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기묘한 러브레터
야도노 카호루 지음, 김소연 옮김 / 다산북스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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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담당 편집자가 원고를 읽은 후, 도저히 카피를 쓸 수 없었다라는 평을 남긴 책, <기묘한 러브레터>를 읽었다.

이야기는 페이스북 메시지로 이루어져 있다.

'미즈타니 가즈마'라는 남자와 '다시로 미호코'라는 여성이 페이스북 메시지를 서로 주고 받으며 과거의 추억을 이야기한다.

미즈타니는 미호코와 약 30년 전에 대학 연극부에서 만났다. 연극부 부장이었던 미즈타니와 신입생이었던 미호코는 같은 연극부원으로 지내던 중 연인이 되어 결혼을 약속하기에 이른다.

그러나 결혼식 당일, 신부인 미호코는 식장에 나타나지 않았고 그렇게 그들의 인연은 끝나 버렸다.

- 그리고 이렇게 30년이 지난 후, 미즈타니가 미호코에게 페이스북 메시지를 보내며 다시 인연이 시작된 것이었다.

책은 그렇다할 느낌을 주지 않은 채 잔잔하게 흘러갔다. 아름다웠던 대학 시절이나 그들의 연애 시절을 이야기하는 모습을 보면서 왜 미호코가 결혼식 당일날 사라져 버렸는지에 대한 궁금증이 점점 커져간다.

그리고 당시 그들이 서로에게 털어놓지 않은 사실들이 이제서야 드러나면서, 이런 오해 때문에 결혼이 깨진 건가 라며 나 혼자 상상의 나래를 펼쳐 갔다.

그런데, 이런...

미호코가 왜 결혼식에 나타나지 않았는지, 미즈타니의 페이스북 계정이 중간에 왜 바꼈는지 등에 대한 실마리가 풀리면서 경악할 만한 진실이 드러난다.

나의 한 글자 평.

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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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드뷔시 전주곡 - 휠체어 탐정의 사건 파일, <안녕, 드뷔시> 외전 미사키 요스케 시리즈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문지원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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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히 있으면 인자한 할아버지로 보이지만, 입을 열면 무섭고 괴팍한 말들만 쏟아내는 겐타로 할아버지. 하지만 그의 말이 듣기는 좀 꼬장꼬장하고 거북하지만, 자세히 들어보면 일견 틀린 말은 없다.

그리고 겐타로 할아버지는 뇌경색으로 쓰러진 후 하반신이 마비되어 휠체어를 타고 있지만, 그러한 장애에 굴복하지 않고 늘 당당하고 열정적인 건강하고 긍정적인 마인드의 소유자다.

- p. 168

하긴 불편하기야 하지. 하지만 말이야. 이게 없으면 생활할 수 없다는 논리라면 안경과 같지 않을까. 안경이 필요한 사람이라면 안경 없이는 일상생활이 몹시 곤란할 걸게. 하지만 안경이 필요한 자신을 그렇게 비관하지는 않지 않나.

장애, 장애라고 하지만 뭐를 장애라고 하는 걸까. 그건 의외로 본인 마음먹기에 달린 것 아닐까. 장애는 겉모습보다도 내면의 자신이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 아닐까.

이 책에는 겐타로 할아버지가 해결한 5개의 사건이 담겨 있다.

case 1) 휠체어 탐정의 모험

건축가 가스모리가 준공 직전의 주택 안에서 사망한 채로 발견된다. 집의 모든 문이 잠겨 있고 누군가 열쇠를 사용해 외부에서 문을 잠근 흔적도 없는, 누구도 드나들 수 없는 밀실 상태에서 가스모리는 누군가에게 목을 졸려 사망했다.

경찰은 피해자에게 원한을 가진 사람을 찾는 한편 바람을 핀 아내 쪽을 의심하지만 이렇다할 증거가 없어 수사는 지지부진한 상태였다. 겐타로 할아버지는 이 수수께끼를 풀 수 있을까?

- p. 47~48

안락의자 탐정이라는 것이 있다지. 현장에는 한걸음도 하지 않고 의자에 앉아 사건을 해결하는 사람... 그렇지, 휠체어 탐정이라고 부르는 게 좋겠군.

-

요양보호사 탐정은 어떠세요?

case 2) 휠체어 탐정의 생환

이야기는 겐타로 할아버지가 뇌경색으로 쓰러진 시점으로 돌아간다.

뇌경색으로 쓰러진 후 수술을 하였지만 하반신, 양손, 언어중추에 후유증이 온 겐타로 할아버지를 요양보호사 미치코가 담당하게 된다. 미치코는 재활치료의 일환으로 겐타로 할아버지가 좋아했던 프라모델 만들기를 시작하고, 케어센터에서 정교한 프라모델 작업을 하는 겐타로 할아버지는 그 센터의 명물이 된다. 케어센터에 또 한 사람 주목받는 이가 있었는데, 같은 뇌경색으로 치료중인 료게 소헤이였다. 겐타로 할아버지만이 알아 챈 소헤이의 진실은 무엇일까?

case 3) 휠체어 탐정의 추격

겐타로 할아버지가 사는 저택 마을에 고령자만 노려 습격하는 일명 묻지마 습격 사건이 연속적으로 발생한다. 특히 습격 당한 마을의 고령자는 전쟁 전부터 이 마을에서 살고 있던 토박이파였는데 이 노인들을 무차별 습격하는 범인은 누구이며, 무슨 이유로 이런 짓을 벌이는 걸까?

case 4) 휠체어 탐정의 네 개의 서명

겐타로 할아버지와 미치코는 귀가하던 중 현금 인출을 위해 은행에 잠시 들른다. 그러나 그 날은 계획 정전이 실시되는 첫 날로 은행 업무가 평소보다 일찍 마감되었는데, 마감되기 직전(은행 셔터가 내려가고 있는 도중) 네 명의 은행 강도가 침입한다. 이런 급박한 상황에서도 특유의 성격을 유감없이 발휘하는 겐타로 할아버지는 은행 강도 건을 어떻게 해결할까?

case 5) 휠체어 탐정의 마지막 인사

겐타로 할아버지와 어린 시절부터의 친구(혹은 라이벌)였던 국회의원 가네마루 긴모치가 자신의 집에서 사망한 채로 발견된다. 사망의 원인은 청산화합물 흡입인데, 문제는 어떤 경로로 그것을 흡입했는지를 도무지 알 수가 없다는 것이었다.

가네마루 긴모치의 취미는 아날로그 레코드판으로 클래식을 듣는 것이었는데, 그 날도 베토벤 교향곡 7번을 듣고 있던 중 사망했다. 겐타로 할아버지는 소유 주택 중의 하나에 세입자로 들어오기로 한 미사키 요스케의 도움으로 사건의 진실을 밝혀낸다. 사건의 진실은 무엇일까?

- p. 381

노인도 젊은이도, 누구든 가르침이 필요 없는 사람은 없습니다.

저는 음악밖에 모르는 식견이 좁은 사람이지만, 그래도 위인이라고 칭송받는 선구자들이 성공하고 명성을 얻은 뒤에도 끊임없이 누군가에게 가르침을 청했던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쓸데없는 가르침이란 없습니다. 만약 틀렸다고 해도 그때마다 다시 배우면 되지요.

그렇다. 마지막 이야기에서 <안녕, 드뷔시>의 미사키 요스케가 등장하고, <안녕, 드뷔시>를 읽은 우리는 어쩔 수 없이 할아버지의 마지막을 예상할 수 밖에 없다. 할아버지의 마지막을 알기에, 미사키에게 손녀 하루카와 루시아의 피아노 선생님이 되어 달라고 부탁하는 그 모습이 괜시리 슬프다.

겐타로 할아버지는 진짜 매력적인 캐릭터다.

내가 시치리월드에서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는 '미코시바 레이지'인데, 겐타로 할아버지도 그에 못지 않게 매력이 터진다. 꼿꼿하고 올곧게 자신이 생각하는 바를 주변 사람들에게 말하는 할아버지의 그 강단 어린 독설은 사이다를 원샷한 쾌감을 준다. 그리고 할아버지는 대놓고 사탕 발린 말을 하진 않지만, 누구보다 따뜻한 마음을 지녔다.

이 책 <안녕, 드뷔시 전주곡>에서 할아버지의 마지막이 예고되고, 또 <안녕, 드뷔시>에서 할아버지의 마지막이 기정사실이 되어 버리지만, 정말로 다행스럽게도 겐타로 할아버지를 다시 만날 수 있다.

시즈카 할머니 시리즈 2번째 이야기에서, 시즈카 할머니와 겐타로 할아버지의 콤비 플레이를 볼 수 있으니 말이다.

할아버지를 다시 만나는 그 날을 기다리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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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한눈에 가계부
솜씨연구소 지음 / 솜씨컴퍼니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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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제 2019년도 얼마 남지 않았다.

그렇게 바야흐로 2020년의 다이어리와 가계부를 준비해야 하는 시즌이 온 것이다.

내년엔 어떤 가계부를 사용하는 것이 좋을까, 를 고민하던 내게 딱 맞는 가계부를 만났다.

나는 평소에도 쓰는 걸 좋아하긴 하지만, 한 눈에 보이게 쓰는 걸 좋아한다. 그래서 다이어리를 쓸 때도 캘린더 부분에 메모해서 바로 파악할 수 있도록 하는 편이었다.

가계부도 그런 게 있다면 좋을 텐데, 라고 생각했는데 딱 내 맘에 드는 가계부를 만났던 것이다.

 

캘린더 형태의 가계부의 표지를 넘기면, <한눈에 가계부>에 대한 간략한 소개와 잘 쓰는 포인트를 알려준다.

아까도 말했지만, 이 가계부는 캘린더 형태이기 때문에 한눈에 바로 내가 실제 사용한 내역과 그 흐름을 파악할 수가 있다.

또한, 간단하게 기재하면 되기 때문에 하루 1분이면 충분하고 그만큼 지루하지 않게 꾸준히 사용할 수 있다.

물론 제대로 된 가계부를 쓰는 것도 좋겠지만, 상세하고 복잡하게 쓰다 보면 '가계부를 쓰는 그 행위' 자체가 힘들어질 수도 있기 때문에 초보자들이 이 <한눈에 가계부/를 가볍게 사용하다보면 가계부를 작성하는 습관도 기를 수 있다.

만약 가계부 초보자가 아니라면, 복잡하고 상세한 가계부를 작성하면서 이 <한눈에 가계부>는 세컨드 가계부로 사용할 수도 있을 듯 하다.

<한눈에 가계부 잘 쓰는 포인트> 7가지를 소개해 주는데, 이를 살펴보면 아래와 같다.

1. 일단 쓰기

2. 계획과 실제를 비교하기

3. 현금과 신용카드 구분하기

4. 반복되는 소비 패턴 파악하기

5. 스스로 리뷰하기

6. 언제든 다시 시작하기

7. 익숙해졌다면 업그레이드하기

 

가계부 작성을 위한 팁과 한눈에 나의 자산, 고정 지출 등을 기재하여 늘 체크할 수 있도록 한 페이지가 마련되어 있다.

<한눈에 가계부>가 좋은 점은,

매월 캘린더 형식으로 《계획 가계부》와 《실제 가계부》가 구분되어 있다는 것이다.

먼저 그 달의 계획을 적으면서 대략적인 소비 금액을 책정할 수 있다. 그리고 실제 가계부를 작성하면서 계획한 것과 어느 정도 차이가 나는지를 살피고 적정한 소비였는지에 대한 스스로의 평가도 할 수 있을 것이다.

 

나의 소비 패턴을 파악하고 적정하게 소비하고 있는지를 살피는 것, 이것이 가계부를 작성하는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나 역시도 기존의 가계부 작성시 내가 사용한 내역은 참 잘 적고 있었지만, 그걸 통해서 패턴을 파악한다든지 소비를 줄이는 효과가 있다든가 하는 것은 없었다.

그것이 한눈에 소비패턴이 파악되는 가계부를 찾은 가장 큰 이유였다.

<한눈에 가계부>는 2020년 한해의 수입과 지출을 한눈에 볼 수 있는 페이지가 있고, 여행 경비와 자동차 사용에 따른 유지비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그 작성을 위한 페이지가 있어 참 유용해 보인다.

또, <한눈에 가계부>는 '품목별 지출 그래프 그리기' 페이지가 있어서 그걸 통해 자신이 어떤 품목에 지출을 많이 하는지 등도 한눈에 살펴볼 수가 있다.

 

사실 매년 가계부를 시작하면서 몇 달 가지 못하고 이내 포기한 경우가 많았다. 매일 쓰는 것도 쉽지 않은데, 매주 혹은 매달 결산을 하면서 일일이 평가를 하려니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이렇게 복잡하고 상세한 가계부에 어려움을 느끼는 나와 같은 '가계부 초보자'라면 이 <한눈에 가계부>는 좋은 대안이 될 것이다.

진정한 가계부의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더 상세하고 더 복잡해야 하지 않냐고 물을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미 작성하는 것에 어려움을 느낀다면 그 가계부는 나에게 아무런 도움도 줄 수가 없을 것이다.

<한눈에 가계부>를 통해서 쉽고 재미있게 가계부 쓰기에 도전해 보자. 이렇게 가계부 쓰기에 재미를 들이고 습관을 들인 다음이라면, 복잡하고 상세한 가계부를 만나더라도 '가계부 쓰기'를 절대 포기할 일은 없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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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쥐 형사 해리 홀레 시리즈 1
요 네스뵈 지음, 문희경 옮김 / 비채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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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젊은 시절의 해리 홀레를 만나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사실 중년의 해리 홀레도 잘 알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젊은 해리의 모습부터 시작해서 찬찬히 그를 알아가고 싶었다.

그래서 해리 홀레의 시작은 시리즈의 첫 권, <박쥐>로 시작해 본다.

해리는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일어난 노르웨이 여성 살인 사건의 공조 수사를 위해 오스트레일리아의 수도 시드니로 온다. 그리고 원주민 수사관인 '앤드류 켄싱턴'이 그의 파트너로 정해진다.

해리는 앤드류와 함께 피해자 '잉게르 홀테르'가 발견된 장소, 피해자의 집, 피해자가 일하던 곳 등을 방문하여 그녀의 마지막 행적을 추적한다.

앤드류는 피해자의 행적을 추적하면서, 해리에게 친구인 서커스단의 배우이자 게이인 '오토 레흐트나겔', 권투 선수인 '로빈 투움바'를 소개해 준다.

그리고 해리는 피해자가 일하던 바의 직원인 '비르기타 엔퀴스트'와 가까운 관계로 발전한다.

사건으로 돌아가면, 전혀 흔적을 남기지 않은 범인을 찾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다. 피해자의 집에서 발견한 사진에서 피해자가 최근 만나는 걸로 보이는 남자 '에반스 화이트'를 발견하고 해리와 앤드류는 에반스가 있는 '님반'으로 그를 만나러 간다. 그러나 이렇다 할 확실한 것들은 발견하지 못한 채 다시 시드니로 돌아온다.

범인에 대한 실마리를 찾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미해결 사건에서 범행 방법이나 범행 흔적, 피해자 유형 등이 유사한 사건을 찾아보기도 하였지만 사건 해결은 진전을 보이지 않는다.

많은 시행착오를 겪지만 많은 사실들이 쌓이고 쌓이자, 해리는 특정 누군가를 범인으로 의심하게 되고 앤드류에게 그 사실을 알리지만, 앤드류는 그에게 더 자세히 보라는 말을 하며 용의자의 체포를 늦춰달라고 말한다.

하지만 체포를 강행하기로 한 해리. 그런 그의 앞에 용의자도 죽고, 앤드류마저 죽은 상태로 발견된다.

범인은 정말 누구일까? 용의자로 의심한 이와 앤드류마저 범인이 죽이고 만 것일까?

- p. 280

느껴지지 않습니까? 박쥐 의상을 입은 자가 우리가 찾는 자예요. 나라다란! 애버리진에게 죽음의 상징, 박쥐.

 

 

두꺼운 책인만큼 이야기가 방대하다. 잉게르 홀테르 살인사건을 시작으로 이야기가 시작되지만, 범인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호주에서의 애버리진이 어떤 처우를 받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앤드류의 입을 통해서, 투움바의 입을 통해서, 오토의 입을 통해서 믿기지 않는 호주의 애버리진 정책이 우리에게 설명된다.

- p. 26

이 나라는 다양한 문화가 어우러져서 하나의 통합된 사회를 이룬다고 떠들어대지만, 그게 누구를 위한 통합일까요?

또 해리 홀레 시리즈의 첫 편인만큼, '해리 홀레'라는 인물에 대하여도 알려준다. 해리가 비르기타에게 말해주는 과거의 사랑, 과거의 잘못 등은 뭐랄까, 나는 그저 책을 읽는 것인데도 마치 그의 낮고 조용한 목소리가 들리는 듯 했다. 때로는 담담하게, 때로는 약간의 슬픔이 묻은 목소리로 말이다.

- p. 121

나는 사람 하나를 죽이고 또 한 사람의 인생을 망쳐놓고도 사랑과 진심어린 헌신에 둘러싸여 누워 있었어. 일반 병동으로 옮겼을 때 내가 맨 먼저 한 일은 옆 침대 환자를 매수해서 그 환자 동생한테 위스키 한 병 사다달라고 부탁한 거였어.

- p. 160

인간은 자신의 행위를 더는 용납하지 못할 때 처벌받고 싶은 욕구를 느끼는 것 같아. 아무튼 나도 그러고 싶었어. 처벌받고 채찍질 당하고 고문당하고 수모를 당하고 싶었어. 내 죄를 청산할 수만 있다면 무슨 짓이든 하고 싶었어.

하지만 나한테 벌을 내릴 사람이 없었어. 내게 발길질한 사람도 없었어. 공식적으로는 나는 술에 취하지 않았으니까. 오히려 언론에는 내가 근무 중에 중상을 입었다는 이유로 경찰서장에게 표창까지 받은 걸로 보도됐어.

그래서 나 자신을 벌주기로 한 거야. 내가 생각해낼 수 있는 가장 고통스러운 형벌을 내리기로. 살아남아 술을 끊기.

박쥐의 마지막을 보니, 앞으로도 해리의 곁에서 많은 이들이 죽거나 떠나갈 듯 하다. 그의 과거에 이번 사건, 그리고 앞으로의 사건 하나하나가 더해져 그를 점점 더 고독하고 쓸쓸한 인물로 만들 것만 같아 벌써부터 안쓰럽다.

방대한 이야기라, 다 읽고난 후에는 더욱 이야기가 깊이있게 다가오고 가슴에 남는 듯 하다. 앞으로의 해리의 여정도 기다려 진다. 하지만, 위에서도 말했듯이 그에게 짙은 고독과 쓸쓸함, 어둠이 따라붙을 듯 해서 나도 진중하게(?) 마음을 다잡고 그의 다음 사건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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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인간선언 - 증오하는 인간, 개정판
주원규 지음 / 자음과모음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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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즐겨보는 드라마가 있다. '모두의 거짓말'이라는 드라마인데, "아버지가 죽던 날, 남편이 사라졌다"라는 문구로 드라마의 시작을 알렸다.

이 책 <반인간선언>은 드라마 '모두의 거짓말'의 원작소설이라고 하여 궁금했던 책이었다.

.

.

이야기는 김서희가 돌아가신 아버지 김승철 의원의 지역구인 해능시 보궐선거에서 승리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김서희는 평소 건강하셨던 아버지의 갑작스런 사망으로 슬퍼하는 것도 잠시, 홍남호 의원의 권고(명령에 가까운)로 보궐선거에 출마했고 압도적인 득표율로 당선되었다.

그리고 당선일 밤, 한 통의 전화를 받는다.

전화를 건 이는 서울광역수사대 강력계 반장 주민서였다.

주민서는 서희에게 1년 전 이혼한 전 남편 정상훈에 대하여 묻고 그가 살해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한다.

그렇게 서희는 주민서를 만나러 국과수에 갔고, 그 곳에서 정상훈의 손으로 추정되는 잘린 손을 보게 된다. 그 후 서희는 정상훈의 양부인 정영문을 찾아가고 그에게서 상훈이 자신에게 남겼다는 편지를 받는다.

한편, 서희가 해능시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후 맡게 된 지역구 일은 우성 조선 파업에 대한 문제였다. 해능시 민관합동사업인 신재생에너지 개발 사업 참여 회사로 'CS 화학'이 내정되어 있고 그에 반대하여 우성 조선 파업은 거세지고 있는 상황이었다.

서희는 이 문제에 대해 의문이 생겨 더 알아보려고 하고, 홍남호 의원을 비롯한 여당 의원들은 초선 의원인 서희가 자신들의 의견을 따르지 않자 분개한다.

주민서도 최근 발생한 몇 건의 살인사건을 연쇄살인으로 보고 독자적인 조사를 하던 중, 정상훈의 손이 발견되자 기존의 피해자들이 공통적으로 CS 화학과 관련있는 자라는 것을 알게 되고 연쇄살인이라는 것에 확신을 갖게 된다.

소설 속에서는 처음 정상훈의 손이 발견되고, 이후 발, 귀, 입, 눈, 머리, 심장까지 분리되어 발견되거나 서희에게로 보내진다.

그리고 서희와 주민서는 점점 진실에 다가간다.

- p. 228

서희의 마음은 후련하지도, 후회도 없었다. 다만 기대했다. 서희에겐 처음부터 이 모든 일이 부정에 대한 기대였다. 자신에게 닥쳐온 상훈의 훼손된 시신도, 그가 남긴 유서의 비밀도, 그리고 아버지 김 의원의 죽음까지도 불의의 사고 혹은 자연의 순리이길 바랐다. 이런 식의 일그러진 신의 섭리와 그에 대한 고발의 연속성이 인정되는 것을 결코 원하지 않았던 실날같은 기대, 그 기대에 대한 보답을 얻고 싶었다.

.

.

아무래도 현재 방영중인 드라마의 원작 소설이다 보니, 드라마를 떠올리지 않을 수가 없었다.

드라마 속 서희는 당차다는 느낌보다는 유약하지만 꿋꿋이 진실을 쫓는 것으로 보였는데, 소설 속 서희는 아주 당찼다. 홍남호 의원에게도 유동구에게도 당차고 단호하게 자신의 의견을 내비친다.

소설과 드라마의 내용도 다르다. 정치와 경제가 얽혀 있는 점은 비슷하지만, 사건의 원인이 되는 내용, 즉 그들이 숨기고자 하는 비밀은 달랐다. 하지만 일반 사람을 보통의 인간으로 대우하지 않는다는 점은 어쩌면 소설이나 드라마나 비슷할지도 모르겠다.

또 소설에서는 주민서 반장과 후배인 신참 형사 강호규가 사건의 진실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지만, 드라마의 조태식 형사는 자신을 따르는 후배 형사가 2명 있고, 자신이 믿고 의지했지만 결국 배신당하게 되는 팀장 유대용의 존재가 있었기에 드라마가 더 극적이고 긴장감이 느껴졌다.

(그렇지만 소설의 마지막에도 갑작스럽게 팀으로 믿었던 사람들이 벌인 행동 때문에 깜짝 놀랐다. 긴장감을 느낄 사이도 없이 너무 놀라 잠시 멍해짐.ㅠㅠ)

그의 선택이 너무도 극단적이지 않나라는 생각도 들지만, 그만큼 진실을 찾기 위해서, 그리고 실체를 낱낱이 까발리기 위해 한 선택인만큼 조금 경건한 마음마저 든다.

물론 그 역시 너무도 큰 과오를 저질렀지만 말이다.

마무리를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스러웠는데, 작가의 말로 대신하려고 한다.

- p. 256, 작가의 말 중

그가 외칩니다. 자신은 인간이 아니라고. 그리고 묻습니다.

오늘의 우리여. 우리들이 정말 인간이었던가? 한 번이라도 인간인 적이 있었는자 묻습니다.

선언하는 인간, 저주의 상징이 된 반인간은 오늘의 우리일지도 모릅니다. 스스로를 저주하여 우리의 숨 막히는 현실을 이야기하려 하는 방법으로 사용될지도 모릅니다. 스스로 인간이기 위해 반인간을 선언하는 이야기에 대해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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