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지도 - 크게 생각할 줄 아는 어린 철학자들의
제마 엘윈 해리스 엮음, 김희정 옮김 / 레디투다이브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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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아이들을 위한 책이지만, 어른이 읽어도특히 과학이나 철학에 거부감이 있는 어른이 읽어도아주 쉽게 읽힌다.

 

이 책에 담긴 94개의 질문은 누구나 한 번쯤은 생각해 봤을 법한 것들이지만, 정작 그 누구도 제대로 답해 주지 않았던 질문들이다. 어린 시절 품었다가 흘려보냈던 질문을 다시 꺼내어 바라보는 경험 자체가 이 책의 첫 번째 장점이다.

 

두 번째 장점은 질문을 질문구조로 정리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질문과 답이 명확히 짝지어지면 생각은 거기서 멈추기 쉽다. 그런데 이 책은 어떤 질문에는 답을 건네고, 어떤 질문에는 답을 일부러 남겨 두거나, 아예 다른 방향으로 흘려보낸다. 그 과정에서 질문은 닫히지 않고 오히려 더 커진다. 이 책의 묘미는 바로 그 지점에 있다.

 

요즘은 GPT 시대라, 이런 질문을 입력하면 설명은 아주 잘 나온다. 하지만 설명이 상상력을 대신해 주지는 않는다. (물론 GPT도 쓰는 사람에 따라 달라진다. 그래서 이 문제에 대한 확답은 어딘가 있을지 모를 ‘GPT 전문가가 해주면 좋겠다. 솔직히 그런 사람이 정말 존재할지는 모르겠지만. GPT는 계속 바뀌고, 어제의 전문가는 오늘의 전문가가 아니니까.)

예를 들어 외계인은 존재할까?”라는 질문을 보자마자 나는 바로 그 페이지를 펼쳤다.

뭐라고 쓰여 있었을 것 같아?캬캬캬.

나는 읽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 정도로 충분했다.

-또 민달팽이는 왜 집이 없나요?

이런 질문에 주먹이 쥐어지는 건 왜 그럴까??

-벌은 벌에 쏘이나요?

 

이런 질문들이 너무도 당연하거나, 단 한번도 생각해 보지 못한 질문들이 때론 뭐지?”때론 우와라는 감탄사를 불러일으킨다.

대답은 더 가관이다. 캬캬캬

결고 가려운 곳을 긁어주지 않을때도 있으니 주의!! 캬캬캬

 

지식 습득이 목적이라면 이 책과는 잠시 거리를 두어도 된다.

하지만 지식뿐 아니라 상상력과 창의력까지 함께 챙기고 싶다면, 이 책은 아이와 어른이 함께 읽기에 꽤 좋은 선택이다. 답을 주기보다 질문을 남기는 책을, 가끔은 그런 태도를 잃지 않기 위해 읽어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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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언제라도 너의 편이다 - 가난한 이웃을 치료하는 의사가 배운 인생의 의미
최영아 지음 / 빛의서가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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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줄평) F에 의한, F를 위한, F의 책

이 책은 한 의사가 자신의 환자를 돌본 이야기를 기록한 에세이다.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느끼게 된다. 이 의사는 참 성실하고, 아마도 흔하지 않은 유형의 의사일 것이다. 환자를 바라보는 시선에도 진심이 묻어난다. 다만 그 진심이 책 전체에 아주 촘촘하게 배치되어 있어, 독자가 그 사실을 잠시라도 잊을 틈은 거의 없다.


등장하는 환자들 역시 모두 쉽지 않은 사연을 가지고 있다. 상황은 반복해서 어렵고, 감정은 계속해서 무겁다. 나는 이 이야기들을 따라가며 공감하려 애썼다. 작가의 시선에 동의해 보기도 하고, 환자의 입장에 서 보려고도 했다. 그런데 읽다 보니 공감보다는 묘한 피로가 먼저 쌓였다. 위로를 받기보다는, 위로를 받아야 할 것 같은 분위기 속에 오래 머무는 기분이었다.


사건은 제시되지만, 그것이 어떻게 독자의 사유로 이어지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힘들었고, 흔들렸고, 성찰했다는 고백은 반복되지만, 그 감정이 어디로 향하는지는 끝내 제시되지 않는다. 인문 에세이라는 분류가 붙어 있었지만, 내가 기대했던 질문이나 해석은 좀처럼 등장하지 않았다. 대신 하루의 감정들이 차례로 기록된다. 매우 성실하게 정리된 기록이라는 인상은 남았다.


책 전반에는 ‘의사는 결국 감당해야 한다’는 전제가 조용히 흐른다. 의사는 무너질 수 있지만, 다시 의사로 돌아와야 한다는 태도다. 읽다 보니 이 전제가 오늘의 독자에게 얼마나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질 수 있을지는 조금 궁금해졌다. 어느 순간에는 위로를 받지 못하는 쪽이 오히려 미안해지는 기분도 들었다.


이 책을 덮고 난 뒤, 나는 박완서의 글을 다시 읽었다. 질문이 남는 글이 필요해서였다. 그리고 동시에, 이런 성찰의 태도가 더 많은 의사들에게 공유되기를 바라는 마음도 들었다. 다만 그 성찰이 읽는 사람에게까지 자연스럽게 건네졌는지는 확신하기 어렵다.


읽다 잠시 졸기도 했다. 마음이 편안해져서라기보다는, 생각이 멈춰 있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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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긴 잠이여
하라 료 지음, 권일영 옮김 / 비채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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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밤이라고 하면 대개 화려한 네온사인 같은 빛을 떠오르지만, 이 소설에서의 밤은 빛을 집어삼킨 쪽에 가깝게 느껴졌다. 겉으로는 오래된 사건을 파헤치는 탐정물로 분명 범죄와 증언과 증거가 보인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이상하게도 사건보다 사람이 더 눈에 밟혔다. 누구의 잘못인가보다, 누가 어떻게 살아남았는지를 찾기 위해 책장을 넘겼다. 진실보다 무거운 건 말해지지 않은 말, 피식 웃고 넘긴 장면,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내리던 커튼 같은 것들. 줄거리보다 감정과 죄책감이 잠잠해졌다가 다시 올라오고, 사라졌다가 다시 스며드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서사보다 정서의 잔향을 따라 읽는 소설이다.

 

이 소설이 특히 집요한 건, 사람은 사건을 말할 때보다 말하지 않을 때 훨씬 많은 걸 드러낸다는 걸 알고 있다는 점이다. 모르는 척 넘어갈 때, 알면서 외면할 때, 미안하다고 하지도 용서하지도 않은 채 다음 날을 맞이하는 순간들. 그 공백을 느끼게 된다.

 

작가는 인간이 버티는 방식을 너무 잘 아는 작가인 듯 하다. 붙잡고 사는 것도 버티는 거고, 잊어버리는 척 사는 것도 버티는 거고, 그냥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도 버티는 방식일 때가 있다. 그래서 말이 적어서 담백한 게 아니라, 말이 적어서 더욱 묵직하게 와닿았다.

 

사와자키 탐정은 그런 인간의 어둠을 기어이 보고 마는 사람이다. 대단한 정의감도 없고 영웅적인 사명감도 없을 것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외면하지 못했다. 진실을 밝혀도 아무도 구원되지 않을 수 있다는 걸 알면서도 멈추지 못한다. 이미 알고 있는 비극을 향해 걸어가는 인간. 그래서 이 작품에서 해결은 종지부가 아니라 또 다른 침묵이 길게 늘어뜨려진다.

 

그렇게도 아팠다는 걸 알았으니, 이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라는 질문까지.

 

그리고 이 소설의 바깥 표면에는 범죄가 있지만, 속에는 시간이 들어 있다. 과거는 끝났는데, 이상하게 현재는 그 과거를 계속 살게 되었다. 오래 전에 끝난 사건이 지금도 누군가의 삶을 바꾸고, 어떤 사람은 파멸하고, 어떤 사람은 해방되고, 어떤 사람은 아무것도 얻지 못했다. 진실이 문제를 끝내지 않았고, 진실을 안 이후의 삶이 더욱 문제였다. 그리고 소설은 마지막 순간까지 그 질문을 독자에게 내던진다. 진짜 내던지는 느낌이다. 받던지 말던지. 무심하게.

 

그래서 이 책을 덮고 나면 마음이 이상하게 정리되지 않은 슬픔과 감동이 있다.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그런... 묘한....

체념이라고 해야하나....

상처위에 삶은 계속되고, 잊지도 못하고 사람들은 계속 살아갈 수밖에 없다. 이게 삶의 잔인성같다. 따뜻하지 않은 작품이지만, 그것이 훨씬 더 인간적이었다.

처음에는 한국어 제목 안녕, 긴 잠이여를 그냥 예쁘게 다듬은 문학적 표현이라고 생각했다. 다 읽고 나니 제목이 원제보다 더 잘 맞는다. 소설 속 어떤 사람들은 너무 긴 꿈속에 갇혀 있고, 어떤 사람들은 차라리 깨어나지 않으려 하고, 어떤 사람들은 깰 용기가 없어서 잠든 척 살아간다.

 

그래서 이 제목의 인사는 단순히 깨어난다가 아니라, “깨어나야만 한다는 걸 안 순간에 보내는, 씁쓸한 작별 인사에 가깝다. 각성을 하고 싶지 않은게 각성하는...

깨어났다고 해서 행복이 오지 않으니깐.

그런데도 사람은 깨어난다. 살아야 하니까.

 

결국 이 소설은 사건을 이야기하면서 사람을 남긴다. 그리고 그 사람들이 각자의 상처를 견디며 살아가는 방식이다. 많은 추리소설이 누가 그랬는가를 묻는다면, 이 소설은 끝까지 그렇게 살아가는 게 어떤 기분인가를 묻는 듯하다.

 

뾰족하게 남는건 없는데 뭉근하게 마음을 뻐근하게 하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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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 매일 공부의 힘 - 학년이 올라갈수록 성적이 오르는 아이들의 비밀 이은경 초등 공부 마스터 클래스 1
이은경 지음 / 서교책방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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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 시기의 공부를 이야기할 때 우리는 보통 “언제 성적을 올릴 수 있을까”를 먼저 떠올린다. 그러나 이 책은 방향을 완전히 다르게 잡는다. 성적을 빠르게 끌어올리는 아이보다, 매일 조금씩 공부하는 아이가 결국 더 멀리 간다는 사실을 꾸준히 보여준다.


저자는 15년 이상 아이들을 가르치며 얻은 경험을 바탕으로, 작은 공부가 매일 이어질 때 아이가 “공부가 삶 안에 있는 사람”으로 자란다고 말한다. 하루 한 시간의 벼락공부보다 매일 15분의 꾸준함이 더 강력하다는 메시지는 원론적인 주장에 머물지 않고, 실제 사례와 과목별 실천 팁을 통해 설득력 있게 펼쳐진다.


국어, 수학, 영어, 사회, 과학까지 “어떻게 시작하고, 어떻게 이어가게 할 것인가”라는 부모의 현실적인 고민을 정확히 짚어주는 점도 돋보인다. 무엇보다 마음에 남는 문장은 이것이다.


“아이를 비교하거나 몰아붙이지 말고, 아이가 스스로 공부하는 사람이 되도록 돕는 것.”


공부를 성취의 도구가 아니라 일상의 루틴으로 자리 잡게 하려는 책이다.


그래서인지 책 전체에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단어는

지속, 습관, 반복, 스스로, 자기주도, 자신의 속도 등이다. 


이 책은 방법을 제안할 뿐, 강요하지 않는다. 아무리 읽어도 압박감이나 불안감을 강요하지 않는다. 초등 교사라는 저자의 경험 덕분인지, 독자의 감정을 다독이며 방향을 제시해 준다.

가려운 부분을 정확히 긁어주는 느낌이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다소 이상적이라는 점이다. 

물론 그 이상이 맞다. 그리고 실천해야 한다.


하지만 5살부터 의대를 준비하고, 초등 6학년이면 고등 수학 선행을 마치는 사례가 흔한 현실 속에서 “정말 이렇게 해도 되나?” 하는 불안이 고개를 드는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나는 이 작가의 주장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보여지는 성취가 중요한 시기이기도 하지만, 초등 시기는 아이의 내면을 채우는 시기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아이가 자신의 속도로, 자신만의 방법을 찾도록 부모가 곁에서 도울 수 있게 안내한다. 현실의 정답은 아닐지 모르지만, 정답이 아니기 때문에 오히려 더 신뢰가 간다.


둘째 아이가 어느새 초등학교 4학년이 되었다.

나는 여러 방법을 제안하고, 아이에게 맞는 방식을 찾도록 돕는다.

강요는 하지 않는다. 내가.......강요하면 괜찮겠어??? 캬캬캬 슬퍼질 것이다. 누군가가. ^^;;


묻는다면 답해 준다. 설명은 개념을 기반으로 한다.

진짜 공부는 스스로 하는 것이다.

단연코 말할수 있다. 

내가 공부를 되게 많이 해봤는데... 진짜 공부는 스스로 하는 거다. 


누가 시키는 순간 어딘가 뒤틀린다.

말을 물가로 데려갈 수는 있어도, 억지로 물을 먹일 수 없다.

억지로 먹인 물이 좋은 결말을 낳지 못하듯, 공부도 마찬가지다.

부작용은 결국 아이의 삶에도, 우리의 삶에도 좋은 풍경을 만들지 못할 것이다.


이 책은 아이 공부에 대해 누군가에게 묻고 싶을 때, 나는 이 책을 다시 펼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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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자의 마음 공부 - 소란과 번뇌를 다스려줄 2500년 도덕경의 문장들
장석주 지음 / 윌마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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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서평단으로써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고 주관적으로 작성된 것입니다.

 

노자의 마음공부는 도덕경 81장 중 34장을 선별해 지금의 삶에 유용한 마음의 태도로 해석한 책이다. 의도만 보면 반갑다. 도덕경은 어려운 고전이고, 시대가 달라졌으니 새롭게 읽을 여지가 있다. 아쉬운 점은 이 책의 시도가 해석을 겸손하게 열어두는 방식이 아니라 해석을 정답처럼 고정하는 방식으로 느껴졌다는 점이다.

 

도덕경이 아름다운 이유는 모호함에 있다.

단정하지 않고, 결론을 내리지 않고, 독자가 스스로 헤아리게 만든다.

따라서 같은 구절도 삶의 시기·상황·내적 상태에 따라 전혀 다르게 비친다.

그런데 이 책에서는 그 모호함이 크게 줄어든다.

구절을 제시하고, 이어서 저자의 해석과 조언이 상당히 명시적으로 이어진다.

독자가 사유하는 공간보다 저자의 관점 안으로 들어가야 하는 느낌이 강했다.

 

노자는 억지로 하지 말라고 말했는데

이 책은 그렇게 살아야 한다고 가르치는 순간들이 있다.

 

특히, 마음·관계·삶의 태도에 대한 저자의 조언이 늘 일정한 방향을 가리킨다.

비우고, 놓고, 무위로, 부드러움으로.

철학적 관점이 아니라 생활 지침처럼 정리될 때,

도덕경 특유의 열린 감각이 오히려 닫혀버린다.

 

도덕경의 여백을 사랑하는 독자에게는

그 여백을 해석의 말들로 가득 채우는 방식이 조금 답답하게 느껴질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의 분명한 가치가 있다.

도덕경을 처음 접하는 사람에게는

난해한 문장이 삶에 연결된 언어로 다가온다.

고전 해석이 아니라 심리·관계·의 맥락으로 풀어낸다는 점은

현대 독자에게 실용적이다.

특히 철학서를 실용서처럼 풀어냈기 때문에 실제 자기계발서처럼 읽힐수도 있을 것이다.

 

, 34장만 집중적으로 다루기 때문에 도덕경의 가장 실용적이고 가장 익숙한 부분을 체험할 수 있다.

, 도덕경 입문서로는 꽤 친절한 책이다.

다만 도덕경을 이미 마음으로 읽은 독자,

해석의 열림과 여백을 사랑하는 독자에게는

저자의 관점이 지나치게 선 굵게 배어 있어

마음을 안내한다기보다 마음을 지도하려 한다는 느낌이 들 수 있다.

 

🙋‍♀️ 이런 분에게 추천해요.

고전이 어려워서 쉽게 접하고 싶은 사람

도덕경을 심리·삶의 태도관점으로 읽고 싶은 사람

마음을 돌보는 실용적 메시지를 원할 때

 

🙅 이런 분에게는 비추입니다.

도덕경의 여백·모호함·자유로운 사유를 사랑하는 사람

해석을 강요받는 느낌이 싫은 독자

고전의 감각을 그대로 느끼고 싶은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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