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 열린책들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라고 하면,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가 제일 먼저 떠오른다.
워낙 조(승우)지킬이 유명하고, '지금 이 순간' 역시 엄청나게 알려져 있다.
(나는 류정한 배우님, 엄기준 배우님 공연으로 봤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런데, 어째서 책으로 읽어볼 생각은 안 해 봤을까?
이렇게 얇디 얇은데 말이다.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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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 어터슨의 시선으로 이야기는 진행된다.
어터슨은 자신의 친구인 의학 박사이자 민법학자, 형법학자, 왕립 협회 회원인 '헨리 지킬'로부터 자신이 사망 시 재산은 '에드워드 하이드'에게 상속한다라는 유언장을 받아 두었다.
어터슨이 소문으로 들은 하이드는 밤길에 만난 어린 여자아이의 몸을 발로 짓밟고도 반성하거나 미안해하는 기색도 보이지 않는 천하의 불한당이었다.
어터슨은 헨리 지킬을 다시 만나 유언장에 대한 이야기를 다시 했으나, 그의 마음은 변하지 않았다.
설명하기가 쉽지는 않습니다. 왠지 이상한 생김새였으니까요.
불쾌한 데다 역겹기 짝이 없었답니다.
그렇게 혐오스러운 사람은 처음이었는데 이유는 모르겠습니다.
_ 15쪽
그리고 그 후 하이드는 길에서 노신사를 짓밟고 지팡이로 마구 때려 죽이고 자취를 감춘다.
어터슨은 지킬이 걱정되어 찾아가고, 지킬은 어터슨에게 하이드가 남긴 편지를 보여주며 다시는 그와 만나지 않겠다라고 말한다.
그러나 어터슨이 확인한 결과 그 편지의 필체는 지킬의 필체와 같았다.
어터슨은 왜 지킬이 살인자를 위해 이런 행동까지 하는지 의아해하며 걱정한다.
그 뒤 지킬은 사람들과의 만남을 거절하며 은둔하고, 어터슨은 또다른 친구인 래니언 박사를 찾아가지만 그의 갑작스런 변화에 놀란다.
래니언 박사는 지킬에 대해 알 수 없는 말을 하고, 얼마 후 숨을 거두었다.
지킬 박사에게는 무슨 일이 있는 걸까?
또 래니언 박사는 어떤 충격으로 갑작스럽게 죽음을 맞이하게 된 걸까?

이전 사람들은 자객을 고용해 범죄를 저지르는 식으로 자신의 인격과 명예를 고스란히 보호했다.
나는 쾌락을 위해 범죄를 저지른 최초의 사람이다.
대중의 눈앞에서는 점잖은 체모를 유지하다가, 한순간 동네 악동처럼 껍데기를 모두 벗어던지고 곧바로 자유의 바다로 뛰어들었다.
_ 95쪽
어쩌면 잠시 현실을 벗어나고자 했던 욕망이 결국은 그를 파멸로 이끌었다.
악이란 건 그 파괴력이나 흡입력이 대단해서, 잘 제어하고 있다고 여긴 어느 순간이 지나면 무한대로 뻗어나가는 것만 같다.
그렇게 완전하고 순수한 악인 '하이드'가 탄생했다.
지킬은 자신이 선인과 악인의 두 인격으로 완벽하게 분리했다라고 생각했지만, 조금씩 악의 기운에 잠식되어 결국은 전체가 악으로 물들어 버리고 비극적인 결말을 맞게 된다.
저자인 스티븐슨은 자신이 꾼 악몽에서 소설의 소재를 얻었다고 한다.
초고를 읽은 아내가 단순한 괴기 소설이라고 평하자, 좀 더 상징적인 이야기로 엿새 만에 소설을 다시 썼다고 한다.
이 소설은 출간 당시부터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다고 한다.
현재까지도 극장용으로 영화화된 것만 123편이 있고, 연극이나 뮤지컬 등 기타 매체로 각색된 수는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많다고 하니 그 인기가 실감난다.
<지킬 앤 하이드>는 우리나라에서도 엄청난 인기를 누리고 해마다 공연되고 있는 뮤지컬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직접 책으로도 읽어보니 인기의 원인을 알겠다.
고전소설의 범주에 있지만, 캐릭터만으로 본다면 지킬과 하이드는 현대 소설에도 충분히 어울리는 인물들이다.
여전히 사회에도 마음 속에 하이드를 감추고 살아가는 이들이 많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