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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로니카의 아이들
미치 앨봄 지음, 장성주 옮김 / 윌북 / 2025년 6월
평점 :
페이지 - 책 안쪽
화자 – 진실(true)
시대배경 – 나치 시대의 독일
주인공-니코 크리스피스, 우도 그라프, 세바스티안 크리스피스, 파니 나미아스 크리스피스
의인화된 3인칭 전지적 작가?
전쟁은 언제나 남자들의 이야기처럼 들린다. 병사의 충성, 형제의 갈등, 소년의 배신. 진실이라는 화자를 내세우고 있지만, 결국 ... 이라는 생각을 했는데, 그건 초반이다.
이 책은 반드시 마지막장까지 끝까지 읽어야 하는 책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강추다.
소설의 주인공이 ‘니코’라고 생각했다. 나중에는 ‘세바’인가? 했고, 좀 더 지나서는 4명이 모두 주인공인가 싶었지만, 이 책은 <살로니카의 아이들>이라 우도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원제는 『The Little Liar(2023)』 직역하면 <작은 거짓말쟁이>인데, 그럼 ‘니코’가 맞다. 그런데 이 책의 마지막 페이지까지 읽고 나니 ‘파니’가 이 소설의 뼈대를 이루는 것을 알았다.
세바스티안의 아내이자,
니코의 연인이며,
우도 그라프의 마지막 순간을 지켜본 심판자.
파니.
그녀는 한 번도 목소리를 높이지 않았지만, 이 이야기의 진정한 주인공은 그녀였다.
파니는 처음엔 피해자였다. 남편은 나치 절멸에 몸을 던지고, 마음을 나눴다 생각했던 이는 천하의 몹쓸 거짓말을 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아무 말도 하지 않았기에 수백 명이 죽어야 했다. 파니는 그 현장을 목격했고, 기차에 올라탔으며, 세바에 의해 기차에서 떠밀렸다. 그녀는 울지도, 비명을 지르지도 않았다. 그저, 살아남았다.
그 후 파니는 침묵자였다.
니코를 알아보았지만, 니코도 파니도 결코 서로를 알은채 하지 않았다. 마지막 키스가 서로를 들어내자 니코는 떠났고, 속죄하듯 파니의 눈앞에서 눈을 감았다.
니코는 속죄하지 않고 파니를 마주할수 없었고, 파니는 자신의 언어로 니코의 죄를 덜어낼수 없다는 것을 안 것이다. 그들의 침묵은 사랑이자, 기만이었다.
마지막에, 파니는 심판자가 되었다. 종전 후, 우도 그라프는 살아남았고, 사람들은 그를 그냥 지나쳤다. 법도 정의도, 그에게 손을 대지 못했다. 그때, 파니는 자신의 손으로 그를 없앤다. 그가 자신의 나라 언어로 평온하게 스스로를 변론하기 3km 전.
과연 그건 복수였을까?
우도가 탄 죽음의 열차에서 파니의 목소리는 없다. 모든 과정에서 파니는 목소리를 내지 않았고, 그것은 복수의 윤리를 초월한 것이다.
진실은 모든 것을 알 수 있다고 믿는다. 하지만 파니는 진실이 감히 가늠할 수 없는 인간의 깊이, 감정의 복잡함, 윤리의 모순을 품은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진실조차 침묵하게 만드는 유일한 존재였다.
세상에는 두 종류의 진실이 있다. 말해지는 진실과, 끝내 말할 수 없는 진실.
파니는 후자의 진실을 품고 끝까지 걸어간 사람이다. 그녀는 침묵했고, 그 침묵은 누군가를 살렸고, 누군가를 무너뜨렸으며, 결국 한 세계의 균형을 지켜냈다.
그리고
나는 그 침묵 앞에서,
내 안의 모든 언어가 멎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