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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로의 살아있는 생각 ㅣ 라 클래시크 시리즈
헨리 데이비드 소로.시어도어 드라이저 지음, 김은영 옮김 / 윌마 / 2026년 2월
평점 :
이 책의 원제 <The Living Thoughts of Thoreau>은 1939년에 시어도어 드라이저가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작품들에서 발췌서 엮은 책이다.
지은이 – Henry David Thoreau
엮은이 - Theodore Dreiser
옮긴이 – 김은영
예전에 읽은 <헤르만 헤세>의 비슷한 작품을 본적이 있다. 그 책을 보면서 헤세의 또 다른 작품들에 관심이 갔을 뿐 아니라, 헤세 자체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하는 시간이었다.
이 책을 펼치면, 한 사람이 툭툭 말을 걸어온다. 그러나 그 목소리는 숲 속에서 나뭇잎이 스치는 소리처럼, 조용하고 담담한 목소리다. 그 목소리는 서두르지 않는다. 무엇을 가르치려 애쓰지도 않는다. 다만 한 인간이 세상을 바라보며 오래 생각한 것들을, 천천히 건네줄 뿐이다.
책은 한 사람의 생각이 흐르는 길을 따라 걷는 경험에 가깝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여러 글에서 발췌된 문장들이 담겨 있다. 숲에서의 삶을 기록한 글도 있고, 사회와 인간에 대한 사유도 있으며, 인간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조용한 질문도 있다. 소설가 시어도어 드라이저가 이 생각들을 골라 한 권으로 묶었다. 그래서 이 책을 읽는 일은, 어떤 완결된 논리를 따라가는 일이 아니라 생각의 조각들을 하나씩 만나며 그 사이를 천천히 걸어가는 일에 가깝다.
45살에 생을 마감한 소로의 문장은 그의 인생만큼이나 놀라울 만큼 단순하고 짧다. 복잡한 이론도 없고 화려한 수사도 없다. 그러나 그 단순함 속에는 묘한 깊이가 있다. 그는 자연을 바라보며 인간의 삶을 생각하고, 인간의 삶을 바라보며 다시 자연을 떠올린다. 그에게 자연은 단지 배경이 아니라 인간이 자신을 이해하기 위해 다시 돌아가야 하는 자리다. 그래서 그의 글에는 언제나 숲이 있고, 물이 있고, 계절이 있다. 그리고 그 속에서 인간은 조금 더 작아지고, 조금 더 솔직해진다.
소로는 삶을 단순하게 만들고 싶어 했다. 이 부분이 가장 이해가 안된데, 귀족이고, 이미 다 가졌는데, 왜 이렇게 삶을 치열하게 분석했을가. 왜 월든에서처럼 그런 행위를 했을까 하는 의문도 남든다.
그는 사람들은 더 많은 것을 갖기 위해 바쁘게 살아가지만, 그는 오히려 덜 가지며 살아보기를 선택했다. 그 선택은 단순한 금욕이나 고집이 아니라, 삶을 다시 바라보기 위한 하나의 실험이었다. 인간이 정말로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우리가 얼마나 많은 것에 불필요하게 매여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조용한 시도였다. 놀라운 것은 그는 자기 손으로 빨래도 안해봤다는 것이다. 캬캬캬
이 책을 읽다 보면 자주 멈추게 된다. 글이 너무 좋아서도 멈추기도 하지만, 그 이면에 그의 생활수준을 알아버렸기에 빡치면서 멈추기도 한다. 어떤 문장은 너무 단순해서 쉽게 지나칠 수도 있지만, 다시 읽으면 묘하게 오래 남는다. 이 묘한 부분이 빡치는 부분이었을까?^^;;
마치 짧은 문장이 아니라 질문 하나가 마음속에 남는 것처럼 느껴진다. 소로의 글은 독자를 몰아붙이지 않는다. 대신 한 발짝 물러서서 묻는다. 당신은 어떤 삶을 살고 있는가. 당신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은 정말로 당연한가. 소로의 글 자체는 정말 더할나위 없이 사실은 좋다. 그의 사생활을 알기전에는 너무도 그 인간 자체도 좋다. 그의 알고싶지 않은 부분을 알고 나서는 과연 인간은 빛과 그림자를 가질 수밖에 없는 너무도 자연적인 존재라는 것을 다시금 깨닫는다.
어쩌면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읽는 동안 점점 더 깊이 조용해진다는 점일지도 모른다. 책을 읽고 있다는 느낌보다는, 누군가와 함께 숲길을 걷고 있는 기분이 든다. 말은 많지 않지만, 그 침묵 속에서 생각이 조금씩 더 깊어진다. 그래서 책장을 덮을 때에도 어떤 결론이 남는다기보다는, 하나의 감동적인 여운와 뭉클한 여운이 남는다.
소로의 생각은 거창하지 않다. 그러나 오래 살아남는다. 그것은 아마도 그의 글이 인간의 삶을 어떤 이론으로 설명하려 하기보다, 인간이 스스로 자신의 삶을 바라보도록 만들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은 한 철학자의 사상을 소개하는 책이라기보다, 독자가 자신의 삶을 다시 바라보게 만드는 작은 창에 가깝다.
그리고 그 창을 통해 바라보는 풍경은, 생각보다 조용하고 깊다. 마치 숲처럼.