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 살인 - 죽여야 사는 변호사
카르스텐 두세 지음, 박제헌 옮김 / 세계사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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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부터 무언가 남다르다명상 살인이라니처음 제목을 봤을 때는 생각만으로 사람을 죽일 수 있는 초능력자의 이야기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작가의 이력을 보고는 그런 생각이 더욱 굳어졌다. ‘독일 텔레비전 상과 독일 코미디 상을 여러 번 수상한 방송 작가라는 이력이라면 그런 이야기를 쓰는 것쯤이야 아무 일도 아닐 테니까.

 

남다르다는 느낌은 첫 페이지를 읽을 때에도 이어졌다요쉬카 브라이트너의 <추월 차선에서 감속하기 – 명상의 매력>이라는 책에서 인용한 글을 들려준 후 주인공 비요른 디멜의 독백으로 시작하는데 황당하다고 해야 할지기발하다고 해야 할지아무튼 독자의 눈길을 바로 사로잡기에 충분한 문구인 것만은 분명하다.

 

미리 말해두자면나는 결코 난폭한 사람이 아니다오히려 그 반대다일례로 나는 평생 동안 누군가를 때린 적이 없다그리고 마흔두 살이 되어서야 처음으로 살인을 했다현재 업무 환경에 비추어보면 도리어 늦은 감이 있다인정하건데일주일 뒤 여섯 건이 추가되긴 했다(p.9).

 

이 문장만 보면 도대체 뭐하는 사람인가 싶은데 주인공의 직업은 변호사이다이런변호사와 연쇄 살인마말도 안 되는 일은 세상에 없다지만 변호사와 살인마는 무언가 궁합이 잘 맞는 느낌은 아니다조폭 변호사라면 말이 되긴 하겠지만..

 

딸아이와의 여행에 동행한 의뢰인인 조폭 두목그리고 이어지는 살인아내의 권유로 시작한 명상과 살인과의 관계말 그대로 상상하지도 못한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이 계속해서 이어진다유머에 관심이 많다는 작가의 말처럼 소설 곳곳에 포진되어 있는 유머러스한 설정들이 소설의 매력을 더해준다.

 

이 책이 끝이 아니라 2권과 3권이 남아있다는 사실이 안도감이 드는 건 나뿐 만은 아닐 것이다이 책을 읽은 모든 독자들은 나랑 같은 마음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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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시미 이치로의 삶과 죽음 - 나이 듦, 질병, 죽음에 마주하는 여섯 번의 철학 강의
기시미 이치로 지음, 고정아 옮김 / 에쎄이 출판 (SA Publishing Co.)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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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사람임을 인정받는 데 필요한 조건은 없다.”(p.108)

 

기시미 이치로의 <미움받을 용기>가 독자에게 끼친 영향은 수치로 표현할 수는 없지만 상당하지 않았을까 싶다남에게 미움 받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라는 저자의 한 마디에 수많은 이들의 삶에 커다란 변화가 생겼다내 주변에도 그런 일들이 적지 않았다그의 한 마디는 살아있는 자들에게 커다란 힘이 되었다.

 

그의 저서 <기시미 이치로의 삶과 죽음>은 살아있는 자들을 넘어 이제는 세상을 떠난 이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친다삶과 죽음이 서로 단절되지 않고 이어진다는 주장은 저자 이외에도 수많은 철학자들이 이미 우리에게 들려준 이야기라 별반 새로운 주장은 아니라고 말할지도 모른다하지만 사람이 사람으로 인정받는 데에는 별다른 조건이 필요 없다고 말하면서 죽은 이도 하나의 인격적 존재로서 인정받아야 한다는 저자의 주장이 새삼 새롭게 다가온다.

 

저자는 이 책에서 삶과 죽음 그 자체만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NHK 교토 교실에서 개최했던 철학 강좌를 정리하여 엮은 책이라 철학이 무엇인지에 대한 이야기에서부터 시작해 행복의 의미타인과의 관계 등을 차례대로 설명한 후 나이 듦과 질병죽음에 관한 이야기를 펼쳐 놓고마지막으로 여섯 번째 현재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우리의 삶에서 경험하는 현실적인 문제들로 철학적 사고를 끌어내는 저자의 인도에 늘 어렵고 힘들게 느꼈던 철학이 성큼 내 안으로 들어온 느낌이다물론 저자의 말을 100% 이해한 것도 아니고 100% 공감하는 것도 아니기에 머릿속이 여전히 뒤죽박죽인 듯한 느낌도 있지만 저자가 던진 화두들을 하나씩 곱씹어보며 철학의 유익함을 충분히 경험할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저자가 말한 행복의 의미가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가는 이들에게 가장 큰 울림이 되지 않을까 싶다진정한 행복은 생명과도 같기에 결코 벗어던질 수 없다는 말은 행복의 의미를 성공에서만 찾았던 이들에게 그 어떤 도전보다 강하게 다가갈 것이다물론 나에게도 그랬다내 손이 닿지 않는 먼 곳에서만 찾았던 행복이 바로 내 안에 있다는 사실은 있는 그대로의 내 자신을 사랑하게 만드는 가장 강력한 계기가 되었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무한하지 않다그렇기에 유한한 삶에서 이룬 행복으로 죽음을 넘어 사람들과 인격적인 만남을 이어나가는 것만큼 멋진 일이 또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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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의 시간 스토리콜렉터 94
넬레 노이하우스 지음, 전은경 옮김 / 북로드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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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린 시간만큼 매력이 넘치는 소설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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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의 시간 스토리콜렉터 94
넬레 노이하우스 지음, 전은경 옮김 / 북로드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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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 소설이나 미스터리 소설을 좋아해서 자주 읽는 편인데 주로 일본이나 미국 소설들을 많이 읽었다그러다 다른 나라 작품들에도 눈을 돌리기 시작한 계기가 된 작품이 있는데 넬레 노이하우스의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이었다작품의 제목이 특이해서 별다른 생각 없이 읽었는데 이후 그녀의 모든 작품을 하나씩 섭렵하기 시작했다그만큼 매력적인 작품이었다그녀의 작품을 읽은 이후로 독일소설뿐 아니라 북유럽 작가들의 작품까지 두루두루 읽었다.

 

넬레 노이하우스 작품들 중 가장 유명한 작품들은 타우누스 시리즈이지만 그에 못지않게 많은 이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은 작품들로 <여름을 삼킨 소녀>, <끝나지 않은 여름>으로 이어지는 셰리든 그랜트 시리즈가 있는데 이번에 마지막 3부 <폭풍의 시간>이 출간되었다.

 

작가가 가장 사랑하는 주인공이라고 밝힌 셰리든은 나이에 걸맞지 않게 인생의 온갖 굴곡을 경험하는 21살의 여성이다. 21살이라고 하면 그저 어린아이처럼 느껴지지만 소설 속 그녀는 결코 그렇지 않다그 어떤 이들보다 강하게 삶의 여파를 헤쳐 나가는 인물이다.

 

수많은 역경을 경험하고도 여전히 어리숙한 모습에 안타까우면서도 삶이란 게 원래 그렇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셰리든이 과거의 사건들과 그에 이어지는 또 다른 사건들로 시련을 거듭하며 성장하면서도 쉽게 시련 속으로 빠져들 듯이 사람들은 저마다 힘든 일을 겪고도 여전히 비슷한 어려움을 반복해서 겪곤 한다.

 

셰리든의 성장 과정과 그 속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사건들이 작가의 손길을 거치며 그녀만의 멋진 소설로 태어났다강렬하면서도 섬세하고아프면서도 강해지고무너져 내린 듯하면서도 어느새 다시 당당하게 세상을 향해 꿋꿋이 서있는 셰리든의 모습에서 나의 모습을 다져본다폭풍의 시간은 어느 순간 지나간다고 속삭이면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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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만의 시간을 탐닉하다 - 때로는 노골적이고 때로는 기쁜
프란체스카 스펙터 지음, 김나연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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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상황에서 본업으로 하던 일은 더 이상 이어나갈 수가 없어서 잠시 휴업하고 부업 위주로 일을 하다 보니 재택 근무하는 날이 대부분이라 본의 아니게 혼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다혼자 있는 상황에 익숙하지 않은 나에게 집에서 혼자 하는 일은 무척 낯설기만 했다누군가는 혼자만의 시간이 그 어떤 것보다 기쁘고 즐겁지 않냐고 말하지만 누군가에게는 혼자 있게 된 시간들이 그저 불편하기만 할뿐이다혼자서 보내는 시간은 각 사람들에게 어떤 의미인 걸까?

 

영국에서 저널리스트로 활동하는 프란체스카 스펙터는 <혼자만의 시간을 탐닉하다>에서 혼자만의 시간다른 말로 고독이 주는 기쁨을 설파한다저자가 말하는 고독의 즐거움은 얼마 전에 읽은 <광야창조의 시간>이라는 책에서 말하는 내용과 유사하다물론 <광야창조의 시간>은 종교적인 관점에서 홀로 보내는 시간을 얘기하고 있기에 근본적으로 다르기는 하지만 홀로 보내는 시간을 통해 자신의 내면 깊은 곳을 들여다보는 즐거움이 무엇인지를 알려준다는 점에서는 상당히 비슷하다.

 

결혼하기 전 혼자서 보냈던 시간을 돌아보며 저자의 말에 공감했다그때는 한참 젊은 나이라 집에 들어와 혼자 있는 시간이 못 견디게 힘들었다집에 들어와서도 어떻게 해서든지 밖으로 다시 나가 누군가를 만나겠다는 압박감에 전화기를 들고 수없이 많은 이들에게 전화를 하곤 했다그렇게 수많은 사람들과의 시간을 위해 정말 소중한 나만의 시간은 소리 없이 흐르는 순간들 속에 값없이 떠나보내곤 했다.

 

결혼을 하고 아이가 태어나면서 혼자만의 시간은 점점 꿈이 되어갔다그렇게 지쳐가는 순간들이 쌓였을 때 아내와 나는 서로에게 자신을 위한 시간을 주기로 결정했다길지 않은 시간이지만 그 시간이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지금은 아내와 나 모두 그 시간들에 깊이 감사한다자신을 찾는 시간은 달리 말하면 다른 이들과 함께 하기 위한 충전의 시간이기도 하니까 말이다.

 

세상에서 자신을 가장 잘 아는 사람도 자기 자신이지만 세상에서 자신을 모르는 사람도 자기 자신이다분명한 건 자신에 대해 제대로 알지도 못한 채 하루하루를 보내는 삶은 결코 행복할 수 없다는 점이다그렇기에 자신의 행복을 위해또한 함께 하는 모든 이들의 행복을 위해 지금 바로 혼자만의 시간을 탐닉해 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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