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수기의 전문가들
김한민 지음 / 워크룸프레스(Workroom)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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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있어 보이려는 말을 하지 않았다

느끼지 않은 느낌은 말하지 않았다

기대에 부응하려고 애쓰지도 않았다

아무것도 꾸미지 않았고

있는, 아니 없는 그대로 당당하게 쏘다녔다

최소한의 청결 유지 말고는

물 한 방울 낭비하지 않았다.

(딱히 뿌듯하진 않다)

유일한 처세술은 정직함이었고

그래서 점점 고립되었고

마음과 주머니가 깨끗해졌으나

사람들은 주머니만 알아봤다.

 

침묵이 지루하고 물소리도 거슬린다.

정말 아무것도 없나?

한마디쯤 목청껏 외치고 싶은 말

불러보지 않곤 견딜 수 없는 이름

보고 싶은 얼굴 하나?

 

      있었다면 더 완벽했을까?

 

두고 온 개의 이름을 불러봤다.

너무 나직해서 묻히지 않았다.

 

101쪽

 

 

 

 

조루주 페렉 <잠자는 남자>가 바로 떠올랐다. 포루투갈, 사실 포르투갈이 아니더라도 상관 없는, 비수기의 전문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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