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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가 보이는 이발소 - 제155회 나오키상 수상작
오기와라 히로시 지음, 김난주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7년 5월
평점 :
품절
책 제목, 책 표지부터 따뜻한 느낌이 물씬 나는
소설이었다.
청량한 바다와 푸른 하늘, 그것이 내려다보이는 곳에 있는
이발소라니,
평화롭고 따스하겠다고 생각하며 책을 읽기 시작했다.
여섯 개의 이야기가 펼쳐지는데,
첫번째 이야기 '성인식'은 5년
전에 불의의 교통사고로 사망한 딸 스즈네의 성인식과 관련된 이야기이다.
5년 전 사망한 스즈네를 잊지 못해 나와 미에코는 웃음이 거의 사라졌고,
미에코는 가끔 3인분의 식탁을 차리기도 한다.
만약 사고가 없었다면 올해 성인식을 치뤘을 스즈네에 대한 생각으로 성인식에
참가하자는 다소 엉뚱한 제안을 하게 되는데,
성인식을 계기로 스즈네의 부모님은 스즈네를 가슴에서 보낼 수
있을까?
두번째 이야기 '언젠가 왔던
길'은 엄마와의 불화로 떨어져 살던 교코가 16년 만에 엄마를 마주한 이야기이다.
동생의 부탁으로 교코는 불편한 마으으로 겨우 엄마를
찾아간다.
어린 시절 교코에게 늘 지적이나 비판만을 일삼고 자신의 꿈을 교코에게
주입시키려는 엄마였기에, 교코는 엄마에게 가는 동안에도, 엄마를 보고서도 여전히 불편하고 싫은 마음
뿐이다.
엄마와 딸은 서로 변화될 수 있을까? 서로를 이해하게
될까?
세번째 이야기 '바다가 보이는
이발소'는 바다가 보이는 작은 이발소의 이발사와 그 곳을 방문한 한 젊은이의 이야기이다.
이발사는 유명한 배우가 여러 번 언급하고, 유명인, 사회저명인사가 방문을
했을만큼 솜씨가 좋았지만, 지금은 바닷가의 조그만 이발소에서 일한다.
그에게는 어떤 일이 있었던 걸까? 그리고 젊은이는
누구일까?
네번재 이야기 '멀리서 온
편지'는 일에 너무 열중하느라 야근을 이유로 육아와 집안일에 무관심한 남편에 대한 반항으로 친정으로 내려간 쇼코가
발신인을 알 수 없는 이상한(약간 고풍스러운) 문자메세지를 받게 되는 이야기이다.
문자메세지는 누가 보낸 것일까? 쇼코는 남편과 다시 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다섯번째 이야기 '하늘은 오늘도
스카이'는 바다를 찾아 가출한 아카네와 모리시마의 이야기이다.
사실 나는 이 이야기가 개인적으로 무척 슬펐다.
다른 이야기들은 뭔가 마지막에 봉합되는 느낌이 있지만, 이 이야기는 그런
것이 없었다.
글쎄,,, 아카네와 모리시마가 나중에 어른이 되면,
이 아이들의 어린 시절도 그저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봉합되고, 부모님들을
이해할 수 있게 될까?
여섯번째 이야기 '때가 없는
시계'는 돌아가신 아버지의 유품인 손목시계를 고치기 위해 영보당이라는 시계점을 방문한 주인공이 그곳에 있는 시계들에 관한
이야기를 들으며, 아버지를 회상하는 내용이다.
이야기들은 어느 순간에는 뭉클했고, 어느 순간에는 가슴이 아리는 듯
슬프기도 했다.
자식을 가슴에 묻어야 하는 부모가 그 슬픔을 어떻게 이겨내고 일상으로
돌아오는지...
어린시절 남자인 동생과 자신을 차별하고 원하지 않는 길을 강요하다시피한
엄마와, 이제는 당시의 엄마 나이만큼 자라버린 딸이 늙고 아픈 엄마를 마주보며 엄마에 대한 미움이, 결국은 여전히 엄마에게 인정받고 싶고
사랑했다는 마음이라는 걸 깨닫게 되는 과정이...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자식과 아내를 위하는 마음에서 그들을 떠나보낸
아버지와 그런 아버지를 찾은 아들의 마음이 어떨지...
서로의 첫사랑이었고 결혼까지 이르렀지만, 처음의 마음을 잊은 것은
아닌지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생각하고...
부모들의 불화나 아무렇지 않게 내뱉는 화풀이로 아이들이 마음의 상처를
받는 것은 아닌지도 생각하고...
내가 아버지보다 훌쩍 더 많은 나이가 되어버린 후 비슷한 상황에
처해서야 당시의 아버지를 이해하게 되는 것을 통해서...
가족의 의미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소소한 이야기들은 마치 내 주변에서 있을 법한
이야기여서 더 따뜻하고, 아련하게 다가오는지도 모르겠다.
언젠가 늦은 후회를 하기 전에,
가족들에게 따스한 말 한마디를 건네고 상처주는 말은 하지
말고,
내 마음 그대로, 솔직하게 더 사랑하고 더 아끼면서 살아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