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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토에 다녀왔습니다
임경선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7년 9월
평점 :
☆ 교토에 다녀왔습니다. ☆ 임경선 에세이 ☆
'교토'라는 도시가 주는 느낌이 있다.
고즈넉한 옛 느낌이 살아있는 곳,
옛 느낌이 있으나 그것이 고리타분하고 시대에 뒤떨어진 그런 것이 아닌, 아름답게 잘 보존된 '전통'이 살아있는 곳...
교토는 그런 인상을 준다.
일본의 간사이지방이라고 하면, 보통 오사카+교토+고베+나라, 이 4곳의 도시를 떠올린다.(내 기준인가?ㅎㅎ)
나 역시 첫 일본 간사이여행을 했을 때, 오사카, 교토, 고베를 둘러봤다.
그 때만 해도, 오사카에 간 김에 둘러보는 도시 정도로 생각을 했던 것 같다.
하지만, 막상 그 도시에 도착했을 때, 따뜻함과 편안함을 느꼈다.
큰 도시가 주는 세련됨은 없어도, 옛 것이 살아있는 작은 도시에서 이상하리만치 편안함을 느꼈던 걸로 기억한다.
잠시 둘러보는 것으로 교토의 모든 것을 어찌 알수 있겠느냐만은, 교토에 대한 나의 첫 느낌은 편안함과 고즈넉함이었다.
이 책을 그저 교토를 여행하고, 교토를 소개하는 에세이 정도로 치부하기에는 부족하다.
작가는 교토가 주는 이미지를, 특정 장소 혹은 특정 가게를 소개하며, 자신만의 문장으로 이야기한다.
작가의 문장을 읽으며 때론 우리가 몰랐던 교토 사람들의 모습이 드러나기도 하고,
때론 교토 여행을 했을 때의 경험과 겹치면서 아, 짧은 깨달음을 얻기도 한다.
작가가 본 교토 사람들은, 자부심이 높지만 겸손하고, 예민하고 섬세한 깍쟁이로 보이지만 자기만의 색깔을 오랜 시간 지키고 있는 멋진 사람들이다.
교토 사람들은 자신의 가게가 오래되었음을 굳이 겉으로 나타내지 않는다.
그리고 동네 주민들에게 불편을 주지 않기 위해서 서점을 찾지 못하면 가게로 전화를 해서 문의를 해 달라는 당부를 했다라는 서점의 이야기도 인상적이었다.
이 책은 흔한 교토의 이야기가 아닌, 작가만의 시선으로 찾아낸 새롭고 특별한 교토의 모습이라서 더 기분좋게 읽을 수 있었다.
문득 이 책을 품고 교토여행을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내 이 오래되고 서정이 가득한 도시를 내가 작가의 감성만큼 잘 느낄 수 있을까라는 걱정도 살짝 든다.
그러다 다시 생각을 고친다. 작가처럼은 아니더라도 나만의 고즈넉하고 의미있는 교토를 만나고 오면 되지 않겠느냐고 말이다.
오래된 도시의 어느 오래된 카페에서, 약간은 낡아버린 내가 가장 좋아하는 책을 읽고,
숙소로 돌아가다 마주친 작은 동네 서점을 잠시 기웃거리고,
간판은 작지만 맛있는 냄새가 솔솔 풍기는 작고 낡은 식당에 들러 밥을 먹는 상상을 해 본다.
그렇게 교토의 민낯에 한 발 다가서는 나를 상상해 본다.^^
p. 177
교토 사람들에게는 돈보다도 가치관이나 살아가는 자세가 더 중요하다.
(중략)
교토라는 환경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근사하기에 나답게 살아가면 그것으로 족하다
좋아하는 일을 원하는 대로 하면서 살아가기를 바라고,
인생에서 무엇을 원하는지,
무엇이 나에게 깊은 충만감을 줄 수 있는지,
반면 무엇이 필요없고 의미 없는지를 자연스럽게 깨달아간다.
그것이 '진짜'의 인생이니까
'이 삶의 방식이야말로 나에게 맞는 방식'임을 아는 것.
무리하거나 타산적이 되거나 폼 잡거나 하는 것을 멈추고 본연의 모습으로 존재하는 것.
진정한 호사란 내가 어떤 인생을 살 것인가, 그 삶의 방식을 정할 자유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