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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만의 시간을 탐닉하다 - 때로는 노골적이고 때로는 기쁜
프란체스카 스펙터 지음, 김나연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1년 6월
평점 :
코로나19 상황에서 본업으로 하던 일은 더 이상 이어나갈 수가 없어서 잠시 휴업하고 부업 위주로 일을 하다 보니 재택 근무하는 날이 대부분이라 본의 아니게 혼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다. 혼자 있는 상황에 익숙하지 않은 나에게 집에서 혼자 하는 일은 무척 낯설기만 했다. 누군가는 혼자만의 시간이 그 어떤 것보다 기쁘고 즐겁지 않냐고 말하지만 누군가에게는 혼자 있게 된 시간들이 그저 불편하기만 할뿐이다. 혼자서 보내는 시간은 각 사람들에게 어떤 의미인 걸까?
영국에서 저널리스트로 활동하는 프란체스카 스펙터는 <혼자만의 시간을 탐닉하다>에서 혼자만의 시간, 다른 말로 고독이 주는 기쁨을 설파한다. 저자가 말하는 고독의 즐거움은 얼마 전에 읽은 <광야, 창조의 시간>이라는 책에서 말하는 내용과 유사하다. 물론 <광야, 창조의 시간>은 종교적인 관점에서 홀로 보내는 시간을 얘기하고 있기에 근본적으로 다르기는 하지만 홀로 보내는 시간을 통해 자신의 내면 깊은 곳을 들여다보는 즐거움이 무엇인지를 알려준다는 점에서는 상당히 비슷하다.
결혼하기 전 혼자서 보냈던 시간을 돌아보며 저자의 말에 공감했다. 그때는 한참 젊은 나이라 집에 들어와 혼자 있는 시간이 못 견디게 힘들었다. 집에 들어와서도 어떻게 해서든지 밖으로 다시 나가 누군가를 만나겠다는 압박감에 전화기를 들고 수없이 많은 이들에게 전화를 하곤 했다. 그렇게 수많은 사람들과의 시간을 위해 정말 소중한 나만의 시간은 소리 없이 흐르는 순간들 속에 값없이 떠나보내곤 했다.
결혼을 하고 아이가 태어나면서 혼자만의 시간은 점점 꿈이 되어갔다. 그렇게 지쳐가는 순간들이 쌓였을 때 아내와 나는 서로에게 자신을 위한 시간을 주기로 결정했다. 길지 않은 시간이지만 그 시간이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지금은 아내와 나 모두 그 시간들에 깊이 감사한다. 자신을 찾는 시간은 달리 말하면 다른 이들과 함께 하기 위한 충전의 시간이기도 하니까 말이다.
세상에서 자신을 가장 잘 아는 사람도 자기 자신이지만 세상에서 자신을 모르는 사람도 자기 자신이다. 분명한 건 자신에 대해 제대로 알지도 못한 채 하루하루를 보내는 삶은 결코 행복할 수 없다는 점이다. 그렇기에 자신의 행복을 위해, 또한 함께 하는 모든 이들의 행복을 위해 지금 바로 혼자만의 시간을 탐닉해 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