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그대를 만날 때보다 그대를 생각할 때가 더욱 행복합니다
김정한 지음 / 오렌지연필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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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좋은 시를 접할 수 있어서, 기분이 참 따뜻했다.

학교를 다닐 때에는 지금보다는 시를 많이 읽었던 것 같다.

성인이 된 후에는 소설이나 에세이 등에 빠져, 책 속의 작가 문장 문장을 소리내어 읽고, 눈 속에 담았다.

하지만, 뭔가 허한 부분이 있었다.

오랜 시간을 먹어, 그 깊이가 더해진 옛 명시들은 읽으니 왜 이 시들이 오랫동안 사랑받고, 여전히 사람들에게 기억되고 있는지를 알 수 있었다.

사실 서양의 명시들은 모르는 시가 조금 많았지만,

시를 읽고, 시에 관한 작가님의 시선을 보는 동안 마음이 따뜻해졌다.

하지만 역시 아는 시가 나오고, 그 시에 대한 작가님의 글이 나올 때가 좋았다.

오랜만에 읽은 서정주님의 '푸르른 날', 기형도님의 '빈 집', 유치환님의 '행복' 등 말이다.

시에 얽힌 뒷이야기, 작가님의 생각, 그리고 작가님의 문장들을 조용조용히, 때로는 살며시 소리내며 읽었다.

외국의 시 중에서는 요한 볼프강 폰 괴테의 '첫사랑'이 인상깊었다.

괴테는 우리가 잘 아는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의 작가인데, 실제로 젊은 시절 약혼자가 있는 여성을 좋아하게 되었고, 그 때의 경험을 소설로 옮긴 것이 이 작품이라고 한다.

그래서일까, 그의 시 첫사랑은 '쓸쓸히 나는 이 상처를 기르고 있다. 끊임없이 새로워지는 한탄과 더불어 잃어버린 행복을 슬퍼한다.'라고 노래한다.

작가님은 시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자신의 글을 적으면서 관련된 다른 시를 언급하기도 했다.

그 중 인상적인 부분은 미국의 시인 '로버트 프로스트'의 이야기를 잠시 하는데, 시인은 평화로운 전원을 노래한 시를 많이 썼지만,

실제는 평생 우울증과 싸우다가 심근경색으로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그런 그의 묘비의 문구가 인상적이었다.

그의 묘비에는 그의 시에서 발췌한 '나는 세상과 사랑싸움을 해왔노라.'라고 써 있다고 한다.

단축된 시의 문장에 인생의 여러가지 감정이 녹아있는 것은 참으로 신기하고 아름답다.

오랜만에 시를 접함으로써 어지럽던 생각과 감정의 소용돌이에서 한발짝 물러설 수 있게 된 듯 하다.

앞으로도 자주는 아니더라도, 좋은 시를 읽는다면 조용하고 잔잔하게 내 하루를, 내 인생을 잠시나마 돌아볼 수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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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러스토어
그래디 헨드릭스 지음, 신윤경 옮김 / 문학수첩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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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러스토어

"휴가도 승진도 없는 무시무시한 지옥문이 열린다."

이 책은 정말로 특이하다.

책을 실물로 본다면, "이거 책 맞아?" 라는 소리가 분명 나올 정도로 말이다.

우리가 흔히 아는 사이즈의 책이 아니라,

진짜 무슨 카달로그처럼 정사각형 느낌의 넙적한 책이다.

그런데, 이 책 제목을 보면 알겠지만, 호러소설이다.

어느 대형매장에서 일어난 하룻밤의 사건을 다룬다.

책 겉면만 보고 특이한 책이네라고 생각한 후 방심하지 마라.

책 표지를 넘기면, 쇼룸 안내도가 나온다.

그리고 소설의 단락이 끝나는 시점에 상품을 하나씩 소개한다.

소설의 내용은 물론이거니와, 소개상품도 눈여겨 보길 바란다.

뒤로 갈수록 무서운(?) 상품들이 등장한다.

이케아의 저렴이 버전인 쿠야호가 카운티의 '오르스크' 108번 지점에서 일어난 일이다.

이 곳에서는 화장실에 누군가의 낙서가 늘어난다던지, 소파에서 냄새가 심한 얼룩이 발견된다든지(전날 영업종료까지는 분명 없었던) 하는 이상한 일들이 생긴다.

부지점장 베이즐은 직원인 에미미와 루스 앤에게 밤에 함께 순찰을 돌며, 이상한 일들의 원인, 즉 범인을 찾자고 제안한다.

물론 추가수당을 주는 걸 조건으로 말이다.

그리고, 그 날 직원인 맷과 트리니티는 유령사냥을 하겠다며 각종 장비를 챙겨와서 오르스크 매장 내에 남아 있었다.

또, 갈 곳이 없는 노숙자인 칼이 매장 내에 숨어 있었다.

이렇게 베이즐, 에이미, 루스 앤, 맷, 트리니티, 칼은 한 곳에 모이게 되고,

베이즐이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트리니티는 재미로 강령회를 열어 귀신을 불러내려고 시도하고, 다른 사람들도 마지못해 찬성한다.

그런데, 칼의 몸에 알 수 없는 혼령이 씌이고 오르스크는 책 제목 그대로 '호러스토어'가 된다.

이케아의 저렴이 버전인 '오르스크'지만, 판매형태는 이케아와 동일하다.

한 번 발을 디디면, 원하든 원하지 않든 끝까지 가야한다.

방향을 바꾸는 순간 그 안에서 길을 잃게 된다.

이들은 길을 잃지 않고 무사히 호러스토어를 빠져 나와서, 정상적인 삶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도대체 이 매장에서는 과거 어떤 일이 있었던 걸까?

이들은 이 밤을 함께 보내기 전에는 그저 같이 일하는 직원일 뿐, 동료의식이 없었다.

서로의 마음을 잘 모르기에 서로를 싫어하고, 제멋대로 행동했다.

하지만, 함께 혹독한(무서운...^^;;) 밤을 보내면서, 이들에게는 전에 없던 우정이 생긴다.

그리고 동료를 구하기 위해 자신을 희생하고 동료를 격려하며 함께 헤쳐나간다.

이 책은 외모가 너무 특이해서 알맹이는 부실할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깨고, 굉장히 재미있게 읽혔다.

또 에이미의 성장스토리적 느낌이 살짝 들면서, 마음의 울림도 주었다.

특이하고 재미있는 책을 원한다면,

이 책을 읽어보자.

책의 전체적인 디자인, 오르스크의 상품 소개, 내용 등 어느 하나 흥미롭지 않은 요소가 없을 것이다.

재미있는 상품과 상품 소개를 읽다보면, 작가의 상상력과 센스에 어느 순간 미소를 머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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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그림 찾기 : 일본 여행 나를 위한 힐링 놀이북
몽땅연필 지음, 류나연 그림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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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위한 힐링 놀이북" 다른 그림 찾기 - 일본 여행

 

이 책은 특이하고 재미있다. 그리고 새로웠다.

 

이 책에는 일본 여행지 50곳이 사진 또는 일러스트로 들어가 있는데,

양 옆에 같은 장소의 사진을 배치하고, 그 두 사진(또는 일러스트) 중에서 10군데 다른 부분을 찾는 '다른 그림 찾기' 놀이를 할 수 있다.

또, 일러스트의 경우에는 일부 색만 들어가 있어서 컬러링을 하며 놀 수도 있다.

 

일반 책의 빽빽한 글자수에 치여서 머리와 마음에 휴식이 필요할 때,

이 책을 한 장 한 장 넘기면서 틀린 그림을 찾아보자~~~

 

틀린 부분 몇 개는 눈에 쉽게 띄이지만, 10군데를 다 찾는 것은 쉽지 않다는 걸 곧 깨달게 될 것이다^^

 

하지만 몇 개를 찾다보면, 그 패턴이 있어 다음 장으로 넘어갈수록 틀린 그림을 찾는 속도는 더 빨라질 것이다.

 

이 책은 어른인 내가 혼자 해도 재밌지만,

만약 아이가 있다면, 아이 역시 재미있어 하며 계속 책을 붙잡고 있지 않을까?

 

거기다,

일본의 아름다운 거리, 풍경, 또는 일본다운 모습이 보이는 사진이나 일러스트를 감상하는 재미는 덤이다.

 

또한, 여행가이드만큼의 설명은 없지만,

사진이나 일러스트 아래에는 간단한 설명도 되어 있어, 나중에 일본의 해당 도시에 여행을 가게 되더라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책 속의 사진이나 일러스트를 보다 보면,

내가 기존에 가 봤던 장소가 나오면 옛 추억에 잠시 빠져 당시 여행의 기억을 소환하는 계기가 되고,

내가 가 보고 싶은 장소라면 간단히 포스트잇 등으로 표시를 해 두고, 다음 일본 여행에 참고하도록 하자.

 

어른, 아이 모두 좋아할 만한 재미있고, 특이하고, 새로운 놀이책이 필요하다면,

이 책을 한 번 선택해 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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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드 오브 왓치 빌 호지스 3부작
스티븐 킹 지음, 이은선 옮김 / 황금가지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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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호지스 3부작은 이 작품 '엔드 오브 왓치'로 완결되었다.

(그 전 출간된 빌 호지스 시리즈는 '미스터 메르세데스', '파인더스 키퍼스'이다)

 

 

미스터 메르세데스 킬러가 돌아왔다.

​전작에서 자살 폭탄 테러에 실패한 미스터 메르세데스 킬러인 브래디, 그가 돌아왔다?

 

 

자살 폭탄 테러에서 그를 저지하던 홀리에세 크게 다친 후로 식물인간 상태로 누워만 있던 브래디는 기이한 능력을 가지게 된다.

그것이 그의 담당의였던 배비노 박사의 은밀한 약물 실험 때문인지, 그에게 원래부터 그런 능력이 있었던 건지 알 수는 없지만,

새롭게 생긴 그 기이한 능력을 이용하여 브래디는 다시 부활했다.

 

브래디는 그렇게 생긴 기이한 능력을 바탕으로 주변 사람들을 이용하여 다른 사람의 마음을 조종하며 자살로 유도한다.

 

"뭐 해, 빌리보이. 분홍색 물고기를 터치해야지!"

 

2016년, 취업박람회 테러(2009년에 있었던)에서 크게 다친 마틴 스토버와 그의 어머니가 자살한 상태로 발견된다.

신변을 비관한 자살로 보였지만, 빌 호지스와 홀리는 몇 가지 의문점을 가지게 된다.

그러던 중, 제롬의 여동생인 바브라가 차량에 뛰어드는 사고가 발생하고, 바브라를 구한 한 소년에게서 한 가지 정보를 듣게 된다.

몇 가지 의문점과 정보가 모이면서 빌과 홀리는 이 사건들이 '브래디'와 관련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는데...

 

병원에 누워 있는 브래디가 어떻게 사람의 마음을 조종해서 그들을 자살로 유도하는 걸까?

 

책을 읽으면서 작가의 상상력에 감탄했고,

사람의 마음 속 빈 공간을 파고들어 자살을 하게 만드는 브래디의 악랄함에 놀랐고,

또 깊은 혜안을 가지고 노익장을 과시하는 빌과 홀리의 활약에도 놀랐다.

 

제목인 '엔드 오브 왓치(End Of Watch)'는 '임무종료'라는 의미라고 한다.

3부작의 마지막 제목을 '임무종료'로 한 작가의 마음은 책의 마지막에 나타나는 것 같다.

 

나는 현실적이지 않은(현실에 있을 법하지 않은) 소재는 별로 좋아하지는 않는다.

그런데, 사실 브래디의 능력이 그랬다. 내가 좋아하지 않는 소재였다.

그래서 책을 다 덮은 지금도 내 안의 찜찜함이 좀 남아있는 상태인데, 제목처럼 '임무종료'가 되었고, 3부작도 마무리가 되었으니, 찜찜함은 잠시 덮어두려고 한다.

(그래서인지, 여러가지로 제목이 의미있게 느껴진다.)

 

브래디의 능력을 제외하고는, 현실에 있을 법한 소재들(자살, 게임중독 등)을 활용하여 이야기를 이끌어 가서인지, 책은 술술 읽혔다.

또, 전국 자살 예방 상담센터 전화번호를 기재한 것은 너무 센스있어서 재밌었다.

전체적인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문장력이나 흡입력, 군데군데 들어가 있는 센스가 어우러져 즐거운 책읽기였다.

 

빌 호지스 시리즈를 다시 읽으며, 빌 호지스를 추억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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립맨 미스터리, 더 Mystery The 13
시즈쿠이 슈스케 지음, 추지나 옮김 / 레드박스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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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Rest in Peace"

 

책의 시작은 보이스피싱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들이 등장한다.

도모키와 다케하루는 보이스피싱 범죄를 저지르며 돈을 벌고 있는 중이다.

도모키는 학생 때부터 비교적 공부도 잘하는 모범적인 사람이었으나,

부모님의 갑작스러운 사망, 대학 졸업 후 내정된 회사의 사정으로 갑작스럽게 취업에 탈락한 후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다 이 길로 들어서게 되었다.

 

어느 날 몸담고 있던 보이스피싱 조직이 검거된 후, 조직의 일원이었던 아와노는 새로운 사업을 도모키에게 제안한다.

그 새로운 사업이란 건 바로, 유괴사업이다.

도모키는 또 다시 범죄를 저지르고 싶진 않았으나, 도무지 보이지 않는 미래에 대한 불안 등으로 딱 한 번, 크게 한 번 이 일을 해보겠다라고 아와노의 제안을 수락한다.

 

한 차례 연습삼아 해 본 유괴가 성공하자, 도모키는 아와노의 계획을 더욱 신뢰하고, 본격적인 유괴사업을 시작하는데...

 

'립맨'은 아와노가 남기는 범죄의 마지막 즈음 남기는 메세지인 "Rest in peace"의 첫 글자 R.I.P.를 따서 지어진 단어다.

"Rest in peace"는 '편히 잠들라'라는 의미로, 범죄의 희생자에게나, 아님 경찰에 곧 붙잡힐 위기에 빠진 범죄자에게 남기는 말이다.

 

우리나라 역시 보이스피싱 범죄가 성행한 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조직의 일원이 발각되고 조직원이 검거되는 것도 잠시,

보이스피싱 조직은 자신의 방법을 더욱 다양하게 변화시키면서 여전히 많은 사람들을 상대로 사기행각을 벌이고 있다.

대포통장을 이용해 인출책이 은행에서 돈을 찾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각 은행에서는 개인에 대한 통장발급을 강화하고, 만약 피해자가 돈을 이체시켰다 하더라도 액수에 따라 일정 시간 동안 이체가 지연되는 방법도 쓰고 있는 것으로 안다.

그렇게 규제가 강화되자, 요즈음 보이스피싱 조직은 직접 피해자를 대면해서 돈을 받는 방법으로 진화되었다.

 

이 책에서도 그런 방법의 보이스피싱 조직의 모습이 나온다.

여러 역할을 분담해 피해자에게 전화롤 사기를 친 후, 직접 피해자에게 사람을 보내어 돈을 받아온다.

쉽게 돈 버는 것에 매력을 느끼는 사람들이 다수 있으니, 그 단계단계의 역할을 할 사람을 찾는 것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책은 초반에 위와 같이 보이스피싱 범죄를 잠시 다루고, 곧 아와노와 도모키, 다케하루가 벌이는 유괴에 대하여 중점적으로 이야기한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그런 유괴가 아니라, 훨씬 진화된 방법의 말 그대로 "전대미문의 유괴 사업" 유괴방법으로 보였다.

실제로 이런 범죄가 일어난 사례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정말 이런 식이라면 유괴가 사업이 될 수 있겠구나라는 걱정이 들기도 했다.

(책을 읽다보면, 미국이나 멕시코 등지에서는 이런 유괴사업이 있다고 언급은 되어 있는데 자세한 것은 잘 모르겠다^^)

 

책 표지에 씌여 있듯이,

기존에 없던, 획기적인(?) 유괴 계획에 '노리려는 자와 지키려는 자의 속고 속이기 게임'이 시작된다.

유괴범, 경찰 뿐만 아니라 유괴된 아이의 부모까지 얽힌 그림이다.

 

우리의 마키시마 수사관은 획기적이고 대담한 립맨의 수를 읽고, 유괴된 아이를 무사히 구할 수 있을까?

립맨의 유괴 사업은 성공할까?

 

이 책의 두께에 겁 먹을 필요는 하나도 없다.

두꺼운 책임에도, 시간가는 줄 모르게 몰입할 것이다.

그건 정말로 장담한다.

그저 책을 다 읽고 난 지금, 점점 교묘하게 진화되어가는 범죄에 대한 걱정이 온 마음을 누른다.

슬프게도 세상엔 머리좋고 나쁜 놈들이 너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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