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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웃는 숙녀 ㅣ 비웃는 숙녀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문지원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0년 3월
평점 :
단 한 사람과의 만남이 인생을 바꾼다. _ p.125
핑크빛 표지 속 진핑크 원피스와 모자를 쓴 여성의 모습이 있다.
챙 넓은 진핑크 모자에 입술마저 진핑크인 그녀, 첫인상부터 무척 강렬한 그녀의 이름은 '가모우 미치루'이다.
둥근 얼굴, 작은 눈, 두툼한 입술, 통자 허리, 굵은 다리.
'노노미야 쿄코'는 자신의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쿄코는 학교에서 같은 반 아이들의 표적이 되어 심한 괴롭힘과 왕따를 당하고 있다.
아이들에 대한 분노와 원망이 가슴 속 깊이 가득 차 있지만, 그것을 해소할 방법은 없었다.
그러던 어느날 이종사촌인 '가모우 미치루'가 같은 학교로 전학을 오고, 너무도 아름답고 완벽한 그녀 앞에 주눅이 든다.
미치루가 어떤 남학생의 고백을 거절한 것을 계기로 여자 아이들은 미치루를 괴롭히고 공격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미치루는 그런 상황에서도 의연했고, 요염한 미소마저 흘린다. 그러던 중 선두에 서서 미치루를 괴롭히던 아이가 치욕적인 일을 당했고 그 현장을 쿄코가 목격한다.
원래 빈혈이 잦았던 쿄코는 수업중 갑자기 쓰러지고 '재생불량성 빈혈' 진단으로 골수이식이 필요해지지만, 가족들은 그와 골수가 일치하지 않았고, 미치루가 골수를 이식해주겠다며 나선다.
골수이식 이후 쿄코는 미치루를 평생의 은인으로 여기며 그녀 곁에 붙어 다니고, 미치루의 곁에 머무는 자신을 향한 질투와 선망의 시선 또한 즐긴다.
그리고 미치루는 그런 쿄코에게 자신의 불행한 모습을 보이고, 쿄코는 '소중한 친구'라는 미치루의 말에 기뻐하며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쳐 미치루를 그 잔혹한 상황에서 구해내겠다고 결심한다.
책 속에는 '가모우 미치루'의 현란하고 교묘한 화술에 넘어가 최악의 짓들을 벌이는 사람들이 나온다.
미치루와 쿄코 외에 남성 중심 회사에서 받는 스트레스를 쇼핑으로 풀다 횡령까지 저지르는 사요, 취업에 실패하고 가업을 돕고 있지만 불만이 가득한 히로키, 허황된 꿈을 꾸며 현실도피중인 무능한 남편에게 스트레스를 받는 요시에가 등장한다.
미치루는 아름다운 외모와 교묘한 화술로 이들의 마음 속 약한 부분을 파고든다. 물론 미치루가 직접적으로 실행명령을 내린 적은 없다. 하지만 그녀는 은밀하게 그들을 꼭두각시처럼 조종하고 마음 속의 실행버튼을 누른다. 그리고 이들은 미치루에 대한 원망 없이 그저 사회나 상대방의 탓을 하며 그녀의 뜻대로 움직인다.
그렇게 그들은 자신의 문제 원인과 분노, 원망을 외부로 돌리며 자신들의 그릇된 행동들을 합리화시킨다.
미치루가 희대의 악녀인 것은 맞지만, 글쎄...
나는 그녀에게 이용당하는 이들이 더 황당하고 이상해보였다.
물론 그들에게는 충분히 힘든 상황들이었다. 그렇지만, 분명 그 상황에서도 다른 여러 선택지가 있었다.
그럼에도 이들은 미치루가 교묘히 이끄는 대로 이끌려 자신의 잘못은 하나도 없다며, 그저 남탓하기 바쁜 면모를 보여준다.
그들에게 미치루와의 만남이 최악의 상황으로 가는 하나의 길이었는지 몰라도, 이미 그들의 마음 안에 잘못된 불씨가 많이 숨어 있었다.
당하는 이들 또한 심정적으로 100퍼센트 이해가 가는 인물들이 아니라는 생각에, 미치루가 과연 최강+최악+희대의 악녀가 맞는가라는 생각에 잠시 빠졌다.
미치루와 관련된 사건이 늘어갈수록, 눈치 빠른 형사들은 그녀의 존재를 눈치챘고, 그녀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며 숨통을 조여오는 듯 했다.
그러나, 역시, 그녀는 희대의 악녀가 맞았다. 음하하하하하.
미치루는 다 계획이 있구나.
아주 계획적인 그녀, 미치루의 다음 행보도 너무 기대된다.
미치루상, 다음에는 어떻게 비웃어 줄 건가요?
++ '옮김이의 말'을 보면, 작가가 이 소설을 구상할 때 '사기꾼들은 나쁜 인간이지만, 그들에게 속은 당사자의 입장에서는 의외로 그렇게 나쁜 존재가 아니지 않았을까. 속는 순간에는 행복하지 않았을까.
그렇다면 악녀란 무엇일까'라는 생각을 했고, 악녀 같지 않은 악녀를 그리고 싶었다고 하네요.
+++ 작가님!!! 그래도 미치루가 그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 주려고 속인 게 아니라, 진짜 그들을 이용하기 위해서 속인 것이니까 나쁜 건 나쁜 겁니다... (이건 내 말!!!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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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 같은 악.
그 정체를 직접 확인하지 못하면 체포해서 처벌할 수도 없다.
그러면 악행은 계속될 것이다.
지금도, 어딘가에서, 누군가에게. (p. 3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