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보고 싶은 밤이야] 누군가가 그리운 밤 꺼내어 보고 싶은 책

안녕, 보고 싶은 밤이야
못말 김요비 지음 / 시드페이퍼 / 2017년 5월

작지만 감성이 가득한 예쁜 책을 만났다.

사랑과 이별, 그리고 이별 그 후의 쓸쓸함, 아련함, 그리움 등 우리가 공감하는,

가슴 한 구석에 잠시 숨겨둔 그런 민낯이 드러난 듯한...

그런 문장들이 가득했다.

아련한 감성이 툭툭 느껴지는 시와 짧은 문장들은 그냥 한 번만 읽고 넘어가기 아쉬울 정도였다.

소리내어 읽어본다.

소리내어 읽어 내려가다 어느 순간 잠깐의 멈춤이 생긴다.

가슴이 아려온다.

제목에서 느껴지지만, 그저 예쁘기만한 사랑이야기가, 사랑의 문장이 나열되어 있지 않았다.

누군가와 사랑하다 헤어진 후, 평범하게 일상을 살던 어느 날에,

문득, 갑자기 그 사람이 생각나는 그런 밤, 꺼내어 보고 싶은 그런 문장들이 가득 들어 있었다.

일상 생활 속, 어떤 하나의 물건이나 하나의 장소, 또는 어떤 날...

그 사람이 갑자기 떠오르는 그런 순간들에 대한 문장들이라서

내 이야기처럼 가슴을 먹먹하게 울린 건지도 모르겠다.

누구나 인생을 지나오면서,

어느 날 문득 생각나는 사람이 한 명쯤은 있을 것이다.

이 책을 읽다가,

문득 그리운 한 사람이 떠올라 갑자기 멍해지고 눈을 감게 될 지도 모르겠다.

책의 문장들은 온통 그 사람에 대한 그리움으로 가득 차 있는 것 같다.

소리내어 읽고, 다시 눈으로 한 번 읽고,

그리고 가슴으로 한 번 더 읽고 싶은 그런 문장들 말이다.

가까이 두고 수시로 꺼내어 보고 싶은 책...

다시 또 책을 꺼내어 문장을 하나 하나 읽어본다.

오늘은 왠지 그런 밤이다.

P. 27

나의 이십대는

다만, 사랑하고 싶었다.

다치지 않을 만큼만.

P.75

오늘 버려져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유통기간 다 지나버린,

인연.

P. 103

문득이라는 이름으로

너의 주머니에서

불쑥 꺼내어져보고 싶은

그런 밤.

[소설, 여행이 되다 : 작품이 내게 찾아올 때]

소설, 여행이 되다 : 작품이 내게 찾아올 때 ㅣ 소설, 여행이 되다
이시목 외 9인 지음 / 글누림 / 2017년 5월

요즘은 여행을 떠나는 일이 예전처럼 어려운 일이 아니다 보니
편하고 쉽게, 그리고 훌쩍 여행을 떠나는 일이 많은 것 같다.
나 역시도 이 곳 저곳을 여행했지만,
어느 날은 특별한 테마를 정해 여행을 떠나면 더 즐겁고 재밌겠다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물론 요즘 흔히 하는 먹방도 역시 테마를 정해 떠나는 여행에 속한다고 생각한다^^

이 책은 제목 그대로, 소설로 떠나는 여행 혹은 소설이 녹아있는 여행이야기이다.
책은 소설 속 장소로 우리를 이끌고, 우리는 소설 속 인물들의 발자취를 따라간다.
그러다 보면, 나 자신이 온전히 소설 속의 인물이 되어 마치 내가 겪은 일인 듯
소설 속 인물의 감정선이 오롯이 느껴진다.

작가편이 특정 지역이 작가에게 어떤 영향을 끼쳐서 어떤 작품이 나오게 되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라면,
작품편은 소설 속의 특정지역이 책 속 인물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아니 특정 지역에서 인물들이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그 감정들이 작품에 어떻게 녹아있는지를 이야기하는 걸로 보인다.

여행은 그 자체로도 물론 즐겁고 행복한 여정이지만,
내가 좋아하는 작품 속의 장소에서, 내가 좋아하는 소설 속 인물이 되어 그의 눈을 따라가는 여행은
무척 의미있어 보인다.
글자로만 내가 그 소설과 인물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 진짜 내 이야기처럼 그 이야기들이 나에게 다가오지 않을까.

나는 제부도 바닷길을 보면서, 서하진님의 '제부도' 속 '그'와 '그녀'의 바스러져 간 사랑을 떠올리게 될 것이고,
여수라는 지역을 볼 때면, 한강님의 '여수의 사랑' 속 '자흔'과 '정선'이 떠오를 것이다.
또한, 고창 선운사를 가게 되면, 구효서님의 '나무남자의 아내' 속 '나무남자'와 '그녀'가 생각이 나겠지.

책 속 '소설의 장소'는 내가 이미 가 본 곳도 있고, 아직 가보지 못한 곳들도 있었다.
가 본 곳이라도 새로운 의미가 더해져 나에겐 뜻깊게 다가올 것이고, 가보지 못한 곳은 해당 소설을 읽은 후 꼭 방문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참, 이 책에는 소설 속에서의 해당 장소가 어떻게 표현되고, 어떤 의미로 인물에게 다가가는지에 대한 설명은 물론이고,
해당 장소와 관련된 다른 작품도 소개되어 있고, 여행지 근처의 맛집 소개까지 들어있다.
​

우리는 여행지를 정해 떠나면 된다.^^
떠나기 전에 해당 소설을 읽는다면 더 멋질테고 말이다.

[소설, 여행이 되다 : 작가가 내게 말을 걸 때]

소설, 여행이 되다 : 작가가 내게 말을 걸 때 ㅣ 소설, 여행이 되다
이시목 외 9인 지음 / 글누림 / 2017년 5월

소설은 있을 법한 일들이 펼쳐지는 허구의 세상이다.
있을 법한 일들이 소재다 보니, 작가의 사상이나 작가의 삶, 작가의 생활환경이 알게 모르게 작품에 녹아들기 마련이다.

고등학교 때까지는 국어, 문학 수업이 있어서 우리나라 작가들의 단편이나 중편, 장편까지 고루 접할 수 있었는데, 나이가 들면서 어느 순간 우리나라 작가들의 책을 많이 읽지는 않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잘 모르는 작가님들도 있었지만, 그래도 2/3 이상의 작가님 혹은 작품은 알고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책을 읽을 때, 작가가 쓴 작품을 단순히 그냥 읽는 것 보다는,
작가가 그 작품을 쓰게 된 배경이 무엇인지,
그리고 작가의 어떤 환경이 이런 작품을 쓰게 만들었나를 아는 것은 매우 '의미있는 읽기'가 될 것이다.

이 책, 작가편은 우리나라 작가들의 고향이나 작품활동을 왕성히 펼친 곳들을 여행과 접목시켜 소개한다.
책에서는 작가와 관련있는 지역, 작품이 태어나게 된 배경 등을 이야기하고, 지역과 관련있는 또 다른 작가와 작품, 그리고 맛집도 소개한다.
그 지역으로 여행을 가게 되었을 때, 작가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코스와 그 지역의 향기를 느낄 수 있는 음식점까지 말이다.

책에서 소개하는 몇 몇 작가님과 작품은 오래 전에 읽은 기억이 있는데도,
이런 이유로 이런 느낌의 작품이 생겼구나라고 뒤늦게라도 깨달으니, 감회가 새로웠다.

또 내가 이미 가 본 지역도 있고 새로운 곳도 있었는데,

내가 좋아하는 작가와 작품을 태어나게 한 지역은 꼭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이 책을 읽은 후에 조그마한 소망이 하나 생겼다.
나중에 우리 아이가 컸을 때, 해당 지역으로 여행을 가서 그 곳과 관련된 작가와 작품을 이야기해 주고 싶다라는 것이다.
작가의 발자취를 찾아가는 그런 여행을 한다면 분명 아이들에게도, 나에게도 의미있고 뜻깊은 여행이 될 것으로 보인다.

[잠] 베르나르 베르베르

잠 1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17년 5월

나는 매일 잠을 자고, 가끔 꿈을 꾸면서도 진지하게 잠이나 꿈에 대하여 생각해 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그저 '푹 잘 자야지' 라든가, '피곤하면 꿈을 꾼다던데,,,' 등 단편적인 이야기들을 하며 살았던 것 같다.

이 책에는 잠과 꿈에 관한 작가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책에서도 언급되지만
우리의 인생의 1/3은 잠을 자면서 보내고, 그 중 1/12은 꿈을 꾼다.

우리 인생에서 그렇게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것임에도 그 시간에 대한 진지한 생각을 해 본 적이 없다는 것이 이상하고 신기하게 생각이 되었다.

자크는 어린시절, 아니 태어나는 순간부터 잠과 많은 연관을 가지고 있었다.
어머니 카롤린은 수면을 연구하는 과학자이고, 아버지는 항해사로 어머니의 잠훈련 덕분에 유명한 항해사로 이름을 날린다.
자크 또한 그런 어머니와 아버지의 영향으로 어린 시절 힘든 시기를 꿈을 통해 해결한 적도 있고
잠을 제대로 못 자 집중력이 떨어졌던 시절에도 어머니의 잠훈련으로 성실하고 창의력 강한 학생으로 성장해왔다.

자크의 어머니 카롤린은 잠과 관련된 비밀 프로젝트를 진행중인데,
비밀프로젝트와 관련하여 인사사고가 발생하자, 어느 날 자크의 앞에서 자취를 감춘다.
​자크는 어머니를 찾으며 방황의 시간을 보내는데, 그러던 어느밤 꿈에서 48세의 또다른 자크가 나타난다.

20년 후의 본인이라고 주장하는 꿈 속의 자크...
현재의 자크는 그걸 믿지 않지만, 일련의 사건으로 그걸 어느 정도 믿게 된다.
꿈속의 자크는 어머니가 위험하다며 어서 어머니를 찾으라고 말하고
현재의 자크는 꿈속의 자크가 알려주는 대로 어머니를 찾아서 말레이시아의 세노이부족을 찾아나선다.

자크는 어머니를 구할 수 있을까?
어머니가 진행하던 수면 비밀 프로젝트는 성공할까?
(48세의 자크가 나왔으니, 성공한다고 봐야하겠지만, 그 과정도 중요하기에~^^)

책은 자크의 어린 시절에 꿈과 관련한 경험들을 이야기하고,
잠과 꿈에 관한 여러 학설들도 설명한다.
잠이나 꿈이라는 우리와 굉장히 밀접한(거의 매일 경험하고 있는) 소재들에 관한 이야기들이라서
학설이라고 해도 지루하다기보다는 흥미롭고 재미있게 다가왔다.

책에서 수면의 단계에 대한 부분을 읽다가, 자고 있는 남편의 얼굴을 가만히 쳐다봤다.
지금 수면의 몇 단계에 들어가 있을까를 생각하면서 말이다.ㅋㅋ

그리고 나도 가끔 꿈을 꾼 후,
논리적으로는 도저히 설명되지 않는 그런 꿈 때문에 이상한 기분에 빠진 적이 더러 있었다.
객관적으로 말이 안 되는데, 꿈에서는 내가 그걸 당연하다는 듯이 납득하는 상황들 말이다.
(당연히 정확한 꿈 내용은 기억이 안 난다. 다만, 뭔가 이상해라는 느낌만 있을 뿐)

내 경험에 비추었을 때, 고개가 끄덕여지는 공감가는 이야기들이 많아서 책장을 술술 넘길 수 있었다.
잠을 내가 원하는대로 컨트롤할 수 있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꿈 속에서 내가 원하는 정보들을 얻을 수 있고, 꿈과 현실이 연계되어 내가 실제로 행동으로 옮길 수 있다면 기분이 어떨까?
20년 후의 내가 나의 꿈 속에 나타난다면 기분이 어떨까?

실제로 잠과 꿈에 대한 연구가 어느 정도로 진행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책을 통해서 다양한 상상을 할 수 있었다.

​사실 베르나르 베르베르님의 작품은 처음 읽은 것이었는데,
그 전에는 아무리 베스트셀러라고 해도 내가 좋아하는 소재가 아니어서 선뜻 책을 잡기가 쉽지 않았다.
하지만, 이 책은 위에서도 말했지만, 우리가 매일 접하는 일상의 소재를 가지고 쓰여진 소설이므로 접근하기도 쉽고, 읽기도 편하고 재미있었다.

베르나르의 작품이 괜히 어렵다고 느꼈던 독자들이라도,
마음놓고 이 책을 펼쳐보길 바라면서...

상상력이 +10 증가한 어느 독자가...^^

[제주도의 선물] 임양환

제주도의 선물 : 나만의 여행사진 잘 찍는 법
임양환 지음 / 소동 / 2017년 4월

요즘은 저가항공이 다양하게 생기고, 각 항공은 거의 매시간 김포와 제주도 하늘길을 잇는다.
또한 인터넷에는 제주도에 대한 정보도 넘쳐나, 제주도로 여행을 가는 것이 옛날만큼 어렵고 힘든 일이 아니게 되었다.
그래서일까, 주변의 지인들을 보면 일 년에도 몇 번씩 제주도를 가는 사람들이 있다.
나 역시도 제주도에 서너 번을 다녀왔고, 갈 때마다 아름다운 풍광,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서 조만간 또 이 곳에 와야지라고 생각하곤 했다.

제주도의 선물에는 사진작가 임양환님이 제주도에서 만난 선물같은 풍경사진과, 그 곳에 대한 간단한 설명, 그리고 그 사진을 찍기 위한 카메라 설정값 등이 기재되어 있다. 
그 사진 중에는 내가 몰랐던 새로운 제주의 풍경사진도 있었고,
내가 가 봤던 곳인데도 이런 사진이 나올 수 있구나 싶은 특별하고 아름다운 사진들도 있었다.
또한 그 장소, 그 사진을 찍기 위해 노력한 작가만의 이야기들도 살며시 들어가 있어
부담없이, 가볍게 책을 즐길 수 있었다.

책을 읽기 전, 간단한 책소개를 봤을 때에는
같은 제주도 관광지라도 특별한 사진을 남길 수 있도록
사진찍기 좋은 특정 스팟 등이 소개되어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했지만,
이 책은 사람이 중심인 사진보다는, 풍경 중심으로 제주도만의 느낌을 살릴 수 있는 사진들이 중심을 이루고 있다.
내가 생각했던 것과는 약간 달랐지만,
다르게 생각해보면, 제주도만이 내게 줄 수 있는 선물같은 풍경이라고 생각하니
이것이 작가의 의도이고, 제목의 정확한 의미가 아닌가 싶기도 하였다.

또, 각 사진의 카메라 설정값 등은 대부분 DSLR 기준으로 설명되어 있는데(가끔 일반디지털 카메라의 설명도 있지만),
똑딱이 카메라나 스마트폰을 이용해서 사진을 찍는 사람들에게는 크게 유용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작가가 그 설정값을 택하게 된 이유나 설명이 간단히 들어가 있기 때문에
똑딱이 카메라나 스마트폰에서도 수동모드로 전환해서 우리 나름대로 ISO나 셔터속도, 조리개 등을 변화시키면서 다양하게 사진을 찍어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책에는 내가 가보지 못한 제주도의 장소들도 사진으로 소개가 되어 있었는데, 조만간 제주도를 다시 찾을 이유가 되지 않을까 싶다.

책 속에 이런 말이 나온다.
결정적인 순간을 찍은 사진에서는 화면 속의 현장감이 중요하다.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서는 내가 '왜' 이 주제를 선택했으며
지금 이순간 '무엇'을 찍고 있는가를 스스로에게 물어보는 것도 사진을 잘 찍는 중요한 포인트다.

무턱대고 셔터를 누르기보다는, 작가의 말처럼 '왜'와 '무엇'을 찍는지를 생각하면서 셔터를 누른다면​
더 의미있는 사진을 남길 수 있을 것이다.

사진은, 사진을 찍는 사람이 어떤 이유로, 무엇을 찍었는지 등
한 개인의 생각이나 인문학적 소양 등도 반영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일률적인, 틀에 박힌 구도가 아니라 새로운 구도와 색감을 시도하면서
나만의 특별한 사진에 도전해 보는 것은 좋은 경험이 될 것이다.

당연히 이 책을 읽는다고 해서 작가님처럼 사진을 찍을 수는 없겠지만,
조금 더 내가 원하는, 나만의 사진을 찍기 위한 길잡이는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