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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 치미교 1960
문병욱 지음 / 리오북스 / 2016년 1월
평점 :
사람들이 사이비 종교에 빠져드는 이유를 이해하기 쉽지 않았다. 어느 정도의 사고력만 있으면 논리적으로, 이성적으로 충분히 잘못된 것을 판단할 수 있기에 사이비 교주가 말하는 감언이설에 빠져들지 않으리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1930년대 우리나라를 뒤흔든 백백교 사건을 모티브로 한 이 소설을 읽으면 사람들이 사이비 종교에 빠져드는 이유를 알 수 있다. 사이비 종교의 교주와 그를 보필하는 이들이 얼마나 치밀하게 사람들을 세뇌시키고 감시하는지를 알면 빠져들지 않는 게 오히려 이상하게 느껴질 정도다.
친일파였던 아버지 순국으로 인해 어렸을 때부터 일본에서 공부하고 일본군 군인이 된 해용은 735부대 장교로 근무하며 다양한 생체실험에 참여한다. 그러다 일본이 전쟁에서 패하고 전범이 된 해용은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일본을 빠져나와 고향으로 돌아온다.
고향에서 만난 장성민의 도움으로 이전의 모습을 버리고 새롭게 살아가려던 해용은 우연치 않게 자신의 과거가 드러나자 고향을 떠나 초우리라는 마을에 들어가 정착하게 된다. 이곳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일본군에 있을 때 배운 의학지식으로 마을 사람들을 돌보면서 해용은 점차 내면에서 꿈틀대는 욕망에 빠져 사람들을 지배하고 다스리고자 한다. 해용은 자신을 보좌하는 만규, 성훈, 정혜와 함께 자신만의 교리를 세워 사람들을 미혹하기 시작하는데...
참 무섭다. 사이비 종교라는 게.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사람 목숨은 파리처럼 여기지도 않는다. 사람들을 착취하는 걸 당연시 한다. 자신들을 부정하는 이를 끝까지 쫓아가 살해하고 세상을 뒤흔들기 위해 말도 안 되는 범죄를 저지르기도 한다.
섬뜩한 기분에 온 몸이 오싹해졌다. 지금도 이렇게 사이비 종교에 빠진 이들이 있을 테고, 그들도 역시 소설에 묘사된 이들처럼 자신이 세뇌되었다는 것조차 모른 채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치고 있을 것이란 생각에 말이다.
흥미진진한 전개에 손에 땀을 쥐며 읽었다. 다만 교정이 제대로 안 된 것인지 오타가 적지 않아 책 읽는 흐름을 방해한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