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죽일 수 없었다
잇폰기 도루 지음, 김은모 옮김 / 검은숲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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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코하마, 사이타마, 도쿄 등 수도권에서 발생한 세 건의 살인사건이 현장에 남아있던 담배꽁초의 DNA를 통해 동일범의 소행이라고 밝혀진다.

그러나 동일범의 소행이라고 하더라도 각 사건에 대한 단서가 거의 없어 범인의 정체는 오리무중이었다.

 

한편, 메이저급 신문사인 다이요 신문의 잇폰기 도루 기자에게 어느날 수도권 연쇄살인사건의 범인이라는 자의 편지가 도착한다.

 

그는 자신이 수도권 연쇄살인사건의 진범이며, 스스로를 백신이라고 칭한다.

사람들을 바이러스라 일컬으며 바이러스이기 때문에 특정한 인물이 아니라 무차별적으로 피해자를 골라 죽였다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자신에게 맞는 호적수로 잇폰기 도루를 지명해 자신과 신문 지면에서 논리의 대결을 펼치자고 하며 연쇄살인의 수수께끼를 풀어보라고 한다.

 

그렇게 시작된 잇폰기와 백신의 지면 대결은 사람들의 열광적인 관심을 이끌어내고, 더불어 다이요 신문의 판매부수도 점점 늘어난다.

 

그러던 중 백신은 다음 살인을 예고하며 사람들을 공포에 빠뜨린다.

 

극장형 범죄자의 전형처럼 보이는 백신, 그의 정체는 무엇일까?

그리고 그가 이렇게 사람들을 죽이고, 신문을 통해 자신의 논리를 펼치는 본심은 무엇일까?

 

진실을 보도할 것인가,

단 한 사람의 마음을 지킬 것인가...

- <그래서 죽일 수 없었다> 中 309쪽 -

 

+ 20여년 전 진실을 보도하기 위해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을 짓밟은 결과를 초래한 잇폰기는 요시무라 이사로부터 과거 사건을 내용으로 한 '기자의 통곡'에 대한 기사를 쓰라는 지시를 받는다.

그의 기사는 대중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는다.

그리고 그 후 연쇄살인범 백신으로부터 편지를 받게 된다.

​ 

 

백신이 보낸 편지에 적힌 말들은 사실 구구절절 옳은 말이 많았다.

그의 말이 옳다고 해서 그의 살인 행각이 정당화될 수는 없겠지만, 피해자들은 사회의 바이러스라고 할 정도로 악한 인물들이었다.

백신은 피해자들을 고르지 않고 무작위로 살해했다고 했지만, 기묘하게도 피해자들은 모두 주변 사람들에게 나쁜 평가를 받고 있던 사람들이었던 것이다.

 

인간의 바이러스성은 너희도 이미 목격했잖아.

세 희생자가 보도되고 나서 대중이 뭘 했지?

인터넷 게시판과 SNS 등에서 희생자 주변의 사생활을 폭로했지.

"죽어도 싸다", "사라져서 기뻐하는 사람이 많아", "백신 고마워"라는 반응도 봤다니까.

인터넷에 올라오는 글들은 희생자를 애도하는 내용이 아니었어.

증오하고 비웃는 내용들이었지.

대중도 사건에 편승해 죽은 사람을 멸시하고, 신나게 채찍질했어.

희생자를 해치운 건 나지만 그들의 존엄성을 죽인 건 누굴까.

대중과 나 사이에 얼마나 큰 차이가 있을까.

- 148쪽 -

 

+ 소설 초반엔 신문사의 상황이나 기자로서의 일에 대한 이야기들이 나와서 조금 루즈한 면도 있었지만,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그 부분들도 필요한 부분이었다는 생각도 들었다.

혹시 범인은 이 사람인가, 싶은 사람이 있었고 역시 범인이 맞았다.

하지만 범인의 정체가 궁금하기보다 그의 의도가 더 궁금했다.

그는 왜 이런 범행을 저질렀는가?

그의 삶, 그가 바랐던 가족의 모습, 그리고 그가 범행을 저지른 이유는 안타깝고 가슴 아팠다.

그러나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그는 왜 잇폰기 도루를 지명해서 대결을 펄쳤는가?

범인이 체포되고 모든 반전이 설명된 뒤에도 쉽사리 책장을 덮을 수 없었다.

묵직한 여운이 남았고, 가족의 의미에 대해서도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다.

+ 이 소설은 '아유카와 데쓰야 상'을 놓고 <시인장의 살인>과 끝까지 경합을 벌였던 작품이었다고 한다.

<시인장의 살인>이 워낙 강력한 작품이라 수상의 영광은 누리지 못했지만, 이대로 묻히는 것이 안타까워 심사위원들은 예외를 인정해 우수상으로 선정했다고 한다.

잇폰기 도루가 주인공인 또다른 소설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호기롭던 젊은 시절 실수하고 사랑하는 사람까지 잃은 사람이지만 이제 그 실수와 상처를 딛고 일어섰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그런 그가, 사건 앞에서 끊임없이 고뇌하고 고민할 그가, 또다른 사건을 취재하며 이면의 진실을 찾아내는 모습을 다시 보고싶다는 바람은 욕심일까.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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