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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블 인 헤븐
가와이 간지 지음, 이규원 옮김 / 작가정신 / 2016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친한 지인의 남편이 도박에 빠져 가정도 내팽개치고 회사도 그만둔 채 미쳐 지낸다는 얘기를 들었다. 처음에는 이해하기가 쉽지 않았다. 가끔씩 친한 친구들이나 가족끼리 재미로 포커나 고스톱을 친 적도 있고 재미삼아 정선 카지노도 가본 적이 있지만 모든 것을 내팽개칠 정도로 도박이 무서운 질병이라고 생각한 적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1년도 넘는 시간 동안 헤어 나오지 못하는 이를 보고는 도박은 가볍게 생각할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중병으로 생각하고 집중적으로 치료해야할 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와이 간지는 소설 <데빌 인 헤븐>에서 도박에 얽힌 이권들과 이를 지키기 위해 살인도 서슴지 않는 이들에 대한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놀라운 사실은 카지노의 이권에 눈독을 들인 이들이 우리의 생각처럼 야쿠자로 알려진 조직 폭력배만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물론 소설 속 이야기일지도 모르지만 카지노의 이권에 관여한 이들에는 소비자금융, 보험 회사, 카지노, 도쿄 도, 그리고 국가가 있었다.
이 무슨 말인가? 국가가 카지노 이권에 빠져 있다니. 작가는 국가가 카지노 사업에 개입하게 된 이유를 외화 벌이와 개인, 특히 노인층의 자산을 약탈하기 위한 것으로 설명한다. 소설 속 이야기라고 그냥 지나치기에는 무언가 가슴 한 쪽이 영 찜찜하다.
오늘 본 신문 기사 때문이다. 1조원이 넘는 수익을 올린 정선 카지노, 하지만 도박 중독에 빠진 이들에 대한 조치는 전혀 없는 이권 조직. 과연 이들의 이면에도 소설 속 조직들처럼 자신들의 이권을 위해 서로 연합한 이들이 있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이 가시질 않는다.
국민을 보호해야 할 국가가 오히려 국민의 자산을 빼앗기 위해 거짓을 일삼고, 결코 그 누구에게도 천국이 될 수 없는 곳을 천국으로 속인다면 과연 국민은 무엇을 믿고 이 땅에서의 삶을 이어나갈 수 있을까?
과거의 이야기와 현재(2023년)의 이야기를 오고가면서 얽히고설킨 실타래를 풀어나가는 과정이 상당히 흥미롭다. 빼앗긴 자의 이야기, 정상에 올랐지만 부모의 갑작스런 죽음에 얽힌 사건을 풀어야하는 자의 이야기, 동료를 잃고 복수를 다짐하는 상실자의 이야기, 노인의 사체에서 발견한 검은 천사가 그려진 카드에 대해 의문을 품은 채 새로운 경찰서로 발령을 받은 후 고참 형사가 살해되는 사건으로 더 깊은 곳까지 파헤치게 된 자의 이야기가 이어지면서 책을 손에서 놓을 수 없게 한다.
과연 천국에 있는 악마는 누구인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