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흘러넘쳐도 좋아요 - 혼자여서 즐거운 밤의 밑줄사용법
백영옥 지음 / arte(아르테)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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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그어온 책 속 밑줄 중 단 하나라도 당신의 상처에 가닿아 연고처럼 스민다면

 그것으로 저는 정말 기쁠 거에요"  (프롤로그 中)

​제목처럼, 책의 표지처럼... 따뜻하고 위로되는 문장들이 가득한 책을 만났다.

약 대신 책 속의 문장을 처방해 주는 동네 약방 같은 서점을 열고 싶었다던 작가는,

자신이 읽어왔던 좋은 문장들을 우리에게 들려주며 이야기를 건넨다.

"가장 좋은 건 그냥 안아주는 겁니다. 가장 큰 위로는 말이 아니라 함께한 많은 '그냥'들로 증명됩니다." 

(p. 98)

누군가를 위로하는 말을 물론 쉽게 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그(그녀)에게 무언가 말을 해 주고 싶은데, 무슨 말을 해야 할 지 몰라 그냥 "힘내"라는 말 한마디 건네고 만다. 작가는 이럴 때의 침묵은 흘러넘쳐도 좋다라고 말한다. 이 때의 침묵은 사방을 투명하게 만들어 아픈 마음을 더 잘 들여다볼 수 있게 하기 때문이다.

"만약 당신의 인생이 하나의 긴 문장이라면, 거기에는 반드시 쉼표가 필요합니다." (p. 198) 


보통의 사람들은 너무너무 바쁘게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더 욕심을 부리고, 더 한 발 나아가려고 한다.

물론 나 역시도 마찬가지고.

일이 적으면 적은대로, "이래서 되겠나..."라는 걱정이 들고,

일이 많으면 많은대로, "이래서 되겠나..."라는 걱정이 든다.

작가는 바쁠수록 우리에게는 빈 공간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여유가 있을 때에야 비로소 똑같은 일들도 다르게 바라볼 수 있기 때문이다.

긴 문장에는 쉼표가 반드시 필요하다.

"만약 누군가가 내 앞에서 울고 있다면, 흐르는 눈물은 그 사람이 나를 믿고 있다는 증거가 되기도 합니다.

 때로는 약함을 내보일 수 있는 게 진짜 용기니까요. 가끔은 그냥 흘러넘쳐도 좋아요.

 맑은 날만 계속되면 사막이 된다죠. 비 온 후, 우리가 가장 아름다운 무지개를 볼 수있는 것도 그런 까닭일 거에요" (p. 95)


다른 사람 앞에서 눈물을 흘린다는 건, 참 어려운 일이다.

​내 안에 슬픔이 차올라서, 지금 너무 힘들고 슬프고 눈물이 나려고 하는데도, 우리는 꾹 그것을 눌러서 참아버린다.

다른 사람 앞에서 나의 나약함을 드러낸다는 것이 나 자신을 초라하게 만들어 버리지는 않을까, 라는 걱정이 들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그런 내가 눈물을 흘려버린다는 것은, 분명 상대방을 내가 믿고 있기 때문이리라.

그(그녀)의 앞이라서 진짜 용기를 내어 울 수도 있는 것이리라...

그래서 가끔은 내 눈물이 흘러넘쳐도 좋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밖에도 너무 좋은 문장들이 많아서, 읽는 동안 따뜻하고 행복했다.

작가가 밑줄 그은 문장들이 내가 알지 못했던 것들이 많아 책에 대한 궁금증도 생겼고 말이다.

책꽂이의 잘 보이는 곳에 꽂아두고, 두고두고 꺼내어 보고 싶은 책...


오늘도 처방 잘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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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전에 잊어버린 것 - 마스다 미리 첫 번째 소설집
마스다 미리 지음, 양윤옥 옮김 / ㈜소미미디어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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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년 전에 잊어버린 것>은 마스다 미리의 첫 번째 소설집입니다.

그 동안은 만화로, 친숙한 그림으로 그녀 안의 생각을 읽을 수 있었다면,

이번에는 문장으로 그녀의 이야기를 읽을 수 있었습니다.

책 속에는 단편소설이라고 보기에도 약간은 짧게 느껴지는 10편의 초미니 소설들이 담겨져 있습니다.

10편의 이야기이니, 이야기의 화자도 10명은 된다라는 의미겠지요.


제목의 '5년 전에 잊어버린 것'은 우연히 5년 만에 좋아했던 직장 상사를 만난 한 여성의 이야기입니다.

주인공은 친구의 결혼식에 다녀오던 길에 우연하게 좋아했던 남자를 만나게 되고 술 한잔 하기 위해 바에 들어갑니다. 그녀는 남자를 단지 '말'로, 즉 대화로 유혹하고 남자로 하여금 그녀와 계속 있고 싶어지게 만듭니다.

마지막 순간, 그녀는 남자를 멍하게 만들어 버리는 데요... 어떤 일이 벌어진 걸까요?


그 전까지 만화 에세이를 통해서도 여성들의 담담하면서도 내밀한 감성을 캐치해 왔던 작가는

10편 이야기 속의 여성 역시 다양한 나이, 직업 등으로 등장시켜서 공감을 일으킵니다.

워낙 짧은 이야기들이라, 그 안의 서사가 엄청나게 깊다거나 하기는 어렵지만,

특정 사건 등을 계기로 조금씩 변화하고 또 제자리를 찾아가는 여성들의 모습은 일반적이고 일상적인 삶을 살아가는 우리들의 고개를 끄덕이게 합니다.

통쾌하기도 하고, 고개를 끄덕이기도 하고, 그리고 약간은 놀라기도 하며 그녀들의 이야기에 집중하게 합니다. 

10편 중에 조금 야한 이야기도 섞여 있는데요,

직접적인 문장으로, 그리고 단어로 보니... 괜히 혼자 책을 읽고 있음에도 민망하기도 했네요.ㅋㅋㅋ 


마스다 미리가 문장으로 써 내려간 여자 어른의 이야기, 즐겁게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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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타 할머니의 우아한 강도 인생 메르타 할머니 시리즈
카타리나 잉엘만순드베리 지음, 정장진 옮김 / 열린책들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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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세 메르타 할머니가 들려주는 범죄 이야기


이번엔 노인강도단이 은행을 털었다.

메르타, 천재, 갈퀴, 안나그레타, 스티나 등 노인강도단의 일원들은 완벽한 계획을 세워 은행털이에 성공한다.

물론 그 과정에서 여러가지 자잘한 일들이 있었지만, 은행털이는 성공했고, 그들은 어려운 이들을 도울 수 있는 돈을 획득했다.


노인강도단은 이름 그대로 연세 많은 어르신들의 이야기이다.

또 위에서 잠시 말하였지만, 그들이 강도 행각을 벌이는 이유는 그들 자신의 안위보다는 자신들과 같은 노인들이나 다른 어려운 이들을 돕기 위함이다.

그래서 은행을 턴 돈을 누구에게, 어떻게 분배할 지에 대하여도 서로의 의견을 주고받고,
또 그러면서 다른 범행을 계획하기도 한다.

은행털이 성공 이후에도, 예전에 숨겨 놓은 호텔 스위트룸의 홈통에 숨겨둔 스타킹 속의 돈을 찾기 위하여 시티 소방대로 변장하기도 한다.ㅋ

또 우연히 옆집에 사는 이가 탈세로 어머어마한 부를 축적했다라는 사실을 알고 그의 요트를 훔치기 위한 계획을 세운다. ​

그들의 활약은 어디까지일까?

메르타 할머니를 비롯한 노인강도단은 자신들의 계획을 무사히 완수할 수 있을까?

그래서 그들이 꿈꾸는 '환희마을'을 만들 수 있을까?

노인강도단 일원들의 개성이 무척 뚜렷해서 그들의 모습을 지켜보는 것이 즐거웠고,

계속하여 이어지고 이어지는 활약과 그것을 해결해 가는 모습이 멋졌다.


아직 우리는 젊어서일까, 노인들에 대한 어느 정도의 편견이 있는 듯 하다.

책 속의 예바크 경감처럼 말이다.

노인들은 이러저러한 것을 못할거야, 무얼 하겠어라는 작고 무지한 생각들을 하곤 한다.

오래지 않은 시간 후에 나 역시도 그들이 모습이 될 텐데도 말이다.


메르타 할머니의 예전 활약들은 아직 읽지 못하였는데,

책 속에도 가끔 언급이 되다보니 무척 궁금해졌다.

노인요양소보다 감옥을 택한 노인강도단의 첫 이야기, 그리고 라스베이거스까지 활동범위를 넓힌 두번째 이야기까지 그들의 활약을 다시금 되짚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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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명의 의인 에드거 월리스 미스터리 걸작선 2
에드거 월리스 지음, 전행선 옮김 / 양파(도서출판)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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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콩'은 알지만, 킹콩의 원작자인 '에드거 월리스'라는 작가를 알지 못했다.

고전 추리소설이라고 하면 코난 도일이나 애거서 크리스티 정도의 작가밖에 몰랐던 내게, 이 책은 새롭게 다가왔다.


책에 대한 소개를 간단히 하자면,

<네 명의 의인>은 영국추리작가협회 100대 추리소설 선정작에다 국내 최초 번역본이고 TV시리즈로도 제작되어 방송된 화제의 소설이라고 한다. 거기다 '에드거 월리스'는 코난 도일, 애거서 크리스티와 동시대에 사랑받은 작가라고 하는데, 뒤늦게라도 이렇게 책을 접할 수 있게 되어 기쁘다.


책 제목 그대로, 여기 네 명의 의인이 있다.

우리가 흔히 '의인'이라 함은 의로운 일을 행하는 사람 정도로 해석할 수 있겠다.

책 속의 네 명의 의인은, 자신들 나름대로의 법칙으로 사회의 부조리한 자들을 처단한다.

(하지만 그들의 주장이고, 나쁜 놈들도 있었겠지만, 무고한 사람들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긴 했다.)


자네는 이익을 바라고 살인을 하지만, 우리는 정의를 위해 살인을 하네

그게 우리를 전문 청부업자의 무리에서 벗어나게 해주는 거야.

동료를 억압하는 부당한 사람을 보거나, 선한 신과 인간을 모독하는 악행을 목격할 때,

그리고 인간이 만든 법의 테두리 안에서는 그런 사악한 자들이 처벌을 면하게 되리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

우리는 그들을 직접 처벌하거든. (P. 12)


외무부 장관인 필립 레이먼 경은 살해 협박 편지를 받는다.

그 내용은 외국인 본국 송환법을 통과시키려는 외부부 장관의 뜻을 저지시키려는 것...

그 법안을 철회하지 않는다면 외무부 장관을 제거하겠다라는 편지였다.

협박 편지를 보낸 후에, 하원 의원 흡연실에 폭탄 장치를 설치하기도 한다.

자신들의 뜻을 꼭 관철시키겠다는 듯이 말이다.

이렇게 네 명의 의인이 외무부 장관을 살해하겠다라는 협박 편지를 보냈고,

책은 그 과정을 보여준다.

​과연 '네 명의 의인'은 그들이 자신한 대로 외무부 장관을 제거할 수 있을까?

만약 제거한다면 수행원들이나 경찰이 지키고 있을 외무부 장관을 어떤 방식으로 처리할까?


범인과 피해자를 책의 처음부터 밝혀두고, 네명의 의인들이 어떻게 살인을 할 것인지,

또 피해자의 입장에서는 어떻게 살인을 막을 것인지를 지켜보는 것이 흥미로웠다.

물론 현대의 추리소설에 익숙해져서인지, 읽는 동안 진도가 쭉쭉 나갔다고 할 수는 없지만 말이다.^^;;;;


책 속에 등장하는 '네 명의 의인'들이 활약(?)한 내용들을 보면,

시리즈인가 싶기도 한데, 자세한 정보는 모르겠다.

'에드거 월리스' 작가의 작품을 출판사에서 계속적으로 출간할 것 같기는 하니,

다음에도 '네 명의 의인'이 등장하는 작품이 나오면 다시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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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메시스의 사자 와타세 경부 시리즈 2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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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형 하나 못 하는 게 무슨 법치 국가냐"

연말을 앞둔 2003년 12월의 어느 오후, 하교하는 학생들과 퇴근하는 직장인들이 가득한 지하철 역 근처에서

잔인한 묻지마 살인사건이 발생했고,

당시 19세의 여대생과 12세의 초등학생을 무참히 살해한 피의자는 사형이 타당함에도 무기징역을 선고받아 수감중이다.


2013년 어느 날, 한적한 마을에서 한 여성이 잔인하게 살해당한 채 발견된다.

피해자에 대한 조사를 하고 보니, 그녀는 위 묻지마 살인사건 피의자의 어머니였다는 것이 밝혀진다.

그리고 그녀의 시신 근처 벽엔 그녀의 손가락으로 쓰여진 듯한 피로 적힌 "네메시스"라는 글자가 있다.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의분의 여신, 네메시스...


그리고 다음 달의 어느 오후, 또다시 잔인한 살인사건이 발생하고, 피해자는 4년 전 발생한 스토커 살인사건 피의자의 아버지로 밝혀진다.

당시 여대생과 그녀의 친할머니는 잔인하게 머리를 구타당해 살해당했고, 그럼에도 피의자는 무기징역을 선고받아 수감중이다.

피해자는 예전 그녀들이 살해된 방법과 비슷하게 머리를 가격당했고, 그의 시신 옆 비닐봉지에는 피로 "네메시스"라고 글자가 적혀 있다.


도대체 의분의 여신 네메시스를 자처하며 죄수의 가족을 무참히 살해하는 사람은 누구일까?

와타세 경부는 범인을 찾아내어 또 다른 죽음을 막을 수 있을까?


"그가 피해자 유족의 복수를 대행한다면, 복수의 여신 네메시스의 사자라고 해야 할까요?

법의 여신 테미스에게 도전하는 네메시스의 사자. 저는 이번 사건을 그렇게 보고 있습니다." (p. 203)


이 책은, 와타세 경부 시리즈 2편이다.

1편에서 '원죄'에 대하여 다루었다면, 2편은 '사형제도'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듯 하다.

​책에서 와타세 경부는 가족이 살해된 수감자들을 만나러 가지만, 그들은 피해자들에 대한 미안함이나 죄책감을 드러내지 않는다. 물론, 저런 상황이라도 하여도 죄수의 가족이 일반 국민들이나 피해자들의 분노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그리고 네메시스의 범행이 세간에 알려지자, 사람들은 열광한다.

그래서 와타세 경부의 말은 더 가슴에 찌릿한 아픔을 준다.


"우리의 진짜 적은 '네메시스'가 아니다.

바로 우리의 사법 체계를 향한 일반 시민의 불신이다.

그 불신이 '네메시스'를 낳았고, 행동하게 하고, 감싸고 있다.

바꿔 말해 '네메시스'는 모두의 가슴 속에 존재하는 정의의 사도인 것이다.

국가가 내세우는 법치주의의 정당성을 비웃고 판례가 나타내는 거짓말 같은 법의 정의를 베어 넘어뜨리는 신의 대행자다." (p. 293)



​우리나라 역시 피해자가 평생을 고통 속에 살아야 하는 잔인한 범죄의 피의자들에게 국민의 법 감정이 전혀 담기지 않은 납득하기 어려운 판결이 내려지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사형존치론자이든 사형폐지론자이든 그들의 논리가 틀리지는 않아보인다.

하지만, 그럼에도, 잔혹한 범죄를 저지른 자들에 대한 판결을 납득할 수 없는 것이 우리의 법에 대한 감정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책 역시 가독성이 무척 좋았고, 사형제도, 피해자와 피의자의 가족이 겪는 고통 등도 읽을 수 있어 좋았다.

그리고 마지막 반전... 범인에 대한 반전도, 판결에 대한 반전도 모두 좋았다.

p. s.

그런데, 나는 와타세 경부가 좋긴 하지만...

그래도 역시 '미코시바 레이지' 변호사의 이야기들이 더 절절하고 가슴이 메인다. ㅋㅋㅋㅋ

p. s.

나카야마 시치리 월드가 흥미로운 점은,

와타세 경부의 이야기나 미코시바 레이지의 이야기나 어느 이야기를 읽더라도 조금씩 그들과 관련되고 연결된 이야기들이 등장한다는 것 같다.

이번 책에서도, '추억의 야상곡'을 떠올리게 하는 대목도 있고, 와타세 경부 1편인 '테미스의 검'을 떠올리게 하는 부분이 있어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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