니 우리나라도 더 이상 마약청정국이 아니라고 했다.

지금은 이 소설 속 켄징턴 애비뉴가 우리와 상관없어 보이지만, 언젠가는 시급한 문제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약간은 두렵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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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 뭔가 어두우면서도 깊은 울림을 안겨준다.

슬프면서도 마지막은 다행이다라고 말할 수 있어 진짜 다행이었다.

미키와 케이시에게 앞으로 따뜻한 일들만 있기를,

더이상은 타인에게 휘둘리지 않고 자신들의 행복한 삶을 살 수 있게 되길, 조심스레 바라본다.

 

※ 출판사로부터 지원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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