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의 시간 스토리콜렉터 94
넬레 노이하우스 지음, 전은경 옮김 / 북로드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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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한 살의 셰리든은 지금 결혼을 앞두고 있다.

5개월 전 아무것도 가진 것 없이, 더구나 포주가 뒤를 바짝 쫓고 있는 상태에서 록브리지 지역에 온 셰리든은 이 지역의 유명 인사인 외과 의사 '폴 서튼'을 만나게 된다.

셰리든에게 한 눈에 반한 폴은 곧 청혼을 했고, 그렇게 결혼이 진행되는 사이 셰리든은 자신의 결정이 제대로 된 것인지, 혹은 옳은 것인지를 계속 생각하고 생각한다.

 

그러던 중 웨딩드레스를 피팅하러 갔던 셰리든은 드레스를 입은 자신의 모습을 보고 경악하며 드레스를 찢어 버린다.

그리고 밖으로 나와 차를 타려던 때, 자신을 뒤쫓아 온 '이던 뒤부아'에게 납치된다.

 

가까스로 셰리든은 이던에게서 도망치지만, 그 과정에서 한 명은 죽고 한 명은 죽을 고비를 넘기는 등 큰 소동이 난다.

 

그리고 셰리든은 숨겨왔던 자신의 이야기를 폴에게 고백하고, 폴은 자신과의 결혼을 셰리든이 원하지 않는다는 걸 확인하고 그녀를 보내주기로 한다.

 

셰리든 스스로 알고는 있었지만 인정하기 어려웠던 "향수병", 폴의 도움으로 셰리든의 오랜 친구인 니컬러스가 그녀를 데리러 온다.

그렇게 그녀는 오랫동안 돌아가고 싶었던 자신의 고향 네브래스카로 돌아간다.

가족의 환영을 받지 못할 거라고 오해했던 셰리든을 향해 그녀의 가족들은 진심으로 환영하고 애정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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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에서 예전처럼 평온하게 지내던 그녀는, 노래를 부르고 싶다는 자신의 꿈을 제대로 마주하고 데모 음반을 만들기로 결심한다.

그리고 녹음 스튜디오에서 돌아오는 길에 주유소에서 '재스퍼 헤이든'이라는 남자를 만나게 되고 그를 좋아하게 되어 버린다.

 

한편, 음악계의 거물 '마커스 골드스타인'은 우연히 셰리든이 과거에 부른 노래의 데모 테입을 듣게 되고 그녀의 목소리에 반한다.

그녀가 분명 거대 음반사 콘체른 CEMC의 새로운 구원타자가 될 것을 확신한 그는 그녀를 영입하기 위해 네브래스카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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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전작들을 읽어보지 못해서, 셰리든이 어떤 위험을 겪고 어떤 시련을 겪었는지 전혀 알지 못했다.

이번 <폭풍의 시간>은 전작인 '여름을 삼킨 소녀'와 '끝나지 않은 여름'의 후속작으로 "셰리든 그랜트 시리즈"의 완결판이라고 한다.

 

그래서일까, 이번 소설에서는 스릴러적 요소는 크게 부각되지는 않았다.

그녀가 이전에 겪은 거대하고 위험했던 '폭풍의 시간'이 지나가고, 그녀는 비로소 자신의 꿈을 향해 앞으로 나아간다.

 

소설 속에서 그녀의 친부에 대한 정보가 언급되는데, 그녀의 이토록 대단한 음악적 재능이 어디에서 비롯되었는지 잘 알 수 있었다.

 

음악계의 거물이 인정한만큼 셰리든의 성공은 시작부터 보장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녀의 음악적 재능은 사람들을 감동시켰고, 그녀의 이름을 널리 널리 알렸다.

하지만 유명해짐과 동시에 사랑하는 사람과의 관계는 미묘하게 틈이 생겼고, 친한 친구 사이에도 신뢰가 무너지는 일들이 발생했다.

 

재능만으로 성공을 보장할 수 있고, 또 그 성공을 연장할 수 있다는 건 정말 힘든 일이기 때문에, 셰리든이 이 위기들을 어떻게 극복해 나갈지도 궁금해하며 책을 읽었다.

 

-

잠시 위에서 언급했지만, 스릴러를 기대하고 책을 펼쳤기 때문에 엄청나게 재미있다라고 말할 수는 없겠다.

물론 내 기준에서다.

 

그러나 이내 셰리든에게 또 스릴러를 기대한다는 건 너무 가혹한 일이라는 생각도 했다.

왜냐하면 그녀에게는 여전히 과거의 일이 그녀의 발목을 잡고 있으니 말이다.

 

그리고 여전히 사랑에 목말라 있는 셰리든의 모습이 안타까우면서도 불안했다.

그녀의 과거를 돌아보니, 정말 거지같은 남자들이 너무 많았으니까.

또 그런 남자를 만나게 되서 가슴아픈 일을 되풀이하지 않기를 바랐다.

 

+

셰리든을 좀 더 이해하기 위해서 전작들을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많은 힘든 일들을 겪었으면서도 그녀는 여전히 강하고 온건하며 사랑을 꿈꾼다.

 

이제 그녀의 '폭풍의 시간'은 어느 정도 지나간 듯 해서 다행이다.

그녀를 아끼는 여러 사람들로 인해 그녀는 더 강인하고 아름답고 멋진 사람으로 성장해 갈테니 말이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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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왼쪽 너의 오른쪽 수상한 서재 4
하승민 지음 / 황금가지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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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린 시절, 집으로 쳐들어온 군인이 엄마를 총으로 쏴서 죽였다.

장롱 속에 숨어 있던 지아가 재채기를 하는 바람에, 혼자 있다고 이야기한 엄마를 군인이 빨갱이라며 폭행하고 총으로 쐈다.

그때부터 지아에게 환청이 들리기 시작했고, 고등학생 때 결국 또다른 인격이 외부에 나타난다.

그녀를 혜수라 부르기로 한 아버지와 재필 삼촌.

 

지아의 또다른 인격인 혜수는 지아를 편히 살게 두지 않았다.

혜수의 인격이 타인을 공격하는 등 나쁜 짓을 저지르고 숨어 버리면, 지아의 인격은 그것을 수습하기 바빴다.

그리고 스물 다섯의 지아는 혜수로 인해 믿고 의지했던 사람의 민낯을 알게 되고 괴로워한다.

 

1999년의 마지막날, 지아는 혜수의 인격이 공격한 사람의 남편으로부터 무차별 폭행을 당하던 중에 혜수를 불러내기 위해 손목이 너덜해질 정도로 자해를 한다.

그렇게 혜수가 나타났고 지아는 기억을 잃었다.

그 후 눈을 뜬 지아, 그런데 그녀의 앞엔 전혀 모르는 낯선 여자의 시신이 반쯤 묻힌 채 있다.

도대체 혜수는 무슨 짓을 저지른 거지?

그런데 더 놀라운 건 지아가 기억을 잃은 동안 19년이 흘렀다고 한다.

 

그렇게 지아는 19년 만에 집으로 돌아왔다.

그런 지아의 집으로 미친 여자가 찾아와 지아를 혜수라고 부르며 공격한다.

그리고 묵진 지역에 대규모 산불이 발생하고, 지아는 자신이 묻은 시체가 드러날 것이 두려워 묵진으로 가서 시체를 해결하고 혜수가 19년 간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확인하기로 한다.

 

혜수의 시간은 끝났다.

그 겁쟁이는 감당 못 할 일을 저질러놓고 숨어버린 것이다.

바늘이 꽂힌 손은 수갑을 채운 죄수처럼 무기력했다.

그건 혜수가 등장해 위기를 해결하거나 살인에 책임을 지는 일이 없을 거란 뜻이기도 했다.

이제는 지아의 차례였다.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 150쪽 -

 

+ 19년 만에 눈을 떴는데, 눈 앞에 시신이 있다면... 정말 놀라고 팔짝 뛸 일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아무리 자신을 괴롭히는 데 재미가 든 혜수라지만 살인이라니...

그리고 19년이나 지났다니...

 

그렇게 혜수의 행적을 찾아나선 지아는 역시나 대단한 혜수의 이야기들을 듣게 된다.

혜수의 행적이 하나둘 밝혀질수록, 혜수가 끔찍한 일을 벌였을지도 모르겠다라는 생각이 슬금슬금 머릿속에 들어찬다.

 

이렇게 지아가 혜수의 행적을 쫓고 확인하는 과정 또한 혜수의 큰 그림 안에서 계획된 일이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자신의 다른 인격이 벌인 일이기에 지아 역시 그 일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어 보였다.

거기다 지아 곁을 따라붙는 사람들로 인해 긴장감은 점점 커지고, 지아 역시 위험한 일을 겪게 되지는 않을까 노심초사하며 책을 읽게 된다.

 

+ 책의 마지막까지 읽고 나서 마침내 모든 진실을 알게 된 후 한참을 멍하니 있었다.

너무나도 당연하지만 과거와 현재는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라는 걸 다시금 깨달았다.

혜수가 한 일들을 옳다라고, 정당하다라고, 너무 잘했다라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상대방의 뻔뻔스러움에는 치가 떨렸다.

 

또 혜수가 19년 동안 돌아오지 않은(지아로 돌아가지 않은) 이유가 드러났을 때는 진짜 울 수 밖에 없었다.

 

사실 마지막에 지아가 혜수의 일을 모두 기억해 낸 과정은 조금 급하게 처리하지 않았나 싶긴 하지만, 전체적으로 이야기가 너무 재미있고 좋았다.

다 읽고난 후 묵직하게 남는 이 여운까지, 모두 좋았다.

 

이제 작가의 전작인 <콘크리트>를 읽어봐야겠다.

그 소설 역시 묵직한 무언가를 줄 듯 해서 기대된다.

 

* 네이버독서카페 리딩투데이로부터 선물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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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유산 - 하 열린책들 세계문학 222
찰스 디킨스 지음, 류경희 옮김 / 열린책들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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핍은 런던을 잠시 지나게 된 에스텔라를 만나 그녀가 머물 리치먼드까지 데려다 준다.

더 아름다워지고 우아하며 훨씬 더 매력적인 모습의 에스텔라에게 핍의 마음은 더욱 기운다.

 

한편, 핍은 점점 돈에 익숙해지면서 사치와 낭비가 심해진다.

핍과 함께 지내는 허버트까지 그 영향을 받고, 그들은 점점 빚이 늘어나는 생활을 이어간다.

 

그리고 누나의 죽음...

누나에게 '손수' 키워진 핍이기에 구박당하고 나쁜 기억들이 많겠지만, 그래도 유일한 핏줄인 누나의 사망은 핍에게 큰 고통을 준다.

 

#

그리고 드디어 핍에게 유산을 물려준 은인의 정체가 밝혀진다.

자신의 예상과는 다른 은인의 모습에 핍은 당황하고 안절부절 못하게 된다.

 

핍의 기분은 어땠을까.

핍으로서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을 그였기에 핍의 혼란도 어느정도 이해는 간다.

 

하지만 그의 은인으로 인해 가난한 대장간 도제였던 핍은 많은 걸 누릴 수 있었고, 유산으로 받은 돈을 조금은 헤프게 막 써댔다.

그런 핍이 은인의 정체를 안 후 현실을 부정하고 싶어하는 건 역시나 철없고 어리석고 한없이 가벼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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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텔라는 핍이 무척이나 싫어하고 경멸하는 사람과 결혼하기로 한다.

핍은 그런 에스텔라에게 자신의 마음과 진심을 가감없이 고백하지만, 에스텔라는 냉담할 뿐이었다.

 

++

핍의 어린 시절부터 시작해서 이제 이야기의 마지막까지 숨가쁘게 달려왔다.

 

부모님을 여의고 누나 밑에서 손수 키워진 핍,

주변 사람들이 전부 그를 함부로 대하고 업신여긴 가운데서도 매형 조만은 그를 진심으로 친구로 대하고 애정으로 지켜봐줬다.

 

핍은 갑작스럽게 누군가로부터 거액의 유산을 상속받게 되어 신사 수업을 받게 되었다.

하지만 그는 외양만 그럴 듯한 신사가 되어갔고, 그와 동시에 자신을 진심으로 아껴주고 사랑해줬던 조와 비디를 약간은 업신여기고 부끄러워하고 무시했다.

 

그리고 그 후 유산으로 방탕한 생활을 이어가던 핍은, 어느날 유산을 준 은인의 정체를 알게 된다.

 

이때까지도 사실 핍은 '진정한' 신사는 아니었다.

그러나 시련과 위험, 사고를 겪으면서 그는 자신을 반성하고 진정한 신사로 거듭난다.

 

++

2권 짜리 고전은 처음이라 사실 걱정을 했는데, 참 재미있고 인상적으로 읽었다.

솔직히 초반에는 건방져지고 변해버린 듯한 핍이 못마땅했다.

독자로서 그의 이야기를 읽으니, 그가 잘못한 행동들이나 잘난체하는 말들이 안타깝기도 하면서 밉살스럽기도 했다.

 

하지만 그런 가운데에서도 핍의 내면의 긍정적 모습이 가끔씩 비춰져서, 핍이 훌륭한 신사로 성장하길 진심으로 바랐다.

 

핍은 유산과 관련한 평범하지 못한 진실을 알게 되고 시련과 위험을 겪으면서 한단계 성장했다.

​그동안 보여준 약간은 철없이 외양의 신사다움에만 신경썼던 핍의 모습은 사라지고 성숙한 진짜 신사 핍이 남았다.

 

그리고 역시나 마음에 많이 남는 사람은 주인공인 핍을 제외한다면, 단연코 '착한 조'다.

누나나 럼플추크 씨 등 성격적으로 평범하지 않은 많은 등장인물 속에서 단연 빛나고 빛났던 조!!!

조는 엇나갈 뻔한 핍이 내면의 성숙을 이루는데 가장 큰 역할을 했을 것이다.

그는 처음부터 끝까지 핍을 애정하고 아꼈다.

 

++

조금씩 고전의 맛을 알아가고 있는 중이다.

고전도 어렵지 않고 재미있구나를 다시금 느꼈다.

 

핍이나 허버트,혹은 웨믹의 말투가 재미있었다.

말을 베베 꼬는 듯 하면서도 재치있는 이들의 티키타카 덕분에 즐겁게 읽을 수 있었다.

더불어 그 시대의 상황들도 잘 녹여져 있어 여러가지를 생각해 볼 수 있었다.

 

당장은 어렵겠지만, 찰스 디킨스의 명작들을 더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 출판사로부터 지원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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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 아더 미세스 - 정유정 작가 강력 추천
메리 쿠비카 지음, 신솔잎 옮김 / 해피북스투유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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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정 작가의 극찬에, 넷플릭스 영화화까지...
올 여름 이 책을 읽어야 할 이유는 많네요.
누구도 믿지 마라, 서늘하고 긴장감 넘치는 스릴러,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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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죽일 수 없었다
잇폰기 도루 지음, 김은모 옮김 / 검은숲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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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코하마, 사이타마, 도쿄 등 수도권에서 발생한 세 건의 살인사건이 현장에 남아있던 담배꽁초의 DNA를 통해 동일범의 소행이라고 밝혀진다.

그러나 동일범의 소행이라고 하더라도 각 사건에 대한 단서가 거의 없어 범인의 정체는 오리무중이었다.

 

한편, 메이저급 신문사인 다이요 신문의 잇폰기 도루 기자에게 어느날 수도권 연쇄살인사건의 범인이라는 자의 편지가 도착한다.

 

그는 자신이 수도권 연쇄살인사건의 진범이며, 스스로를 백신이라고 칭한다.

사람들을 바이러스라 일컬으며 바이러스이기 때문에 특정한 인물이 아니라 무차별적으로 피해자를 골라 죽였다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자신에게 맞는 호적수로 잇폰기 도루를 지명해 자신과 신문 지면에서 논리의 대결을 펼치자고 하며 연쇄살인의 수수께끼를 풀어보라고 한다.

 

그렇게 시작된 잇폰기와 백신의 지면 대결은 사람들의 열광적인 관심을 이끌어내고, 더불어 다이요 신문의 판매부수도 점점 늘어난다.

 

그러던 중 백신은 다음 살인을 예고하며 사람들을 공포에 빠뜨린다.

 

극장형 범죄자의 전형처럼 보이는 백신, 그의 정체는 무엇일까?

그리고 그가 이렇게 사람들을 죽이고, 신문을 통해 자신의 논리를 펼치는 본심은 무엇일까?

 

진실을 보도할 것인가,

단 한 사람의 마음을 지킬 것인가...

- <그래서 죽일 수 없었다> 中 309쪽 -

 

+ 20여년 전 진실을 보도하기 위해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을 짓밟은 결과를 초래한 잇폰기는 요시무라 이사로부터 과거 사건을 내용으로 한 '기자의 통곡'에 대한 기사를 쓰라는 지시를 받는다.

그의 기사는 대중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는다.

그리고 그 후 연쇄살인범 백신으로부터 편지를 받게 된다.

​ 

 

백신이 보낸 편지에 적힌 말들은 사실 구구절절 옳은 말이 많았다.

그의 말이 옳다고 해서 그의 살인 행각이 정당화될 수는 없겠지만, 피해자들은 사회의 바이러스라고 할 정도로 악한 인물들이었다.

백신은 피해자들을 고르지 않고 무작위로 살해했다고 했지만, 기묘하게도 피해자들은 모두 주변 사람들에게 나쁜 평가를 받고 있던 사람들이었던 것이다.

 

인간의 바이러스성은 너희도 이미 목격했잖아.

세 희생자가 보도되고 나서 대중이 뭘 했지?

인터넷 게시판과 SNS 등에서 희생자 주변의 사생활을 폭로했지.

"죽어도 싸다", "사라져서 기뻐하는 사람이 많아", "백신 고마워"라는 반응도 봤다니까.

인터넷에 올라오는 글들은 희생자를 애도하는 내용이 아니었어.

증오하고 비웃는 내용들이었지.

대중도 사건에 편승해 죽은 사람을 멸시하고, 신나게 채찍질했어.

희생자를 해치운 건 나지만 그들의 존엄성을 죽인 건 누굴까.

대중과 나 사이에 얼마나 큰 차이가 있을까.

- 148쪽 -

 

+ 소설 초반엔 신문사의 상황이나 기자로서의 일에 대한 이야기들이 나와서 조금 루즈한 면도 있었지만,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그 부분들도 필요한 부분이었다는 생각도 들었다.

혹시 범인은 이 사람인가, 싶은 사람이 있었고 역시 범인이 맞았다.

하지만 범인의 정체가 궁금하기보다 그의 의도가 더 궁금했다.

그는 왜 이런 범행을 저질렀는가?

그의 삶, 그가 바랐던 가족의 모습, 그리고 그가 범행을 저지른 이유는 안타깝고 가슴 아팠다.

그러나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그는 왜 잇폰기 도루를 지명해서 대결을 펄쳤는가?

범인이 체포되고 모든 반전이 설명된 뒤에도 쉽사리 책장을 덮을 수 없었다.

묵직한 여운이 남았고, 가족의 의미에 대해서도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다.

+ 이 소설은 '아유카와 데쓰야 상'을 놓고 <시인장의 살인>과 끝까지 경합을 벌였던 작품이었다고 한다.

<시인장의 살인>이 워낙 강력한 작품이라 수상의 영광은 누리지 못했지만, 이대로 묻히는 것이 안타까워 심사위원들은 예외를 인정해 우수상으로 선정했다고 한다.

잇폰기 도루가 주인공인 또다른 소설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호기롭던 젊은 시절 실수하고 사랑하는 사람까지 잃은 사람이지만 이제 그 실수와 상처를 딛고 일어섰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그런 그가, 사건 앞에서 끊임없이 고뇌하고 고민할 그가, 또다른 사건을 취재하며 이면의 진실을 찾아내는 모습을 다시 보고싶다는 바람은 욕심일까.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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