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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요일
이현수 지음 / 자음과모음 / 2017년 10월
평점 :

이동 시간이 많은 주말, 책을 들고 집을 나섰다.
'사라진 요일'의 의미에 대해서 생각하면서 말이다.
소설은 액자식 구성으로 이루어져 있다.
소설가인 '나'는 어느 날 선배인 '정원'으로부터 만나자는 연락을 받게 되고,
오랜만에 만난 선배는 무언가 겁에 잔뜩 질려 불안한 모습을 보인다.
황급히 노트 한 권을 내게 준 선배는 사라져 버리고, 나는 그 노트를 읽고, 그 내용을 소설로 재구성해 출간하기로 한다.
정원 선배의 노트 안에 있는 일들을 소설로 재구성한 것이 이 소설안의 또 다른 소설이다.
정원 선배는 이상한 편지를 받게 되고, 그 편지를 추적하던 중에 예전 고향친구들과 고향을 방문하기로 한다.
고향에 방문하면서 묵게 되는 숙소가 바로 동동섬에 있는 펜션인데, 그 곳에서 일어난 끔찍한 일들이 소설에 나타나 있다.
음, 책을 다 읽고난 느낌은 두 가지였다.
첫 번째는, 재밌게 잘 읽혀지네...
두 번째는, 소개글에서 느껴진 것보다는 조금 스케일이 작네...
물론 정원 선배를 두려움에 떨게 한 막강한 검은 세력이 등장하지만,
나는 이 소설의 소개글에서 나 혼자만의 편견에 사로잡혀 버렸다.
검은 세력이란 것이, 동동섬에서 과거에서부터 축적된 그런 어둠의 세력이 아닐까 하고 생각해 버렸다. ^^
소설로서의 재미는 사실 충분하다.
고립된 펜션, 뭔가 수상스러운 펜션 주인과 고용인들, 함께 한 친구들조차 약간의 의심스러움을 풍긴다.
또 평범하게 지내는 사람이 한순간에 어떤 음모에 휘말려 변할 수 있는지,
평범한 사람이 어떤 악과 마주치게 되었을 때 그 대처과정에서 어느 정도까지 변할 수 있는지도 간접적이나마 느낄 수 있다.
또한, 이 소설에 대하여 검색을 해 본 사람이라면, '라론 증후군'이라는 단어를 쉽게 찾을 수 있었을 것이다.
시간이 멈춰버린, 영원히 늙지 않는 사람들...
소설의 인물 중 이 '라론 증후군'을 가진 인물이 나오고 그와 관련된 숨겨진 이야기들도 언급된다.
나는 사실, 이 소설을 통해서 '라론 증후군'을 처음 알게 되었고, 작가의 말대로 검색을 해서 자료를 찾아도 보았다.
사실 사진에서 본 위 증상을 가진 인물들과 이 책에서의 인물이 매치가 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책 속의 인물이 살면서 일반적인 사람과 다르다는 것에서 느끼는 공포, 불안, 압박감 등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도 되었다.
일반적인 사람들이 흔히 부럽다라고 말하고, 그 것을 위해서는 큰 돈을 쓰는 것도 마다하지 않지만,
막상 그렇게밖에 살 수 없는 사람들은 어떤 감정으로 그것을 대할까... 라는 생각 말이다.
나에 관해 알고는 있나?
죽고 싶어도 죽지 못하는 인간에 대해....
나는 많은 것을 원하지 않았어.
시간이 흐르면 누구나 가지게 되는 걸 간절히 원했을 뿐이야...
중하게 나이 든 노신사가 되고 싶었고 심신이 쇠약해져 자연사하는 게 꿈이었어.
내겐 그조차도 쉽지 않아. 정말이지 이젠 지쳤어. 끝내고 싶어. (P. 2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